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를 폭격기로 전환하는 것은 혼다 S2000 로드스터를 픽업 트럭으로 개조하는 것과 같다. 전투기는 적대적인 비행기와의 접전이나 단거리 공격 임무용으로 설계된 반면, 폭격기는 많은 폭탄을 싣고 수천 마일을 비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하지만 록히드 마틴은 캘리포니아 에드워드 공군 기지에서 시험 비행중인 F-22 랩터 전투기를 개조한 전투폭격기를 설계 중이다. 비공식적으로 FB-22로 알려진 이 변종 폭격기는 9·11 테러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작전 이후 점차 높은 관심을 끌어 왔다.
아프가니스탄 작전 이전만 하더라도 미공군은 기존 폭격대만으로도 충분해 2030년까지는 증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1991년 페르시아만 전쟁에서 결국 B-52 폭격기들은 구축함만큼이나 느리고 발각되기 쉽지만 3만 파운드가 넘는 유도탄 적재 능력 때문에 적 탄약고와 최전방 부대 폭격용으로 배치되었다. 미 공군에서는 일부 폭격기들이 장거리를 비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탈레반과 알 카에다 소탕 작전이 시작되자 공군 지휘부에서는 그동안 폭격대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소홀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걸프전에서는 인근 동맹국 사우디아라비아 영토로부터 폭격기를 발진시킬 수 있었지만 아프가니스탄은 미 폭격기 발진 장소를 내줄 만한 나라로부터 너무 먼 거리에 있었다. B-52와 B-1 폭격기들은 인도양의 영국 영토인 디에고 가르시아에서 발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날아갔지만 비행 시간이 너무 길어 출격 횟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한편 미 폭격기들은 노후해지고 있다. 최신형 B-52 폭격기는 40년이 된 데다 B-1기는 복잡하고 유지보수에 비용이 많이 드는 1970년대 초 모델이다. 많은 군사 전문가들이 노후한 폭격대를 쇄신할 때가 됐다고 여기고 있다.
FB-22기가 해결책이 될 수 있는데 중형 폭격기인 FB-22는 F-22기의 성능을 그대로 갖추고 있어 같은 급의 타기종에 비해 더 높은 고도와 속도가 가능해 최고 6만 피트 고도에서 시속 1, 920km로 비행이 가능하지만 출격 거리가 더 길고 폭탄 탑재량이 보다 크다. 더구나 미 공군의 최신형 무기인 정밀요격탄(Small Diameter Bomb)용으로 최적의 전폭기가 될 것이다. 비록 기존 표준형 폭탄 무게의 몇 분의 일에 불과하지만 이 신형 폭탄은 GPS 유도 시스템 덕분에 정확도가 매우 높다. 정밀요격탄 24기를 장착하게 될 FB-22기는 미래전에 적절한 비행기가 될 것이다. 게다가 기존 설계를 이용해 이전 기종들과 같은 부품 및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제작비도 상대적으로 적게 들 것이다.
미 공군 참모총장인 존 점퍼 장군은 보통 미사일을 장착하는 F-22기에 폭탄을 장착한다는 안에 아주 흡족해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FB-22기로의 중간 단계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육군에서 적진 후방 깊숙한 곳에서의 작전 능력에 대해 논의중인 현 시점에 이 전투기야말로 마하 1.5내지 1.7의 속도로 적진에 침투해 육군이 직면하게 될 어떤 문제에도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어떤 전투기도 이에 필적할 수 없을 것”이라고 2005년 미 공군에 도입될 F-22기를 앞두고 점퍼장군은 밝혔다.
