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앤 머신’(Man & Machine), 즉 인간과 기계에 관한 이 칼럼에 살아있는 매가 등장해 독자들은 의아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냥용 매는 리노의 레이싱카처럼 공기역학적으로 매끈한 킬링머신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게다가 강하며 빠르고 눈부시다.
매는 얼마나 빠른 걸까? <내셔널 지오그래픽 익스플로러> 최근호는 송골매의 강하속도가 시속 389km라고 소개한 바 있다. 도대체 어느 정도나 빠른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영국해군이 1940년대 영화의 한 장면을 분석한 결과, 매는 시속 약 440km의 속도로 급강하한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이에 대한 반박 또한 만만치 않지만 필자는 아직까지 지구상에서 매보다 더 빠른 동물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급강하를 하는 매는 마치 성난 탑건이 F-14 톰캣의 날개를 완전히 뒤로 젖히고 폭주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정말 빠른 것들은 날아가는 새를 낚아채기도 하는데, 매가 지상에 있는 동물에게로 급강하해 채가면 땅에 움푹 패인 구멍이 생길 정도니 매의 속도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깃털 달린 스투카(Stuka; Ju-87 급강하 폭격기)라고나 할까, 매에게는 날개의 중앙에 소익각우(alula; 날개의 제 1지에 나는 3∼6개의 좀 단단한 작은 깃털)라는 작은 태브(tab)가 있다. 이것은 급강하 시 자유로이 방향과 속도를 바꿀 수 있게 날개 앞쪽의 작은 틈을 형성한다.
또한 매의 콧구멍 속에는 골질(骨質)의 작은 돌출부가 있는데, 이것은 음속 제트기의 흡입기 내부에 분할기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로, 급강하 시 기류로 인한 기낭(氣囊)의 파열을 막아준다.
매는 지저귀지 않는다. 기쁠 때는 아주 높이 비상(飛上)하거나, 사육사에게로 와서 교감한다. 유일하게 소리를 낼 때는 사냥매 무리가 있는 사육장에 사람이 들어갔을 때 밖으로 나가고 싶어 소리를 내는 게 전부다. 야생에서 이 작은 사냥꾼들은 하루에 자신의 몸무게의 20∼25%정도 되는 먹이를 필요로 한다. 몸무게가 90kg 나가는 사람이 햄버거와 감자튀김 22kg 정도를 먹어치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매가 생각하는 것은 오로지 먹는 것이다. 매는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거나 아니면 꼼짝 않고 홰에 앉아 먹은 음식을 소화시키는데 일생의 90%를 보낸다.
매는 400m 떨어진 곳에서 움직이는 쥐를 볼 수 있다. 육식 조류들은 인간의 세배에 달하는 시력을 가지고 있다. 매의 ‘플리커 시력’(flicker vision), 즉 초당 처리하는 불연속 이미지의 개수는 인간보다 4배정도 많다고 한다. 인간 안구의 이미지 감지 부위에는 평방 밀리미터 당 20만개 가량의 세포가 있으나 매는 100만개 이상을 가지고 있다. 또한 안구 한 쌍의 무게는 뇌의 무게보다 더 무겁다.
매가 사냥에 사용되는 이유는 새들을 사냥하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에게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다. 매가 사람에게 돌아오는 것은 조련사에게 길들여져서가 아니라고 한다. 매를 애완용으로 길들인다는 것은 상어한테 슬리퍼를 물어오도록 훈련시키는 것만큼 맹랑한 얘기다.
매잡이들은 자신의 매가 조금이라도 무게가 변하면 금방 알아차린다. 해리스의 매는 원래보다 30∼40g정도 무거워졌을 때가 날리기 딱 좋을 때다. 이 정도면 너무 멀리 날아가기 전에 힘이 전부 소진될 것이고, 그래야 재충전을 위해 사람이 들고 있는 고기덩어리로 쉽게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 매잡이로 나선 사람들은 우선 그 무시무시한 부리가 얼굴에서 불과 몇 cm 떨어져 있는데도 전혀 위험하지 않다는데 놀란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의 주요 무기는 발톱이라서 매가 사람을 물어뜯을 것이라고 겁먹는 것은 핏불테리어(한번 물면 절대로 놓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사나운 개)가 발로 자기를 걷어차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만큼 우스운 일이다.
매의 무게를 알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가벼운데 놀란다. 매는 개똥지빠귀 정도의 무게밖에 나가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비밀은 뼈에 있는데, 매의 뼈는 속이 텅 비어서 마치 비행기의 튜브 프레임 동체와 같이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 왼손을 슬쩍 올려 매를 날려보낼 때의 느낌은 마치 발사재목(가볍고 단단한 나무)으로 만든 마일라 모형비행기를 날리는 것처럼 기분이 좋다.
더 환상적인 것은 매가 돌아왔을 때다. 매는 대개 카우보이식 휘파람을 불면 돌아오는데 쓸데없는 힘을 하나도 낭비하지 않으면서 정말 기막히게 정확하면서도 매우 안정감 있게 하강한다. 매는 착지 바로 전, 다섯 개의 슬롯 플랩(slotted-flap)과 에일러론(보조익)을 효과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으로 다섯 손가락을 펼친 듯 바깥 쪽 깃털을 조정하면서 착지한다. 일반 비행기의 착륙 방식에 비유한다면 매는 정교하게 브레이크를 걸고 꼬리날개 일부를 가동시켜 활공하다가 기어를 완전히 내리고 멈추면서 그 무시무시한 활강 속도를 완전히 줄인 다음 땅에서 다시 매잡이의 손으로 사뿐히 올라온다.
매사냥 할 때의 장비는 매의 발에 맬 끈, 촘촘하게 재봉질 된 여행용 눈가리개, 매를 불러들이기 위한 모조(模造) 새 등, 500마리의 매를 소유했던 쿠빌라이 칸이 자신의 매잡이와 함께 말을 몰던 옛날과거의 다를 게 없다.
여기에 비컨 추적기(송신신호에 대한 표적의 응답신호를 추적하는 방식)가 추가되는데 현재 고가의 사냥용 매들은 다리 한쪽에 가느다란 안테나선이 달린 무선 발신기를 매단다. 그래야만 사냥에 나선 매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세 사람들에게는 R/C(무선조종) 모형비행기와 다름없었던 고귀함의 상징인 매들을 지금은 무선조종까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무선으로 위치추적은 할 수가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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