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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SCI선정 10대 과학자

이번에 선정된 과학자들은 그다지 저명하지는 않다.
노벨상을 탔거나 베스트셀러를 쓴 적도 없다. 하지만 이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혁신적으로 자기 연구에 몰두하는 과학자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기술적 발전을 위해 노력중이다. 일부는 순수한 수학적 문제들이나 이해하기조차 어려운 우주의 미스테리들을 오로지 재미 삼아 연구한다. 이들은 대개 눈에 띄지 않은 채 연구를 한다. 본지는 대학 학과장들과 학술원 연구원, 주요 상 수상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후보자를 꼼꼼하게 선정했다. 최종 선정된 과학자들이 대부분 젊기는 하지만 의도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본지는 각자의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며 동료들로부터 남몰래 부러움을 사고 있는 사람들을 찾고 있었다. 본 기사는 연구의 탁월성이나 향후 비전에 주안점을 두었다.

1.찰스 리베르
금을 극미세 전선으로 바꾸는 초미세 세계 연구 분야의 대가

찰스 리베르와 하루를 지내다 보면 펜티엄 4 컴퓨터 칩에 5, 500만 개의 트랜지스터를 장착하는 정도의 정교함도 아무것도 아니게 느껴진다. 리베르는 물질 구조를 분자 수준에서 조작하려는 새로운 부류의 조작 전문가들 중 한 명이다. 분자 수준에서 물질은 기존 기술로는 드러나지 않는 독특한 특성을 나타낸다. 나노기술은 새로운 연구 분야들 중에서도 가장 앞서가는 기술에 속하지만 43세의 리베르는 그 중에서도 특히 첨단 연구를 하고 있다.

그는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분자들로 1m의 10억분의 1에 해당하는 나노미터 크기로 제품들을 만들어 이들의 특성을 시연해 보인다. 즉, 소형 장치들을 만들기 위해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물질 분자들을 극도로 정밀하고 효과적으로 조작하는 제품 제작법을 보여 주는 것이다. 최고 성능의 컴퓨터 칩이 제작되는 과정을 생각해 보자. 스텐실을 실리콘 웨이퍼 위에 놓은 다음 노출된 표면을 자외선광으로 깎아낸다. 칩 제조회사들은 점차 파장이 짧은 빛을 이용해 회로 크기를 줄여 왔지만 결국 한계에 이르게 되었다. 파장이 너무 짧아져 회로용 패턴을 깎아내기도 전에 빛이 흡수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리베르는 이런 접근 방식이 나무를 위에서 아래로 조금씩 깎아 내리는 재래식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각 분자들이 구조물에서 제 위치를 찾게 하며 아래서 위로 쌓아 가는 게 훨씬 나을 거라고 말한다. 이런 방식은 효율성도 높아 단 한 가지 제작법으로 다양한 종류의 제품들을 만들 수도 있다.

이를 위해 리베르는 하버드 대학의 연구팀과 함께 나노미터 두께의 전선을 개발해냈다. 소량의 반도체 재료를 레이저로 증발시켜 발생한 가스를 미세한 금 구슬들과 섞어 필름에 점착시키면 이 증기가 결정화되면서 단단한 반도체 막대를 따라 금 입자들이 들러붙는다. 리베르의 나노전선은 용도가 매우 다양하다. 재료나 반응과정을 바꿈으로써 여러 가지 재료들을 결합해 그물망을 만들거나 전선 내부에 또 다른 전선이 생기도록 할 수도 있다. 재료들을 섞는 방법에 따라 이 전선들은 엄청난 속도의 칩을 만들 수 있는 트랜지스터나 발광 다이오드, 또는 분자를 찾아내는 생물학적 센서 기능을 한다. 리베르는 “이 연구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한다. - JR 밍켈

2. 데이비드 클레머
게놈 연구보다 훨씬 중요한 단백질 합성에 도전

데이비드 클레머는 기상천외한 시설들을 세운다. 그의 최신 작품은 튜브와 소용돌이 펌프, 전선들이 뻗어 나오는 방 크기의 스테인리스 시설물이다. 이 안에서는 생물체의 분자들이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빠른 속도로 분류되고 체로 다시 걸러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도구가 극도로 복잡한 단백질의 기능 연구에 중요한 수단이란 점이다. 최근 인간 유전자 해독 결과에 따르면 세포와 기관들의 구성에는 오묘한 지시 체계가 있지만 게놈 연구자들도 인정하듯이 인체의 단백질이 바로 이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단백질 분자들은 변신의 명수로서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형되어 단백질의 다양한 기능을 결정한다.

