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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상황의 아슬아슬한 구조술

오리(duck; 구조실습용 마네킹)를 구출하는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인명구조 수영요원의 은어로 오리가 아닌 진짜 사람이고, 깃털 없는 생물에게 알래스카 남부 해안의 물이 너무 차가울 경우 사실 그렇다. 그런데도 필자는 이를 무릅쓰고 바로 그곳에서 귀를 찢는 굉음을 내는 해안경비대 HH-60J 제이호크(Jayhawk) 헬리콥터 아래 9 m 지점의 구조용 바구니에 매달려 있었다. 정예 인명구조팀은 아래 6 m 지점에 있었다. 물속에 잠수하자 누군가 묻는 소리가 들렸다. “괜찮아요?” “그런 것 같아요”라고 대답해 주었다. 그 정도가 120 노트의 헬리콥터 회전날개 소리 사이로 낼 수 있었던 소리의 전부였다.

미 해안경비대 인명구조 수영요원 프로그램은 1984년에 시작된 이래, 미국과 푸에르토리코 전역의 25개 비행장에서 거의 300명의 구조요원이 활약할 만큼 성장했다. 대개 구조요원들은 생과 사의 기로에 선 난파 선원들에겐 유일한 희망이다. 지금 서있는 알래스카 주 싯카(Sitka)에서는 구조요원들이 오지 마을의 환자들을 구조하고, 알래스카의 광대한 남동 군도에서 길 잃은 사냥꾼들을 구출하는 책임까지 맡고 있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직업이며, 해상구조와 절벽구조과 같은 전문 훈련을 통해서만 그들은 살아남을 수 있다.

바다에서 생명을 구조하기 전에, 구조 수영요원들은 노스캐롤라이나주 엘리자베스시에 위치한 항공 기술 훈련 센터에서 4개월간의 혹독한 훈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학생들은 헬리콥터 점프를 모의 훈련하고, 구조 기술을 실습하며, 조명탄에서부터 구명 보트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다루고 관리하는 법을 배운다. 학생 중 50 %만 졸업을 하며, 매월 시험-팔굽혀 펴기 50회, 윗몸 일으키기 60회, 턱걸이 5회, 457m 수영, 4회의 23 m 잠수, 동료 구출 모의시험 등-을 통해 항공 서바이벌 전문가(Aviation Survival Technicians : ASTs) 자격증을 따야 졸업할 수 있다. 그리고, 알래스카에서는 2급 응급구조사(EMT 2) 자격증도 취득해야 한다. 즉 환자에게 관을 삽입하고 정맥주사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한다. 상승한계는 낮고, 시계는 나쁘며, 바람은 거센 산악 지형의 극한 기후 속에서 헬리콥터로 오지의 부상자를 구출하는 작업이 연간 140건의 임무 중 절반을 차지하는 싯카 비행장에서 이는 유용한 기술이다. “보통, 우리는 민간 비행기가 운항할 수 없는 심한 폭풍우에만 호출을 받습니다” AST 2급자인 제이슨 셸린은 말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도 비행을 합니다.”

줄잡아 말하면, 필자가 1980년대 중반에 USCGC 스토리스(지금은 여왕 함대로 알려진 61년 된 연안 감시선)에 승선한 인명구조 요원이었던 때와 비교해서 상황은 달라졌다. 우리는 멜빵과 밧줄이 달린 네오프렌(neoprene) 구명조끼만을 입었었다. 현재의 드라이 수트는 예전의 물이 줄줄 새는 구식 “고무재질” 수트에 비하면 모하비 사막만큼 건조하다. 트리사(Trisar) 멜빵-인명구조 수영요원들이 기중기 케이블에 자신의 몸을 묶기 위해 사용하는 것-은 예전에는 2개의 별도 멜빵과 부양 장치를 필요로 했던 작업을 하나로 해결한다. 장비 목록에 있는 다른 현대식 설비들에는 유니든(Uniden) HH 940 방수 라디오, 야간용 안경, 한 손으로 선을 절단하는데 특히 유용한 맞춤 나이프가 있다.

