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큰 폭으로 하락하자 서학개미가 미국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 매수에 적극 나섰다. 환율 하락으로 원화 기준 매입 단가가 낮아지자 달러 저가 매수 성격의 자금이 빠르게 유입됐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TIGER 미국나스닥100’ ETF의 전날 개인 순매수 금액은 361억 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거래일인 14일 96억 원 대비 약 3.7배 늘어난 규모다.
불과 하루 만에 순매수 규모가 급증한 배경으로는 최근 미국 증시 부진과 더불어 환율 하락에 따른 ETF 가격 조정이 꼽혔다. 특히 지난해 연말 정부의 구두 개입 이후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 흐름을 보였던 경험이 투자자 사이에서 학습 효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같은 흐름은 다른 나스닥100 ETF에서도 확인됐다. 개인 투자자들은 ‘KODEX 미국나스닥100’ ETF를 359억 원어치 순매수하며 직전 거래일 169억 원 대비 두 배 넘게 매수 규모를 늘렸다. ‘ACE 미국나스닥100’ ETF의 순매수 금액은 30억 원에서 109억 원으로 증가했고 ‘RISE 미국나스닥100’ ETF 역시 8억 8268만 원에서 29억 원으로 확대됐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도 자금이 유입됐다. ‘TIGER 미국S&P500’ ETF의 개인 순매수 규모는 14일 461억 원에서 전날 674억 원으로 46% 증가했다. ‘KODEX 미국S&P500’과 ‘ACE 미국S&P500’ ETF 역시 직전 거래일 대비 순매수 규모가 모두 늘어났다.
이번 환율 하락의 직접적인 계기는 미국 재무부의 공개 발언이다. 미국 재무부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최근 원화 가치 하락과 관련해 “한국의 강력한 경제 펀더멘털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외환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고 밝혔다.
외환시장에 따르면 14일 현지 시간 뉴욕 차액결제선물환 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62.75원에 마감하며 전일 대비 14.75원 하락했다. 전날 국내 시장에서는 전장보다 7.8원 내린 1469.7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다만 이번 환율 하락이 추세적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외환당국의 미세 조정 경계에 더해 미국 재무부까지 원화 약세를 공개적으로 우려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역외 롱 포지션 과열이 진정되는 흐름”이라며 “당분간 원·달러 환율은 1459~1467원 범위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환율 변동성이 당분간 서학개미의 매매 패턴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추세적 하락이 확인되지 않는 한 환율이 급락할 때마다 달러 저가 매수 성격의 ETF 매수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 주식 투자를 억제하기보다는 국장 투자 활성화에 더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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