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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슬린 버즈가 뉴욕 카지노의 슬롯 머신 앞에 앉은 지 두어 시간도 채 안 됐을 때 대박이 터졌다. 시카고에서 온 이 할머니는 모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자유의 여신상, 코니 아일랜드를 기차로 유람하는 명소 관광 코스를 인테리어에 활용한 한 카지노에서 딸그락거리는 머니휠 4개 중 한곳에 앉아 있었다. 문제가 된 도박 기계는 라스베가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대식 슬롯머신으로 세 개의 회전 릴이 기계 중앙에 있었다. 게임당 걸 수 있는 금액은 25센트부터지만 1달러나 10달러짜리 소액 잭팟이 자주 터지기 때문에 게임을 계속하게 된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는 엄청난 금액의 보너스상이 압권이다. 이 상에 당첨되면 TV 게임쇼에 나오는 회전 원판과 비슷하고 눈높이보다 약간 높게 설치된 전자식 디스플레이에 결과가 표시된다.

어느새 잃은 돈이 200달러가 넘자 버즈는 5달러짜리 토큰을 기계에 넣고 부드럽게 회전 버튼을 눌렀다. 슬롯머신 게임에 빠진 사람들은 이 기계에 달린 핸들을 잡아당기는 법이 거의 없다. 라스베가스에서 몇 백 달러 잃어봤자 버즈에게는 ‘단순한 오락거리’에 불과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대박이 터졌다. 세 개 릴의 기호가 일치했고, 디지털식 행운의 수레바퀴가 회전하면서 당첨을 알렸다. 기계 꼭대기에 400만 달러짜리 잭팟이 터졌다고 표시가 되었다. 버즈는 안경을 잃어버려 금액을 읽을 수 없었지만 뒤에 서 있던 그녀의 남편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일곱 자리야, 일곱 자리라구!” 남편이 외쳤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모습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한 기계에서 400만 달러나 되는 당첨금을 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게 아니고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었던 것이다. 쉴새없이 운용해도 단 한 대의 기계에서 이렇게 큰 당첨금을 지불할 정도의 판돈 수입을 올리는 게 불가능했다.

버즈가 부자가 되고 카지노들이 최근 들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된 것은 미국내 카지노들의 모든 슬롯머신을 연결해주는 새로운 디지털 네트워크 덕분이다. 일례로 행운의 수레바퀴는 미국내 18개 주와 인디언 보호구역 한 곳에 걸쳐 8천대가 넘는 슬롯머신을 네트워크로 연결한 메가잭팟 시스템의 일부인데, 이 기계들 중 절반 가량은 네바다주에 있다. 이 슬롯머신들은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투입되는 동전이나 지폐는 모두 중앙의 컴퓨터에서 합산되는데, 이 컴퓨터들은 때론 도박장으로부터 수백 마일 떨어진 곳에 위치한 경우도 있다. 최대 잭팟은 몇 대씩 그룹화된 슬롯머신들 위쪽에 번쩍이는 숫자로 광고가 되는데 매회 게임마다 각 기계에 동시에 균등한 확률로 할당된다.

이러한 거대한 잭팟을 가능케 한 이면의 네트워크는 현대적인 라스베가스의 핵심이다. 이곳은 이미 망이 잘 갖춰져 있으면서도 추가로 더 많은 정보망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어 돈과 이익, 범죄와 오락이 마주치는 교차 지점으로서 디지털 기술을 도입할 최적지가 되었다. 테러 방지용 시스템보다 더 많은 시험을 통해 효과가 입증된 감시 시스템들이 사기꾼이나 해커, 위조 지폐범들에 관한 생체특성 자료를 추적하고 교환한다. 소프트웨어는 고객의 슬롯머신 이용도를 모니터하고 보상한다.