클레머의 발명은 출발점이 되었다. 그의 연구팀의 생체 표본을 이 장비에 주입한 후 단백질이 이 표본을 지나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한다. 먼저 액체 분자들을 기체 상태가 되도록 전기분사한다. 그런 다음 기계에서 이 기체를 두 가지 방법으로 측정한다. 먼저 헬륨을 채운 실린더 내에서 모양에 따라 분류되는데 가장 촘촘한 입자들이 제일 빠르게 움직인다. 다음으로 이 분자들은 질량 분석기로 들어가 질량별로 등급이 매겨진다. 수백만에서 수십 억 분의 1초 사이에 측정되는 분자들의 분류 결과는 클레머의 프로파일 구성 작업에 도움이 된다. 이런 기법으로 그의 팀은 암에 걸린 간의 조직 세포 구성을 분석한 다음, 이를 건강한 조직과 비교하는 식의 작업을
할 수도 있다. 병든 조직에서만 볼 수 있는 단 한 개의 단백질 같이 미세한 차이도 그 병을 이해하는 데 단서가 될 수 있다. 이런 연구로 37세의 인디애나대 화학교수인 클레머는 각종 상들을 수상해 동료들은 그를 ‘노벨상 수상감’이라고 부른다. 이 모든 것은 자신의 전문 분야를 벗어나 생물학과 공학, 물리학의 영역까지 파고 든 한 화학자에게 주어지는 영예다. 클레머는 “지금의 연구는 어느 정도 기존 관습을 과감히 벗어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것이 발견되면 끝까지 매달려 연구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로리 골드만

3. 린다 그리피스
사람 귀 배양을 비롯, 생명공학 분야의 불가사의한 업적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과학자

린다 그리피스는 매년 장기 기증자를 기다리다 죽어 가는 수천 명의 환자들에게 이식 가능한 간의 제작 연구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어느 누구도 이 실험에 성공한 사람이 없듯 그녀 역시 성공하진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놀라운 일을 해냈다. 그녀는 쥐의 등에서 사람의 귀가 자라나도록 하는 연구를 도왔고 최근에는 실리콘 칩에 축소판 ‘간’을 만들었다. 그리피스의 연구는 생물학과 공학의 만남으로 가능해졌다. 그녀는 인체를 지속적으로 개량할 수 있는 ‘제품’으로 본다.

사람의 간은 약물로부터 바이러스에 이르기까지 온갖 것들에 민감하기 때문에 150만 개의 기능성 간 세포를 담고 있는 그리피스의 칩은 초소형 바이오센서에 해당한다. 그리피스는 정부측과 공동으로 이 칩을 군복에 넣어 화생방 약물 탐지용 도구로 이용하는 연구를 진행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MIT 교수인 그리피스가 인체 기관을 배양하려면 세포에 물리적인 지지력을 제공하고 이들의 성장을 지시하는 분자 신호를 중계할 구조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면서 시작됐다. 그리피스는 펠트와 폴리머로 만들어 인체 내에서 녹아 없어질 수 있는 틀을 고안해 냈다. 동료들이 기형아를 위한 귀를 원했을 때 그녀는 살이 다 차오르면 녹아 없어지는 귀 모양의 틀을 만들었다. 이 틀은 연골세포에 심어진 뒤 쥐에게 이식되었고 이 쥐에게서는 완전한 사람의 귀가 자라났다. 42세의 그리피스는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조지아 출신의 금발 미녀로 말이 상당히 빠르다. 그녀는 매일 아침 3개의 신문을 읽는다. 그녀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것은 여섯 차례에 걸친 자궁내막증 수술을 마친 후였는데 이때에도 그녀는 일에 몰두했다.

