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 한가운데서 마약을 재배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쉬쉬” 할 것이다. 하지만 칼슨의 농장에서 재배하는 약품이 불법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사실 이 2에이커의 밭에서 재배된 것은 처방용 약품 원료로 쓰기 위해 특별히 유전자 조작된 옥수수였다.
맛이 좋아지도록 유전자 조작된 토마토나 제초제에 대한 저항력을 개선한 유전자 조작 콩과 같은 가공 식품들이 야채가게에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유전자 변형(GM: Genetically Modified) 식품을 반대하는 논쟁은 공론화됐다. 하지만 현재 미국에서는 유전자 변형 식품에 관한 논쟁이 거의 끝난 상태다.
FDA가 제품에 유전자 변형 농작물이 포함됐는지의 여부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라벨을 부착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렸고, 이미 미국의 슈퍼마켓에 진열된 가공 식품들 중 70%는 유전자 변형 재료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농업계나 정부 관리들 사이에서 일반 대중들에게 이들이 먹는 유전자 변형 식품들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알려야 하는지에 관한 논쟁은 아직 분분하다. 이 와중에 과학자들은 보다 강력하고, 일부 과학자들의 말대로 더욱 위험한 식물들을 조용히 개발하고 있었다. 의약용 농작물(pharmaceutical crop)이라는 이 식물들은 약품과 백신, 산업용 화학제품을 대량 생산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에 필자가 칼슨의 흰 픽업 트럭 조수석에 앉아 바라보니 그의 약용 식물 재배지는 지난 12월 네브래스카의 여느 옥수수 밭처럼 광활하게 펼쳐진 하늘 아래 작년에 재배한 옥수수 그루터기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의 옥수수 밭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칼슨의 옥수수 밭과 같은 장소들은 기존 방식보다 저렴하고, 빠르며 안전한 방법으로 제품을 생산해 냄으로써 의약품계를 혁신하고 수 십억 달러 규모의 산업을 형성하는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포진이나 간염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 치료용의 약용식물 추출 약품과 백신들에 대한 임상실험이 시작했다. 그리고 식물에서 재배된 맞춤형 암 백신들로 환자의 종양 유형에 최적화된 치료법이 가능해져 부작용이 심각한 기존의 화학요법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칼슨의 농장에 도착하기 한 달 전에 발생한 사건을 통해 약용 농작물이 사소한 실수로 인해 얼마나 쉽게 일반 식품에 첨가될 수 있는 지가 드러나면서 또 한 차례의 유전자 변형 식품에 관한 논쟁이 일게 되었다.
인체 내의 일꾼이라고 할 수 있는 단백질은 음식을 소화시키는 효소와 성장과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 그리고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와 싸우는 항체 역할을 한다. 류마티스성 관절염 치료제인 엔브렐 같은 단백질 의약품은 대부분 단백질을 생성하는 인체 유전자를 배양된 햄스터 세포에 주입해 만들어지는데, 이 세포들은 수천 m의 배관과 자동화된 모니터링 장비를 갖춘 대형 강철 통 안에서 배양된다. 복잡한 기계장비와 까다로운 정부의 승인 절차 때문에 이런 시설을 가동시키려면 4억 달러의 예산과 5~7년의 가동 기간이 소요된다.
약용 농작물 재배시 과학자들은 배양하고자 하는 단백질 유전자를 분리시킨 다음 미세한 금 구슬에 부착해 유전자총(gene gun)이라는 장비로 발육중인 옥수수 줄기에 쏘아 넣는다. 유전자 변형된 이 신품종 농작물들이 자라면서 새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진 단백질이 풍부한 옥수수가 생산된다. 약용 재배농들이 이 옥수수를 수확해 가면 과학자들은 대형 원심분리기와 여과장치를 이용해 약용성 단백질들을 추출해 낸다.
옥수수가 약용 농작물 재배에 가장 널리 쓰이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토마토나 상추, 담배 같은 식물들을 이용한 재배 방식도 이와 유사하다. 자연산 약용 식물 재배는 방법이 간단하고 계량이 용이해 수익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수백만 달러만 들이면 200에이커의 밭에서 제약회사가 공장에서 연간 수억 달러를 들여야 제조해 낼 수 있는 양의 단백질 생산이 가능하다. 칼슨 같은 약용농작물 재배농이 생산을 늘리고 싶을 때 추가로 수백만 달러를 들여 장비를 구입할 필요도 없다. 재배 면적만 늘리면 되기 때문이다.