장비 회사들은 디지털 네트워크화된 블랙잭 같은 것들을 고안해 낸다. 광고판과 간판들은 서로 연결된 채 원격지의 감시자가 관리하는데, 기계에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수리 기술자들이 달려온다. 그런데다 향후 몇 년 동안 라스베가스의 기술 의존도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문득 이 ‘죄악의 도시’가 지상에서 가장 정보망이 잘 갖춰진 도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이상한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미 수많은 개별적인 네트워크들이 이런 식으로 웹을 통해 서로 연결되고 성장하며 확산되고 있으니 말이다. “다시 뵙게 되서 반가워요 스미스씨. 넷 베가스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캐슬린 버즈와 그녀의 남편을 제외하고 400만 달러 지급을 가장 먼저 안 것은 네바다주 리노의 인터내셔널 게임 테크놀러지사(IGT) 본부에서 근무중이던 모니터 요원들이었다. 이 회사는 세계 최대의 게임장치 제조업체로 라스베가스의 메가잭팟 슬롯 머신들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다. IGT는 도박장 수입을 거둬들여 당첨자에게 당첨금을 지급하고, 카지노 업주들에게도 한 몫 떼어준다. 잭팟이 터지는 즉시 IGT의 모니터에는 언제 어느 카지노에 있는 어떤 기계에서 당첨이 됐고 당첨금이 얼마인지 표시된다.

게임장에서는 방금 IGT로부터 전화를 받은 직원들이 급히 달려와 당첨된 기계로의 접근을 차단한다. 축하 메시지가 전부가 아니었다. 모든 잭팟은 확인이 필요했다. “우리는 당첨자가 너무 흥분하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IGT의 홍보 책임자인 코니 폭스는 말한다. 그녀는 이 지역 신문 1면에 메가잭팟 당첨자를 싣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잭팟에 당첨된 예비 백만장자에게 음료수가 제공되었다. 한편 IGT의 지역별 ‘잭팟 처리 대리인’ 중 한 명이 당첨자용 세트를 가지고 호텔에 도착했는데, 이 세트에는 전시용으로 크게 만든 은행 지급명령서와 진짜 수표, 법률 문서들과 세금 서류들이 들어 있었다. 그녀와 이 극적인 현장에 함께 온 기술자는 30분 동안 잭팟이 터진 기계를 열어 진단을 해 보았다. 최종적으로 당첨 사실 확인 작업이 끝나면 IGT의 본부에서는 기술자들이 누적식 상금을 기본값인 100만 달러로 재조정해 놓는다. 다음번 메가 잭팟은 10일 정도 지나야 터지게 된다. 승률은 시시각각 변하지만 평균 당첨 확률은 캘리포니아주 복권과 같은 1,500만분의 1이라고 폭스는 말한다.

‘넷 베가스’(Net Vegas)가 구상된 건 1980년대 초였다. 서로 망으로 연결된 슬롯 머신들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처음으로 기계식 장치들이 전자식으로 교체되었는데 마치 팩맨이 등장하면서 오락실에서 핀볼 기계가 밀려난 것과 같았다. 이렇게 되자 기존의 회전식 슬롯 머신 릴을 없애고 이를 비디오 화면으로 보여주려는 시도가 잇따랐다. 하지만 이런 시도도 처음엔 순탄치만은 않았다. 전쟁터를 제외하고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시험과정이 도박장보다 까다로운 곳은 없을 것이다. “게임기는 도박장에 설치되는 순간부터 수익을 내야 한다”고 IGT의 연구개발 이사인 빌 웰즈는 말한다. 릴이 없는 슬롯 머신은 이상하게 보여 게임하는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했다.
한편 웰스와 그의 팀은 네트워크화된 최초의 잭팟들을 개발해냈다.

하지만 비디오 시스템에 대한 사용자들의 거부감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 50cm 짜리 표준 릴에는 네트워크화된 멀티플레이에 필요한 확률을 확보할 만큼 충분한 기호를 넣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각 릴에 넣을 수 있는 스톱의 수가 너무 적었던 것이다. “회전릴 서너 개로는 수백만 분의 1에 해당하는 확률이 나올 수 없다”고 웰스는 말한다. 그래서 릴 5개짜리로 시험해 보았더니 확률 생성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사용자들이 복잡하게 느꼈다.

