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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전성시대 애완용에서 위험지역 작업, 질병 치료까지

‘미래소년 코난’엔 다양한 성격의 캐릭터와 함께 기계들이 등장한다. 지하격납고에서 태양에너지가 부활되기만을 기다린 죽음의 독나방 ‘기간트(우주비행기)’와 평화로운 하이하버를 침략할 때 사용한 전함 ‘건보트’.

그 가운데 우스꽝스런 로봇이 있다. 사람이 올라타고 레버를 이리저리 당기면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던… 난생 처음 올라 탄 코난을 반기기라도 하듯 어색한 춤(?)을 보여주기도 했고 레프카 일당으로부터 도망칠 때 날렵한 주법을 선보여 감탄까지 이끌어 박수를 이끌어 냈던 ‘로보 노이드’.

더러운 쓰레기 더미를 뒤져 플라스틱이나 고철같이 쓸 만한 것들을 찾는 것이 로보노이드의 임무. 곡괭이 질을 해대는 강제 노역인 속에서 두 팔을 앞뒤로 젓는 로보노이드는 단연 눈에 들어왔다.

영화 속에서 사람의 고된 일을 대신해주는 로봇들이 실제 생활에도 등장하고 있다. 그뿐 아니다. 애완 로봇, 도우미 의사 로봇도 속속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힘들고 어려운 일 맡겨주세요.
얼마 전 국내 벤처기업인 로보텍은 로보노이드외 비슷한 로봇을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 이름은 ‘제모스’. 사람이 올라타고 조종하는 제모스는 짐이나 사람을 실어 나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짐꾼 로봇.

다리가 6개가 달려 게를 연상시키는 제모스는 몸집이 크다. 높이가 1m90㎝로 어른 키보다 조금 크고 길이는 3미터 20㎝에 달한다. 무게는 512㎏으로 최고 시속 6㎞로 걸을 수 있다. 전·후진 속도와 회전 각도조절이 모두 가능한 제모스는 동력 125㏄짜리 가솔린엔진에서 얻는다.

제모스의 작동기는 하나. 하지만 여섯 개의 다리를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다. 로보텍은 제모스를 개량, 시승이나 운송·군수·산업·장애인용 로봇을 만들어낼 계획이다.
위험하고 더러운 작업을 대신해주는 로봇도 잇따라 등장했다.

한국원자력연구소가 땅을 파지 않고 망가진 하수관을 고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했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계단이나 울퉁불퉁한 경사면을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위험작업로봇을 만들었다.

하수관 보수 로봇은 망가진 부위를 잘라내는 절삭로봇과 메우는 첨착 로봇으로 구성돼 있으며 CCD카메라를 장착, 원격지에서 조절한다. 위험작업로봇은 지뢰를 탐지·제거하거나 화재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는데 응용할 수 있다.

저를 사랑해 주세요.
이제는 애완견도 로봇 때문에 주인 눈치를 보게 됐다. 소니가 내놓은 로봇강아지 ‘아이보(AIBO)’가 콘테스트까지 벌어질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아이보를 닮았거나 고양이·거북·해파리 등 애완용 로봇이 앞다퉈 나와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소니가 미국에 상륙하자 타이거일렉트로닉스는 아이보 보다 훨씬 저렴한 로봇 강아지인 ‘i-사이비(cybie)’를 내놓았고 일본의 오므론이 로봇 고양이 ‘네코로’를, 반다이도 로봇 고양이를 선보였다.

네코로는 일본말로 고양이라는 뜻. 귀밑과 뒤 등에 센서를 갖춰 요란한 소리와 갑작스런 움직임,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알아듣고 이에 반응하는 것이 특징. 귀를 쫑긋거리거나 눈을 깜빡이기도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다리를 벌리는 등 다양한 동작으로 기분을 표시한다. 인공지능을 갖춰 주인이 어떻게 취급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성향을 갖게 된다.



