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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택시!

플로리다의 동쪽 해안에 자리 잡은 엠브리 리들 항공대학에는 비행용 선글라스를 쓴 말끔한 젊은이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강의실을 찾거나 시뮬레이션 훈련 등의 비행훈련을 받으러 가는 길이었다. 이 학생들은 모두 비행기 조종사가 되어 거대한 비행기를 조종한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캠퍼스 중앙에는 인류최초로 비행의 꿈을 실현시킨 라이트 형제의 실물 크기 조각상이 서 있다. 이 조각상은 100년 전 인류 최초의 비행기로 창공을 나는 엎드린 형상의 오빌 라이트와 오른쪽 날개 방향에서 바라보고 서있는 그의 형 월버 라이트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라이트 형제가 오늘날 이렇게 까지 혼잡해진 항공교통상황을 본다면 어떤 말을 할까. 미국의 항공교통시스템은 그 한계에 도달한지 이미 오래다. 2001년 비행기 탑승인원은 총 5억 7천 만 명이며 항공관계자들은 9·11 테러에도 불구, 승객 수는 향후 10년 간 매년 3~5%씩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항공시스템 처리 능력이 곧 한계에 달하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미 연방항공국(FAA)의 피터 맥휴는 “머지 않아 항공사의 수송 능력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맥휴는 단순히 공항과 비행기의 수를 늘이는 것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항공교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정체를 악화시킬 따름이라고 지적한다. 현재에도 이런 상황은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주요 공항 한 곳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주요 공항들도 함께 마비되며, 연착한 비행기의 승객들은 갈아탈 비행기를 놓치게 된다. 하나의 축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연결된 현재의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항공교통 시스템에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캔자스에서 인디애나폴리스로 가는 탑승객을 예로 들어보자. 그는 방사형 ‘스포크(spoke)’에 해당하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캔자스 시티에서 출발해 허브공항인 시카고의 오헤어 공항으로 날아간다. 그는 오헤어 공항에서 또 다른 만원 비행기로 갈아타 다시 또 다른 ‘스포크’인 인디애나폴리스 공항으로 이동한다. 이 경우 그는 5∼10시간의 비행을 감내해야 한다. 항공사들은 비용 절감 측면에서 뛰어난 ‘허브 앤 스포크’ 시스템을 선호한다. 그러나 대부분 승객들은 600여 개의 중소형 스포크 공항에서 출발, 29개의 허브 공항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 시스템은 항공료가 저렴하다는 이점은 있지만 시간과 체력 소모가 매우 큰 단점도 있다.

또한 전체 여행 거리를 놓고 볼 때 최첨단 제트 여객기의 시간당 주행 거리가 142km에 그치는 아이러니도 발생한다. 엠브리 리들 대학의 연구원인 켄 스택풀은 “승객의 33% 정도는 보통 자신의 여행과는 상관없는 길을 가야 하기 때문에 시간 낭비가 많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최근 소형항공기 운송시스템(SATS)이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개발중인 이 시스템은 미 항공우주국(NASA)과 미 연방항공국(FAA), 엠브리 리들 대학을 비롯한 약 60여 개의 항공사, 관련 기관과 대학 등으로 구성된 ‘사우스이스트 SATSLab 컨소시엄’이 담당하고 있다. 만약 SATS 시스템이 효과가 있다면 비행방식에 커다란 ‘혁명’이 일어 날 것으로 보인다. 저렴한 차세대 소형 비즈니스 항공기와 혁신적인 컴퓨터 항공 관제망에 따라 에어 택시 회사들은 전국 각지의 5천개가 넘는 직노선의 공공 공항을 이용하게 된다. 지금까지 이 공항들은 대량 수송을 담당하기에는 인력과 장비가 부족했고 악천후에서 이착륙이 어려웠기 때문에 상용 공항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스택풀의 전망은 매우 낙관적이다. 새로운 시스템인 SATS가 실제 적용되면 캔자스 시티에 사는 승객은 택시 서비스시스템에 들어가 간단히 예약만 하면 된다. 그러면 조종사가 비행기를 몰고 지역 공항에 대기한다. 승객은 조종사에게 멀리 떨어진 인디애나폴리스 외곽으로 가자고 요청한다. 이러한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순항속도가 시속 644km인 이 비행기로 전체 순항거리 대비 평균 속도는 시속 322km로 목적지로 곧바로 날아갈 수 있다. 스택풀은 초기에는 이 에어택시의 항공료가 현재 일등석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또한 이 시스템이 항공사들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현재의 항공교통 수용능력을 3배 가량 증가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SATS는 항공상 각 주를 연결하는 가상고속도로를 구축하게 된다. 새로 건설한 스마트한 소형 공항들은 무인으로 운영되며 주요 공항에서 볼 수 있는 수 백만 달러의 전자장비들, 즉 관제탑, 레이더 시설, 계기 착륙시스템 장비들이 없다. 대신 비행경로를 자동으로 설정해주는 저렴하면서도 매우 정교한 컴퓨터 시스템만 설치된다. 이 시스템은 조종사들에게 관제와 첨단 계기착륙시스템이 없는 무인 공항의 이착륙에 필요한 실시간 항공교통 정보, GPS 항행 정보, 충돌 방지 기술, 공항과 주변 지형에 대한 예약 정보를 제공한다.

