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인에 소재한 캘리포니아대의 생물학자 로버트 모이지스와 그의 동료들은 ‘주의력 결핍 과잉활동 장애(ADHD)’를 연구하는 바탕에는 그러한 생각이 깔려 있다.
ADHD병은 DRD4라는 유전자의 돌연변이와 관련이 있다. 이 유전자는 쾌감을 전달함은 물론 사람들이 특정한 과제에 정신을 집중하는데 도움을 주는 생화학 물질인 도파민의 수용체를 생산한다. ADHD라는 진단을 받은 아이들 중 약 50%에서 이러한 유전자 돌연변이가 나타나는데, 이는 전 세계 인구의 10% 정도에 해당한다. 모이지스가 의아해 하는 것은 주의 집중을 거의 불가능하게 하는 이 유전자가 어째서 그렇게 널리 퍼졌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모이지스는 인간 진화의 어느 단계에서 이 유전자를 지닌 사람이 이 유전자 덕분에 엄청난 이점을 누렸으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 이점이란 것은 무엇일까?
모이지스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 유전자를 연구한 결과 놀랄만한 사실을 발견했다. DRD4 유전자에 열 가지가 넘는 이종이 있고, 그 중에서도 더욱 기이한 것은 ADHD와 관련된 유전자 종이라는 것이다. 이 변종의 구조를 분석하고 이를 다른 이종들과 비교한 끝에, 연구팀은 이 변종이 여러 해에 걸쳐 서서히 진화한 것이 아니라 어느 한 순간에 별안간 나타났다는 결론을 내렸다.
유전자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재배열하고 일정 비율로 변화하기 때문에 오래된 변종은 사람들마다 서로 다른 수많은 유전자 조합으로 둘러싸이게 된다. 따라서 이 유전자는 현재로부터 그리 오래되지 않은 비교적 가까운 시기에 생겼다는게 모이지스의 추론이다. 모이지스는 이 정보를 관련 방정식에 집어넣어 유전자 변화가 약 5만년전에 발생, 확산됐다는 점도 알아내었다. 5만년전이라면 인류가 아프리카를 벗어나기 시작한 때라고 학자들이 추정하는 시기이다.
그렇다면 이 유전자가 사람들을 좀이 쑤시게 만들어 새로운 대륙을 찾아 떠나지 않고는 못 배기도록 한 것은 아닐까? 과학자들은 이 유전자에 일어난 변화가 어떻게 개인의 행위에 차이가 생기게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정확히 모르고 있다. 그러나 ADHD 관련 유전자를 지닌 사람이 스릴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은 알려진 사실이다. 게다가 이 유전자는 아시아인들에게는 드물고 남아메리카인 들에게는 흔하다. 이 말은 사람들이 유럽과 신세계로 이주하면서 이 유전자도 확산되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유전자 변종이 그렇게 흔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이론이 한 가지 더 있다. 쉽게 날뛰고 종잡을 수 없이 나서는 등 지나치게 활동적인 남성이 많은 여성들의 관심을 끈다는 이론이다. 물론 이는 단순한 이론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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