약용제품들 중 시판되는 건 아직 없지만 머지않아 판매가 시작될 것이다. 커트 칼슨의 밭에서 약용재배를 하는 프로디젠이라는 회사는 인슐린 생성에 사용되는 옥수수 변형 효소와 초기 임상 실험을 거친 다른 약품들의 판매를 시작했다. 캘리포니아 바카빌의 라지 스케일 바이올로지사도 담배 변형 암 백신을 판매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담배를 이용하여 환자의 암 조직에서 단백질을 배양해 악성림프종 환자용 맞춤형 백신을 제조하고 있다.
이 단백질들은 다시 환자에게 주입되어 인체에서 암세포를 외부 침입자로 인식, 이를 파괴하도록 한다. 이렇게 맞춤화된 약품은 세포 배양을 통한 종양 단백질 재배로 이와 유사한 백신들을 만들어오던 의료계 연구원들에게는 오랫동안 꿈에 불과했었다. 높은 비용과 낮은 생산성 때문에 맞춤화 노력이 제대로 성공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조직 배양으로 암 백신 세포를 생산해 내는 데 12개월 동안 1만 달러가 소요되지만 라지 스케일 바이올로지사는 훨씬 적은 비용으로 담배 줄기를 이용해 6주내에 백신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 12월 미국 혈액학회지에 실린 초기 임상 실험 결과에 따르면 이런 치료법은 안전하고 효과적임이 밝혀졌다.
현재 임상실험 중이거나 곧 실험에 들어갈 유전자 변형 약품과 백신들로는 낭포성 섬유증과 췌장관련 질병, 포진치료용 옥수수 변형 약품과 콜레라, 홍역 및 기타 질병 치료용 백신이 있다. 애리조나 주립대학 식물 생물학 교수로 최초의 식물추출형 백신을 개발한 찰스 안트젠은 40에이커 정도의 토마토 재배만으로도 중국의 신생아 모두에게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의 B형 간염 백신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더구나 약용식물의 활용 가능성은 약품과 백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프로디젠 옥수수에서는 의학진단 키트용 치킨 단백질과 생물학적 표백제, 그리고 설탕보다 2천배나 더 단 인공감미료가 추출된다. “식물로 만들 수 있는 단백질은 무궁무진합니다”라고 세인트루이스의 도널드 댄포스 식물 과학 센터를 운영하는 식물 분자 생물학자인 로저 비치는 말한다.
2002년 여름이 끝날 무렵 USDA(미 농무부) 검사관들은 커트 칼슨의 네브래스카 농장에서 수 km 떨어진 밭을 조사했는데 이곳에서는 또 다른 농부가 돼지의 설사병 유발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백신을 제조하기 위해 가공된 프로디젠 옥수수를 밭 일부에서 시험 재배 중이었다. 이 농부는 1년 전 프로디젠 옥수수를 재배한 후 다음 해에는 채식용 버거와 이동용 유아식 원료로 사용되는 강낭콩을 심었다. 감시 도중 검사관들은 심은 적도 없는 설사 방지 옥수수들이 강낭콩들 가운데에서 자라는 걸 발견했다. 약용 옥수수가 식료품에 첨가될까 우려한 미 농무부는 농부와 프로디젠사에 즉각 이 식물들을 폐기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이 지시는 이행되지 않았고 작년 10월초 이 농부는 강낭콩을 수확해 지역 곡물 저장소인 오로라 협동조합으로 보내 선적되기 전까지 쌓아두었다. 검사관들이 강낭콩 밭에 돌아와 저절로 자란 옥수수들이 강낭콩과 뒤섞인 것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약용 옥수수 잎과 줄기들로 인해 수십 곳의 농장에서 수확된 160만 리터의 강낭콩이 오염된 뒤였다. 이 정도면 트랙터 트레일러로 550대 분량이 넘는 양이었다. 협동조합에서 강낭콩을 식물성 오일과 두유 및 기타 제품 제조업자들에게 보내기 전에 검사관들은 오염된 오로라 강낭콩들에 대한 검역을 실시했다. 이 뉴스가 전 세계에 알려지자 분노한 비판론자들이 프로디젠사의 부주의와 미 농무부의 느슨한 감시를 질타했다.
