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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이기주의와 착각

인간이 이기주의적 동물임은 새삼 논할 필요가 없겠으나 요즈음 우리의 학생들은 과거보다 훨씬 이기적임을 자주 경험한다. 한 예로, 방학 때 여러 학생들이 지난 학기 자기 성적은 잘못 평가되거나, 내가(교수가) 잘못 입력했으니 고쳐달라는 것이다. 자기는 내 과목에 최대한의 성의와 노력을 기울였고, 시험도 매우 잘 보았으니 당연히 A라는 것이다.

사실상 이런 학생의 대부분은 C를 받기도 과분한데 자신의 주제를 파악치 못해서 그런 것이다. 해결방법은 간단하다. 연구실로 불러 그 학기 수강생 전원의 답안지와 리포트를 내놓고 본인이 직접 채점해보라고 한다. 물론 대다수의 학생들은 그제서라도 자기 수준을 반성하게 되어 다행이다.

그 동안 다른 학생들은 어느 수준인지, 심지어 자기와 단짝이던 친구는 어떤지, 즉 옆 사람의 존재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이 살아왔고, 자기 자신만을 스스로 높이 평가해왔음을 인식했으니 다행인 것이다. 개중에는 아직도 성적을 고쳐 달랜다. 장학생이 되고 싶은데 점수가 모자란다고 떼를 쓰는 것이다. 심한 경우는 배울 자격이 없으니 스스로 퇴학하라는 호통으로 끝날 수밖에... 그래도 요즈음의 학생들은 네티즌세대인 덕분에 거국적으로 합동 응원도, 추모행사도, 선거도 잘 치루었으니 이제는 주변이 없는 나만의 세상이 아님을 깨닫게 될 것 같아 참으로 다행이다.

구세대일수록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주인은 바로 우리 인간이라 믿는데 이것 역시 이기주의에서 나온 발상일 것이다. 물론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우수한 두뇌를 가졌고, 그 덕분에 산업혁명을 일으킬 줄 알았고, 급기야는 지구환경조차 개조해가며 인간만을 위한 물질들을 생산해왔다. 뿐만 아니라 미생물로부터 수많은 고등생물까지 통제함으로써 많은 질병에서 탈출했고, 다른 생물들의 서식처를 탈취했다.

그 결과 오직 인간만이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수많은 대형동물들이 멸종됐다. 현재까지 인간이 찾아낸 공식적인 생물의 종 수는 대략 140만 종인데 그중 인류라는 단 한 종이 이런 일들을 해냈다. 그러고 보니 인간은 참으로 유능한 동물이고, 권력면에서는 지구의 주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인간은 과연 진정으로 생물계를, 자연계를, 그리고 우주까지 점령하고 지배하는가?

우리의 자연계, 즉 생태계란 지구를 구성하는 물질들이 생물의 육체와 무생물의 공간 사이를 순환함으로써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 많아진다는 것은 지구 구성물질이 인간의 몸뚱이에 편중됨을 의미하며, 이러한 편중은 곧 순환의 중단을 의미한다. 생태계의 순환이 중단된다면 인간의 순환도, 존재도 불가능함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지구는 근세에 와서 물질계의 순환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인간이 저질은 환경파괴의 덕분에 과다량의 탄산가스가 대기층으로 옮겨졌고, 오존층은 구멍이 뚫렸다. 비록 환경이 변해도 그 변화 속도에 맞추어 인간 자신의 체질을 개조할 수 있다면 인류의 장래는 아직도 희망적일 것이다. 다시 말해서, 현재 진행중인 지구의 온난화 속도에 맞추어 여러분의 체질을 변질시킬 수 있다면 여러분의 후손들은 멸망하지 않고 연속될 것이다. 하지만 나 자신은 체질을 바꾸지 못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태어날 나의 후세들은 바뀌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즉, 나와는 다른 체질의 인간일 수 있는가? 만일, 그것이 가능하다면 몇 년 후일까?



