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수출액이 사상 최초로 7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미국·독일·중국·일본·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여섯 번째 기록이다. 미중 무역 갈등과 통상 불확실성 속에서 달성한 결과여서 더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다만 반도체 산업에 과도하게 집중된 성장 동력을 다른 주력 산업으로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산업통상부와 관세청은 29일 오후 1시 3분 기준 잠정 집계 결과 올해 연간 누적 수출액이 7000억 달러를 넘겼다고 밝혔다. 이달 1~20일 사이 일평균 수출액이 26억 1000만 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실적은 7050억 달러를 여유롭게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수출액은 2011년 5000억 달러 클럽에 들어선 후 7년 만인 2018년 수출액 6000억 달러를 달성했다. 이후 또다시 7년이 지난 올해 7000억 달러까지 도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처음으로 수출액 1억 달러를 기록한 것이 1964년인데 61년 만에 규모가 7000배 불었다. 연간 수출액 7000억 달러를 달성한 나라는 미국(2000년), 독일(2003년), 중국(2005년), 일본(2007년), 네덜란드(2018년)뿐이다.
특히 수출 6000억 달러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달성했으나 7000억 달러는 여섯 번째로 달성하며 우리 수출이 글로벌 주요국 대비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연간 수출 실적은 일본을 바짝 뒤쫓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올해 1~11월 누적 수출액은 약 6740억 달러로 연말 기준으로는 7300억 달러 내외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양국 연간 수출 실적 차가 200억~300억 달러 수준으로 좁혀졌다는 얘기다. 일본 연간 수출액이 2021년 7560억 달러를 기록한 후 7000억 달러 초반대에서 정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년 내 한국 수출액이 일본을 넘어서는 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의 총 경제 규모는 한국의 2배 이상”이라며 “교역 규모가 엇비슷해졌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를 필두로 자동차·선박 등 주력 산업이 굳건한 강세를 보였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누적 수출액은 이달 20일까지 1642억 7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1% 늘었다. 자동차 역시 대미 수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 역시 8년 만에 처음으로 수출 300억 달러를 기록할 예정이다. 반면 석유제품 수출액은 지난해 490억 달러에서 올해 438억 9000만 달러로 10% 이상 하락했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무역장벽 강화의 직격탄을 맞은 철강산업 역시 수출 실적이 8% 넘게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수출 성장세가 반도체 등 일부 업종에 집중되는 점은 향후 개선해야 할 과제로 보고 있다.
지역적으로 살펴보면 미중 쏠림 현상이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20일까지 대중 수출액은 1264억 2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2% 하락했다. 관세 불확실성 영향을 받은 대미 수출 역시 1183억 9000만 달러로 4.4% 뒷걸음질 쳤다. 반면 새로운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베트남 수출액은 608억 2000만 달러로 6.9% 증가했다. 전기차 수출이 순항하면서 유럽연합(EU)으로 향하는 수출액(680억 3000만 달러)은 2.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수출에 힘입은 대만 수출액은 전년 대비 46%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K콘텐츠 약진도 돋보였다는 것이 산업부의 평가다. 산업부 관계자는 “화장품은 2024년, 농수산식품은 2016년 이후 매년 수출액 최대치를 경신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인공지능(AI) 혁명으로 전기 관련 설비투자가 늘어나며 전기기기 수출 성장세도 돋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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