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전 국내의 한 대형병원이 최초로 도입한 PACS 시스템은 의료정보의 공유화를 통해 진료의 질적인 향상을 이룰 수 있는 첨단 진료정보화 기술. PACS 도입이 가져다주는 장점과 의료계 쟁점이 되고 있는 문제를 짚어본다.
대형병원들 PACS 대대적 도입
HIPPA(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Act) 즉, 미국 보건의료정보에 관한 법률의 발효시점이 다가오면서 의료정보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관련 법률은 보험을 청구할 때 진료기록을 포함, 모든 보험 관련 업무를 전산화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국내 병원들은 병원 업무의 전산화에 대한 준비가 한창이다.
특히 시공간을 떠나 진료정보의 공유를 통해 의료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PACS 기술의 도입이 대형 병원과 중소 병원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보급되고 있어 병원의 정보전산화를 앞당기고 있다. PACS는 처방전달시스템인 OCS(Order Communication System), 전자의무기록인 EMR(Electronic Medical Record)과 함께 병원의 전산화의 근간을 이룩하는 중심 축. PACS는 X-레이 필름을 사용하지 않고 곧바로 컴퓨터에 영상을 저장해서 의사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환자의 대기시간 단축과 진료수준의 향상, 병원의 대외이미지 제고 등 장점이 많다.
선진국은 이미 PACS 시스템이 지방에까지 보급되는 등 병원의 의료정보전산화 인프라가 잘 구축된 상태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종합병원뿐 아니라 중소병원까지도 PACS가 보급되어 있다. 병원이 가까운 거리에 있는 도심은 다르지만 지방은 병원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원격 검진을 하는데 PACS가 자주 이용되고 있다. 아직은 X-레이 사진을 타지의 유능한 의사에게 전송해 진료를 공유하는 시스템만으로 이용되고 있지만 머지 않아 PACS의 영상은 최종 진단을 위한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다양한 영상처리 소프트웨어로 진단오류율 감소
PACS와 X-레이 필름의 대표적인 차이는 화상의 질적 차이. X-레이 필름은 1차원적 사진만을 보여주는 반면, PACS의 뷰어(viewer)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문제가 있는 환자의 부위를 영상 확대와 측정, 명암 등 다양한 영상처리 조건을 주어 사진을 3D로 볼 수 있는 입체 소프트웨어 툴을 이용한다.
따라서 의사는 진단 오류를 현저하게 줄일 수 있을뿐더러 원거리의 다른 전문의들과 정보공유를 할 수 있어 환자입장에서는 더 나은 진료를 받을 수가 있다. 이외에도 PACS는 환자가 재촬영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인체에 해로운 방사선량에 덜 받을 수 있다. 최근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환자의 신체 조건에 따라 방사선량을 조절하는 보드인 Auto Phototimer를 쓰고 있지만 이는 방사선량만을 조절할 뿐 진단수준을 끌어올리는 것과는 별개의 것이다.
PACS 사용하면 한 해 5,000억원 이상 절약
PACS는 수초이내에 1년 이상의 과거영상을 동시에 시공간의 제한 없이 어느 곳에서도 보 여 줄 수가 있다. 또 필름보관 및 관리에 따르는 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 할 수 있으며 영상데이터를 분실이나 훼손 없이 영구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PACS를 도입할 경우 뒤따르는 경제적인 효과도 크다. 현재 우리나라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X-레이 필름은 전량 해외에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 X-레이 필름 수입규모는 미화로 4억 달러 이상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5,000억 원이 넘지만 현상료까지 감안하면 이 금액은 더 커진다. 따라서 PACS 시스템을 사용하게 되면 필름의 수입대체 효과를 볼 수 있어 막대한 외화를 절약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PASC 시스템 구축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기 때문에 PACS 설치 옹호론자들은 PACS 기술의 우위를 들어 “우리나라가 거대한 중국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첨단분야중 하나”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는 뛰어난 PACS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 거대한 중국시장에 진출을 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구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업체들도 중국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한국시장에서 먼저 검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들 외국업체들은 일부 병원들에 5,000∼1만 달러 상당의 PACS 소프트웨어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PACS 수가 산정 투명해야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까지 PACS를 도입하는 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PACS 수가산정 문제와 초기 도입비용 문제다. PACS 수가는 현재 건당 1만원 정도. X-레이 필름 수입업체들은 “PACS 수가가 너무 과다하게 책정되어 있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단지 X-레이 필름과 차이가 없는 전산 시스템을 도입해 환자의 진료비만 올라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PACS 구축에 따른 의료보험수가는 절대 비싸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X-레이 촬영으로 인해 생기는 시간적·금전적 손해를 PACS가 상당부분 보완해준다는 것이다. 사실, PACS는 의사는 진료 오류를 줄일 수 있고 환자의 입장에서는 보다 나은 질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더 많다. PACS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술이 ‘첨단 기술’이고 정확한 진단을 도와줄 뿐더러 선진 국가와 비교해 우리나라 기술이 경쟁력을 가진 측면을 고려하고 중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 진출의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PACS 수가가 약간 높더라도 이는 할 수 없이 치러야 하는 최소비용인 셈이다.
