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서 보듯이 차량내부는 각종 디지털 전자장비들로 꽉 차있다. 컴퓨터 모니터링 시스템은 대시보드에 장착된 항법장치가 대신하고 있으며 작년 서비스를 개시한 위성라디오와 도로에서의 사고시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서비스는 물론, 이메일과 음성을 통한 인터넷접속도 할 수 있다. 대시보드의 각종 버튼과 LED는 편의성과 함께 새롭고 깔끔한 디자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자동차 후드 아래 장착된 유압 및 기계 장치들은 점차 전기식으로 대체되고 누구에게나 구미를 당길만한 차세대 디지털 방식의 제어장치들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지금까지 자동차업체들은 운전자용 조종장치와 디지털 장비들을 통합해 최적화시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조종장치들은 외관이나 느낌상 자연스럽게 설계되어 친숙하게 느껴지고 공연비 설정이나 변속비 선택, 쇽업쇼버 모드설정 등도 모두 컴퓨터가 제어한다.
BMW 7시리즈의 내부에서 가장 특이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운전석 오른쪽에 있는 변속기 레버가 오디오 제품에서나 볼 수 있는 알루미늄 콘트롤러로 대체된 점이다. 이 신형 변속 콘트롤러의 크기는 와이퍼 레버와 비슷하다. 핸들 위와 아래에는 버튼이 두 개씩 각각 달려있어 운전자가 어느 손으로도 자동변속기를 수동모드로도 바꿀 수 있다. 대시보드에는 구형 픽업 트럭이나 스포츠카에서나 볼 수 있는 ‘start’푸시 버튼이 있어 암호화된 키를 꽂고 출발하게 되어있다.
신형 변속 콘트롤러를 언뜻 보면 전혀 변속레버의 역할을 할 것 같지가 않다. 일반적으로 오디오에서 음악의 볼륨을 조절하거나 원하는 주파수를 찾을 때 사용하는 콘트롤러의 모양과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다. 스위치 모양의 이 콘트롤러는 총 6단의 기어변속을 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주행기능의 변속 콘트롤러는 자주 사용되기 때문에 운전자의 편의성을 감안해 핸들과 가까운 곳에 장착하는 것이 좋다. 이와 같이 변속 콘트롤러를 핸들과 가까이 장착하는 차들은 경주용 차에 많이 사용되는 패들형 변속장치에서 나온 것이다.
중앙 콘솔박스에는 변속레버가 없어 공간활용도를 그만큼 높일 수가 있다. ‘iDrive’라고 하는 이 변속 콘트롤러는 세 개의 축으로 작동되며 조이스틱과 같이 자유롭게 움직인다. 데이터 입력을 위해 마우스처럼 클릭을 할 수가 있다. 컴퓨터 마우스를 독특하게 변형한 iDrive는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있는 이머션사가 개발한 것으로 스크린을 보지 않고도 촉감만으로 기아변속상태를 알 수 있다.
대시보드의 스크린에 나와있는 커서는 이 iDrive가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같이 움직인다. BMW사에 따르면 이 iDrive는 700가지의 컴퓨터 기능을 통제할 수 있다고 한다. 필자가 아침에 시승을 위해 출발전 iDrive 콘트롤러를 만지자 스크린을 통해 아침 드라마가 방송됐다. 미국 드라이버들은 자동차에 TV가 왠말이냐고 반문하겠지만 유럽형 7시리즈는 IP를 탑재한 스크린을 TV시청을 위해 사용한다. 출발을 위해 필자가 다시 iDrive를 통해 기어를 넣자, TV는 주행안전을 위해 자동으로 꺼졌다.
현재 7시리즈 미국 판매모델에는 TV가 장착되지 않았다. BMW 직원은 “저는 CNN을 라디오로 듣는 게 더 좋더라구요”라며 필자에게 농담 섞인 말을 걸었다. 그러나 네비게이션과 인터넷은 가능하다. 7시리즈의 스크린은 여러 디스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iDrive 콘트롤러를 이용하면 스크린을 통해 에어컨과 라디오, CD의 상태를 알 수가 있다. 이외에도 7시리즈에는 많은 디지털 입력장치가 있는데 유압식 서스펜션과 파워 스티어링, 차체 쏠림을 방지하는 전자식 스웨이 바 등이 이에 해당한다. iDrive 콘트롤러로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핸들이 무거워지면서 복원력이 높아지고 쇽 밸브와 스웨이 바도 자동으로 변경된다.
