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000670)·MBK파트너스 측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하면서 고려아연(010130)이 미국 정부와 손잡고 추진하는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미국 정부라는 우군을 확보함과 동시에 향후 국민연금의 지원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중장기적으로 경영권을 방어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유상증자 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26일로 예정된 유상증자를 일정대로 소화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유상증자는 고려아연이 미국 테네시주에 추진하는 제련소 사업을 위해 설립한 크루시블JV가 참여해 2조 8000억 원을 투입하고 고려아연 지분 10%를 취득하는 것이 핵심이다. 크루시블JV는 미국 전쟁부가 의결권 40.1%를 가진 최대주주로 사실상 미국 정부가 고려아연의 지분 10%를 취득하는 구조다. 고려아연은 “미래 성장을 견인할 크루시블 프로젝트를 차질 없이 진행해 핵심 광물 공급망의 중추 기업으로서 국가 경제와 안보에 기여하겠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와 추진 중인 제련소 사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제련소는 74억 3200만 달러(약 11조 원)를 투자해 13종의 비철금속과 귀금속·희소광물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다. 2027년 1분기 착공해 2029년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번 유상증자를 비롯한 미국과의 협업을 통해 경영권 방어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발행 주식 수가 늘어나 영풍 측 지분은 47.22%에서 42.10%로 낮아진다. 반면 최윤범 회장 측 역시 지분이 희석되지만 크루시블JV의 지분 10%를 고려하면 오히려 33.12%에서 40.37%로 우호 지분이 높아진다.
확보한 지분은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 이사회 이사 선임에서도 톡톡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내년 3월 이사 6명의 임기가 종료되는데 이 중 최 회장 측 이사는 5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고려아연의 지분 구조로는 영풍 측이 4석을 가져갈 가능성이 매우 높았고 이사가 13명이나 교체되는 2027년 주주총회까지 고려하면 경영권 확보는 장담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특히 고려아연이 미국을 우군으로 두면서 캐스팅보트였던 국민연금도 최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국민연금은 5.14%를 보유 중이며 유상증자 이후 지분율은 4.58%로 추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은 19명의 이사 중 10명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돼 이사회 과반을 영구적으로 점유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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