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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억 신청사 알바만 일해…업무공백에 뒤늦게 '쓰레기장' 인지

[공공기관부터 진짜 일 하자]

<2> 구조조정 미룬 석탄公의 비극

90년대부터 사양 업종으로 분류

원주로 이전 11년만에 청산 수순

잇단 내홍에 내부관리 부실 심화

통폐합·2차 이전 속도낸다지만

정치권은 신설 법안 10개 쏟아내

호화청사 유치 경쟁 치달을 수도





한국석탄공사가 1000억 원대 비축 무연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은 지난해 11월께다. 석탄공사는 광해광업공단에 정부 비축탄 관리 업무를 넘기는 과정에서 자사 무연탄 창고가 사실상 폐기물 무덤으로 변해버린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고 이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경찰은 장성광업소 옛 직원들이 부실한 선별 작업을 하고 비축량만 부풀렸을 가능성과 정상적으로 비축된 무연탄이 폐광 등 업무 공백을 틈타 빼돌려졌을 가능성 모두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한 공기업의 고위 관계자는 “석탄공사가 각종 내홍을 겪은 지 오래되면서 내부 관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1호 공기업 석탄공사의 비극은 탄광 산업이 사양 업종으로 분류되기 시작한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등 주요 도시의 열원이 액화천연가스(LNG) 등으로 교체되고 수입산 물량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경쟁력을 잃었지만 지역 표심 때문에 구조조정을 차일피일 미루다 수술이 어려울 지경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실제 석탄공사의 부채는 2조 4000억 원에 달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지 오래다. 지난해 하루 납부 이자만 2억 4000만 원에 이른다.

2024년 폐광한 국내 최대 탄광인 장성광업소 갱구 전경. 이곳에서 생산된 무연탄은 비축 기지로 옮겨 저장된다.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도 무책임한 방만 투자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20일 원주혁신도시에 위치한 석탄공사 본사를 방문하자 한창 일할 낮 시간에도 불 꺼진 사무실과 빈 책상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 건물은 2014년 공사비 182억 원을 들여 105명의 직원이 근무할 수 있도록 준공됐지만 현재는 사장과 30여 명의 초단기 계약직들만 남아 해산에 대비한 마지막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들의 주요 업무는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어음(CP) 물량을 차환 발행하는 일이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 산소호흡기로 연명 치료만 받고 있는 셈이다. 석탄공사 관계자는 “원주 입주 당시만 해도 국내 탄광들의 폐광 시기가 이렇게 빨라질지 몰랐다”며 “역사적 자산을 남겼다는 측면도 고려해달라”고 해명했다.

재무구조를 고려하지 않는 방만 사옥의 문제는 비단 석탄공사뿐만이 아니다. 석탄공사와 비슷한 시기에 울산으로 본사를 옮긴 한국석유공사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완공된 지 3년도 지나지 않은 신축 사옥을 팔고 그 자리에서 셋방살이를 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원주에 위치한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사무 공간 부족으로 여러 민간 건물에 흩어져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석탄공사 사옥을 매입해 활용하는 게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방만 경영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공공기관 통폐합 작업이 속도를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 직후부터 공공기관 개혁과 기강 확립을 수차례 주문한 바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의 통합 로드맵을 내놨고 기후에너지환경부 역시 6·3 지방선거 이후 발전 5사 통폐합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산하기관 업무보고에서 국립생태원과 호남·낙동강 생물자원관의 통합 운영 체계 마련을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이 무색하게 정치권에서는 공공기관을 신설하기 위한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 들어 발의된 법안 중 새로운 공공기관을 설치하는 게 골자인 제정법만 최소 10건이 넘는다. 지역 투자를 담당하는 동남권투자공사와 충청권산업투자공사·지역공공은행·공공보건의료대학 등을 내세워 지방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는 목적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공공기관 신설은 결국 호화 청사 건설과 같은 혈세 낭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결국 정치인들이 공공기관 이전을 주도하기 때문에 기존 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각종 위원회나 전시 시설, 기금을 설치하는 조항을 슬그머니 끼워 넣는 경우가 많다”며 “지선이 다가올수록 이런 선거용 법안이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2차 공공기관 이전에도 이런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 정부는 153개 기관이 참여한 1차 이전에 이어 내년부터 본격적인 2차 이전에 착수한다는 목표로 이전 기관 명단 작성에 나선 상태다. 이미 대전·충남 등은 중소기업은행과 한국벤처투자 등을 잠재 후보군으로 보고 물밑 유치전에 돌입했다. 광주·전남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을 점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의 한 공기업 관계자는 “한국전력이나 한국수력원자력 등 대형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한 뒤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등 본질적 경쟁력 측면에서는 모두 사실상 퇴보했다”며 “나눠 먹기식 표가 필요한 것인지, 공기업들을 글로벌 수준으로 키워 국민 경제에 도움을 주겠다는 것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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