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일본 나라현을 방문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중일 갈등을 비롯한 국제 정세는 물론 과거사 문제까지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외교적인 무게감은 가볍지 않다. 여기에 일본이 주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위한 추가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어 이번 방일은 이재명 정부 실용 외교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는 9일 이 대통령의 방일 소식을 알리면서 “지역 및 글로벌 현안과 경제·사회·문화 등 민생에 직결된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셔틀외교를 통해 양국 정상 간의 유대와 신뢰를 강화하고 지식재산권 보호와 인공지능(AI) 등 미래 분야를 포함해 양국 간 민생에 직결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들이 폭넓게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및 글로벌 현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만큼 중일 갈등 문제가 주요 의제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이 이 대통령의 국빈 방중 기간에 보란 듯이 일본을 상대로 희토류 등 이중 용도 물자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양국 간 힘겨루기는 점점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 대통령이 한중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는 장면을 지켜본 일본으로서는 중일 무역 갈등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물어볼 수 있다.
위 실장은 방일 기간 중국의 대일 수출 통제 관련 논의 가능성에 대해 “그럴 개연성이 있을 수 있다”며 “수출 통제는 한국 역시 무관하지 않으며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동북아 긴장 관계 또한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그간 국익 중심 실용 외교를 강조해온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볼 때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보다 ‘줄타기 전략’을 통해 실리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이 모호성만 키울 수 있는 만큼 중재자 역할 또한 요구받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앞서 7일 중국 상하이 기자 간담회에서 중일 갈등 중재 의사에 대한 질문에 “지금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때가 되고 상황이 되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한일 간 과거사 문제도 주요 쟁점이지만 이번 정상회담이 ‘셔틀외교’에 방점을 두고 있어 독도를 비롯한 민감한 문제는 다루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 실장은 “조세이 탄광 문제 등 과거사 문제에 있어 한일 양국이 인도적 측면에서 협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면서 “(한일 과거사 관련) 어려운 난제가 올 수 있지만 이를 슬기롭고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대비를 하기 위해 호의를 쌓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짧은 일정이지만 CPTPP 가입을 위한 논의도 깊이 있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우리 정부가 CPTPP 가입 추진을 공식화한 상태에서 이 대통령도 지난해 10월 국무회의에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보다는 CPTPP로 접근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위 실장은 “이번에 더 논의가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 대통령이 방문하는 나라현은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이자 지역구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다카이치 총리에게 “셔틀외교 정신에 따라 다음에는 제가 일본을 방문해야 하는데 가능하면 나라현으로 가고 싶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다카이치 총리 취임 이후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경주(APEC)와 남아공(G20)에 이어 일본 나라현에서 이 대통령과 세 번째 만나는 것이다. 방일 첫날인 13일에는 다카이치 총리와 단독 회담, 확대 회담, 공동 언론 발표를 가진 뒤 1대1 환담 및 만찬을 진행하게 된다. 14일에는 다카이치 총리와 문화 유적지인 호류지(법륜사)를 방문하는 등 친교 행사를 갖고 동포 간담회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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