그리피스의 펠트와 폴리머제 틀은 성능이 그리 다양하지 못해 그녀는 보다 나은 틀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그녀는 MIT 근처의 음침한 지하 술집에서 얘기를 나누다가 해답을 찾았다. 그곳에서 교수들의 낙서와 캐리커처들에 둘러싸여 있던 그녀는 비행기 엔진용 금형을 만드는 데 이용되는 3차원 인쇄법을 배우게 되었다. 이 기술은 3차원 이미지를 먼저 가상의 2차원 절편들로 잘게 잘라 복제한다. 콜로이드계 실리카를 큰 세라믹 가루통에 분사해 이 가루들이 2차원 단면도 모양대로 붙게 한 다음, 층별로 인쇄를 해 모두 합치면 단단한 3차원 구조가 만들어진다.

그리피스는 간세포용의 미세한 채널들로 실리콘 칩을 인쇄하고 소형 순환계를 첨가해 세포들이 계속 살아있도록 했다. 과학자들은 잠재적으로 독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물질들을 칩에 주입해 손상 여부를 지켜보면서 조사하고 있다. 다음 단계로 그리피스는 축소판 심장과 폐, 신장 등 칩으로 된 완전한 인체 장기 제작을 계획중이다. 이런 장기들은 개량된 분석 도구와 약물, 치료법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다.

4.졸탄 하이맨
140억 년 전에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졸탄 하이맨은 공산주의 국가였던 헝가리와 신성한 캠브리지 홀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잠베지 강으로 번지점프를 하러 가기 위해 마우리티어스 섬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하이맨이 그의 모델 안에서 탐색하고자 하는 것은 빅뱅으로 무질서가 시작된 후 우주에 나타난 최초의 물질이다. 140억 년 전 우주는 지금과 다른 모습이었다. 텅 빈 공간은 방사선으로 빛이 나고 대부분 수소 가스 형태로 된 물질이 퍼져 대규모의 무거운 구름을 드문드문 형성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중력에 끌린 구름들이 하나로 합쳐지며 냉각되었다고 하지만 아무도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

하이맨은 바로 이 시점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현재 우주 모습이나 빅뱅 이후 퍼진 것으로 알려진 가스들 그리고 변함 없는 물리학의 법칙들과 같은 단서를 이용해 우주가 10억년 정도 되었을 때 형성됐을 물질들의 원형을 만들고 있다. 지금은 31세가 된 하이맨은 하버드 대학원 재학 시절 그의 계산식에 암흑 물질과 분자들의 화학 반응 효과를 포함시켜 태양 질량보다 10만 배가 더 무거운 물체들이 초기 우주의 엷은 구름 상태로부터 융합했을 가능성을 보여 줌으로써 천문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 이전에는 우주의 가스들이 응축할 때 발생하는 내부의 압력으로도 이들이 붕괴되어 별이 되는 것을 막지 못하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하이맨의 모델은 우주 최초의 물질로 여겨지는 대상의 범위를 두 가지, 즉 블랙홀과 몇 개의 엄청난 크기의 별들로 구성된 은하로 좁히는 데 기여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 하이맨은 MIT에 입학 허가를 받으면서 우주물리학자로서 출발을 시작했다. 그는 “그때까지 해도 물리학에 대해 그저 수학 강의 내용들을 응용한 것 정도로 생각했다”고 말한다. MIT에서 그는 세계 최고의 물리학자들까지 당혹스럽게 했던 양자역학을 접하면서 푹 빠져 버리게 되었다. 그는 현실이 기이한 법칙을 따른다는데 무척 놀랐다고 말한다. 낯설음의 매력에 이끌린 그는 내년 컬럼비아대학의 조교수 자리를 기대하고 있다.

