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센터와 펜타곤에 대한 테러 이후 오랫동안 미 해군과 해병대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해안경비대 역할의 중요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예전에는 해안경비대 인력중 2%만이 해상보안 임무를 맡았었다. 그 외에는 주로 어획량 쿼터 시행, 마약밀수범과 해양 오염자 검거, 해상조난자 구조 등을 담당했었다. 하지만 테러 공격 직후에는 3만 5,000명의 해안경비대원들을 지원하기 위해 2,900명의 예비군이 소집되었고 58%의 인력이 해상보안 업무에 투입되었다.
9·11 테러 이후 공항 보안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기는 했지만 군사전략가들은 미국내 20개 대도시 중 14개 도시와 미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는 9만5,000마일의 해안선이 테러 공격에 훨씬 더 취약하다고 보고있다. 화학 무기나 생화학 무기, 혹은 방사능성 폭탄 등 테러범들은 폭발물을 360개가 넘는 미국내 항구로 몰래 반입할 수 있다.
지난 5월 언론은 25명이나 되는 중동 과격분자들이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조지아주 해안에 정박했던 컨테이너 선박들에 숨어서 잠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해안은 이처럼 테러범들이 잠입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 테러범들은 보트를 이용해 해안의 핵발전소나 군사용 탄약고, 또는 텍사스 연안이나 미시시피 하류지역처럼 인구가 밀집된 지역의 석유생산단지들을 폭파할 수도 있으며 유조선의 적재물을 항구로 흘려보내는 환경 파괴까지 저지를 수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이런 시나리오들은 거의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유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10년차 베테랑 조종사이자 현재 코네티컷 스탬포드 소재 보안회사인 힐 앤 어소시에이츠사의 컨설턴트인 이안 길치리스트는 “항공분야도 보안이 허술하지만 해양분야도 해적 방지 외에는 보안에 대한 특별한 조치가 없다”고 지적한다.
1,700만 척의 개인 보트들과 1만 척의 상선, 여객선이 매년 미국 해역을 드나들고 20억t에 이르는 교역 물품들이 매년 미국 항구들에 입항하는 상황에서 탄탄한 보안망을 갖춘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러한 난제를 잘 인식하고 있는 뉴욕의 찰스 슈머 상원의원은 항구 및 통행료 징수용 핵 검색 장비 개발비 2억5,000만 달러와 세관에서 사용할 휴대용 엑스레이 스캐너 추가 구입비 1억5,000만 달러를 요청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한편 하원에서도 확장된 해안경비대의 보안 임무용 추가 예산 7,500만 달러 배정안을 통과시키고 이달중으로 상원심사를 거칠 예정이다. 9·11 테러 이후 해안경비대는 정부로부터 지급 받은 비상재원의 부족으로 인원감축을 해야했다. 이에 대해 해안경비대는 2003 회계연도 예산으로 36%를 증액한 총 73억 달러를 요청해 놓고 있다.
해안경비대의 보안 전략은 모두 2단계. 첫 번째 단계는 일반 기술 및 첨단 기술을 이용한 대테러 작전망을 통합적으로 구축해 미 해안에서의 보안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 작전에서 낡은 다용도 보트는 물론, 최고 성능의 음향탐지기와 특수훈련을 받은 무장팀도 투입되어 선박 에스코트와 비상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작전을 수행하게 된다. 두 번째 단계는 이보다 더 발전된 단계로써 위협 요인이 아예 미 해안에 접근하기 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해안경비대에서는 발달된 포착·감시 기술과 전세계 해양 정보를 통해 미국의 해안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고 안전지대를 더욱 확장할 수 있게 되길 바라고 있다. 오클랜드 항만국장인 태이 요시타니는 “만일 테러범이 컨테이너에 수상한 물건을 싣고 항구에 도착하게 되면 저지할 시간이 없게 된다”며 “따라서 안전지대를 더욱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샌프란시스코만은 미국내에서 가장 번잡한 컨테이너 선적항에 속하기 때문에 예르바 부에나에 주요 해안 경비대가 있다. 부에나는 소나무와 루핀이 우거진 섬. 섬 꼭대기에는 극초단파와 레이더 안테나 망 아래로 조립식 건물이 하나 있는데 이 안에 통제실이 있고, 통제실 중앙에 해상교통관제시스템이 있다. 공항 관제탑에 해당하는 이 시스템은 24대가 넘는 컴퓨터와 비디오 터미널로 구성돼 있는데, 이곳에서 24시간 상근하는 요원들은 하루 평균 350∼400척의 항만과 금문교를 통과하는 선박들을 추적한다.
