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A사는 국내 거래처에 집적회로(IC) 칩을 납품하는 업체다. 이 회사는 싱가포르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해당 법인에는 저가로 수출하고 국내 거래처에는 이를 정상 가격으로 수입하게 하는 방식으로 11억 원 규모의 외화를 빼돌렸다가 관세 당국에 적발됐다.
관세청이 이러한 무역 대금 불법 외환거래를 근절하기 위해 무역 업체를 대상으로 전방위 단속에 나선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가운데 수출 기업들의 무역 대금을 빼돌리는 편법 거래가 외환시장 불안감을 더 키울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13일 관세청은 세관에 신고된 수출입 금액과 은행을 통해 지급·수령된 무역 대금 간 차이가 크다고 판단되는 1138개 기업을 대상으로 외환 검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쿠팡을 포함한 대기업 62곳과 중견기업 424곳, 중소기업 652곳 등이다. 이는 지난해 수출입 실적이 있는 40만 곳 중 약 0.3%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종욱 관세청 차장은 “무역 금액 5000만 달러 이상인 기업 중 지난해 수출 대금 미영수와 수입 대금 미지급이 전년도 및 최근 4년 평균치 대비 증가한 기업을 후보군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주요 단속 대상은 △국내에 들어와야 할 무역 대금을 신고나 사후 보고 없이 회수를 회피하는 행위 △수출 가격을 저가로 신고해 차액을 해외에 유보하거나 수입 가격을 고가로 신고해 많은 외화를 해외에 유출하는 행위 등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무역 대금은 우리나라 전체 외화 유입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이 대금이 제때 들어오지 못하면 달러 공급이 줄어 환율 변동성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관세청 외환 검사에서는 조사 대상 104개 기업 중 97%에서 불법 외환거래가 적발됐다. 적발 금액은 총 2조 2049억 원에 달했다.
관세청이 이처럼 수출 기업에 대한 전방위 조사에 나서는 것은 최근 환율이 쉽게 안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3원 오른 1473.7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말 외환 당국의 고강도 안정화 조치에 1429원대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불과 10여 일 만에 43.9원이나 치솟았다. 관세청은 환율이 안정될 때까지 ‘고환율 대응 불법 무역·외환거래 단속 태스크포스(TF)’도 운영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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