현재 조종사들이 악천후 속에서 수평을 유지하고 항로 이탈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고도계, 속도계, 나침반 등과 같은 복잡한 계기는 앞으로 쓸모 없어 질 것이다. 이런 정보는 두 개의 ‘합성 시계 화면(synthetic vision screen)’에 그래픽으로 표시되게 된다. 이 화면은 기존 정보 외에 악천후에 관계없이 기체 외부 상공의 상황을 보여주며 노란색 박스로 비행 유도 경로를 표시한다. 조종사는 이 노란색 박스로 표시된 경로를 따라 비행하기만 하면 된다. 결국 비행은 훨씬 쉬워지게 된다. 버지니아주 햄턴 소재 NASA 랭글리 연구 센터의 프로젝트 대변인인 키스 헨리는 “최종 목표는 완벽한 자동화”라며 “20~25년쯤 후에는 목적지를 말하기만 하면 비행기가 알아서 목적지까지 태워 줄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SATS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매우 많기 때문에 환상에 그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약 2만 시간의 경비행기 조종 경력을 가진 작가이자 현재 항공산업 분석가인 리처드 콜린스는 “오래전부터 비행을 쉽고 간단하게 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결국 계획에 그치고 말았다”고 불평했다. 또한 생명이 걸린 문제이니 만큼 안전도 간과할 수 없다. 비행기로 가득 한 하늘에서 에러가 얼마만큼 발생할지도 모르는 운영시스템에 몸을 맡겨야 한다는 것은 정말 위험스럽기 짝이 없다. 시스템에만 의존하는 초보 조종사가 만일 갑작스런 위기상황에 봉착했을 때 제대로 대처할 수 없으며 따라서 전자동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헨리는 이런 우려들이 대부분 섣부른 판단에 따른 것이라 반박한다. 현 단계에서는 승객을 실어 나르는 로봇 항공기는 가상에 지나지 않으며 현재 개발 중인 SATS에도 고도의 훈련을 받은 조종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택풀도 “물론 SATS 비행기들이 자동 조정으로 운항할 수 있겠지만 이는 먼 훗날에나 가능하다. 지금은 당장 실현 가능한 기술만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발자들은 현 단계에서 SATS는 계기비행을 단순화하고 포화상태에 이른 시스템 개선에 이용하고 현재 주당 3∼4대의 비행기들이 이용하는 소형 비행장을 최대한 활용,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항으로 활용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NASA와 연방행정 당국은 앞으로 4년 간 SATS 연구 개발에 6,900만 달러를 투입할 예정에 있어 SATS에 대한 이들의 기대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미 FAA는 항공우주 부품제조사인 굿리치와 무선통신회사인 해리스 코퍼레이션, 엠브리 리들대학 등과 공동으로 SATS용 H/W와 S/W시제품을 생산했다. 대부분의 범용 SATS 시뮬레이터는 현재 엠브리 리들대학의 데이토나 비치 캠퍼스에 보관되어 있다. 시뮬레이터 위쪽에 설치된 검은 벽에는 조종사가 실제로 볼 영상을 비춰주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고 바로 아래 패널에는 두 개의 10인치 합성 시계 화면이 위치하고 있다. 이 화면들은 굿리치사가 제작한 ‘스마트데크’라는 컴퓨터로 구동된다. 오른쪽 화면에는 실시간 비행 경로와 지형, 기상 조건을 컬러로 표시하는 이동 지도가 나타나고 왼쪽 화면에는 기상 상태가 양호할 때 조종사의 시야에 보이는 영상이 나타난다. 화면 중앙에는 벌처럼 보이는 노란색의 작은 상자들이 있어 하늘의 고속도로를 표시한다. 동시에 왼쪽 화면의 주변에는 속도와 고도, 방위 등과 같은 정보를 표시한다.

