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연초 전기차를 비롯한 주요 차량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고도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 테슬라와 중국 비야디(BYD) 등 경쟁사들이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앞세워 국내 공략에 열을 올리자 단순 가격경쟁을 넘어 차별화된 고객 경험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전동화·자율주행 전환과 맞물려 차량에 머무는 고객에게 즐거움과 편리함을 제공하는 인포테인먼트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는 이달부터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업데이트를 통해 신규 게임과 결제 서비스 등 신규 기능을 대폭 추가하고 있다. 대상 차량은 아이오닉5·6·9, 올 뉴 코나 일렉트릭 등 7개 전기차를 포함한 17개 모델이다. 각 차량은 별도의 서비스센터 방문 없이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각종 기능들을 새로 탑재할 수 있다.
현대차 고객들은 우선 인포테인먼트 업데이트로 차량에서 6종의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현대차가 기존 차량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차량용 게임을 무료로 배포한 것은 처음이다. 현대차는 나아가 넷플릭스·유튜브·디즈니플러스 등 스트리밍 콘텐츠를 손쉽게 이용 가능하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10월 말 “차 안에서 더 많은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구상이 실제 서비스로 구현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 회장은 당시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의 ‘깐부 회동’을 마친 뒤 열린 게임 페스티벌 행사에 참석해 이 같은 계획을 알린 바 있다.
차량 내 결제 서비스도 확대했다. 스타벅스 매장에 방문하기 전 중앙 화면 터치나 음성 명령만으로 음료를 주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출근길 운전 중에 “스타벅스에서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주문해줘”라고 말하면 주문부터 결제까지 예정된 매장에서 한 번에 이뤄진다.
현대차의 행보는 전동화·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전기차 보급의 확대로 충전 시간 등 차량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이를 채우기 위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운전대에 손을 올려놓지 않아도 되는 자율주행 전환까지 본격화할 경우 차량 내 고객 경험을 개선할 기술 경쟁은 한층 거세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조사 기관인 IMARC그룹은 전 세계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시장 규모가 2024년 211억 달러(약 31조 원)에서 2033년 412억 달러(약 61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는 지속적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선을 통해 브랜드 충성도를 제고할 방침이다. 중국산 전기차로 저가 공세를 펴는 테슬라·BYD 등 신생 업체의 시장 침투로 안방을 빼앗길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국내에서 5만 5461대의 전기차를 팔아 기아(6만 609대), 테슬라(5만 9893대)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테슬라가 전년 대비 101.3% 늘어난 판매 성장을 보이며 현대차를 추월한 것이다. 지난해 한국 시장에 첫발을 뗀 BYD는 7278대를 판매해 단숨에 6위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올해 약점으로 꼽히는 자율주행 및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전환에도 박차를 가한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엔비디아·테슬라 출신인 박민우 부사장을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 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로 영입하며 조직 정비에 나섰다. 올 3분기 SDV 기술 검증을 위한 페이스카를 공개한 뒤 양산 체제를 구축해나간다는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자율주행차 시장이 성숙 단계로 접어들수록 소비자는 ‘차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를 중요하게 보게 될 것”이라며 “현대차의 인포테인먼트 강화 전략은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시장을 선점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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