지난 12월 필자는 오로라 협동조합의 매니저인 할랜 샤퍼와 함께 자갈밭에 서 있었는데 샤퍼는 16층 건물 높이의 낡고 흰 곡물 저장고를 가리켰다. 그곳은 이 협동조합에서 선적 전에 곡물을 저장해 두는 저장고들 중 하나였다. 각진 턱에 머리카락 숱이 적고 웃을 때면 입이 비뚤어지는 43세의 샤퍼는 저장고에 걸쳐진 철제 사다리를 가리킨다. “여기 오르면 온 세상을 다 볼 수 있죠”라고 그가 말했다. 2002년 11월 19일 그린피스 단원 두 명이 사다리를 타고 30m를 올라가 대형 현수막을 계단 난간에 매달았다. 다음날 전 세계 신문들에 실린 이 현수막의 사진에는 빨간 대형 주사기가 흑백 옥수수 속대에 꽂혀 있고 다음과 같은 또렷한 메시지로 장식되어 있었다. “당신이 먹는 약물 재배 음식입니다.”
우리가 요즈음 먹고 있는 GM(유전자변형) 식품은 대부분 식물이나 박테리아로부터 추출된 특정 유전자로 가공되어 인체내에서 흡수할 수 있도록 특별히 제조되고 실험된 것들이다. 반면 약용 농작물은 인간이나 동물의 유전자를 농작물에 주입해 만들어진다. 이 농작물들은 체내 흡수 안전성 시험을 한 번도 거치지 않았다. 사람이 먹기 위해 재배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로라 강낭콩 사태가 보여주듯 약용 농작물 재배에는 이점도 있지만 그와 더불어 언젠가는 일반 식품에 포함될 위험도 존재한다.
옥수수의 경우엔 특히 더 위험하다. 강낭콩과 다른 농작물들의 경우 자가수정을 하지만 옥수수는 상호 교배를 하는 데다 꽃가루가 멀리까지 날아가 ‘잡종교배’를 할 수도 있다. 이런 잡종교배 때문에 옥수수는 약용 재배시 “가장 골칫거리가 되는 농작물”이라고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식물 생태학자인 앨리슨 스노우는 말한다. “옥수수는 100% 통제할 수가 없어요”라고 스노우는 말한다. “애당초 불가능한 얘기죠.” 꽃가루는 통제할 수 있다고 해도 네브래스카의 커트 칼슨 농장 주변에서의 경우처럼 옥수수 씨앗은 원하지 않는 곳에서 싹을 틔울 수도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새와 사슴, 강이나 강풍으로 씨앗이 옮겨질 수도 있고 농부의 신발에 묻어 밭에 옮겨 심어지는 경우도 있다. 잡종교배를 하지 않는 강낭콩 같은 농작물들이나 담배 같은 비식용 작물은 이런 위험성이 상당히 적기 때문에 라지 스케일 바이올로지사에서는 임파종 백신 생산에 이 농작물들을 이용한다. 하지만 옥수수가 여전히 가장 일반적인 약용 농작물로 애호되고 있는 이유는 대체로 다른 식물들에 비해 훨씬 많은 단백질을 생산해 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과 환경단체들이 규제를 요구하고 나서자 전 세계의 실험실 연구원들은 의약품용 유전자 확산을 막는 새로운 방법들을 실험하고 있다. 자원자들이 밭고랑을 모두 밟고 지나가게 하거나 쉬운 일은 아니지만 꽃가루를 생성하는 수술을 모든 옥수수에서 제거해 옥수수밭 전체를 불모지로 만들 수 있다. 의약품용 옥수수를 자체 개발중인 몬산토사가 지원한 최근의 한 연구에서 미주리 대학 농업 경제학자인 진 스티븐스는 약품용으로 노란 옥수수를, 식용으로는 흰 옥수수를 사용했다.
그는 90% 정도 불모화된 노란 옥수수 재배지로부터 꽃가루가 흰 옥수수에게로 퍼져 나가는지 시험해 보려고 했다. 흰 옥수수 재배지로부터 연방정부 규정상의 400m보다 훨씬 가까운 270m 떨어진 곳에서 재배된 흰 옥수수에서는 흰 옥수수 알 150개당 노란 옥수수 알이 1개도 채 안 나왔다.
