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 덩치 큰 폭탄은 고작 지하 기지의 입구를 막는 정도 말고는 별 효과를 낼 수 없었다. 채 1∼2m도 파 들어가기 전에 충격으로 폭발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보다 깊은 곳에 숨어 있던 미그기들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그로부터 3년 뒤, 아프가니스탄의 토라보라 산악지역의 지하 동굴에 숨은 알카에다 병사들과 싸울 때에는 그보다 성적이 나았다.
이 때 펜타곤의 수중에는 강력한 지하 침투용 폭탄인 BLU-118/B가 있었다. 이 폭탄은 기존의 표준 무기처럼 단 한번의 타격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충격파를 지속적으로 내보내는 열기압 폭발물을 이용한다. BLU-118은 인공 터널이나 자연 동굴과 같은 한정된 지하 공간을 공격하는 무기로는 완벽하다.
그러나 이 무기 역시 GBU 28과 마찬가지로 단단한 장애물을 만나면 무용지물이 된다. 암석이나 단단하게 압축된 흙벽과 마주칠 경우, 겨우 2미터 정도 밖에는 뚫고 들어갈 수가 없는 것이다. 열기압의 충격이 지하 요새에 이르기 전에 암석이 이를 흡수해버리기 때문이다. 미국이 토라보라 지역에 맹공을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알카에다 병력과 무기는 별 피해 없이 이를 견뎌내어 폭격이 멈춘 틈을 타 그 지역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펜타곤이 오늘날 가장 강력한 벙커버스터를 가지고도 적의 지하 은신처를 파헤치는데 변변치 않은 성공 밖에는 거둘 수 없었다는 사실에 미군 당국은 전율했다. 미 정보기관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10여개 국가에 1만개가 넘는 지하 피난소가 있다. 그 중에는 중국이나 이란, 북한, 러시아 등지에서와 같이 항공기를 포함한 기본 무기를 숨긴 곳들도 부지기수이다. 복잡하게 연결된 이런 지하 기지들 중 1천여 개소 정도는 전략적으로 무척 중요한 시설로 여겨진다.
대량 살상 무기를 지하에 감추어 둔 불량정권이나 테러집단에 맞서야 하는 비균형 교전의 가능성에 직면한 펜타곤은 이전에는 생각조차 할 수 없던 계획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지하 동굴과 터널을 공격하는 특수한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것이다. 이상적으로 말하면 이런 무기는 지상에 미치는 핵 낙진을 최소화하면서 적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지난 수 십년 동안 미국이 유지해온 핵전략에 대한 가장 의미심장한 변화을 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의도하는 목적이 핵무기를 최후의 수단으로서만 사용하고, 아울러 비핵무장 국가에는 결코 사용하지 않는다는 현 정책의 두 가지 근본 이념을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이 신세대 핵무기에 대한 설계는 아주 초기 단계에 있을 뿐이지만, 반대자들은 이미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대자들은 이는 결국 새로운 무기 경쟁을 촉발하여 세계가 핵무기 아마게돈으로 치닫는 상황을 연출하게 될 것이라 주장한다. 핵을 이용한 지하 침투용 무기가 등장하게 되면 핵무기 사용을 막고 있는 문턱을 낮추게 될 것이다. 여러 국가들의 핵무기 개발을 진정으로 막고자 한다면, 이는 결코 바람직한 생각이 아니다. MIT의 보안학 프로그램 연구원인 데이빗 라이트의 말이다(인터뷰 기사참조).
그러나 군사 기획가들은 이런 무기의 필요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전술적 반향을 압도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이들은 그런 전술적 반향에 대한 반대자들의 우려가 과장되었다고 말한다. 지하 벙커의 수와 깊이, 복잡함과 위험성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새로운 핵무기도 필수 불가결한 상황이라는 것이 군의 생각인 것이다. 이 신형 핵무기 개발을 위해 현재 두 가지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우선은 두 안 모두 육상을 겨냥한 핵무기가 지진처럼 강력한 충격파를 발생시켜 단단한 암반까지도 파괴하며 땅을 뚫고 들어가 지하 깊은 곳에 숨은 적을 타격한다는 것이다. 그 중 첫번째 방안은 현재 국방성이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핵 벙커버스터인 B61-11과 같은 기존의 핵폭탄을 개량한다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에 비밀리에 개발된 B61-11은 지하 침투 시험 결과가 시원치 않아 쓸만한 무기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는 이 무기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그대신 더 이상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시험하거나, 배치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자는 국제 협약을 지지했다.