인간의 체질 개선은 환경의 변화속도를 결코 따라 잡을 수 없다. 하지만 곤충은 인류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변할 수 있고, 능률적으로 생존할 수도 있다. 이들은 양적 및 구조적 특징, 생활방식 등이 우리와는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흔히 보잘 것 없이 작고 알은 많이 낳는데 일생은 짧으니 하찮은 미물, 아니면 불쌍한 동물이라 생각한다. 이 생각 역시 자기자만에 빠진 것이다. 지면관계로 인간과 곤충과의 구체적인 차이점을 모두 다룰 수 없기에 우선 그들의 생활사에 관해 약간만 검토해본다.

동물의 일생은 각 종별로 성장기(생식전기), 생식기, 노년기(생식후기)의 3 시대로 나뉘는데 각 시대별 기간은 종에 따라 크게 다르고, 모습이나 생활방법도 개구리나 곤충처럼 시대에 따라 바뀌는 종류도 많다. 하지만 인간은 모습이나 생활에 큰 차이가 없고, 시대별 기간은 최근까지 전 생애의 1/3씩으로써 대략 20년 내외였었다. 하지만 근대에 와서 생식기간은 줄이려 하고, 후기는 전 인생의 절반을 넘으면서도 이것이 부족해 더 오래 오래 살고싶어 한다. 반면에 곤충은 그의 생애중 전기는 매우 기나 생식기는 대체로 짧고, 후기는 사실상 없다. 전기인 애벌레시대는 그 개체가 완전히 자라 알을 낳을 때까지 필요한 영양분, 즉 일생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축적하는 기간이다.

다음의 번데기시대는 애벌레와 성충의 중간단계로써 성충에게 필요한 생식기관, 이동기관 따위의 구조적, 생리적 변화가 진행되는 기간이다. 결국, 성충은 에너지 섭취와는 무관하고 오로지 자손의 번식과 그 자손들의 새로운 삶터를 찾기 위한 분산(分散)의 의무만 가진 시대다. 다시 말해서 곤충은 성장과 기능을 단계별로 분업화시킨 동물이며, 이렇게 분업화한 까닭에 에너지 축적 기간은 매우 길다.

그러나 생식이 끝난 성충은 더 이상 생존해야 할 의무가 없으니 긴 수명은 의미조차 없고, 생존에너지를 얻기 위해 또 다시 투쟁할 필요도 없다. 실례로 지난 9월호에 썼던 매미의 생애가 그렇고, 하루살이는 더 심해서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 물 속에서 자랐으나 성충이 되면 입이 퇴화되고 없으니 이들의 수명은 시간단위로 따져야한다. 물론 곤충중에는 성충이 된 후에도 계속 먹이를 먹어야 하는 종 또한 많고, 여러 해를 사는 종들도 적지 않으나 이들에 대한 해설은 지면관계로 보류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그리고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은 곤충의 이러한 생애가 인간에 비해 얼마나 탁월한지를 생각해보자. 짧은 일생은 상대적으로 빠른 세대교체를, 빠른 교체는 변형(변질)된 유전자의 출현 가능성이 그 만큼 높음을 의미한다. 아마도 변형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개체는 대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고, 특히 기존의 환경에서는 살아 남기조차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개중에는 새로운 환경에 더 잘 적응하는 변형이 태어날 수도 있다. 이런 변형개체는 자신의 부모와는 이미 다른 유전자와 다른 생활방식을 가진 것이며, 따라서 부모종과는 분리된 신종이 되는 것이고, 많은 신종의 탄생은 다양한 환경을 그만큼 더 점령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일년에도 여러 번, 또한 다산하는 곤충에서의 신종 출현확률은 30년만에 2명 정도의 1세대를 갖는 인간에 비해 수학적으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높다. 곤충의 생존자료를 좀 더 구체적으로, 그리고 역사적, 양적, 크기를 비롯한 구조적 특성까지 분석해본다면 여러분은 곤충이 인류보다 훨씬 유리한 생존조건을 가졌고, 따라서 육상환경의 주인은 인류가 아니라 곤충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성신여대 생물학과 김진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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