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후에 그녀는 용의자 사진들을 훑어보았다. “물론, 그녀는 가장 낯이 익어 보이는 사람을 지목했지요” 라고 페즈덱은 말한다. 그는 그녀가 순찰차에서 본 그 사람이었다. “그리고 경찰은 그녀에게 ‘네, 바로 골랐군요’라고 말했어요.” 검찰이 감정교화훈련을 통해 확실한 목격자를 법정에 세울 거라는 것을 페즈덱은 의심치 않았다. “문제는, ‘저는 전혀 얼굴을 보지 못 했어요’, ‘그 사람인 것 같아요’라고 하다가 ‘네, 확실해요’로 이어지는 그녀의 진술 변화과정을 배심원들이 모른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검찰은 멋진 법정 드라마를 배심원단에게 보여줄 것이다. 사람의 기억은 완성된 비디오테이프와 같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끊임없이 기억을 편집하고 토막 내면서 한 ‘그림’을 다른 그림으로 대체하는데 때로는 외부의 지원을 받는다고 한다. “기억은 창조 활동이죠. 매일 새로 태어납니다” 라고 심리학자인 엘리자베스 로프터스는 말한다. 로프터스는 캘리포니아 대학(Irvine)에 재직 중이며 목격자 증언의 가단성(可鍛性)에 관한 권위자이다. “사람은 마음속에 어떤 사건을 재구성할 때마다 구멍을 채워 넣습니다.”
10년간의 연구를 통해 로프터스 연구진은 거짓 기억을 심어주는 게 얼마나 쉬운 일인지를 밝혀냈다. 이들은 실험을 통해서 목격한 일의 기억과 상상하도록 강요된 일의 기억을 신빙성 있게 구별해 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증명해 보였다. 이런 트릭은 대중에게도 작용한다. 지난 가을 워싱턴 저격사건 직후 대중 환각 현상이 발생한 사실을 법 심리학자들은 담담히 받아들였다. 신경과민에 휩싸인 주민들이 총기를 가득 실은 흰색 밴과 박스트럭을 목격했다고 앞 다투어 신고하는 바람에 FBI 핫라인이 두절되기도 했다. 기억재구성 전문가인 베일러대의 찰스 위버에 따르면, 사람들은 기억의 세세한 부분을 조속한 회신으로 개조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또한, 생생한 기억의 수정작업은 신체감각을 통한 빛바랜 ‘최초 수용’보다도 훨씬 더 강제적이라고 한다.
“결국,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조합해서 고수하려는 것 같아요.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사실을 뒤쫓아 기억을 창조합니다” 라고 위버는 말한다. 또한 위버의 연구결과를 보면,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되풀이 할 때마다 점점 더 확신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한지 몇 주 후에 페즈덱과 위버는 수백 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테러공격 당일에 목격하고 느낀 것에 관해 회상하도록 요구했다. 70% 이상이 첫 번째 비행기가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하는 화면을 보았다고 진술했다. 많은 사람들은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해 분노를 느꼈었다고 기억했다. 사실 첫 번째 비행기에 대한 화면이나 알카에다의 오사마 빈 라덴의 개입사실은 사건 다음날까지도 전혀 보도된 적이 없었다. 정신적인 충격이 큰 사건이 ‘섬광전구 기억(flashbulb memories)’을 자극하여 회로소자에 각인된다는 생각은 접어두자. 우리의 뇌는 다른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충격이 큰 사건을 처리하고 편집한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비디오 재생에 비유를 하는 것은 부적절할 수 있다. 왜냐하면 비디오 재생은 언제든지 불러올 수 있는 실제화면의 목록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사람들은 기억에 대해 이와 같이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머릿속 어딘가에 이런 비디오 테이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죠” 라고 로프터스는 말한다. 사실, 우리는 저장된 정보의 부서진 조각들을 꿰어 맞춘 뒤 공백을 채우는 과정을 통해 기억을 조합한다. 실험대상자에게 낯이 익은 얼굴을 보여주고 그의 뇌파 움직임을 관찰해 보면 로프터스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 낯이 익은 얼굴을 기억하려 할 때 뇌는 단일 저장 장소가 아닌 대뇌피질의 모든 두엽에서 수집된 갖가지 정보를 조합하려 한다. 이 때문에 깜빡이는 북극광 같은 전기 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실제로 대부분의 지각정보가 저장실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섬광에 의해 밤하늘에 나타나는 형상처럼, 눈과 귀에서 수용된 정보들은 대부분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적극적으로 집중하여 수용된 지각정보는 단기 기억장치로 이동하여 15~20초 정도 더 많이 정확한 기억을 할 수 있게 된다. 말(언어)은 장기 저장장치로 이동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런 이유로 사회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은 조금 전에 만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게 된다. 말(언어)의 ‘번역’을 거치지 않아도 입력정보의 조각과 파편은 저장될 수 있다. 하지만, 증언을 위해 이런 조각들을 조합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뇌가 온전한 기억을 탐색해 내지 못하면 차선책을 택하는데 이것이 바로 기억을 만드는 과정이다.
이러한 목격자 증언의 불확실성은 두뇌를 위한 영구전자회로 보조 장치- 실제와 거짓 기억을 구별해 내는 장치-를 개발할 수 있느냐는 문제를 제기한다. 최신 두뇌 스캐닝 데이터는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문제점은 존재한다.
수년 동안, 신경과학자들은 두뇌 깊은 곳에 있는 회백질 덩어리인 해마상 융기에 두피전극과 영상장치를 설치하고 연구를 해왔다. 기억중앙장치로 알려진 이 해마상 융기는 새로운 무언가를 볼 때 혹은 그것의 외양을 기억하려고 할 때 두뇌스캔상에 깜박거렸다. 초기 연구는 정확한 기억이 거짓 기억보다 해마상 융기의 왕성한 활동을 더 많이 야기할 것이라는 희망에 집중되었다. 하지만 주입된 거짓 기억과 실제 기억은 구별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 후 2001년, 하버드대 신경심리학자인 대니엘 쉑터는 두뇌의 해마방회가 실제 기억에 반응하고 거짓 기억에는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비록 아직은 초기단계지만, 거짓 기억탐지기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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