병원들이 PACS의 도입을 꺼렸던 또다른 이유는 도입시 수 십 억원에 이르는 초기도입비용으로 인한 적자문제. 그러나 현재의 의료보험공단으로부터 받는 현재의 PACS 의료보험수가를 기준으로 하면 대부분의 경우 3∼4년 정도가 지나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 병원의 대외 이미지도 무시할 수 없다. 환자의 대기시간을 최대한 줄여주기 때문에 진료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고 편의성도 증진될 수 있어 디지털병원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가 있는 것이다.
국내시장 검증 통해 중국 시장 진출
최근 국내 PACS 시장이 확대되면서 마로테크와 메디페이스, 삼성GE, 히트, 아그파 등 관련업체들의 경쟁도 심해지고 있다. 국내 대형병원의 PACS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마로테크는 자사의 PACS 솔루션인 ‘marosis’로 건양대학교와 Full PACS 계약을 완료했다. 메디슨에서 분사한 메디페이스도 ‘πView’를 내놓고 마로테크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삼성GE와 히트, 아그파 등 합작법인이나 외국계 업체들도 국내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올해 초 영업팀을 재정비하는 등 시장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의 PACS 기술은 세계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아직 의료데이터를 연결하는 솔루션이 서로 호환되지 않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병원의 한 관계자는 “의료데이터를 연결하는 병원간의 네트워크가 이루어질 경우, 중복투자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게 돼 솔루션간 호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병원간의 의료영상 표준인 DICOM을 준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의료데이터 연결하는 호환 솔루션,
보안시스템 구축 시급
PACS의 본격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정부도 PSCS의 현재 수가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PACS의 수가가 높다고 해서 정부가 PACS의 수가를 깎거나 환수하는 조치를 취해서는 의료정보의 전산화는 요원한 일이기 때문이다. PACS는 또 최첨단 기술이라는 산업적인 경쟁력도 가지고 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첨단기술을 장려하고 또 이를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진출하는데 이용한다면 한국도 의료정보선진국가 반열에 오르게 될 수 있다. 따라서 PACS 도입에 대한 장려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진행시켜야 한다.
동시에 PACS 관련업체들도 현재의 표준영상신호체계인 DICOM을 준수해 장비의 표준화를 이뤄야 한다. 병원간의 프로그램 표준화가 되지 않으면 의료정보의 전달체계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환자의 진단정보를 외부로 노출시키지 않는 보안문제도 선결되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암호키와 IC 카드, 공개키 기반구조의 PKI를 활용한 의료보안을 꼽고 있다. 어떠한 보안시스템이 전제되든 환자의 생명이 담보로 된 의료정보는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 환자의 알 권리는 신장시키되 환자 개인의 정보는 개인의 동의 없이 절대로 누출시키지 않는 통합보안 관리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한 때다.
박세훈 기자<isurf@sedaily.com>
PACS(Picture Archiving Communication System:디지털 영상정보처리 시스템)란?
일반 병원에서 X-레이는 물론 CT, MRI, DSA, 초음파 등 영상진단장치로 촬영한 환자의 의료사진들을 디지털 영상으로 처리, 진료실에 있는 의사의 PC로 곧바로 전송하는 첨단 영상처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PACS를 설치하면 네트워크를 통해 각 단말기로 전송하기 때문에 진찰실이나 병동 등 워크스테이션이 있는 곳이면 이디서든 실시간으로 환자의 영상을 조회할 수 있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전송하기 위해서는 광대역의 네트워크가 반드시 필요하다. PACS를 활용할 경우 진료정보 공유화로 인해 의료수준이 향상되고, 지금까지 전량 수입해왔던 X-레이 필름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현상 처리중 발생하는 폐액(廢液) 감소, 첨단 기술 장비의 수출 효과 등 다양한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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