5.만줄 바르가바
수 이론의 아름다움에 찬미의 북을 울리는 프린스턴의 신동

만줄 바르가바는 그의 휑한 아파트 바닥에 앉아 인도식 작은 북인 타블라를 마주보고 있다. “진짜 조율을 좀 해야겠는 걸”. 그가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하지만 곧 그가 손가락들로 북을 미끄러지듯 두드리기 시작하자 리드미컬한 종소리 같은 음악이 방을 메운다. “음악은 수학적 관계와 같아요. 음악 선생님이 저한테 수학자니까 타블라를 마스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만약 제가 지금 수학에 관한 생각을 하고 있다면 아마 제 연주가 듣기에 좀 거북스러울 거예요. 직관적으로 연주를 해야 하거든요”. 고등연구소와의 상호 약속에 따라 그가 교환 연구원으로 있는 프린스턴에서 바르가바는 이론 수학의 한 가지에 해당하는 수 이론을 전공하고 있다. 이 추상적인 영역의 연구자들은 실생활에 응용할 연구를 하는 게 아니지만 나중에 연구 결과가 실용화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정부가 민감한 정보를 암호화하는 데 사용하는 암호화 기술도 수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불과 28세인 바르가바는 이미 이 분야의 많은 지도자들에게 감명을 주었다. 그의 박사 학위 지도 교수이자 수세기 동안 수수께끼로 알려졌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증명으로 잘 알려진 앤드류 와일즈는 바르가바의 논문이 그가 20여 년 동안 보아 온 것들 중 가장 뛰어난 것들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작년에 취득한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바르가바는 전설적인 19세기 독일 수학자 칼 프리드리히 가우스의 일부 연구를 확장했는데 가우스의 연구는 현대 대수 이론의 토대를 이루고 있다.

최근에 바르가바는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이론을 멋지게 증명해 보였다. 1770년 18세기 최고의 수학자였던 조셉 루이스 레그레인지는 모든 양의 정수가 네 수의 제곱의 합으로 표시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10=12+12+22+22이고, 30=12+22+32+42 이 그것이다. 1916년 독학을 한 인도의 신동 아이양거 스리니바사 라마누잔은 이와 같이 양수를 만들어내는 다른 공식을 54개나 발견했는데 이를 ‘2차형식’이라 부른다. 1993년 프린스턴 대학의 윌리엄 쉬니버거와 존 콘웨이는 2차형식으로 1부터 15까지의 양의 정수 15개를 생성할 수 있으면 모든 양수를 이 공식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 그러나 바르가바는 이보다 간단할 뿐만 아니라 적용 범위도 확장되어 어떤 종류의 정수 그룹에도 적용될 수 있는 증명을 발견하였다. 복잡하게 들리겠지만 바르가바는 “수학은 미를 다루는 학문”이라며 수와 모양, 그리고 수학의 다른 대상물들 사이의 감춰진 관계를 밝혀내는 일에 관해 말한다. 그가 이런 수학적 미에 골몰하기 위해 자주 찾는 곳은 고등연구소내 연못 근처의 숲속인데, 이곳은 아인슈타인이나 존 내쉬 같은 대가들이 사색하려 자주 찾던 곳이기도 하다. 숲으로 뒤덮인 바로 그곳에서 그는 수학 분야 선배들의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

6.안젤라 벨처
“공장을 짓기보다는 바이러스에게 일을 시키자”

오랜 시간 동안 항공공학 엔지니어들은 새들로부터, 로봇 디자이너들은 곤충들로부터 교훈을 얻으려고 노력해 왔다. 하지만 현재 과학자들은 동물들의 흉내를 내는 기계를 만들기보다는 생물체를 조절한 기계 제작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더 작고 빠른 전자제품을 만들기 위해 이들은 오랫동안 미세 수준의 구조 제작에 비밀을 간직해 온 자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 분야의 개척자인 안젤라 벨처는 반도체 재료와 초미세 바이오센서, 컴퓨터 스크린용 액정 구조물들이나 DNA 저장 장치를 배양할 수 있는 바이러스를 개발해냈다. 벨처는 굴과 관계 있는 연체동물인 전복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전복은 한때 껍질이 없어서 대양에 점차 축적되는 유해한 칼슘으로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되었다. 전복은 이런 위협을 멋지게 극복했다. 수백만 년에 걸쳐 전복들은 칼슘을 몸 바깥쪽으로 내보내는 단백질을 생성해, 이것을 보호용 껍질로 만들었다.