옥수수 개량 연구원들은 꽃가루를 날리지 않는 불임성 수컷이란 옥수수를 만들어냈다. 다른 연구원들은 이종 유전자를 식물의 엽록체 부분에 주입하는데, 이 부분은 잡종교배시에 전이되지 않는다. 미 농무부의 요구로 칼슨은 밭 주위로 번식력이 없는 옥수수를 심은 다음 그 바깥에는 목초와 400m에 걸친 강낭콩을 심어 약용 옥수수가 인근의 옥수수 밭으로 퍼져 나가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그린피스나 지구 보호대, 그리고 여러 주의 공익조사 단체들은 약용 옥수수가 언젠가는 인접한 옥수수들을 오염시켜 아침 식사용 콘플레이크에까지 오염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린피스와 지구 보호대는 약용 농작물 재배를 온실내로 국한시키거나 완전히 폐지하라고 요구해왔다. 인간의 안전을 위한 유전자 변형식품 실험을 지지해온 식료품업계는 약용 농작물 재배를 비식용 작물로 제한하고 식료품에 농산물에서 추출한 약품이나 백신이 ‘절대로 첨가되지 않도록’ 원하고 있다. 업계간 교류단체인 생명과학 산업협회도 오하이오주에서 네브래스카에 이르는 콘벨트(Corn Belt)에서의 약용 옥수수 재배 금지를 요구했다가 콘벨트 지역 출신 정치가들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주장하며 압력을 가하자 주춤해졌다.
하지만 약용 농작물 재배 주창자들은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전반적으로 과장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이론상 이질적인 단백질이 잘못해 혈액 속에 들어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위와 소장에서 분비되는 효소에 의해 이 약용 단백질이 인체에 무해한 조각들로 분해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식물 생물학자인 안트젠은 약용 농작물에 의한 오염으로 인한 위험성을 소행성과 충돌할 위험에 비유한다. “과학적으로 보면 소행성들이 우주를 떠돌아다니고 있고 이들 중 하나가 제가 있는 이 건물에 날아와 부딪칠 가능성이 있죠. 하지만 전 그렇다고 비명을 지르며 안전한 장소를 찾아 돌아다니지는 않습니다.”
약용 농작물이 오로라 강낭콩 저장고를 오염시킨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후 단단하고 넓은 어깨를 한 프로디젠사 CEO 토니 라오스는 의자에 등을 기댄 채 깊게 패인 눈으로 필자를 바라보면서 약용 작물 재배의 미래에 대해 자신 있게 예측을 했다. 그는 5년 후 프로디젠사가 옥수수에서 추출된 HIV 백신을 판매하게 될 거라고 주장했는데, 의약계에서는 아직 발견도 못한 최고의 백신을 두고 이런 예측을 한 것은 대단한 일이다.
10년 후에는 약용 식물 추출 약품이 현재 3,64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전체 제약 시장의 20%를 차지할 거라고 라오스는 말한다. 하지만 필자가 구체적 질문을 하기 시작하자 라오스는 신중한 자세로 바뀌었다. 그 지역에서 프로디젠사 약용 농작물을 재배하는 사람을 좀 만날 수 있을까. 그는 단호하게 “안 된다”고 딱 잘라 대답한다. “오염된 강낭콩을 재배한 게 누굽니까?”라고 묻자 그는 “얘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농장 위치는 어디죠?” “네브래스카요.”
약용 농작물 재배 반대론자들이 화를 내는 것은 바로 이런 식의 비밀스런 태도 때문이다. 그것도 약용 작물 재배농들 뿐만 아니라 감시 기관들 사이에서도 쉬쉬하기 때문이다. 미 농무부는 오로라 사건 이후 프로디젠사의 비밀 사업 정보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면서 약용 작물 재배 옹호론자들이 어떤 식물을 어디에 심었고, 약용 작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알고 있다고 주장했을 때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다. 미 농무부의 대변인 짐 로저스는 프로디젠사를 두고 “규제가 확실하게 이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정당화했다. 약용 옥수수가 식품류에 섞여 들어가기 전에 프로디젠사가 적발해 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경험상으로 보면 현재의 미 농무부 시스템으로는 농작물 오염을 한 건도 적발해내지 못할 것이다. 2000년에는 스타링크(Starlink)라는 테스트도 안 거친 살충제 추출용 옥수수가 일반 옥수수와 섞이면서 콘칩과 타코 쉘, 그리고 다른 옥수수 제품의 대량 리콜 사태를 유발했다. 이상이 생긴 사람은 없었지만 이 사태로 농부들과 식료품 회사들은 10억 달러의 손해를 보았다. 하지만 약용 농작물 옹호론자들은 멈출 조짐이 없다. 언젠가는 미국의 옥수수 수확량 중 약용 옥수수가 최대 10%까지 차지하게 될 거라고 라오스는 말하지만 다른 업계 전문가들은 그의 추측이 너무 낙관적이라고 반박한다.
