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이화여대 컴퓨터학과 이기호(李基浩·64)교수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재단이 여성과학기술자의 사기진작과 여성인력의 과학기술계진출을 유도하기 위해 작년 새롭게 제정한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진흥부문에 이화여대 컴퓨터학과 이기호 교수가 선정됐다. 이 교수는 여자대학에 남성중심 학문으로 인식됐던 전자계산학과의 신설과 국내 최초로 여성공과대학 설립의 산파역할을 했으며 고급여성인력의 정보화 마인드 고취를 위한 기반을 조성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 상의 영예를 안았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유학생활
지난 67년 여름, 김포공항 출국장. 당시 이기호 교수는 같이 유학길에 나서는 남편을 저만치 뒤로 한 채, 자신이 가장 존경해왔던 송옥형 당시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를 안고 눈물을 흘렸다. 송옥형 교수는 눈물을 흘리는 이 교수에게 “어렵더라도 미국가면 반드시 컴퓨터와 관련한 학문을 전공하라”고 강하게 권했다. ‘컴퓨터’란 말조차 생소하기 짝이 없던 시절, 이 교수는 두려움과 희망이 교차하는 상태에서 비행기에 올랐다.

유학생활은 혹독했다. 이 교수는 하나밖에 없는 책상을 남편에게 내주고 자신은 침대 한 귀퉁이에서 쪼그리고 공부해야 했다. 교수도 헤매는 컴퓨터언어와 매일 밤 싸우다 보면 어느새 한 학기가 가고 어느새 1년이 지났다. 수업과 과제로 하루 2시간 이상 자보지 못한 이기호 교수. 침대 한 귀퉁이는 이 교수의 책과 팔꿈치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다 달아졌다. 이 교수는 쉴 때도 차안에서도 누워서도 항상 머릿속에 플로우 차트를 그릴 정도로 열심히 학업에 열중했다.

국내 최초 여성대학 공과대학장
어렵게 유학시절을 보낸 이 교수가 유학생활에서 강하게 느껴왔던 것은 바로 여성의 ‘능력’. ‘여성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성과학기술 인력의 사회진출 기회의 부족과 여성의 위축감에 부딪혔다. 이 교수는 “출산과 육아 때문에 여성이 느끼는 위축감도 문제였지만 능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진출기회를 갖지 못한 것이 여성과학기술인력이 크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과학기술계 여성인력 양성과 정보화 마인드의 고취에 대한 그녀의 숙원은 이제 서서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과학기술부가 지난 12월 여성과학기술자의 비율을 오는 2005년까지 20%로 올리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를 두고 역차별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기호 교수는 “산업화가 아닌 정보화 시대에 역차별이라는 말이 나와 안타깝다”며 “그러한 주장에도 일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인구의 반이 여성인 현실에서, 잠재능력을 가지고 있는 반쪽의 인력을 과학기술분야에 활용하자는 취지에 역차별주장으로 찬 물을 끼얹는 것은 아직 우리 사회의 기회균등 측면에서 볼 때 이르다”고 말했다.

이기호 교수가 반드시 ‘여성’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연구인력에는 남녀구분이 없다”고 강조한다. 단지 여성참여인력을 남성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것 뿐이다. 인력양성을 위해 대학을 지원하고 남자의 능력과 함께 여자도 능력의 장(場)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정보인협회창립 왕성한 활동
지난 80년 이화여대 전자계산학과를 설립, 96년 세계 최초의 여성공과대학 학장으로 여성공학도 양성에 큰 공로를 기여한 이기호 교수는 지금까지 1,550여명의 여성정보인력을 키워오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35명의 석박사를 직접 배출했으며 현재 6명의 석박사과정 중인 학생들과 전자상거래의 필수기반인 ‘XML기반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연구, 개발중에 있다. 환한 웃음이 마치 어머니같은 포근함을 느끼게 해주는 이기호 교수는 지난 92년 한국여성정보인협회도 창립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교수는 “IT관련기관과 산업체, 연구소, 학계 등에 속해 있는 협회의 1,000여명이 여성들이 더욱 분발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세훈기자 <isurf@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