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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se of the covert choppers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적진 내 깊숙이 위치한 도시 외곽. 창 없는 작은 헬리콥터 한대가 아무 소리 없이 30미터 상공에 머물러있다. 기체 밑에 있는 야시 카메라가 착륙할 지역을 훑어 본 뒤 위험 징후가 없음을 확인 한 후 무인헬기는 지상에 안착, 로봇을 내보내고 이륙한 다음 밤의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헬리콥터가 착륙한 공터에 남은 로봇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과일상자 만한 로봇들이 어두운 밤길을 지나 도시로 잠입하는 동안 헬기는 10킬로미터 상공에 머무르며 로봇이 정보국의 특수건물 내에 있는 안전한 장소를 찾을 때까지 망을 본다. 다음 날까지 이 지역에는 쥐새끼 한 마리도 그냥 지나가지 못한다. 로봇은 무인헬리콥터로 사람들의 얼굴, 옷, 차량 번호판 이미지를 보낸다. 그리고 이 정보는 무선라디오와 위성을 거쳐 국내외의 미국 작전사령관에게 전달된다.

이 같은 첩보전, 일명 ‘그림자 전쟁’의 시나리오는 신형 헬기기술이 급속히 발전함에 따라 수년 내 현실이 될지 모른다. 무인비행기는 이미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오사마 빈 라덴과 그 참모들 소유로 보이는 차량처럼 포착하기 어려운 목표물을 추적하거나 공격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무인비행기는 험한 지형에는 착륙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지세가 고르고 활주로가 없는 지형에서는 기존 헬리콥터의 전투력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다. 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진 공군기지로부터 화물을 공수할 만큼 연료가 충분치도 못하고 감시가 필요한 건물 위에서 하루 종일 체공비행하기도 어렵다.

미래의 정보전이나 전투상황으로 미루건대 무인헬리콥터는 필수적이다. 카메라와 센서를 장착한 미래형 헬기는 기술혁명에 한 획을 그어놓을 것이다. 미래형 헬기의 특징은 최고 속도 724킬로미터라는 점 과 30시간 이상 장기 체공한다는 장점이다. 앞에서 묘사한 첩보전 시나리오에서처럼 무인헬기는 정보전달용 외에도 수송용으로 사용되거나 무장 공격용 헬기로 사용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무인헬기는 지상에 배치된 곡사포 같은 위험물을 제거하기 위해 유인헬기에 앞서 비행을 하는 등 일반적으로 다른 항공기와 함께 사용될 것이다. 또한 앞으로 무인비행기 개발과 사용이 성공하면 보다 크게 제작해 지상공격뿐만 아니라 군부대 이송까지 담당하는 신종 비행정으로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세계무역센터와 국방성 테러사건 전에 이미 군 관계자들은 ‘무인전투용 무장헬기’연구개발에 올해 예산 비용으로 1천 3백만 달러를 신청한 바 있다. 최근 군 책임과학자 마이크 앤드류는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 지와의 회견에서 “신형 공격무기시대가 올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군장성들은 이미 연구개발중인 무인헬기 격납고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최초의 신형 무인헬리콥터는 노스롭 그루만의 ‘파이어 스카우트’로 2005년에 선보일 예정인데 조종석이 블랙박스로 대체되었다는 사실이 기존 헬리콥터와 다르다. 다른 신형헬기 두 대의 설계를 보면 일단 디자인보다 엔지니어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것을 볼 수 있다. 헬기 엔지니어들은 전 세계의 항공기를 살펴보면서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래리 버켈바우는 무인헬기를 두고 “헬기유전자와 초고속 고정익 항공기의 유전자를 합친 셈”이라고 설명했다. DARPA는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으로 스텔스기를 개발한 바 있으며 현재 고급무인헬기개발을 총지휘하고 있다.