과거에는 요원들이 항구로 들어오는 선박들에 관한 정보를 레이더 스크린으로 읽고 선박과 관련해 중요한 자료만 인덱스 카드에 기록했었다. 하지만 요즈음엔 요원들이 1차 처리된 레이더 비디오 이미지의 디지털 차트 오버레이를 이용해 선박을 추적하고 선박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 컬러 코드로 표시한다. 최근 필자가 방문했을 때도 아메리칸 리버, 제너럴 빌라, 이글, 래쿤, 트리그 룬드 같은 선박의 이름들을 차트에서 읽을 수 있었다. 이들 중 미심쩍은 배가 눈에 띄면 요원은 이를 DB에서 검색하는데 여기에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이 항구에 입항했던 선박들의 크기와 톤 수, 소유주와 다른 중요한 요소들이 기록되어 있다.
근무중이던 작전장교 돈 블랙 대위는 항만 주변에 배치된 5대의 강력한 40배줌 디지털 카메라들 중 하나를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확대 촬영하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시스템으로 오클랜드항의 항만 안쪽도 관찰 할 수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선박 몇 척이 거대한 크레인 하역 작업을 기다리고 있었다. 블랙은 “컨테이너 선박은 시간을 정확히 지키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감시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더 많다”고 말했다.
9·11 테러 이전에는 선박들이 해안경비대에 입항하기 24시간 전에 통보를 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선박들이 입항 96시간 전에 해안경비대에 통보하고 배의 출발지와 최근에 들른 항구, 선원 목록과 화물 증명서 같은 보다 상세한 정보를 제시해야만 한다. 이런 자료들이 해안경비대의 본부인 웨스트버지니아 마틴스버그 소재 전국 선박이동센터로 보내지면 이곳에서 범죄 및 정보 DB 자료들과 대조한다.
앞으로는 전세계 해상 거래 추적과 실시간 정보 수집의 효율성도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국제해양기구(IMO)가 채택한 규정에 따르면 2010년까지 대양을 오가는 상선들 대부분이 선박의 소유주와 화물, GPS에 의한 위치와 항로, 속도에 관한 정보를 알리는 자동 무선 레이더를 장착해야 한다. 장비가 갖추어지지 않은 선박은 즉각적으로 해안경비대와 FBI의 집중적인 감시 대상이 된다.
현재 웨스트버지니아의 데이터센터에서는 샌프란시스코를 통과하는 선박들 중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것들에 관한 정보를 제프 세인에게 전송한다. 1년 전 세인은 캘리포니아의 치코에서 안전관리자로 일한 바 있다. 현재 그는 해안경비대에서 샌프란시스코 지역을 담당하고 있다. 민간 항공기마다 배치되는 기내 보안요원처럼 감시 및 대기 역할을 하는 무장 해상 보안요원 팀들은 항만 입구로부터 몇 마일 떨어진 곳에서 선박에 승선해 부두까지 에스코트를 한다.
