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카톨릭계에서 베트남에 보내는 구호양곡을 싣기 위해 뉴올리언스를 향해 미시시피강을 거슬러 오르는 동안 뭔가 심각한 사태가 발생했다. 상판이 들린 도개교로 배가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그리스인 선장이 확성기를 통해 비명 같은 고함을 질렀고, 이어 갑판장이 닻을 내리자 우르르하는 굉음 속에 불꽃이 튀었다. 하지만 배를 멈추기 위해선 그 길 밖에 없었다.
그러나 결국 우리가 탄 배는 다리를 들이받고서 지하 매설용 전선을 배 위에 매단 채 멈추어 서고 말았다. 때는 출근 시간이었고 우리는 그 날 아침부터 오후까지 수 천명의 루이지애나 시민들의 구경거리가 되어야 했다. 물론 이 사람들은 나중에 귀가해 우리 배 때문에 전기가 끊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플로리다의 대니어 비치에 소재한 스타 센터는 상선의 조타를 지휘하는 고위급 선원들을 훈련시키는 장소다. 훈련 대부분은 항공사에서 이용하는 모의 비행 훈련 장치에 비견될 만큼 엄청나게 복잡한 시뮬레이터를 이용해서 이루어진다.
스타센터가 자랑하는 것은 특히 복잡하면서도 강력하고, 또 고도의 기동성을 갖춘 21세기형 함선의 함교를 그대로 복제해놓은 시뮬레이터다. 이 시뮬레이터는 초대형 유조선부터 바다 위 호텔같은 대형 유람선에 이르기까지 무엇이든 똑같이 조종할 수 있도록 배열해 놓았다. 가상 함선의 사면을 완전히 에워싼 거대한 스크린에 컴퓨터가 생성한 시각자료를 360도 각도로 비추기 때문에 실제 함교에서 창을 통해 내다보이는 항해 환경과 일치한다.
그리고 여기에 쓰이는 소프트웨어는 바람과 파도, 유속, 점점 줄어드는 용골-선저 거리, 항로의 후류, 그리고 거대한 선체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인들에 대해 배가 반응하게 하는 유체역학을 만들어낸다. 필자가 스타센터를 방문하자, 담당자들은 시뮬레이터를 뉴욕으로 귀항하는 14만 2,000톤짜리 로열 캐리비언 보이저급의 초대형 유람선으로 설정해 주었다. 건설 당시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였던 베라자노내로스 대교가 머리 위를 지나가자, 주황색과 흰색 무늬가 선명한 해양 경비대 헬리콥터가 좌현 뱃머리를 가로질러 곡선을 그리며 들어와 검색팀을 내려 보내기 위해 기다린다.
곧바로 좌현 쪽으로 항구를 떠나는 선박이 하나 보이고, 앞에는 유조선 두 척, 그리고 성가시게 구는 요트가 우현에 보인다. 함교 안에는 두 개의 레이더 화면이 빛나고 있다. 하나는 표준 광선 막대가 돌아가는 인광성 아날로그 화면이고, 다른 하나는 항구를 통틀어 배가 나아갈 선로를 표시하는 천연색 디지털 화면이다. 이러한 자료화면 2개에는 10개가 넘는 변수들이 나타나는데, 배의 속도와 동력 장치의 각종 수치, 적재물 상태, 배의 균형 상태와 위치, 해상 교통 상태는 물론 마음만 먹으면 브로드웨이 연극 입장권 가격과 빈자리 유무까지도 알아낼 수 있다. 다섯 번째 패널은 전통적인 수력학 차트를 디지털 방식으로 완벽하게 복제한 살아 움직이는 지도다.
대륙은 아무런 특징 없이 노랗게 표시되어 있고, 바다는 수심과 부이와 등대 표시가 점각법 방식으로 점점이 찍혀 있다. 보이저급의 함교에는 두개의 안락한 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하나는 함교장이 앉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조타장이 앉는 곳이다. 나침반 중계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타륜을 잡고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동료들에게 고함을 지르는 키잡이의 모습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항로 명령은 자판을 쳐서 윙윙거리는 자동 조종 장치에 입력만 하면 된다. 심지어 부두에 다 왔거나 기동 중일 때라도, 조타장이 감속 및 진로 수정 제어판에 손을 얹기만 하면 만사 해결이다.
뱃사람들이 스타센터에 와서 훈련을 받는 이유는 나날이 앞서가는 기술을 따라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이루어낸 가장 중요한 기술적 진보로는 포드가 달린 추진 장치를 들 수 있다.
보통의 대형 선박들을 보면, 배의 한복판에 있는 엔진이 기다란 굴대를 통해 추진시키는 스크루가 한 대에서 네 대 가량 깃대에 달려 있다. 키의 움직임에 따라 배는 묵직한 몸을 돌려 방향을 바꾼다. 이 때 고물에 달린 스크루는 여러 가지 조합에 따라 선체를 앞뒤로 밀거나 당기고, 측면에 달린 스크루의 도움을 받아 뱃머리를 떠민다. 그러나 지금 최신형 선박들을 보면, 키와 고정된 스크루를 아주 없애버리고 그 대신 배 밑에 달린 선외 엔진을 대형화한 추진 장치를 쓴다. 물론 이 장치는 수직 굴대를 통해 엔진으로부터 직접 동력을 공급받는다. 이 장치는 360도 회전이 가능하고, 힘이 엄청나며 키를 조정하는 일도 너끈히 해치운다. 그러나 여기에는 기존의 선박에 필요한 기술과 반대되는 최신식 조종 기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유람선의 경우 선체 길이의 몇 배 거리를 쾌속 항진하다가도 갑자기 완전히 멈추어 즉시 후진으로 들어갈 수 있다.
스타센터에는 여러 개의 함교 시뮬레이터와 거대한 엔진실 시뮬레이터, 화물 하적 훈련용 시뮬레이터들이 있다. 이들 모의 훈련 장치를 거대한 멀티시뮬레이터에 서로 연결하면 가상의 선박이 생겨난다. 뱃사람들은 자기가 속한 회사를 물 위에 떠 있게 하기 위해 훈련을 받는다. 해양 사고의 진정한 대가는 순식간에 불타 없어지는 인간의 생명이 아니라, 끝없이 환경에 미치는 충격이다. 특히 연안을 오가는 유람선과 같이 육지 가까운 곳에서 사고가 날 경우 그 피해 여파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 일이 생길 리야 없지만, 여객선을 하나 잃게 된다면 그로 인한 손해 액수는 총 2∼5억달러 정도 할 것이다. 그러나 시 리버 메디터레이니언호같은 대형 유조선이라면, 그저 약간의 구멍이 뚫린 정도라 해도 그 피해액이 수 십억 달러에 이르게 된다. 사실, 포스터 속의 이 배는 실지로 그런 사고를 냈었다. 그리고 사고 전 이 유조선의 이름은 엑슨 발데즈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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