최근 텍사스 대학에서 MIT의 조교수로 자리를 옮긴 벨처는 전복의 껍질 형성 과정을 가속화했다. 그런 다음 복제 속도가 더 빠르고 형태는 더 단순한 생명체인 바이러스로 눈을 돌렸다. 그녀는 DNA 조작을 통해 바이러스의 진화 과정을 촉진시킨 다음, 반도체 재료인 인화인듐 같은 대량의 신물질에 노출시켰다. 곧 복제된 바이러스들이 이 물질을 실어 나르며 벨처가 핀셋으로 떼어낼 만큼 단단한 구조를 형성했다. 바이러스의 복제 속도 덕분에 몸 표면에 새로운 물질을 생성하는 바이러스로 진화시키는 데 단 3주 밖에 걸리지 않았다.

벨처는 이 바이러스들이 첨단 공학 시설들에서 배양된 것보다 더 강하고 작으면서도 보다 복잡한 물질들을 생성해 낼뿐만 아니라 오염도 발생하지 않고 동물들에 피해를 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35세인 벨처는 4년마다 새로운 분야를 배워왔다. 처음엔 생화학으로 시작해, 화학을 배우고 전기공학을 배운 다음 현재는 이 모든 분야 지식을 생물학과 접목시키고 있다. 그런데다 한 세대의 과학자들이 전혀 새로운 분야를 연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세기에는 고체 물리학이 컴퓨터와 마이크로전자공학 세계를 혁신시킨 반면, 안젤라 벨처는 분자생물학을 이용해 세상을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MIT의 생물공학자인 더글러스 루펜버거는 평가했다.

7. 데이비드 와그너
차세대 사이버 보안기술의 프런티어

28세의 와그너는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를 가지고 놀면서 법이라고는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지만 거액의 돈이나 국가 안보와 관련된 정보를 지키는 소프트웨어에 보안상의 허점이 있는지 찾아내는 연구를 해오는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암호를 깬 적이 있다. 대학 동료인 알레스 아이켄은 “데이비드는 대단한 과학자로 이론 수학에 조예가 깊으면서 동시에 탁월한 해커이기도 한데, 바로 그런 점에서 그는 상당히 특이한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와그너가 찾아낸 보안상의 허점은 마치 풍토병 같은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정말 형편없어요. 버그 투성이거든요”. 이런 유감스런 상태가 된 것은 대부분 소프트웨어의 기본 틀이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 거의 바뀐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정보를 전자식으로 교환하는 사람들이 과학자들뿐이었기 때문에 보안은 그렇게 큰 문제가 안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90만 건 이상의 상거래가 매일 웹상에서 발생한다.

대부분의 인터넷 업체들은 수신되는 고객들의 신용카드 번호를 엄청나게 큰 수를 소인수분해 하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 정보를 완벽하게 숨기는 방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일단 주문이 승인되면 카드 번호가 대개 암호화되지 않은 채 회사의 시스템에 저장된다. 이 기업망을 뚫는 건 직원의 간단한 패스워드를 추측하는 것만큼이나 쉽다.
하지만 와그너가 가장 우려하는 건 사이버 테러의 가능성이다.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순수한 온라인상에서의 행위가 아니라 전통적인 테러 공격을 강화하기 위해 해킹으로 할 수 있는 행위인 것이다. “만약 사이버 테러로 외부와의 연결이 두절된 지역에서 폭탄이 터지면서 핸드폰망과 911 시스템이 함께 단절되면 사망자 수가 더욱 늘어나면서 공포가 훨씬 더 널리 퍼지게 될 겁니다”. 와그너는 정부의 최근 연구 결과 사이버테러범들이 이런 능력을 갖추고 있음이 밝혀졌다고 지적한다. “상황이 좀 더 악화된 후에야 호전되기 시작할 겁니다. 사고가 몇 건 더 터진 후에야 보안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지도 모르죠”.

와그너는 대부분 베일 뒤에서 활동하며 정부 기관이나 소프트웨어 회사에 디지털 핸드폰이나 무선 네트웍 제작 방법, 암호화 기준 설정, 차세대 인터넷 프로토콜을 보다 안전하게 만드는 법에 관해 자문을 해준다. 끔찍한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한다. “제겐 이 일이 세상에서 최고의 직업이죠. 가끔씩 저 자신이 강둑에 난 구멍에 손가락을 끼우고 있는 네덜란드 꼬마 같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요”.