그러나 부시가 들어선 백악관은 사실상 이와는 반대되는 입장을 취했다. 부시 행정부는 기존의 핵무기를 개조하여 벙커버스터로 활용하는데 2003년도 예산으로 4,500만 달러를 요청했다. 기자가 이 글을 쓰는 동안, 미 하원은 해당 예산을 승인했다. 그러나 상원은 이를 부결했다. 이제 이 문제는 위원회에서 가부를 따진 뒤 결정될 것이다.
또다른 안은 이보다 더 근본적인 것으로서 미니누크(mini-nuke)라는 전혀 새로운 핵폭탄을 설계한다는 것이다. 5천톤 이하의 이 소형 핵폭탄은 마치 창처럼 땅속으로 찔러넣을 수 있다. 미니누크 예찬론자들은 이 소형 핵무기가 저출력이기 때문에 지상에 유출되는 방사능의 양을 최소화할 수 있고, 따라서 기존의 핵무기를 개조하는 것보다 여러 면에서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사실 미니누크에 대한 아이디어는 수십년 전부터 있었다. 미니누크가 부각된 것은 미 국방부가 최근 미국의 핵역량에 대한 분석 작업을 완성해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펴낸 <뉴클리어 포스처 리뷰(NPR)>에서였다. 여기서 펜타곤은 보다 효과적인 지하 침투용 무기를 이용한다면 저방사능의 무기를 사용하여 다수의 은폐된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NPR 발간은 미니누크의 설계와 개발을 지원하도록 의회를 납득시키는데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한편, 만일 개조 핵무기 타당성 조사가 의회의 지지를 받는다면, 그 실행은 미 에너지부의 산하 기관인 국립 핵 안정국(NNSA)이 주체가 되어 샌디어와 로스 알라모스, 로렌스 리버모어에 있는 미국의 3대 주요 핵무기 연구실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최초 연구의 상당 부분은 실험에서 고작 6m 깊이 밖에 뚫고 들어가지 못한 544kg짜리 B61-11을 평지나 산악 지형에서 중력을 이용해 25m 깊이까지 파고 들어갈 수 있는 2,268kg짜리 폭탄으로 개조할 수 있을 것이냐에 모아질 것이다. 이 폭탄은 30만톤이 넘는 핵폭발을 늦추는데 필요한 연약한 전자 장치와 기타 부품들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이런 임무를 완수할 수 있어야 한다.
폭발이 더 깊은 곳에서 발생할수록 엄청난 열폭풍과 그 뒤에 생기는 충격파가 더 효과적으로 땅속으로 전달될 것임을 감안하면 이는 극히 중요한 요건이다. 이 핵무기가 6m 정도 땅을 뚫고 들어가서 폭발하면, 그보다 대략 10배는 더 출력이 큰 폭탄을 지상에 터뜨린 것과 같은 파괴력을 지하 벙커에 전달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샌디어에서 근무하는 핵무기 학자인 폴 예링턴의 말에 따르면, 폭약이 완벽한 정밀 상태에서 발화하지 않으면 탄두가 폭발하지 않을 것이므로 문제의 관건은 탄두를 보호하는 외피와 내부 지원 구조를 어떻게 강화하느냐에 있다.
무기가 땅속 깊이 파고 들어갈 때 정면과 측면에 가해지는 충격이 더욱 커지는 상황에 대한 대비책으로 관련 엔지니어들은 특별히 강화된 금속으로 만든 신형 외피와 날카로운 주둥이(전체에서 가장 많은 충격과 열을 흡수하게 되는 부분)를 개발하는데 노력을 쏟고 있다. 또 이들은 외피 속에 벌집 모양의 합금 구조물을 심어넣는 방안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이런 디자인은 몇몇 종류의 폭탄에 이미 쓰이고 있는데, 휜 형태의 재래식 금속 구조보다 질량당 더 큰 강도를 제공한다.
그런 포괄적이면서도 중요한 대규모 재설계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폭탄이 폭발에 앞서 땅을 뚫는 동안 받게 되는 힘에 대한 정확한 모델링과 시뮬레이션, 이해와 실험이 따라야 할 것이다. 예링턴의 말에 따르면, 이 단계에서는 기존의 핵무기가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3차원의 모델을 만들기 위해 지난 30년 동안 개발을 거듭한 수퍼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가치를 톡톡히 발휘하게 될 것 같다.