특히 5,000명이나 되는 선원과 승객들이 타고 있어 주의를 해야 하는 여객선은 테러범들의 확실한 목표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푸른색 낙하복과 웹 장비를 갖춘 채 해상 보안요원들은 선박의 주요 부분인 선교나 엔진실, 선미의 조타실 등에서 보초를 서게된다. 이러한 장소들은 만일 원유와 같은 기름을 실은 선상에서 테러범이 선박을 교량에 충돌시키려할 경우, 통제권을 쉽게 장악할 수 있는 곳들이다. 세인은 “우리는 12마일 바깥 해상부터 스톡톤과 새크라멘토 항구 내부에 도착할 때까지 안전을 위해 승객들을 선교 부분으로 인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상 보안요원들이 선박에 승선해 배가 사고 없이 부두에 도착하도록 하는 반면, 해안경비대의 항만 보안대는 중무장한 7.5m짜리 보스톤 포경선을 타고 휴스톤이나 로스앤젤레스, 시애틀과 같은 다른 주요 항구들을 순찰한다. 예비 부대들인 이들은 곧 정규 해양 안전보안팀들로 보강 될 것이다. 최초의 보안팀은 지난 7월 3일 창설되었으며 향후 3년 이내로 12개 팀이 추가로 창설될 예정이다. 이 특수 무장대원들 중에는 고속정 조타수와 해군의 푸른 색 위장복을 입은 사격병도 있는데, 이들은 담당 항구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해상 특수부대 SWAT처럼 공격시 미국내 다른 항구들에 배치되기도 한다.
해군의 지원도 뒤따를 예정이다. 지난 4월 국방성은 미국 내륙과 동서해안 해변 및 멕시코만 수로지역의 테러에 대비하기 위해 북부사령부를 창설했다. 해양학자이자 해군 소장인 리처드 웨스트는 “해군은 기동성이 뛰어난 51m짜리 싸이클론급 해안 경비선 13척을 해안경비대가 전술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넘겨주었다”며 “해안전투용 자원들을 국내 해역으로 배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거의 600만 개에 달하는 화물 컨테이너들이 매년 미국으로 선적된다. 그동안 이 대규모 컨테이너들중 단 2%만이 자세한 검사를 받았었다. 하지만 9·11 이후 미 세관의 컨테이너보안 우선권에 의하면 미국 세관원들은 외국 항구들에 배치되어 미국발 화물선을 사전에 검사하고 있다. 위험성 높은 컨테이너들은 적발되어 검사를 받게 되는데, 머지 않아 전자장비가 장착된 특수 ‘스마트 씰’(smart seal)이 이런 컨테이너에 장착되면 운송 도중 컨테이너를 뜯은 적이 있었는지 등 필요한 정보를 곧바로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한편 미국내의 화물 검사원들은 중장비 운반차와 비슷하게 생긴 대당 120만 달러의 트럭 탑재형 장비 덕분에 수고를 덜게 되었다. ‘차량 및 화물검사 시스템’이라는 이 장비는 방사성 동위원소 세슘 137(Cs 137)로부터 방출되는 저밀도 감마선을 선적 컨테이너에 투사해 검사원이 내부를 부분적으로 볼 수 있다. 감마선은 X선보다 강력하기 때문에 이런 작업에 더 효과적이다. 감마선은 단단한 물질에 잘 흡수되지 않아 10cm 두께의 철판도 투과할 수 있다.
세관의 검사반장인 스티브 박스터와 필자는 이 장비의 조종석에 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80번 부두에 한 줄로 주차되어 있는 트럭들 뒤쪽으로 후진하면서 2단으로 접히는 팔을 이제 막 남미의 화물선에서 하역된 선적 컨테이너들 위로 움직인다.
박스터가 6m길이의 첫 번째 컨테이너 내용물을 의료사진처럼 스크린에 표시된 것을 보고 있다. 자연스럽게 적재된 컨테이너 꼭대기에 놓여 있는 이상한 어두운 물체가 보이자 그는 이미지에 색상을 부여해 선명하게 한다. 박스터는 “어둠은 밀도를 나타내는데 컨테이너안의 상자들은 모두 비어있지만 제일 윗부분의 밀도가 문제죠. 밀도는 무엇이 있다는 것을 뜻하거든요”라고 말한다. 대형 바퀴가 달린 포트 패커라는 지게차가 트럭 적재함에서 컨테이너를 내려놓자 건장한 세관 검사원 네 명이 컨테이너를 강제로 연다. 안에는 텅빈 나무 팔레트들이 합판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신고 서류에는 없던 이 합판들은 운반 도중 충전재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데 검사시 모니터에는 밀도가 높은 물질로 나타났다.