8.리디아 카브라키
로봇은 계속 변화하는 인간 세계에서 어떻게 움직이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그리스의 작은 크레테 섬에서 어린 학생이었던 리디아 카브라키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어하는 욕구가 생긴 것은 부모들 덕분이었다. 이들은 카브라키가 단순히 기계적으로 생각하는 걸 원치 않았다. 그녀의 부모는 “기술은 가능한 한 최상의 방법으로 인간에게 봉사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카브라키가 어릴 적부터 컴퓨터를 접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항공업계에 종사했기 때문. 18세에 그녀는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심장부에 있는 스탠포드대 대학원 시절 그녀는 단순한 이론과 코딩 지식을 넘어 인간과 컴퓨터가 공존할 수 있는 세계를 내다보았다. 컴퓨터 자체는 감성이 없고 비개성적이었다. 고정관념하고는 거리가 먼 괴짜 그리스 컴퓨터 과학자였던 카브라키는 고대 현인들의 말을 인용하면서 끊임없는 변화의 성격에 관한 헤라클리투스의 사상을 존경한다. 카브라키는 “저는 물리적 세계와의 상호작용을 좋아합니다. 기하학이 좋거든요.

실제적인 걸 좋아하죠”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녀는 실용적인 과제에 도전했다. 그녀는 로봇이 돌아다니도록 프로그래밍하는 방법에 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 문제는 꽤 까다로웠다. 예를 들어 어떤 로봇을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시키려 하는데 이 로봇에 10개의 이동 부위가 있다고 하자. 이 부위들을 이용해 계단을 올라가거나 모서리에서 돌게 하는 등 조합가능한 이동 방법 수는 너무나 많아서 고성능 컴퓨터라도 최적의 해결책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카브라키의 해결책은 로봇이 취할 수 있는 동작을 무작위로 선택해 로봇이 움직이는 동안 여러 단계에서 로봇의 움직임들을 촬영해 일종의 도로 지도에 가능한 한 효과적으로 이 사진들을 연결하는 것이었다. 컴퓨터는 가능한 모든 조합을 검색하지 않기 때문에 때로는 최상의 방법을 놓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빠르고 안정적인데, 이것은 로봇이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데 중요하다. 카브라키의 연구 내용은 빠르게 교과서에 수록되었다. 한편 제너럴 모터스를 비롯한 몇몇 주요 기업들에서는 그녀의 연구결과를 산업에 적용하는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조립라인에 투입할 보다 똑똑한 로봇의 제작은 카브라키에게 있어선 단지 수단에 불과할 뿐이다. 그녀는 “저는 노인들이 침대에서 안전하게 나오도록 돕거나 신체장애자들이 돌아다닐 수 있도록 돕는 로봇을 보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현재 35세로 라이스 대학 조교수인 카브라키는 그녀가 개발한 기술이 신약 후보를 더 빨리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 생활의 질을 전반적으로 향상시켜 줄 문제를 연구하고 싶다”고 그녀는 포부를 밝혔다.

9.아자데 타바자데
그녀의 연구가 오존파괴 논쟁을 종식시칸다.

10여 년 전 아자데 타바자데는 인간의 행동이 오존층을 파괴하는 주범이 아니라는 주장을 뒤집는 데 일조했다. 비평가와 시사해설자들은 화산 분출을 비롯한 자연 현상들이 주요 원인이고 에어컨이나 냉장고의 냉매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타바자데는 화산염이 성층권의 오존에 도달하기 전에 빗물에 묻어 지구로 떨어진다는 걸 보여주었다. 반면 사염화탄소는 물에 녹지 않고 분산되지 않은 채 떠다니면서 오존층의 자외선 여과 성능을 감소시킨다.