그러던 중 인지 텔네스라는 이론 수학자에게서 해결책이 나왔다. 1984년 IBM을 그만두고 리노의 밸리사로 옮긴 이 노르웨이 과학자는 난수 발생을 이용해 릴의 멈춤 위치를 결정하는 전자식 게임 장치에 대한 특허를 획득했다. 텔네스는 자신이 고안해 낸 기발한 방법에 대해 무덤덤한 어조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게임장치가 클수록 승률과 당첨금이 작다고 생각한다. 게임기의 덩치가 크고 릴이 많이 달려 있으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실제 당첨금 지급 확률보다도 게임기의 작동 여부에 더 신경을 쓰게 되기 때문에 도박 기계를 만들 때는 실제보다 당첨 확률이 더 높아 보이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확률 게임이 성립될 수 있는 합법적 범위 내에서 말이다”.

그의 마지막 말은 넷 베가스의 행동규범이 되었다. 슬롯 머신, 카드 게임, 스포츠 베팅과 빙고 게임을 비롯한 모든 게임에 텔네스식 솔루션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진행중이다. 즉, 외관상 복잡해 보이지 않도록 하면서 당첨 확률을 줄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당첨 상금이 엄청나게 증가해 고객들의 배팅 금액이 높아진다. 도박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몇 천 달러를 따려고 한 번에 10달러를 거는 것과 확률은 훨씬 적더라도 수백만 달러의 상금을 위해 수백 달러를 한 번에 거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IGT사가 사들여 다른 제조업체들에게 라이센스를 준 텔네스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스톱 지점이 많은 릴 1개 짜리 가상 슬롯 머신을 사용해 기존 기계식 슬롯 머신 릴들의 제한적인 조합수를 조절한다. 마이크로프로세서로 구동되는 가상 릴의 정지 지점은 난수 발생기에 의해 결정된다. 가상 릴의 많은 스톱 지점과 기계식 릴의 적은 스톱 지점간의 관계는 공식에 의해 미리 결정되어 있어서 ‘아슬아슬한 낙첨’이 자주 발생되도록 한다.

다시 말해 도박을 하는 사람은 구형의 기계식 회전 릴과 비슷한 것을 들여다보며 3대의 난수 발생기와 겨루고 있는 셈이다. 완전 디지털화된 슬롯 머신들도 때로는 이렇게 회전하는 릴의 효과를 모방하기도 한다.
텔네스의 발명으로 넷베가스가 출현하게 되었다. 전자식 승률 장치와 할리우드 스퀘어로부터 프랭크 시내트라의 곡에 이르기까지 온갖 특징을 갖춘 기계식 슬롯 머신들끼리 연결되자 곧 이어 카지노들끼리도 연결이 되면서 수백만 달러의 당첨금 지급이 가능해졌다. 이런 당첨금 덕에 오늘날 라스베가스는 한층 더 발전하게 되었다. 네트워크화된 슬롯 머신들이 등장하기 전인 1974년 라스베가스에는 2만 4,500대의 슬롯머신들이 있어서 호텔룸 4개당 기계 3대 꼴이었는데 작년에는 호텔룸이 13만 6천개에 슬롯 머신 수는 15만 8천대였다. 더구나 요즈음의 슬롯 머신들은 가동률이 훨씬 높아 25년 전에 비해 방 1개당 수익이 6배나 더 많다. 실제로 2001년에는 48억 달러를 벌어들여 라스베가스시 총 도박 수입의 거의 3분의 2를 차지했다(1974년에는 27%에도 못 미쳤다) .

새로 탈바꿈한 베가스에 이렇게 현금이 쏟아져 들어오자 무장강도로부터 해커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도둑들이 이 도시를 ‘노다지’로 보게 되었다. “진짜 범죄자들을 좇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29년의 수사 경력을 가지고 있는 라스베가스 경찰국의 스티브 프랭크스는 말한다. 경찰관 생활 초기에 마약거래자들을 좇던 그는 현재 이곳에서 금융 범죄 단속반에 소속되어 있다. “이 친구들은 주도면밀해요. 완벽하게 일을 해치우거든요. ‘뛰어난’ 사람들이예요”