하지만 미 공군내에서 새로운 임무 수행을 위한 F-22기의 변형에 대해 논란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공군 부참모총장인 제임스 로체는 이 전투기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지만 합참의장 점퍼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부정적이다. 이들이 회의적인 이유는 F-22에도 소량이긴 하지만 정밀 요격탄 탑재가 가능하고 공중 급유로 비행거리를 늘릴 수 있기 때문에 FB-22기가 F-22에 비해 별반 다른 점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에도 전혀 흔들림 없이 로체는 미 공군이 노후한 공중급유기에 의존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다니고 있지만 논란 그 자체만으로도 효과는 있다. 전례가 없는 새로운 위협에 국가가 직면하자 육군 지휘관들은 전략과 장비 조정의 필요성을 깨닫고 있다. 개발 여부를 떠나 FB-22기는 변화하는 전쟁의 성격과 무기 개발 기간 단축 및 비용 절감 대책의 필요성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해 준다.
FB-22기의 디자인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개발사인 록히드 마틴이 ‘특허성이 있다’고 판단, 컨셉 디자인을 공개하지 않은데다 군의 고유한 요구에 맞추는 과정에서 세부사항이 바뀌기 때문이다. 하지만 록히드사 임원들로부터 제안된 비행기에 대해 개략적인 추측이 가능한 정도의 얘기는 들을 수 있었다. 우선 FB-22기는 F-22의 표준형 날개가 아니라 삼각형 모양의 ‘델타’ 날개를 갖게 된다. 삼각 날개의 크기는 좀 더 커지게 되는데, 어디에서든 지상의 목표물을 폭격할 수 있기 위해 상당한 비행거리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더 멀리까지 비행하기 위해 FB-22기는 더 많은 연료를 적재해야 하는데 이에 가장 알맞은 부분이 날개다. 삼각 날개는 전방에서 후미까지 길기 때문에 더 깊어질 수 있고, 보다 큰 면적을 차지하기 때문에 부피가 커지는 것이다. FB-22기는 F-22보다 연료를 80퍼센트 더 적재할 수 있다.
이 비행기는 너무 높게, 너무 빨리 비행하기 때문에 표적이 되기도 전에 사정거리에서 벗어나 버린다. 더욱이 FB-22는 F-22보다 3미터 가량 더 길기 때문에 무기 격실이 더 길다. 이 신형 비행기는 늘어난 공간에 지상 공격용 정밀요격탄 24기를 탑재하고, 다른 비행기로부터의 공격에 대비해 자체방어용 미사일도 2기 정도 장착한다. 또 FB-22는 F-22의 수평, 수직 꼬리날개들이 없어도 되기 때문에 기체가 늘어나긴 했지만 비행기 전체 길이는 F-22와 별 차이가 없다.
프래트앤휘트니사의 F119 엔진 대신 FB-22에 장착될 엔진은 F119를 기반으로 한 신형 F-35 조인트 스트라이크 전투기 추진용으로 개발된 F135나 경쟁 제품인 제너럴 일렉트릭사의 F136이 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신형 엔진들은 힘과 성능이 더욱 뛰어나고 제작비도 적게 든다. 더구나 현재 계획중인 개조된 디자인의 기체에 장착될 경우 FB-22는 F-22 항속거리의 두 배에 해당하는 3,200km를 비행할 수 있게 되어 전투기로부터 폭격기로 완전히 바뀌게 된다. FB-22 프로그램 책임자인 밥 레덴은 “두 비행기는 상당히 다르다”고 말한다.
지금까지는 FB-22에 새로운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비행기의 부품 중 상당수는 그대로 유지된다. FB-22는 이전 기종과 마찬가지로 최고 6만 피트의 고도에서 초음속으로 비행이 가능한데, 이 고도는 다른 전투기들의 비행 고도보다 3.2킬로미터가 더 높기 때문에 대부분의 지대공 미사일 사정권을 벗어나 있게 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FB-22에 F-22의 강력한 신형 레이더 시스템이 장착된다는 점인데, 이를 이용해 조종사는 16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적 레이더를 찾아내 식별할 수 있고, 어느 정도 거리에서 적의 레이더 스크린상에 자기가 탄 비행기가 나타날지 계산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ALR-94라는 전자식 수신 장치와 비행기 표면에 매설된 안테나와 기체 앞부분에 있는 두 대의 수퍼컴퓨터에 의해 작동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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