그녀의 연구는 1996년 획기적인 사염화탄소 생산 금지령의 길을 닦는 데 일조했다. 37세인 타바자데는 늘 권위에 도전해왔다. 이란에서 자란 그녀는 여성에 대한 억압 때문에 과학 연구를 계속하지 못할까봐 우려했다. 17세에 그녀는 부모 허락 하에 이란을 탈출했다. 후에 UCLA에서 화학을 공부하던 그녀는 대기 과학을 선택했다. “지구에 살면서 공기보다 중요한 것은 없기 때문이죠”. 현재 캘리포니아 모펫 필드의 NASA 아메스 연구 센터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는 타바자데는 극지방 상공 16km 이상의 높이에서 떠다니는 진주빛 성층운이 오존층을 파괴하는 화학 반응의 발원지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

그후 그녀는 과학자들 중 처음으로 오존층 파괴와 지구온난화 사이의 연관성을 시사했다. 타바자데는 오존층의 구멍이 왜 매년 북극이 아니라 남극에만 형성되는지 궁금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북쪽의 대기는 성층운이 피해를 미칠 정도로 오랫동안 차가운 상태로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전한계선은 놀라울 정도로 폭이 좁다. “만약 북극의 온도를 3~4℃ 만 낮추어도 남극과 거의 같은 상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 타바자데는 지구온난화로 이런 균형이 깨질 것이라 보고있다. 온실 가스가 지구 표면은 데워주는 반면, 그 위쪽의 대기권은 냉각시키기 때문이다.

타바자데는 가장 큰 과제가 바로 사람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그녀는 “그러나 사람들은 이러한 것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아요” 라고 말한다. 갈 길이 멀긴 하지만 그녀는 위축되지 않는다. “전 어렸을 때 겪은 경험으로부터 자기가 믿는 것을 위해서는 싸워야 할 때도 있다는 것을 배웠어요. 그리고 대개 진실이 자기편이면 결국은 승리하게 되죠.”

10.라파엘 부소
그에게는 궁금한 점이 있다. “세상이 정말 홀로그래픽 환영에 불과한 것일까?”

라파엘 부소는 가장 복잡한 물리학 원리를 이용해 세상이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복잡하지 않음을 증명한다. 31세의 이 과학자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이론의 제창자들 중 한 명이다. 그가 주창하는 홀로그래픽 원리가 만약 사실이라면 공간과 시간, 정보와 물리 법칙들이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에 대해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게 된다. 이 이론은 극단적인 경우 우리가 살고 있는 3차원 우주가 단순한 환영일 뿐 더 차원이 높은 우주의 그림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고 암시한다.

홀로그래픽 원리라는 이름은 2차원 물체가 마치 깊이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빛의 속임수에서 비롯된 것이다. 신용카드의 홀로그램이 친숙하긴 하지만 다른 홀로그램들은 레이저 광선을 이용해 대상물을 정밀하게 재현한다. 3차원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는 홀로그램 표면에 암호로 저장된다. 1993년 물리학자들은 이 2차원의 마술을 실제 세계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론가들은 한때 3차원 물체를 묘사하는 데 필요한 정보량은 대상이 책이든 블랙홀이든 혹은 우주 자체든 대상물의 부피와 관련이 있다고 가정했었다. 하지만 이제 이들은 모든 정보를 대상물의 표면에 암호화해 저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즉, 필요한 정보의 양이 훨씬 적다는 것이다. 여기서의 ‘정보’는 물질의 기본적인 비트와 이를 관장하는 물리 법칙을 의미한다. 물리학자들은 홀로그래픽 원리가 단 한 종류의 물리 법칙들로 표나 전자, 시공 자체와 같은 모든 것을 묘사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 개발에 도움이 될 단서이기를 바라고 있다. 부소가 한 일은 홀로그래픽 원리가 스스로의 오류에 빠져들지 않도록 한 점이다. 과학자들은 안과 밖의 구분이 없는 한 장의 종이 같은 표면에 얼마나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가능한 모든 해답을 찾아냈다. 곧 캘리포니아 대학에 조교수로 부임하는 부소는 물리학을 통해 수학에서는 절대로 얻을 수 없는 만족감을 얻고 있다.
그에게는 궁금한 점이 있다. “세상이 정말 홀로그래픽 환영에 불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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