시뮬레이션에는 1992년에 미국이 제정한 자체 핵실험 금지 조치가 발효되기 전에 미국 내에서 실행한 천번 이상의 핵실험에서 수집한 자료가 쓰인다. 여기에는 핵폭발 중에 발생하는 상황을 초고속 플래시 X-레이 카메라가 잡아낸 정확한 수치와 지진성 모니터와 같은 여러 감지기에서 받은 자료의 피드백이 포함된다. 이런 정보들을 핵 벙커버스터를 이용한 공격 중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조건과 결합함으로써 이 신형 지하 침투용 무기에 가해지는 G-포스의 영향을 모델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가상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설계 작업을 강화하기 위해 엔지니어들은 외피와 부품, 반제품 조립에 사용되는 다양한 금속과 합금에 대한 물리적 시험을 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목표 지점을 향해 발사한 포의 탄환은 탄두가 지상과 충돌할 때 갖는 충격을 재현할 수 있다. 이 시험 중에 수집된 데이터는 슈퍼컴퓨터에 입력하여 이 모델을 개량하는데 쓸 수 있다. 그리고 신형 외피 시제품이 완성되면, 원자핵을 대체하는 비활성물질을 갖춘 모의 탄두를 항공기로 날라 모의 목표 지점에 투하할 수 있다.물론 이런 실험에서 실제 핵폭발이 수반되지는 않는다.
부시 행정부는 그런 실험을 금지한 의회의 결정을 뒤집을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지하 핵실험을 대신하는 방법중의 하나인 소형 핵폭탄(미니 누크) 개발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기존의 무기를 재포장하는 작업은 기존 연구개발 활동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슈퍼 컴퓨터를 이용한 설계 시뮬레이션만으로도 가능하다.
그러나 저방사능 지하 침투용 무기(지금까지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신개념)를 만들려면 실질적인 핵실험을 포함하여 보다 광범위한 현장작업이 필요하다. 핵실험 금지 조약 이외에 1994년에 발효된 방위 승인법(Defense Authorization Act) 역시 소형 핵폭탄 개발에 장애가 된다.
그러나 이런 장벽에도 불구하고 미 국방성은 소형 핵폭탄 개념에 호의적이다. 군사 기획가들은 구형을 개량한 B61-11 같은 대형 핵무기를 전장에 투입함으로써 야기할 수 있는 정치적 반발을 감수할 대통령이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그러나 5천톤 이하의 핵무기(나가사키에 떨어뜨린 폭탄의 4분의 1 크기이고, 현재 미국이 보유한 대부분의 핵무기들과 비교하면 100분의 1도 채 안 되는 크기이다)는 그보다 쉽게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왜냐하면, 5천톤 짜리 무기는 주변 민간인들을 살상할 수 있는 유해한 방사능 낙진의 양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뉴클리어 포스처 리뷰>지에 따르면, 이 저방사능 핵무기는 현대화한 고방사능 벙커버스터와 동일한 지하 파괴 능력을 보이는 한편, 지상의 방사능 오염량은 20분의 1에서 10분의 1 정도에 그친다. 아울러 그 가용성은 더 높기 때문에 불량 국가나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의 핵보복을 겁내 지하 은신처나 대량 살상무기를 개발하는 행동을 막는데 확실한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이 군사 잡지는 밝힌다.
소형 핵폭탄의 폭발력 문제와 관련하여 핵실험 금지를 비켜가기 위한 안 중 하나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2단계 열핵 장치의 일차 코어(primary core)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 코어은 5∼1만톤 또는 그 이하의 핵분열 폭발을 일으키기 때문에 소형 핵폭탄을 대체할 수 있는 무기로 완벽하다. 게다가 일차 뇌관을 재활용한다면 없던 핵무기를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으므로, 소형 핵폭탄 연구 개발을 금지한 1994년의 법을 비켜갈 수 있다는 것이 소형 핵폭탄 옹호자들의 생각이다.