필자는 왼쪽에 설치되어 있는 조종간을 조작하면서 12초간 이 하늘의 고속도로를 따라 회전과 하강을 하며 비행을 했다. 잠시 후 멀리 활주로가 보이기 시작했을 때 위쪽 대형 스크린에 나타나는 실제 화면을 관찰했다. 그러나 실제 화면에는 사물이 구름 속에서 흐리게만 나타났다. 다시 아래 화면으로 돌아와 고속도로를 따라 회전과 하강비행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계기비행수업을 받은 필자에게는 작고 둥근 계기를 살펴보는 것보다 화면에 나타난 계기들이 더 친숙했다. 착륙 표시 지점에 접근해서야 하늘이 개이기 시작했고 활주로도 점점 또렷해졌다.

활주로에 가깝게 활공 비행하다가 착륙을 했다. 그리고 나서 위쪽의 대형 스크린을 보자 실제보다 약간 뿌옇게 보이는 활주로에 필자의 비행기가 한 가운데 착륙한 모습이 보였다. 이것은 물론 개인적인 실력이 아닌 컴퓨터 유도장치에 의해 착륙한 것이다. 해리스는 여러 서버들을 모아 지상 스테이션인 ‘에어포트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러지 트레일러’를 개발 중에 있고 스마트데크는 이것을 이용하여 가까운 공항 활주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거의 완벽한 착륙을 유도한다. 서버들은 날씨, FAA 레이더 중계를 통한 실시간 교통량, 지상 장애물에 대한 정보를 항공기에 전송하고 비행 경로 변화를 계산하며 통신을 수행한다. SATS 시스템은 항공기가 대형 허브공항이나 스포크공항 주변, 혹은 고도 5,486m 이상의 항로를 비행하지 않는 한 관제사의 도움 없이도 작동한다. 이 범위를 벗어나면 조종사는 기존의 ATC를 이용한다.

‘해리스 거버먼트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의 선임 엔지니어인 헤롤드 브래킷에 따르면 지상 스테이션 설치비용은 공항 당 50만 달러 수준이다. 현재 상용 항공교통에 필수적인 레이더 설치에 최소 500만 달러, 계기 착륙 시스템의 설치에는 백만 달러가 드는 것을 감안하면 얼마만큼 효과적인지는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SATS 시스템을 모든 공항에 설치하는 비용은 결코 적지 않다. 5,400여 개의 공공 공항에 설치하는데는 무려 27억 달러가 필요하다. 또한 시스템 설계자들은 미국 내 공공 공항의 손실 방지를 위해서 SATS 개념의 폭넓은 수용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교외지역들이 무질서하게 확장됨에 따라 현재 2주에 1개꼴로 소형 공항들이 없어지고 있다.