역시 라오스의 소유인 한 종자 회사가 배포한 근사한 판촉 브로셔에는 보통 농부들이 어려울 때도 약용 재배농들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이 브로셔의 표지에는 목가적인 농장 풍경이 인쇄되어 있는데, 반짝거리는 초록색 트랙터가 옥수수단으로 넘쳐나는 호퍼 옆에서 한가롭게 털털거리고 있다. 그 위에는 이런 모토가 적혀 있다. “옥수수의 미래는 과학입니다.”
필자가 라오스와 만난 다음날 아침 6시 30분에 픽업 트럭 몇 대가 읍내 북쪽 끝의 오래된 주도로에 있는 켄 모텔 건너편 식당 팬트리의 어둡고 서늘한 공터에 주차해 있었다. 구석에 있는 포미카 테이블에는 중년 사내 일곱 명이 커피를 마시며 조용히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질긴 작업복에 “잡종 씨앗 배급 서클”이라고 적힌 야구모자를 쓰고 있었다. 카운터 위에 잇는 조그만 화이트보드에는 “달걀 두 개와 토스트, 1.99달러”라는 아침 식사 광고가 적혀 있었다.
프로디젠사와 약용 옥수수에 관해 묻자 남자들은 잠시 어색하게 말을 않고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농기계상에서 일하는 켈리를 빼고는 모두들 농부였다. 필자는 프로디젠 사건에 관해 물었다. “사람들은 너무 과장해서 말을 한다니까”라고 한 농부가 말하자 마자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입을 열었다. “옥수수단 한두 개가 강낭콩에 섞인 거야. 씨앗이나 꽃가루가 나오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것들이지. 더구나 잎과 줄기가 콤바인 뒤쪽으로 날아가 버렸을 거야. 설사 그렇게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양곡기에서 걸러졌을 거야. 정부가 어떤지 잘 알잖아요”라고 누군가 말했다.
여종업원이 커피를 다시 채우자 덩치가 가장 큰 켈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기술이 좀 나아지면 약용 옥수수가 꽤 괜찮은 작물이 될 거야. 수익이 좀 좋아지거나 하겠지. 하지만 그러려면 아직 멀었어, 안 그래?” 다른 남자들이 그렇다며 킬킬거리고 웃는 동안 비쩍 마르고 말이 빠른 검정 모자의 사내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이익을 내려면 아직 멀었지.”
지난 12월 6일 라오스는 프로디젠사와 미 농무부간의 협상안에 서명을 했다. 이 협상안에서 그는 보다 강화된 기관의 감독을 받고 25만 달러의 벌금을 내며 오염된 160만 ℓ의 강낭콩을 오로라 협동조합으로부터 300만 달러에 되사들이겠다고 동의했다. 미 농무부는 프로디젠사가 세 곳에서 허용한도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필자는 그중 한 곳이 칼슨 너서리라는 농장임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필자는 팬트리에서 커트 칼슨의 농장까지 찾아가 옥수수밭 가장자리에 있는 구유통 둘레로 소들이 코를 디밀고 돌아다니는 걸 지켜보고 있는데 칼슨이 흰색 픽업 트럭을 타고 나타났다. 자기 집으로 필자를 초대한 그는 자신과 25세의 아들 캐일이 지난 3년간 세 곳의 소규모 시험 재배지와 12에이커짜리 상업용 생산지에서 프로디젠사에 공급할 약용 농작물을 재배해 왔다고 말했다. 프로디젠사는 두 부자에게 이 옥수수가 단백질 생산을 위해 유전자 처리된 것이라고만 말했다.
나중에 트럭에 탄 채 프로디젠 약용 농작물을 재배한 곳을 둘러보면서 칼슨은 프로디젠사 직원 8명이 손으로 옥수수를 따서 용기에 넣어 봉한 뒤 세미트럭에 싣고 자물쇠로 잠근 후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가지만은 분명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염된 강낭콩들이 그의 밭에서 나온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누가 그런 건지 알고 있어요”라며 그는 망설이며 말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곤경에 빠뜨리고 싶진 않아요.”
댐 퍼버는 약용 농작물의 주 재배지인 일리노이주 샴페인 어바나에 살고 있는 과학 자유기고가이자 <사이언스>지 통신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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