특별한 이상이 없자 검사원들은 이제 나무 상자에 구멍을 뚫기 시작한다. 마약이나 폭발물처럼 밀도가 높은 물질이 감춰져 있을 가능성이 큰 빈 공간을 조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스터는 “이런 검사를 해도 불평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만(灣)의 수중(水中)에서도 특별 보안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 해안과 방파제 쪽에 설치된 장비들과 해저에 고정된 센서들이 강어귀의 바람과 조수, 염도와 조류 변화를 기록하고 이 정보를 각 선박의 선장들에게 웹과 전화선을 이용해 6분마다 음성 메일로 알려 준다.
‘PORTS’(Physical Oceanographic Real Time System)라고 부르는 이 시스템은 원래 미국의 한 대형 교량사고에 대한 후속책으로 개발된 것이다. 1980년 화물선인 서밋 벤처호가 조수와 조류, 바람에 관한 실시간 정보를 받지 못해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눈보라 속에서 탐파의 스카이웨이 브리지에 충돌, 35명이 사망한 사고였다. 이처럼 해안정보는 선박에 있어 상당히 중요하다.
PORTS 시스템은 그 이후 다른 종류의 재해 예측에도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 1996년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원유 유출 사고 이후 미국내 주요 수로 9곳에서 가동되고 있는 PORTS가 기름막을 추적해 컴퓨터 모델로 확산 경로를 예측해낸 것이다. 만약 테러범들이 수중에 생화학 물질이나 방사능 무기, 또는 다른 유독성 물질을 방출했을 경우 PORTS는 이런 물질들도 추적할 수 있다. PORTS 자료를 통해 해안경비대원들은 특정 시각에 선박이 항구의 어느 부분으로 항해할 수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해상 교환국 외부 작전 책임자인 알랜 스타인브러그는 “PORTS는 테러범이 어디서 나타날지 예측하지 못하지만 소형보트로 항구를 진입할 때 선박의 진입여부와 방법을 예측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군과 학계 관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자율조정 수중 차량(AUV)이다. 모양과 크기가 다양한 이 차량은 보통 자료 수집이나 다른 정찰 임무를 수행한다. 이 전기 차량의 차세대 모델은 자동 재충전과 자료 다운로드가 가능하고 해안과 광섬유 케이블로 연결된 수중 기지에 도킹해 새로운 지시를 받을 수도 있다.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의 연구팀은 어뢰 모양의 실시간 해저 광학 지형 작성기(ROBOT)를 개발했는데, 이 장비는 AUV에 장착되어 해저의 3차원 영상을 만들어 낸다. ROBOT이 만들어낸 이 영상은 해저에 매설된 지뢰를 찾거나 침몰한 선박의 위치를 찾는 데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연구팀은 무인 잠수함에 탑재해 해수(海水)를 채집, 생화학 무기 사용 여부를 알아낼 수 있는 수중 질량 분석기도 연구중이다. 해군의 해양학 연구기술 책임자인 릭 스린래드는 “10년 이내에 AUV를 비롯한 첨단 장비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상 무역은 향후 20년 내에 현재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될 전망이다. 해상무역의 증가는 테러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9·11테러 이후 미국 해안안보를 담당하는 기관들이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항만을 순찰중인 조타수 애쉬모어는 “지금까지 정보공유가 이렇게 원활하게 잘 된 적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많은 사람들이 주요 정보기관들에도 똑같은 변화의 바람이 일기를 기대할 것이다.
지난 6월 록히드 마틴사와 노드롭그루먼사가 체결한 170억 달러 상당의 선박과 헬리콥터 및 전투기 개발 프로젝트로 해안경비대의 방위활동에는 앞으로 수 년 동안 상당한 지원을 받게 된다. 전문가들은 테러에 대한 대비는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것뿐이라고 지적한다. 샌프란시스코항 해안경비대장인 래리 헤레스는 “엑슨 발데즈 사건 이후 우리는 원유 유출에 대한 책임이 더 커졌다”며 “테러 위협의 경우도 비슷하다. 위협을 항상 인식하고 사고예방이나 정보기관간 정보공유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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