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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집eHome

직장에 다니는 독신녀 장마리 씨(35). 아침 잠이 많은 편인 그녀는 허겁지겁 현관문을 닫고 승용차에 몸을 실었다. “아차!” 그녀는 순간 현관문을 제대로 잠그고 나왔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몇 달 전 마리씨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밤늦게 집에 돌아온 그녀가 발견한 것은 열쇠도 없이 열리는 현관문. 순간 화들짝 놀랐다. 다행히도 아무 일도 없었지만 하마터면 큰일을 치를 뻔했었다는 기억이 났다.

그녀는 잠깐 다시 올라가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집이 아파트 9층이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 때 마리씨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컴퓨터를 이용해보자.” 차에 장착된 작은 단말기의 아이콘을 몇 번 누른 그녀는 곧바로 집안의 PC에 연결, 전원을 켰다. 다시 컴퓨터 화상카메라로 본 현관문은 O.K.
거실 전체를 볼 수 있도록 카메라를 설치해 놓은 덕분에 그녀는 다행히 지각을 면할 수 있었다.

마리 씨는 근무시간에 집안의 PC를 켜서 세탁기로 빨래도 하고, 좋아하는 TV프로그램도 녹화해 둔다. 가끔은 차 안에서 한다. 퇴근하기 전에 보일러를 미리 틀어놓기도 한다.

집에 오면 왕비가 따로 없다. 침대나 소파에 누워 냉장고나 TV, 세탁기, 스테레오, 전자레인지 같은 것들을 리모콘 하나로 조작한다. 기분이 우울할 때면 무드 있는 조명으로 바꿔보기도 하지만 그래도 좋아지지 않으면 라틴 음악으로 혼자만의 댄스파티를 연다.

TV를 보다가 미국에 유학중인 친구에게 이메일을 보내거나 아예 인터넷 전화를 걸 때도 있다. 신인 탤런트에 대한 정보도 즉석에서 TV로 찾는다. 이 모두 집안의 모든 전자기기를 컴퓨터와 연결, 한 곳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된 후부터 생긴 변화다. 마리 씨는 집에 들어오면 삶의 에너지가 소록소록 생긴다. 혼자 있다는 쓸쓸함 그건 잊어버린 지 오래다.

똑똑한 집, ‘e홈’
마리 씨가 살고 있는 ‘똑똑한 집’은 영화 속 아니면 아주 오랜 후에야 볼 것처럼 생각된다. 하지만 홈 네트워크와 무선랜ㆍ멀티미디어ㆍ초고속망ㆍ소프트웨어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e홈’이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다. ‘
e홈’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어떤 제품을 e홈의 중심에 놓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름하여 홈서버.

홈서버로 가장 앞서 가는 것이 PC와 TV다. 정보기기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e홈의 중심을 차지하기 위한 둘 사이의 경쟁은 치열하다. 다행인 것은 둘이 약한 부분을 서로 보완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PC를 보자. PC는 e홈의 바깥으로는 비대칭가입자회선(ADSL) 같은 초고속망과 연결돼 있고 집안의 모든 전자기기와 의사소통을 한다. PC는 안팎이 만나는 곳에 자리잡고 정보의 관문, 정보 집결소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PC와 냉장고, TV, 세탁기, 스테레오, 전자레인지, 전등 등은 서로를 인식하고 의사소통을 한다. 또 대형 디스플레이가 벽을 장식하고 PC를 조작하는 첨단 리모콘으로 이 모두를 제어한다.
PC는 지금도 그렇듯이 윈도를 기반으로 돌아간다. 문제는 PC와 나머지 기기들을 어떤 방식으로 연결하느냐는 것.
가장 먼저 손꼽히는 기술이 무선랜(LAN) 기술이다. 업체들이 마련한 무선랜 기술 표준이 바로 IEEE 802.11. 무선랜은 정보기기들이 10~100Mbps의 속도로 의사소통 할 수 있도록 해준다. 무선랜은 검증된 기술인데다 생산업체가 많아 가장 유력한 커뮤니케이션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블루투스도 무선기술로 주목된다. 2.4㎓ 대역 주파수를 이용하는 블루투스는 장점인 이동성을 내세워 전화기, 웹패드 등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력선을 이용한 통신기술(PLCㆍPower Line Communica-tion)은 무선과 대적할 수 있는 유선기술이다. 가전기기들은 반드시 전기를 사용하는 것에 착안, 전기 배선에 데이터를 싣는 것이 PLC기술이다. 별도의 배선이 필요하지 않다는 게 가장. PLC기술로는 음성ㆍ데이터 등을 전송할 수 있으며 인터넷 망과도 연결, 정보를 검색하거나 내려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PLC는 전기선에서 발생하는 잡음(노이즈)과 간섭, 낮은 전송 속도, 표준화 미비 등 난제와 싸워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데이터 전송속도가 2Mbps이면서 주파수대역은 450㎑인 PLC 홈 네트워킹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집안 망 구성에는 홈PNA(Phoneline Networ-king Alliances)도 빠질 수 없다. 집안에 이미 설치된 전화선을 이용해 초고속 통신이 가능한 것이 홈PNA의 장점. 몇 해 전 등장한 홈PNA는 현재 2.0규격이 상용화되고 있다. 전송속도는 4∼32Mbps, 전송거리는 150m에 달한다. 현재 10Mbps를 지원하는 단일칩 개발이 한창이다.