브라우닝(Browning)은 수월한 것인 양 구조작업을 수행했지만, 싯카의 480 km 작전구역내 대부분의 구조작업은 훨씬 더 복잡하고 위험하다. 한 세트의 첨단 기술 장비가 헬리콥터 승무원들, 즉 조종사 2인, 비행 정비사 1인, 구조 수영요원들의 활동을 지원한다. 이 첨단 장비들은 야간 탐색용 야간시야확보 항공전자장치, 날씨 및 수면 탐지기, 전방 적외선 센서, GPS, 관성 항법 시스템, 초강력 야간 조명등(Nightsun) 등을 포함한다. 이 나이트썬 탐조등은 도장에 물집이 생기지 않도록 항상 헬리콥터와 다른 방향을 향해 있어야 한다. 해안경비대측은 그 스위치를 누르지도 못하게 할 게 분명했다. 대신, 우리는 헬리콥터 기수에 있는 2개의 작은 서치라이트에 의존한다.



헬리콥터의 후미에는 생존 및 구조 장비가 갖추어져 있으며, 여기에는 보트, 분당 946ℓ의 물을 가라앉는 보트에서 퍼낼 수 있는 탈수 펌프도 포함되어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의료 도구 세트로, 척추교정판, 접을 수 있는 들 것, 슈퍼 D 산소병, 약품을 포함한 외상치료 상자 배낭, IV와 삽입관, 고급 응급치료 도구, 자동 세동(細動) 제거기가 부착된 라이프팩(Lifepack) 다기능 탐지기 등이 있다. 한마디로, 앰뷸런스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다. “나는 헬리콥터 후미에서 병원의 응급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보았습니다.” 제이호크 조종사 칼 발디세리는 말한다. “호전적인 생존자와 다투는 것에서부터 구조 수영요원들이 심장병 환자 앞에 두 발을 벌리고 서서 심폐소생술을 수행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말이죠.” 눈에 띄는 임무가 하나씩 있기 마련인데, 셸린(Schelin)의 경우, 거친 코스로 악명 높은 채텀(Chatham) 해협에 발이 묶인 선원의 조난 신호에서 임무가 시작되었다. 그 선원이 탄 보트의 엔진은 펀터(Funter)만으로 가는 중에 멈추어 버렸고, 40 노트의 바람과 2 m의 물결이 그를 들쭉날쭉한 바위 절벽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셸린은 헬리콥터로 보트 바로 위에서 맴돌면서 그 작은 보트가 부서지기 몇 초 전에 그를 안전한 곳으로 끌어올렸다.

시나리오에는 구조자가 피구조자와 함께 혹은 단독으로 뒤쳐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발데사리는 “구조요원 한 사람을 배치한다는 것은 적어도 3 명의 인간 기중기가 필요하게 됩니다. 수영요원을 배치하고, 생존자를 끌어올리고, 다시 요원들이 돌아오는데 말입니다”라고 설명한다. 상황이 나빠지면, 비행 정비사가 수영요원에게 구명보트를 던진다. 보트 구명조끼, 회전등, 비상 위치 표시기를 갖추면 준비는 완벽해진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면 미치지요. 하지만, 우리는 어떤 경우든 살아남는 훈련을 받았습니다”라고 셸린은 말한다. 구조 수영요원들은 무리하다고 생각되는 임무는 거절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그 정도로 극한 상황이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경우다. 발데사리는 “우리는 우리가 구조한 사람들 수를 일일이 세는 것을 그만두었죠”라고 너스레를 떨며, “그런 점에서 수영요원들은 분명히 영웅입니다”라고 말한다.

절벽 구조 기술도 필자가 근무하던 때보다 훨씬 발전했다. 몇 시간의 넓은 바다 훈련- 이 훈련에서 구조요원들은 공중에 맴도는 헬리콥터로부터 여러 차례 뛰어내려 필자를 구하기 위해 50 m의 바다를 가로질러 온다-을 마친 뒤, 우리 일행은 오스카(Oscar)로 알려진 조난 당한 마네킹을 구조하기 위해 근처 절벽으로 운항한다. AST 3급인 마이클 브라우닝이 첫 번째로 시도한다. 우리에게 날아 오라고 신호를 보내기 전에 손과 발을 바위 표면에 묶는데, 이렇게 하여 편안하게 절벽에 달라붙는다. 이제 천천히 오스카에게 다가가 그를 이중 멜빵으로 묶는다. 둘 다 끌어올려져 헬리콥터에 탑승한다. 임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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