라스베가스 게임 관리 협회 소속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로널드 데일 해리스는 슬롯 머신 속임수 방지 소프트웨어 작성에 있어서 단연 으뜸이다. 해리스는 프로그램에 몰래 소프트웨어 스위치를 프로그램해 넣었는데, 이 스위치는 동전들을 미리 정해진 순서대로 넣으면 작동되면서 현금 잭팟이 터지도록 한다. 30대가 넘는 기계들을 개조한 후 해리스와 공범들은 한 바퀴 돌면서 수십만 달러를 딴 채 유유히 도박장을 걸어나갔다. 하지만 해리스는 공범 한 명이 애틀랜틱 시에서 케노 게임을 조작하려다 덜미가 잡혔다. 잡힌 공범은 그동안의 사실을 자백해 다른 공범들이 검거되었다. 1998년 해리스에게는 7년형이 선고되었다.

해리스가 유죄 판결을 받은 뒤에도 모방 범죄는 끊이지 않았다. 인터넷에는 슬롯 머신을 조작해 큰돈을 따거나 돈을 넣지 않아도 넣은 것으로 기계가 인식하게 해 준다는 장비들 광고가 수두룩하다. 최근에는 사기꾼들이 휴대용 일정관리기의 적외선 포트를 이용해 적외선 기술로 작동되는 동전 배출구를 계속 열려 있도록 해 정상적인 경우보다 더 많은 돈이 빠져 나오도록 한다.



팀을 이룬 사기꾼들이 블랙잭 테이블에서 첨단 장비를 갖추고 완벽하게 손발을 맞춰 속이는 최신 사기 수법도 있다. 먼저 한 명이 자켓 소매에 꿰매어 감춘 소형 카메라로 테이블에서의 상황을 사진으로 전송하면 도박장 밖에 주차하고 있는 공범자가 랩탑 컴퓨터의 확률 예측 소프트웨어로 카드 순서를 돌려본다. 그런 다음 결과로 나온 승률을 카지노 안의 세 번째 사기꾼이나 다른 여러 공범들에게 전송하는데 이들은 호출기형 시계를 차고 있다가 이를 확인한다. 이 모든 과정이 몇 초만에 이루어져 때로는 이런 불법행위가 상당한 효과를 보기도 한다. 뉴프론티어 카지노의 감시 책임자인 마이클 톰슨은 “이들은 정말 솜씨 좋게 일을 해낸다”고 말한다.

이같은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카지노들은 서둘러 은밀하게 넷베가스를 구축했다. 그리드 형으로 설치된 첨단 도청장치를 통해 라스베가스의 대형 호텔 내부와 주변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들을 모니터한다. 이 카지노에서는 여러 가지 시스템들을 사용하지만 감시 체계는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수백 대의 카메라가 비디오 녹화기들과 소프트웨어에 연결되어 고객의 신체적 특징들을 미심쩍은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 전과기록이 담긴 공동 데이터 베이스와 대조하는데, 모든 작업은 눈에 띄지 않는 통제실에서 이루어진다.

가장 정교한 운용 시스템은 벨라지오에 설치된 시스템일 것이다. 비교적 최근에 생긴 이 카지노에서는 매달 수천만 달러를 이탈리아식 영업장과 레스토랑, 상점들에 뿌린다. 1,900대의 카메라에 잡힌 영상들이 100여 대의 비디오 화면에 잡히면서 한 번에 25가지의 서로 다른 화면을 제공한다. 카메라 감시를 통해 책임자들은 호텔내 거의 전 지역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일일이 체크할 수 있다(객실에는 감시카메라가 없지만 공중휴게실에는 감시카메라가 있다). 벨라지오의 차로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들은 출입 차량들을 800m까지 추적할 수 있으며 850여 대의 비디오 녹화기들이 차량 출입을 기록한다. 보통 3~10명의 감시 전문가들이 비디오 스크린을 모니터한다. 이 호텔의 감시 책임자인 팻 피셔는 “수상한 행동을 찾아내기 위해 무심코 주고받는 바디 랭귀지까지 조사한다”고 말한다.

