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분야에 있어서 한국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감히 명함을 내놓을 처지가 못되지만 방사광가속기에 관한 한 세계수준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포항공대의 방사광 가속기가 있기 때문이다.
물리·화학·생명공학·재료공학·화학공학 등 기초연구는 물론이고 반도체·초미세기계·의약품 제조등 첨단산업분야의 응용연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 방사광을 만드는 포항가속기 연구소를 소개한다.
21세기 한국과학을 선도할 중요한 첨단 연구시설
7년 간의 건설기간을 통하여 1994년 12월에 탄생한 포항방사광가속기 연구소는 21세기 한국과학을 선도할 중요한 첨단 연구시설이다. 전체 부지는 66만㎡로서 이중 조성한 부지는 11만㎡이며 축구 경기장으로 비교하자면 약 20개 정도의 크기에 해당하며, 8개동의 건물은 4만2천㎡로 이루어져 있다.
주요 건물로는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시키는 직선 길이 205m의 선형가속기동이 있고, 원주길이 450m의 원형 저장링동은 전자를 원형으로 회전시키면서 방사광을 생산하는 저장링 기기와 이용자들이 실험하는 빔라인 그리고 시료준비실 등을 포함한 실험공간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외에 이용자 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행정동, 가속기의 지속적인 개발을 위한 연구 Ⅰ,Ⅱ동, 전기를 공급하는 전력공급동, 가속장치(±0.2℃)의 냉각을 위한 저전도수와 가속기 내부시설의 온도(±1℃)를 유지토록 공조를 담당하는 유틸리티동, 그리고 방사광 이용자 편의를 도모하는 숙소지원시설 등의 보조건물들이 위치하고 있다.
유전자 구조 수초만에 알아내는 포항방사광 가속기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초속 30만㎞)로 만들어서 빔라인을 이용해 전자가 가속기 안에서 방향을 틀 때 나오는 빛인 방사광을 뽑아내는 기기이다.
방사광은 병원 등에서 사용하는 X선보다 몇백만~1억배나 밝은데다 퍼지지 않아 기존 기기로 볼 수 없는 초미세 세계를 관찰하고 초소형 기기 등을 만들 수 있게 한다. 이미 선진국에서 기초과학 분야의 필수적인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방사광은 일반 X-선보다 백만 배 이상 강도가 높아 살아있는 모기의 무릎마디 단면 형상관찰에서부터 항체와 같은 단백질 분자들의 결정구조해석까지 재료과학, 의학, 생물학, 화학, 물리, 그리고 환경과학 등 여러 순수 및 응용과학분야에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국내 과학자들은 최근 포항 방사광가속기로 살아 움직이는 1㎠ 크기의 물고기의 내부를 1천분의 1㎜단위의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참깨알 보다 작은 넓이에 40여개의 초소형 톱니바퀴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신문 3만3,600백장을 저장할 수 있는 4기가D램의 회로판도 이 가속기 덕에 개발이 가능했다.
방사광가속기로는 여러 물질이 섞였다해도 1조분의 1g까지 특정 물질을 구분 해 낼 수 있고, 최고 10조분의 1초 단위로 화학반응을 관찰할 수 있다. 빠르고 정교함에 있어서 이 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잠자리 크기의 정찰용 군용기, 혈관 속을 이동하는 의료용 로봇 등을 개발하는데도 방사광 가속기는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지난해 포항가속기연구소는 새로 건설한 단백질 결정학 빔라인을 이용해 세계최초로 정체상태 생존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규명해 생명공학 기초연구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이 빔라인으로 뽑아낸 방사광은 단백질 구조를 수초만에 분석할 수 있는 성능으로 기존에 X선은 며칠이 걸렸던 것에 반해 놀라운 성능향상임을 알 수 있다.‘포스트 지놈’시대로 접어든 현 시점에 국내 생명공학 연구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포항공대 한 관계자는“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은 21세기 과학기술의 경쟁력은 초미세과학에 달려있다고 보고, 수조~수백억원씩 들여 방사광 가속기 건설과 확충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라며“과거 고속도로가 산업의 대동맥으로서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면 21세기는 방사광 가속기가 국내 기초과학과 첨단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성기 포항가속기연구소장 미니 인터뷰
1. 방사광가속기는 세계에서 몇 안되는 첨단연구시설인데 국내 연구시설은 어떠합니까?
방사광의 질이 얼마나 좋은가를 재는 척도인 휘도(혹은 분광휘도, 밝기)가 월등하게 큰 값을 갖도록 설계된 가속기를 제 3세대 방사광가속기라고 합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방사광가속기는 1세대, 2세대를 합쳐 수십 개가 있으며, 그 중 제 3세대 가속기는 10개가 가동되고있습니다. 제 3세대 방사광가속기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 이태리등 선진국들로서, 이 대열에 포항방사광가속기가 5번째로 합류하여 1995년부터 이용자들에게 개방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20세기 한국과학사의 톱10 에 선정될 정도로 한국과학사에 한 획을 긋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게 하는 큰 업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포항방사광가속기의 전자에너지는 20억 전자볼트(2GeV)로 세계 4위 수준이며, 이용자들에게 개방된 이후로 전 세계가 괄목할 만한 큰 성과들을 올리고 있습니다.
2. 방사광가속기의 활용분야는 무엇입니까?
우리 경제에 미친 경부고속도로의 영향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큰 기여를 하고 있음을 누구도 의심치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방사광가속기는 과학발전에 있어서 고속도로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인프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20세기 후반, 방사광가속기의 개발에 따른 강력한 방사광의 출현은 자연현상을 이해하는데 획기적인 발전과 함께 과학기술의 전 분야에서 커다란 변화를 창출해내었고 오늘날 특별히 핫 이슈가 되고 있는 BT(바이오기술) 및 NT(나노기술)분야에 있어서도 방사광가속기는 필수적인 기반시설로서 크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현재 세계적으로 10기의 제 3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운영되고 있으나 추가로 6기의 가속기가 세계 각처에서 건설되고 있습니다.
3. 방사광가속기의 21세기 발전전략은 무엇입니까?
방사광을 이용하여 다양한 연구수행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며, 특히 최근 선진국의 빔라인 증설 동향에 맞추어 이용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에 있는 단백질 분석, X-선 영상(X-ray Imaging)을 활용한 BT분야와 NT분야의 연구를 위한 삽입장치 빔라인의 조기건설을 추진하여 빔라인의 수를 강화함으로써 우수한 연구성과의 창출을 위한 충분한 빔 타임을 제공하도록 빔라인 건설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4. 앞으로의 방사광가속기의 비전은?
미국, 일본, 독일, 대만, 중국, 프랑스 등의 유수한 방사광가속기연구소들과 국제 협력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국내 타 연구소와의 연구 협력 활동도 강화하여 가속기에서 획득한 기술을 타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합니다.
이와 더불어 보다 안정된 운전환경 조성과 빔라인의 추가증설로 이용자들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더욱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또한 가속기의 합리적인 운영과 지속적인 개선, 빔라인의 증설과 효율적인 운영 등을 통해서 국내 과학기술계는 물론, 많은 국·내외 이용자들에게 철저히 봉사할 수 있는 연구소가 될 것이라 다짐하며 아울러, 본 포항방사광가속기를 국가 공동 연구시설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지원해준 정부와 포항제철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한수진기자 <popsc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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