다른 차종도 유사한 장치가 있지만 iDrive처럼 콘트롤러 하나만 가지고는 불가능하다. 악셀 페달을 밟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러나 세심하게 설계된 것에 비하면 별다른 큰 특징은 없었다.
자동차 전문가라면 7시리즈 차종들이 스로틀에 기계적으로 직접 연결된 구조를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것쯤은 잘 알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은 항공기에는 보편화되어 있지만 자동차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필자는 짧아진 기계식 연결장치가 그다지 미더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필자는 전기식 주행으로 바꿀 경우 운전 경험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가 더 흥미롭다.
7시리즈에서는 각종 전자장치들 때문에 뭔가 꼭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스로틀의 반응은 즉각적이고도 부드러워 새로운 엔진 콘트롤 메커니즘의 복잡성을 고려해 볼 때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이 메커니즘에서는 밸브 리프트가 연료와 공기의 혼합과 엔진 속도를 조종할 수 있도록 바뀌었기 때문에 기존의 스로틀 플레이트가 없다.
하지만 필자가 신형 7시리즈들을 타 본 결과 과연 세상이 이런 줄타기 곡예 같은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까 궁금해졌다. 서스펜션과 스로틀, 변속기 등을 컴퓨터로 조종할 수 있게 통합함으로써 달라진 것은 없지만 반응성은 좋아졌다. 연비도 향상되었으며 네비게이션과 인터넷도 가능하다.
콘솔 박스 중앙에 변속 콘트롤러가 있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각종 장비들간에 모종의 자연스런 질서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자동차 드라이버들은 이 미래형 전자식 조이스틱을 손에 쥘 준비가 되어 있을까? BMW사의 매니저조차도 거의 5,000km를 주행한 후에야 비로소 iDrive에 적응했다고 실토했다.
자동차 제조업자들 사이에서도 차세대 조종장치로의 전환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미 혼다자동차 생산기획부의 로버트 비넨필드는 “우리는 운전자들이 장비들을 혼돈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중”이라며 “낯선 조종장치들은 가급적 도입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한다. 반면, 닛산에서는 촉감을 이용한 피드백 조종장치들을 향후 모델에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포드사의 부사장 윌 보디 주니어는 오래 전 크라이슬러가 4각 핸들을 도입하려던 때를 회상하면서 “혁신적인 변화는 틈새 시장용 자동차들에 국한돼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BMW가 이런 추세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다. BMW는 과거 보수적인 사람들이 선택하던 차종으로 정밀한 핸들링과 뻣뻣한 가죽, 그리고 강철만 고집했던 차였다. 이런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에 BMW는 자동차 경주장과 고속도로에서 명성을 쌓았던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회적 성취를 과시하고 싶어하는 층을 위해 점차 호화로운 특징들도 수용했다. 이번 7시리즈에서 보여준 기술적 도약은 대담하다 못해 거의 현란할 지경이다. 다시 이탈리아에서 iDrive를 조작했던 얘기로 되돌아 가 보자. 필자가 고개를 들자 산길 아래로 관광버스 한 대가 다가오고 있었는데, 구불구불한 길의 양 차선을 꽉 차지한 채 내려오는 바람에 당나귀 두 마리가 간신히 지나갈 정도였다. 필자는 브레이크를 밟고 iDrive를 조정, 뒤쪽 언덕 아래로 향하려고 했다.
그런데 후진하는 게 아니라 차가 계속해서 앞쪽으로 전진했다. 그 사이 iDrive로 작동된 라디오가 다른 주파수를 찾고 있었다. 7시리즈를 운전해 본 후 필자는 이 차가 미래의 자동차임을 조금도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이 차에 적응하려면 아직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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