감시받는 행위는 정상적으로 도박하는 사람을 너무 가까이에서 가린다든가 슬롯 머신들이 늘어선 곳을 의도적으로 오르내리는 행위, 그리고 사막 도시에 안 어울리는 두툼한 재킷을 입은 경우 등이 있다.

일단 감시 직원들이 요주의 인물을 포착하면 먼저 신원을 확인한 후, 얼굴을 스캔해 범죄 혐의자 데이터와 대조한다. 이런 기술은 공항과 공공 건물들에서 이용되는데 정확도가 비교적 고르지 못하긴 했지만 넷 베가스 보안에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네바다주의 많은 카지노들에 장비를 공급하는 메사추세츠 주 리틀톤 소재 비시지 테크놀러지 사의 바이오메트리카 사업부문 부장인 밥 슈미츠는 “중요한 건 데이터 베이스의 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5년 전 최초의 얼굴 인식 프로그램들이 게임 운영자들에게 소개되었을 때 슈미츠는 이미 알려져 있는 2,500여 종의 사기 수법과 사기꾼들에 관한 세계 최대 규모의 사진 DB를 쌓아놓았다. 이 DB는 감시정보 네트워크(SIN)라는 이름으로 현재 전세계 160개 카지노에서 공유되고 있다. 어느 토요일 밤 한 카지노에서 포착된 사기꾼은 카메라에 찍힌 디지털 사진이 경고문과 함께 이 네트워크에 올려진다. 카지노 관리자들은 이 DB 공개를 꺼리고 있지만 대부분의 카지노들에서 고액 도박을 즐기는 고객들의 디지털 이미지를 저장해 두었다가 이들이 카지노에 들어올 때 VIP로 대접하는 데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슈미트는 “단골 고객을 못 알아보는 것은 사기꾼을 놓치는 것만큼 당혹스런 일”이라고 말한다. 트로피카나 감시 책임자인 톰 폴맨은 “선명한 사진을 구하는 즉시 이를 고정시켜 놓고 얼굴 지도를 작성한다”며 “카메라로 정확한 이미지를 잡지 못하면 사진 대조시 정밀도가 떨어지지만 얼굴 윤곽이나 특별히 블랙잭만 좋아하는 것과 같은 행동 특성을 기준으로 조사 범위를 좁혀 나갈 수도 있기 때문에 사기꾼을 찾아내는 것은 테러범을 찾아내는 것보다 훨씬 쉽다”고 말했다.

2000년 6월 두 명의 무장강도들이 벨라지오의 현금교환대로 뛰어드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카지노의 감시 시스템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강도 사건 발생 몇 초 전, 비디오 감시 관리자는 총을 든 남자를 포착했을 때 이 관리자는 무전기를 통해 “강도들에게 저항하지 말라”고 카지노의 요원들에게 지시했다. 강도들은 현금과 칩을 닥치는 대로 쓸어 담고 건물 밖으로 뛰어나갔지만 이들은 얼굴이 카메라에 잡힌 점과 출구 방향으로 이동하는 동안 여러 대의 카메라들에 의해 추적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밖으로 나온 강도들은 미니밴에 올라탔는데 이 차의 번호판도 역시 카지노의 비디오 테이프에 녹화되었다. 강도들의 사진과 차량 번호판은 당일 6시 뉴스에 방송되었고 이 강도들은 3일 후에 체포되었다.

한편 넷 베가스의 거의 모든 게임들이 슬롯 머신 방식을 앞다투어 모방하고 있다. 일례로 네트워크화된 슬롯 머신 같은 빙고 게임들은 스테이션 카지노들에서 볼 수 있는데, 평범한 도박장 10개가 모여 있는 이곳은 국내 도박꾼들에게 인기가 높다. 대부분의 스테이션 카지노 빙고 게임룸들에는 PC 모양의 단말기들이 갖춰져 있어 사람들이 동시에 여러 가지 게임들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인쇄된 빙고 카드를 만질 필요가 없다. 하지만 가장 큰 짜릿함을 맛볼 수 있는 건 점보 게임이다. 스테이션 카지노들 곳곳에 흩어져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이 각자 있는 장소에서 참여할 수 있는 이 온라인 빙고 게임은 컴퓨터 모니터들을 통해 방송된다.