기업과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소규모 공항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SATS 인프라 완성 예정인 2025년경에는 이들 소형공항이 모두 사라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SATS 성공을 위한 또 하나의 핵심 요소는 차세대 소형 비즈니스 비행기 제작이다. 이미 SATS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기종을 비롯해 몇 가지 비즈니스용 소형 비행기 모델이 나와 있다. 지난 7월 시제품이 공개된 6인승 ‘이클립스 500’은 한 쌍의 윌리엄스 인터내셔널 EJ22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다. 이 엔진은 무게가 약 39kg이지만 3,425㎏의 강력한 출력을 낸다.

또한 760m 가량의 활주로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고안되었다. 현재는 자체 항공 전자장비를 장착하고 있으나, SATS 시스템이 가동되면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대당 백만 달러 정도의 가격이 예상되는 ‘이클립스’는 600만 달러를 넘어서는 신형 비즈니스 제트기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 또한 이클립스의 운영비는 마일 당 56센트로 일반 비즈니스 제트기의 마일당 2달러에 비해 효율도 뛰어나다.

이클립스 500은 2003년 12월에야 비행인가를 취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클립스 항공사는 “2006년 1분기까지 주문 물량을 확보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클립스 이외에도 사파이어사에서는 신형 6인승 제트기 S-26를 개발 중이며, 시러스 앤 랜서사는 합성 시계 화면을 장착해 SATS 전송 능력을 구현하는 신형 프로펠러기를 추진하는 등 여러 소형 비행기 제작사들이 SATS를 준비하고 있다. 해리스의 설계자들은 굿리치사의 스마트데크 컴퓨터를 구형 쌍발 엔진 세스나 310에 설치하고 있다. 이 비행기는 최초 지상 스테이션 테스트를 실시할 플로리다의 멜버른, 데이토나 비치, 세브링 공항 사이를 비행할 예정이다. 탈라하시, 게이너스빌, 타미아미 공항은 내년부터 시험이 실시된다. 이들 공항에서 엔지니어들은 스마트데크가 장착된 비행기와 지상 스테이션에 설치된 컴퓨터 클러스터간의 연계활동을 감독하게 된다. 엔지니어들은 특히 플로리다의 변덕스런 기상 조건에서 얼마만큼 정확하게 착륙하는지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SATS가 기계에 의한 자동교통제어 시스템에 기반을 두었더라도 사람에 의한 비행감독은 꼭 필요하다. 국립항공교통관제국의 기술책임자인 리처드 스와거는 “항공교통 층위의 하위 부분에 비행기들이 더 많아지게 되면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안전수칙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조종사들은 SATS의 컴퓨터 제어비행이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1,500 시간 동안 비행교관으로 일한 경력을 가진 뉴저지주 링컨 파크의 물리학과 교수 조 캐스텐자는 “학생들에게는 (SATS를 통한) 비행교육이 쉬워질 것이고, 안개로 가시거리가 제로인 공항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해지는 등 순기능도 분명 있다. 하지만 컴퓨터 시스템 고장시에는 대처방안이 없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컴퓨터 운영체제를 잘 모르는 조종사는 지금보다 더 컴퓨터에 의존하게 돼 더욱 위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스택풀은 이러한 반응에 대해 냉소적이다. 쌍발 엔진 비행기에는 3중의 보완체계, 즉 두 개의 엔진 교류 발전기와 30분간 사용할 수 있는 백업 배터리가 있으며, 단발 엔진 비행기는 이중의 보완체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한다.
SATS 컨소시엄은 컴퓨터의 신뢰성보다 증명해야 할 것이 많다. 2005년까지 NASA는 4가지 핵심 기술에 대해 시연해 보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즉, 무인 공항의 대규모 교통량 처리와 악천후 속에서 시험 공항의 최소 착륙조건, 안전과 효율의 전반적인 향상, 현재 시스템과 SATS의 통합 가능성 등을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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