NNSA의 전 행정관인 존 고든은 “이것이 새로 만든 무기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의견이 다른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든이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은 미 상원의 국방 전략 소위원회 의장직을 맡고 있는 잭 리드 상원의원(민주) 같은 인물이다. 리드 의원은 NNSA의 타당성 조사 예산 지원과 관련하여 상원에서 반대 의견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리드 의원은 미국이 소형 핵무기나 기타 지하 침투용 핵무기를 개발할 것이 아니라, 핵확산을 방지하는데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의회가 씨름을 하던 방위 승인 법안은 결국 연구 기금을 댄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그 뿐만 아니라, 소형 핵폭탄 연구 개발을 금지하던 1994년의 법도 폐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정치적 논란이 어떤 식으로 정리됐던 간에, 소형 핵폭탄 비판자들은 지하 깊숙한 곳에 있는 벙커를 거뜬히 파괴할 만큼 강력하면서도 방사능을 대기 중으로 내뿜지 않는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는 국방성과 논쟁을 벌이고 있다. 스탠포드대 산하 선형 가속기(Linear Accelerator)센터 소속의 물리학자이자 핵무기 문제에 대해 미 정부의 고문 역할을 해 온 시드니 드렐은 “위험한 생각은 깨끗한 폭탄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드렐은 1천 톤짜리 핵무기로 60m 지하에 있는 목표물을 파괴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보다 조금이라도 더 큰 위력을 가진 폭탄은 도저히 깊은 지하에서만 폭발시킬 수 없다고 말한다 .
드렐은 1962년 네바다 핵실험장 지하 190m에서 10만 4천톤짜리 핵폭탄을 실험한 것을 예로 들었다. 폭탄을 그렇게 깊이 묻었는데도 방사능에 오염된 1,200만톤의 흙과 파편들이 대기로 쏟아졌다는 것이다. 폭발 후에 남은 탄공의 크기는 지름 385m에 깊이 96m였다. 드렐은 “세단이라고 불린 이 실험은 비교적 방사량이 적은 폭탄을 깊이 묻고 터뜨린 것이다. 그런데도 엄청나게 큰 분화구가 생겼고 , 어마어마한 양의 방사능이 뿜어 나왔다. 벙커버스터의 경우, 겨우 15m 깊이에 도달하는 것만도 큰 도전이다. 그러니 무기가 땅 속 깊이 묻힌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을 만큼 출력이 크면 지상에 미칠 피해는 가히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1962년 세단 핵실험이 남긴 흔적을 기억에서 지우기는 어렵지만, 최근 들어 시각의 변화가 일고 있다. 이 변화는 대규모 핵 공격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는 대신 오늘날의 지정학적 여건 하에서 미국이 선제 공격을 가하는 것이 실제로 필요할 수도 있다는 인식을 갖게 하려는 국방성 내의 인사들 사이에서 지지를 얻고 있다. 이러한 견해들은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정치적 자살로 여겨졌을 것들이다. 일례로 커트 웰든 의원(공화당)은 핵을 이용한 지하 침투 기술의 연구개발을 억누르고 있는 케케묵은 법에 묶인 손을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정책 변화가 있어야만 미국은 생화학 무기 공격에 뒤늦게 대응하기보다는 이를 예방하는데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인 앤드류 코크는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지의 워싱턴 지국장으로 있다.
“EPW는 방사능 낙진 위험”
MIT의 안보학 프로그램 연구원이자 인식을 같이 하는 과학자 연맹(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소속의 선임연구원인 데이빗 라이트(DW)는 지하 핵 벙커버스터 개발 우려를 표하고 있다.
DW. 과거 미국이 핵무기를 보유한 유일한 이유는 그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서, 또는 핵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생화학 무기에 맞서 사용하겠다고 한다. 한 걸음 물러서서 이런 말이 핵확산 문제와 관련하여 어떤 뜻을 갖게 되는지 돌아봐야 한다.
PS. 지하 침투용 핵무기(EPW)가 효과가 있나?
DW. 우리가 EPW로 파괴하기에 딱 알맞은 시설들이 있다. 그렇지만 적은 우리의 노력을 쉽게 무력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문제의 근원이라 할 터널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적은 땅을 더 깊이 파고 들어가면 그만이다. EPW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우선 EPW가 어디에 있는지 아주 정확하게 알아내야 한다. 본인은 이 문제가 미사일 방어체계가 같은 장르에 속한다고 본다. 두 경우 모두, 사람들은 이것들이 얼마나 유용한지에 대해 의심하지 않으려 한다.
PS. EPW 때문에 생길 가장 큰 위험이 있다면?
DW. 방사능 낙진을 막을 수 있을 만큼 깊이 쏘아보낼 수가 없다는 점이다. 출력을 크게 하면 깊숙이 박힌 목표물을 파괴할 순 있겠지만, 낙진이 엄청날 것이다. 땅 속 깊이 파놓은 구 소련 사령부 벙커를 파괴할 방법을 찾던 20년 전의 연구와 다를 게 없다. 당시 결론은 무기의 속도가 땅속에서는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실용성 면에서 땅을 깊이 뚫는다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것이었다. 깊이 묻힌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주 강력한 탄두를 사용하는 것뿐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