무인헬기 두 대는 모두 올해 시험비행을 거칠 예정이다. 보잉 ‘카나드 로터/윙’은 일명‘드래곤플라이’라고도 하며 가장 큰 장점이 빠른 속도다. 드래곤플라이는 헬리콥터의 수직이착륙 능력과 제트기의 수평 직진비행 능력을 혼합한 헬기이다. 두 번째는 ‘A160 휴밍버드’로 막강한 파워를 자랑한다. 휴밍버드의 변속 회전익은 기존 헬리콥터의 고정속 회전익에 비해 연료효율성이 훨씬 높다. 연료절감효과를 통해 항속거리를 두 배로 확장할 수 있으며 5∼6배의 비행시간과 함께 회전익에서 발생하는 소음도 눈에 띄게 줄일 수 있다.

휴밍버드의 후버링
휴밍버드의 설계자인 애브 카렘은 상당한 경력을 쌓은 실력자이다. 십여 년 전 카렘은 ‘앰버’라는 소형 무인비행기를 개발했는데 앰버는 다른 비행기들이 이리저리 곤두박질치며 추락할 때 유례 없이 28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비행했다. 앰버에 자극 받아 탄생한 미공군의 무인 정찰기 ‘프레데터’와 CIA의 ‘아이냇’은 현재 아프간 전쟁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엔지니어 카렘의 회사인 프론티어 시스템은 3년 전 휴밍버드를 착안, 특허 출원을 냈으며 휴밍버드는 앰버와 비슷한 항속거리와 내구성을 가지고 있지만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다는 점이 다르다. 해군에서는 소형 함정에서 이륙하고 체공시간이 30∼40시간 가량이라는 휴밍버드의 장점을 살려 정찰기로 사용하려는 한편, 육군은 위성 전송시 지연시간 없이 무선 커뮤니케이션 및 이미지 전달에 휴밍버드가 활약하길 기대하고 있다.

길이 10.7미터의 휴밍버드는 기존 헬기와 겉모습이 별로 다르지 않은데 이는 일종의 눈속임이다. 휴밍버드와 보통 헬기와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로터, 즉 회전익이다. 보통 휴밍버드 크기의 헬리콥터에서 발생하는 450∼500 rpm에 달하는 진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통적인 헬기의 회전익은 일정하게 빠른 속도를 유지하며 회전했다. 그러나 기존 헬기는 속도를 떨어뜨려도 회전익이 필요 이상으로 빠르게 돌기 때문에 상당한 에너지를 낭비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휴밍버드의 변속 회전익은 헬리콥터 속도가 떨어질 때 회전 속도 역시 감소시킴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휴밍버드는 상당히 큰 회전익을 장착한 덕분에 장기 체공 시에도 고도가 떨어지는 일 없이 날개가 150∼350rpm 정도로 저속 회전하게 된다. 따라서 헬기가 단순히 목표물을 감시하고 있는 중이라면 회전익을 저속 회전시킴으로써 필요한 동력을 거의 절반정도로 감소시킬 수 있다. 변속 회전익을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은 이유는 중간속도에서 기체가 심하게 흔들려 자폭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휴밍버드의 엔지니어들은 특히 회전익을 강화함으로써 진동을 최소화해 이런 약점을 보강했다. 상하회전이나 감속 축이 없으며 오로지 속도를 바꾸기 위해 스핀들 위에서 회전할 때만 날개가 움직인다.탄탄한 강철 허브와 마스트가 회전익을 동체에 연결하면 이들은 마치 비행기의 동체와 날개처럼 함께 움직인다. 또한 강한 합성물질인 탄소섬유로 제작한 회전날개를 세 배나 두껍게 했다.

드래곤플라이의 돌진
휴밍버드의 항속거리와 파워가 정찰기 임무에 더할 나위 없이 부합하는 한편, 설계자들은 공격용이나 수송용으로 쓸 수 있는 빠른 헬기를 원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된 것이 길이 5.5미터의 ‘드래곤플라이’. 보잉사에서 제조한 드래곤플라이 헬기의 특성은 헬기방식의 이륙에 빠른 속도 비행이 가능한 것. 급박한 상황에서는 제트기처럼 이륙도 가능하다. 이렇게되면 수직으로 뜰 때보다 더 많은 연료를 싣고 출발해야 하는데 일단 비행하면서 연료를 소모하면 기체는 더욱 가벼워져 결국 헬리콥터처럼 착륙하게 된다.