빙고 게임에 적용된 누적식 당첨금 지급 방식 때문에 최고 상금은 10만 달러가 넘는다. 과거 방식을 과감히 청산한 카지노들은 전통적인 테이블 게임들조차도 디지털 방식으로 바꾸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뉴멕시코주의 산 후앙 푸에블로에 있는 오케이 카지노는 카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디지털 21과 슬롯잭 장치를 시험중이다. 실제로 ‘딜러’가 버튼을 누르면 1인당 1개씩 배정된 각 모니터와 머리 위의 스크린에 카드들이 나타난다. 카드가 필요 없는 이 게임 시스템을 발명한 워싱톤 스포케인 소재 디지딜 사의 부사장 래리 마틴은 올해 말까지 면허를 갖춘 네바다주의 에이전시를 확보할 계획이다. 카지노들이 이런 게임을 선호하는 것은 수학적 실수와 사기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덱(deck)의 위치를 표시해 외우거나 딜러와 플레이어가 짜고 속이는 일은 현대화된 기계식 카드 분류기를 사용하는 상황에서도 카지노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화면에 뜨는 카드를 소매에 감추기는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다면 딜러들이 모두 해고될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테이블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인간적인 상호작용을 원한다. 이는 슬롯 머신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기계식 릴을 늘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디지딜사의 디지털 카드 게임 유통업체였던 PDS 게이밍의 영업 전무 출신인 빌 오하라는 “카드 호스트는 덧셈이나 카드 섞기, 규칙 숙지가 필요 없어질 것”이라며 “카드 호스트는 고객들을 즐겁게 해 주기만 하면 될 것이기 때문에 속이거나 실수를 할 일이 없다”고 말한다. 딜러는 승패를 가르는 연산이 회로 속에서 처리되는 동안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도대체 이런 심심한 디지털 방식의 게임을 뭐가 재미있다고 하러 갈까?

이유는 사람들이 네트워크화된 슬롯 머신 게임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디지털 카드 시스템은 네트워크 슬롯 머신처럼 추가 배팅이나 보너스상, 그리고 누적식 잭팟 같은 부가적 장치 때문에 확산될 수 있다. 전자식 21게임은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일부 카지노들이 공개한 바에 따르면 게임을 하는 고객 수가 시간당 75%나 증가하기도 한다.

넷 베가스의 다음 단계는 이곳의 네트워크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다. 현재 슬롯 머신과 디지털 카드 게임기는 연결되어 있지 않다. 감시 시스템과 빙고 게임기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카지노의 보안 시스템들만이 비로소 상호교신을 시작했을 뿐이다. 하지만 인터넷 덕분에 이미 카지노들에서는 서로 떨어져 있는 데이터뱅크와 감시 시스템들을 연결할 수 있어서 오락의 도시인 라스베가스는 더욱 확장될 것이다. 넷 베가스는 완전히 통합될 경우 네바다 사막을 넘어 일반 가정에까지 퍼지게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로스앤젤레스의 가정에서도 온라인 게임을 하며 일정 수준의 승률을 올릴 수 있게 된다.

게임을 후원하는 호텔에서 갑자기 3일간의 호텔 무료 이용권을 제공하게 되면 누구나 그곳에서 몇 가지 쇼를 보고 나서 계속 그 사이트를 찾게 된다. ‘종신 계산서’인 이러한 시스템은 곧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네바다 주는 최근 온라인 도박을 합법화했고 아직까지는 연방법에 의해 금지되고 있지만 MGM, 힐튼, 스테이션의 세 카지노들에서는 이미 웹사이트용 ‘플레이’ 버전을 준비중이다.

라스베가스는 도시가 들어설 수 없는 곳에 생겨난 도시로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통계적으로 절대 불가능한 부를 약속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라스베가스가 연명해 가는 잔인한 효율성을 기억해야만 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외부 편집자인 댄 코펠은 을 집필했으며 현재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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