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코스피의 기록적 상승을 견인한 이른바 ‘상법개정 이슈’는 단기적 재료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 주도로 추진 중인 스튜어드십 코드 내실화 방안까지 더해지며 거버넌스 이슈는 올해에도 국내 자본시장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기업에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으며, 적극적인 주주들은 주주제안이라는 방식으로 의사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기업 또한 이러한 변화를 외면하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실제로 상법개정 논의를 전후해 기업구조 개편 계획을 수정하거나 재검토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분할이나 합병, 자기주식 처분과 같은 핵심 의사결정 과정에서 과거보다 훨씬 신중한 태도가 관찰된다. 이는 조직개편 과정에서 기업이 부담해야 할 책임의 범위가 과거와 달라지고 있음을 인식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논의가 있다. 지난해 12월 법무부 선진법제포럼에서는 ‘기업 조직개편 시 이사의 행위규범 가이드라인’ 제정 방향이 논의됐다. 합병·분할·영업양수도 등 조직개편 국면에서 이사가 어떠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지를 보다 명확히 할 필요성이 제기된 셈이다.
그동안 이사의 충실의무는 ‘회사의 장기적 이익을 도모할 의무’라는 다소 추상적인 개념으로 설명돼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해관계자 간 이익의 형량, 정보 수집 및 검토 과정의 충실성, 일반주주에 대한 고려 여부 등 보다 구체적인 요소를 중심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올해 거버넌스 트렌드를 가늠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제 조직개편의 결과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이사회가 어떠한 판단 구조와 절차를 거쳤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역시 이사회의 최종 판단 결과뿐 아니라 판단에 이르는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특별위원회 설치 여부, 외부 평가기관이나 전문가 의견 활용, 공정성 강화를 위한 조치가 있었는지 등이 주요 관찰 대상이 된다. 개정 상법 시행을 대비한 이사회 구성과 운영 방식의 변화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관투자자 역시 수탁자책임활동 과정에서 개별 안건에 대한 이사회의 검토 절차를 이전보다 훨씬 면밀히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스튜어드십 코드 내실화 방안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 이사회는 의사결정의 결과보다 과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주요 안건에 대해 충분한 정보 수집과 비교·검토, 이해관계자 이익의 형량 과정을 이사회 차원에서 명확히 설계하고 충실히 기록할 필요가 있다. 특별위원회 구성, 외부 전문가 의견 활용, 공정성 확보 조치 등 판단의 합리성을 입증할 수 있는 절차를 선제적으로 마련하는 노력도 요구된다. 나아가 일반주주를 포함한 투자자 관점에서 의사결정의 논리를 설명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역량 강화 역시 필수적이다. 이사회가 무엇을 결정했는가보다, 어떻게 결정했는가가 더 중요해진 시대다.
/안효섭 대신경제연구소 거버넌스컨설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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