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사진) IBK기업은행장이 취임 첫날인 2023년 1월 3일, 고물가와 고금리로 직격탄을 맞은 인천 남동공단의 중소기업을 찾았다. 그는 이후 경남 창원과 충남 천안 등 전국의 중기 현장을 누볐다. 237개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현장의 고충을 듣고 기업의 어려운 점을 개선했다. 취임 당시 김 행장의 목표는 2025년까지 중소기업·소상공인에 200조 원 공급과 총자산 500조 원 달성이었다. 기업은행의 관계자는 “김 행장은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고 보고 CEO와 여성 기업인, 미래 경영자 등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수시로 소통해왔다”고 전했다.
김 행장이 취임 때 내놓은 약속을 지키고 내년 1월 2일 임기를 마친다. 37년을 기업은행에 몸담아온 그는 지난 3년간 ‘가치 금융’을 바탕으로 ‘튼튼한 은행’과 ‘반듯한 금융’을 이행하는 데 주력했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김 행장은 은행 성장에 헌신한 직원들이 합당한 대우를 받고 중기 전문 은행으로서의 기업은행의 도약을 바라는 내용의 이임사를 준비 중이다.
김 행장 임기 동안 기업은행은 중기 전문 은행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공급액은 2023년 65조 1000억 원, 2024년 75조 원, 올 들어 11월까지 65조 9000억 원을 기록했다. 3년간 205조 원을 넘겼다.
중기 대출 시장 점유율 역시 김 행장이 취임하기 전인 2022년 23.0%에서 올해 9월 말 24.3%까지 확대됐다. 국가의 성장전략에 발맞춘 투자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기업은행은 첨단전략산업과 미래 유망 분야 등 정부가 선정한 5대 중점 분야에 3년 동안 누적 기준 77조 3000억 원을 투입했고 모험자본시장에도 2조 5000억 원을 쏟아부었다.
기업은행은 리스크가 큰 중기 분야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면서도 수익성을 지켜냈다. 기업은행의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 2597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다. 총자산 500조 원 시대도 조기에 달성했다. 2022년 말 현재 468조 원이던 총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519조 원으로 500조 원을 넘어섰다. 올해 9월 말 현재 540조 원까지 성장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비용 지원도 지속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2023년부터 올해 11월까지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중소기업에 1조 5000억 원이 넘는 금리 감면을 지원했다. 은행권 공동의 중소기업 금융 비용 경감 특별 프로그램(5조 원) 가운데 40%인 2조 원을 책임졌다. 금융권의 관계자는 “김 행장은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 윤용로 전 행장의 비서실장으로 금융위기 극복 및 지원책을 눈앞에서 지켜봤다”며 “은행장으로서 비 올 때 우산을 씌워주는 공금융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평가했다.
김 행장은 글로벌 확장도 핵심 과제로 추진했다. 올 11월에는 국내 은행 중 처음으로 폴란드에서 현지법인 영업 인가를 받았다. 앞서 5월에는 베트남에서 신청 인가 8년 만에 법인 설립 착수 승인을 받았다.
부침도 있었다. 올 초 전현직 직원이 연루된 880억 원대 부당 대출 사건이 적발됐다. 김 행장은 직접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쇄신 계획을 내놓았다. 여신문화개선팀을 신설하고 임직원 친인척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등 내부통제 시스템 전반을 손질해 재발 방지 체계를 완성했다.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김 행장이 은행 신뢰 회복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며 “총인건비제 탓에 직원들에게 충분한 대우를 해주지 못한 것은 안타까워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차기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내년 1월 3일까지 인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은행은 김형일 전무이사가 이끄는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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