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립해양대기국(NOAA)이 소유한 최첨단 수위도 연구선인 레이니에(Rainier)호에 오른 조사팀은 알래스카 외곽의 해로를 항해하고 있었다. 이 선박은 1968년 싱글빔 소나를 이용해 3만 3천 평방 해리에 대한 해도(海圖)를 만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싱글빔 소나는 대략 해저 지세의 10% 정도를 잡아낼 수 있다. 그러나 4년 전 이를 멀티빔 소나로 향상시키면서, 이제 레이니에호는 전 해저 지형을 100% 커버할 수 있게 되었다.
레이니에호의 작업이 완수되면 분지와 틈새, 봉우리, 웅덩이 빙하 평원 등 해저 지형의 모든 세세한 정보를 담은 고품질의 지도가 주어지게 된다.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경신된 해도는 없는데 상업 목적의 해상 교통은 늘고 있고, 알래스카 해안지대의 지질학적 위험성도 상존하고 있어 자칫 대형 해양 사고가 우려되었기 때문이다.
특이한 점은 1964년 있었던 굿프라이데이(Good Friday)지진에 대한 증거자료다. 오래 전부터 지질학자들은 리히터 지진계로 9.2를 가리킨 이 지진으로 생긴 해일이 시워드에서 발데즈에 이르기까지 모든 해안 도시를 덮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융기의 정확한 위치와 규모는 지금까지 수수께끼였다. 조사팀이 탄 론치가 엘링턴 아일랜드 근해의 파도를 헤치는 동안, 멀티빔 소나는 해저를 초당 13회씩 부채 모양의 음파로 가리키며, 메아리가 배로 되돌아오는 시간을 수심으로 환산하고 있었다.
8시간의 작업 끝에 레이니에호로 돌아온 조사팀은 그 동안 모은 자료를 깨끗이 하기 위해 컴퓨터 본체로 옮겼다. 그러자 소프트웨어가 배의 움직임과 소리의 속도, 물의 농도와 염도를 보정했다. 이어 얻어진 3차원 수심측량 지형 모델을 보니, 근처에 있는 데인저 아일랜드 쪽으로 확장되면서 색이 변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로써 1964년에 발생한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 지진에 대한 최초의 직접적 증거가 탄생했다. 물리학자인 데이브 신슨이 손가락으로 바다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마 저 선을 따라 90m 남짓한 융기가 생겼을 겁니다. 얼마나 많은 인류의 역사가 바다 속에 묻혀 있나를 생각하면 놀랍기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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