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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이지디지털 이영남 사장

능력있는 여성의 활동이 국가 경쟁력 키워”

‘31세의 젊은 여사장?’ 그렇다. 광계측기 전문업체인 이지디지털의 이영남(李英南·43)은 31세때 , 그것도 남자들만의 사업영역이라고 여겨져 왔던 계측기회사의 사장에 선임돼 주변을 놀라게 했다. 그런데 31세 때 이 사장의 사업수완은 어땠을까.
신혼의 쏟아지는 재미를 뒤로한 채, 그녀는 다리품을 팔며 바이어를 찾아다니고 신뢰를 바탕으로 어렵게 사업을 이뤄나갔다.

“처음에는 계측기에 대해 아무 것도 몰라 체력으로 버티고 낮에는 일하며 밤에는 야식을 싸들고 직원들을 격려했습니다.”사업초창기 직원들은 이런 그녀의 노력에 감탄, “어려워도 함께 뛰자”며 오히려 이 사장을 격려했다.

남미지역서 밍크코트 팔아
이 사장이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한 곳은 부산의 광덕물산 산하 섬유모피 전자제품 제조업체. 영업부에 소속돼 많은 사람들을 접촉하고 늘 대화하기를 좋아했던 그녀는 당시 더운 날씨의 남미지역에 밍크코트를 수출한 성과를 올렸다. 그야말로 알래스카에서 냉장고를 판 셈이다. 당시 광덕물산의 회장은 이런 그녀가 대견스러울 따름이었다. 마침 광덕물산의 전자사업부가 분사를 추진하자 그녀는 사업을 맡아보겠다고 건의하고 나섰다.

남미에 밍크코트를 팔았던 그녀의 ‘끼’를 인정한 당시 회장은 최종후보로 그녀를 낙점했다. “누구나 그렇지만 저도 창업후 3년간 가시밭길을 걸었어요. 어려웠지만 ‘산업이 있는한 계측기도 존재할 것’이란 생각으로 사업에 전념 했죠.”

서현전자로 시작한 그녀의 사업은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서 해가 갈수록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이 사장에게는 가장 부담스러웠던 점이 따로 있었다. “바이어들이나 다른 회사의 임원들이 저를 ‘사장’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젊은 여자’로 보는 것이었어요. 차라리 빨리 마흔이 넘어 늙어버렸으면 하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였습니다.”

육아문제 해결하는 공동체 프로그램 계획
이영남 사장에겐 무거운 책임의 자리가 하나 더 있다. 작년 여성벤처협회의 회장으로 선임된 것이다. “요란하고 활발한 활동보다는 여성들의 섬세함 등의 장점을 잘 살린 여성정책을 (정부에)많이 건의 할 예정입니다. 회원들도 서로 사업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어려운 일을 서로 어려운 일에 대해 위로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현재 여성벤처협회는 이 사장이 맡고 난 후부터 회원이 배로 늘었다. 이 사장의 말대로 요란하지만은 않지만 활발한 활동을 한 결과다.

이 사장은 여성회원들의 가장 큰 문제가 육아라고 지적한다. 그래서 이 사장은 육아문제를 해결하는 장기적인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이른바 조기퇴직자들이 아이들을 돌보며 일하는 여성들의 육아부담을 덜어주는 일종의 공동체 프로그램이다. “능력있는 여성들이 활동을 못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보면 국가경쟁력의 낭비라고 생각해요. 여성벤처협회 회장으로 있으면서 이 점을 가장 많이 느꼈거든요.”

여성벤처협회 회장으로 활발한 활동
이영남 사장은 창업이래 가장 화려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지디지털은 96년 회사명이 바뀌면서 어느새 연매출 300억원이 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수출 대상국도 40여 개국에 이르며 성장속도도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지난 99년엔 LG이노텍의 범용계측기 사업부를 인수한 상태고, 최근에는 일본의 소니까지도 거래의사를 표명해 왔다. 2000년 초에는 미국 통신 장비업체인 ADC텔레커뮤니케이션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IT기업으로서 본격적인 출발을 시작했다. 여성 CEO로서 이 사장의 각오는 남다르다.

“아시아 1, 2위를 다투는 유일한 업체이다 보니 회사가 장기적 성장을 맞고 있습니다. 하지만 항상 자만하지 않고 처음 사업을 시작한 초심을 되새기겠습니다.”

박세훈기자<popsc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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