IEEE1394도 집안 네트워크 기술로 개발되고 있다. 전송속도가 빠르지만 디지털카메라나 AV등 PC중심적인 제품에 국한돼 있다는 것이 흠.

TV는 PC와 홈서버 자리를 다툰다. 가정의 엔터테인먼트 중심에 있다는 것이 TV가 PC에 비해 가진 우위. 셋톱박스를 붙이면 e홈의 중심역할을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다.
TV와 주변 가전기기을 연결하는 것은 PC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무선기술보다 전력통신이 좀 더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음성이나 문자처리, 스트리밍 등 TV를 돕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 X박스 등 게임기를 중심으로 e홈을 구현하려는 시도도 있다. 전용 홈 서버도 개발되고 있다.

황금 시장을 향한 마라톤
e홈의 미래는 밝다. 앞서가는 자에게 기회가 많은 법. 그렇다고 특정 기술이나 장비가 시장을 독차지 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e홈을 향한 정보기술(IT)업체와 가전업체는 기술경쟁과 함께 합종연횡을 통한 세 불리기에 여념이 없다.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업체가 IT의 맹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 e홈 사업본부까지 설립한 MS는 e홈 비전과 기술을 알리는 데 분주하다.

MS는 최근 막을 내린 동계 CES쇼에서 미래형 정보 단말기인 ‘미라’(Mira)라는 선보였다. 미라는 PC와 TV의 중간 제품. 무선단말기로도 쓸 수 있는 미라는 X박스와 무선랜으로 연결하면 게임기로 바뀐다.
미라는 MS의 e홈 전략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방안 어디에서나 음악이나 영화를 즐길 수 있고 PC를 주크 박스처럼 이용하거나 먼지 낀 사진첩을 대신해 디지털앨범을 정리하고 원하는 프로그램을 마음대로 녹화해 볼 수 있는 ‘프리스타일(Free Style)’이 MS가 추구하는 목표. 여기에는 윈도XP의 기술이 기본 바탕이 된다. MS는 e홈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휴렛팩커드(HP), 일본의 NEC와 손을 잡고 있다.

소니는 AOL 타임워너와 가정용 브로드밴드 통신 사업 제휴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MS의 세력확산을 저지하고 입지를 확대하는 것이 소니의 목표. 또 모토롤라는 오픈TV와 제휴, 인터넷TV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e홈 경쟁은 뜨겁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가전업체는 물론 사이버아파트 업체들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전력선 통신, IEEE1394, 무선랜 등 가전용 홈네트워킹 기술을 연구해온 삼성전자는 ‘홈 비타(Home Vitaㆍ라이프란 의미)’로 해외시장 진출까지 노리고 있다. 얼마 전에는 홈 씨어터, 오디오 기능을 강화한 엔터테인먼트PC를 선보였다. 삼성은 또 냉장고, 세탁기 등 스마트 가전제품을 개발, 삼성아파트에 시범 적용하는 등 붐 조성에 나섰다.

LG전자는 인터넷 냉장고를 선보인 데 이어 e홈 용 에어컨, 조리기기, 세탁기 등을 양산할 계획이다.

특히 이지빌, 한국하니웰, LG텔레콤, LG화학, 오토윈 등 홈네트워크 관련 업체와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성, 시장을 주도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홈 게이트웨이, 홈서버, 컨텐츠 등 토털 솔루션을 통해 e홈 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경쟁도 하지만 PLC 기술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손을 맞잡는 등 공생도 모색하고 있다.
사이버아파트업체인 이지빌은 e홈 토털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뛰고 있다. 홈서버를 개발한 서울통신기술도 삼성물산 주택부문과 손잡고, 인텔리전트 아파트 보급에 나서고 있다.
서울경제 문병도기자<d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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