이런 새로운 형태의 헬기제작에 가장 큰 장애요인은 회전익 비행에서 ‘고정익’ 비행으로의 방식전환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다. 회전익이 속도를 늦추면서 고정익으로 변하는 방식변환의 결정적인 순간에, 헬기가 고도를 잃거나 추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드래곤플라이 개발책임담당자인 스티브 바스는 “가장 큰 문제는 비행 중 회전날개를 작동하거나 정지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일단 풍동에서 실험은 했으나…아직 비행실험은 거치지 않았다”고 실험비행 사실공개를 꺼렸다.

드래곤플라이는 비행방식 전환 문제를 3중 양력면(triple-lifting-surface) 방식으로 설계해 해결했다. 비행기 앞머리방향의 커나드 귀날개, 꼬리 부분의 수평 안정판 그리고 중간지점에 회전날개와 보통날개를 조합한 것이다. 커나드와 큰 수평 안정판이 크기 때문에 헬기모드에서 비행기모드로 비행방식을 전환하는 동안 기체의 전체 무게를 지탱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회전익의 속도 감소나 회전정지가 용이하도록 회전익의 무게도 덜어준다. 이륙 시에는 엔진열풍이 회전익 지주로 올라가고 회전익을 회전시키기 위해 날개 끝을 통해 빠져나간다. 일단 회전익이 멈추고 한 자리에 고정되면 변환밸브가 열풍을 후부노즐로 보내 기체가 앞으로 나가도록 추진한다.

DARPA의 버켈바우에 따르면 ‘은폐’ 역시 드래곤플라이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이다. 기존 헬리콥터에 비해 드래곤플라이는 레이더망을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 왜냐하면 모든 관점에서 볼 때 드래곤플라이의 정지한 회전익 각도가 후퇴각이 있는 커나드와 꼬리날개 각도와 딱 맞아 레이더가 단 한가지 방향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현재 제작 중인 드래곤플라이 두 대는 엄격한 테스트 중에 있다. 올 여름으로 예정돼 있는 아리조나 주 육군 유마시험장에서 치러질 테스트를 비롯해 회전익이 활동적 상태에서 정지상태로 변환하는 동안 헬기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지 여부를 시험하게 된다. 시험비행이 성공적으로 끝나야만 실제 비행용 헬기를 제작하게 된다.

미래형전투기
드래곤플라이와 휴밍버드 헬기가 실험적 측면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군관계자들이 더욱 성능이 개선된 군용헬기에 대한 꿈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펜타곤의 우선 사항은 드래곤플라이나 휴밍버드를 앞에 말한 정찰 로봇의 모함(母艦)으로 삼는 일이다. 지상용 로봇은 비행기보다 목표물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으며 몇 시간 동안 적의 눈에 띄지 않고도 도로나 빌딩을 감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육군의 가장 야심찬 목표는 전투용 무인 무장헬기. 마침내 휴밍버드와 드래곤플라이가 이 목표를 달성해낸다 하더라도 아직은 기존의 구형 무인 헬기만으로 무장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샌디에이고에 있는 군수 도급업체인 사이언스 어플리케이션 인터내셔널은 ‘비질랜티’라는 무인헬기 세 대를 제조하고 있으며 이 중 한대는 무장헬기가 될 것이다. 작년 8월 엔진 시험 비행중 추락사고로 한차례 실패를 경험했음에도 불구, 육군은 오는 2003년 후반기 비질랜티의 원격조정으로 로켓 발사를 시도할 계획이다.
군관계자들은 앞으로 휴밍버드와 드래곤플라이로 이런 희망이 실현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DARPA의 부책임자인 모리쉬는 “무인헬기의 최첨단 항공기술은 DARPA의 생각을 잘 반영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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