한국산 아이보도 등장했다. 제너시스정보통신이 내놓은 ‘젠토’. 주인의 말을 알아듣고 재롱을 떨거나 도둑을 막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글을 음성으로 바꿔주는 TTS(Text To Speech)기능이 있어 주인과 의사소통도 가능하다. 인공지능 기능도 갖춰 쓰다듬어 주면 진짜 애완견처럼 좋아한다. 인츠닷컴도 로봇강아지 ‘아이로보’를 판매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애완용은 아니지만 키 35㎝, 무게 2㎏으로 20개의 관절이 있어 사람과 흡사한 동작연출이 가능한 완구 로봇 ‘앤토’(ANTOR)를 개발했다.

특급 가정부 뜬다.
올해 들어 설거지나 청소, 아이들 영어 교육·집지키기 같은 집안일을 해주는 로봇도 대거 등장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개발한 ‘아미’(AMI)와 우리기술의 ‘아이작’ (ISSAC), 삼성전자의 ‘아이꼬마(iCOMAR)’가 특급 가정부를 자처하고 나선 것.
인공지능과 감정을 가진 인간형 로봇 아미는 손으로 물건을 잡거나 장애물을 알아내고 요리조리 피하는 능력이 있다. 음성인식과 음성합성기능을 갖춰 주인의 말을 알아듣고 집안청소를 하기도 한다. 또 가슴에 부착된 액정스크린을 통해 로봇내부의 상태나 기쁨ㆍ슬픔 등 감정표현이 가능하다.

아이꼬마는 키 60㎝, 무게 10㎏에 인공지능까지 갖춰 가족 구성원이 되기에 충분하다. CPU와 센서가 내장돼 있어 스스로 이동할 수 있고 음성인식기능까지 갖췄다. 아이꼬마는 혼자서 집을 지키거나 인터넷을 이용해 원격감시, 동영상 통신이 가능하다.

아이작도 아이꼬마와 비슷한 기능을 갖췄다. 주인의 음성명령에 따라 인터넷을 검색, 기사와 날씨에서 MP3음악까지 들려주고 장애물을 피해 다니거나 집안청소도 할 수 있다.

랭귀지 뱅크가 내놓은 ‘마이 로보컴’은 영어를 가르쳐 준다. 음성인식기술을 적용, 양영어로 대화할 수 있고 모르는 표현을 물어보면 가르쳐주기도 한다. 알아듣는 영어회화 문장만 무려 3,000개. 이들은 아직 혼다의 ‘아시모’처럼 두 다리로 걷지 못한다. 하지만 2족 보행기능이 추가되면 진짜 집안일 도우미로 거듭날 수 있게 된다.

어디가 아프세요?
올해 9월, 미국 뉴욕에 있는 외과전문의가 원격 조종 로봇을 사용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환자의 담낭을 잘라내는 수술을 성공시켰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거리는 무려 7,000㎞. 그 먼 거리에서 수술할 수 있었던 것은 첨단 광통신 기술과 로봇이 가져온 쾌거였다.

혈관을 타고 다니며 아픈 곳을 찾아내거나 복잡한 수술까지 해내는 로봇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일본 도호쿠 대학의 이시야마 가즈니 교수는 혈관을 돌아다닐 수 있는 초소형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종양을 발견하면 그 속을 뚫고 들어가 파괴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국내에서도 의료용 로봇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지능형마이크로시스템개발사업단은 대장 속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내시경 로봇을 개발했다. 몸을 줄였다가 늘여 앞뒤로 이동하는 이 로봇은 머리부분에 소형 카메라를 장착, 내장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도구를 장착하면 치료도 가능하게 된다. KAIST 윤용산 교수는 인공 고관절 수술을 도와주는 미니로봇을 개발했다.
이쯤 되면 가운을 입고 환자와 상담하는 로봇의사를 기대하는 것도 그리 허황되지 않을 것 같다.
서울경제 문병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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