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바이러스 백신만큼은 세계 최고 기업으로 키우겠습니다.”
안철수 연구소와 함께 국내 양대 바이러스 백신 전문업체로 평가받고 있는 하우리의 권석철(權錫哲·32) 사장의 말이다. 98년 천리안 바이러스 동호회 회원 5명이 모여 만든 하우리는 올해 코스닥에 등록하는 등 설립당시 다른 사람들의 우려와는 달리 세계최고 기업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백신 전문업체로 성장했다.
다른 업체들이 통합 보안업체로 사업영역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반면 ‘철저히 기술력으로 승부한다’는 하우리의 모토처럼 바이러스 전문업체로 백신분야에 기술력을 집중하여 이 분야에 최고를 고수하겠다는 권사장의 말을 들어본다.
개그맨에서 바이러스 백신 전문업체 CEO로
현재 바이러스 백신 전문업체 CEO로 좀 딱딱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권사장이지만 학생시절 그의 꿈은 개그맨이었다. 실제로 대학 재학 중이던 지난 94년 개그맨 콘테스트에 참가하기도 했었다.
대학교시절 과친구들과 자신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공개하는 전시회장에서 그 당시만 해도 낯설기만 하던 ‘바이러스’라는 것에 시스템전체가 감염이 되어 애써 준비한 프로그램을 채 실행도 해보기 전에 허망한 결과만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그는 그 날부터 그때 감염되었던 디스켓 한 장을 가지고 ‘타도 바이러스’를 외쳤다. 그일을 계기로 전국 방방곡곡 바이러스를 찾아다니며 미친 듯이 연구에 몰두했다고 한다.
몇 년 후 권석철 사장은 통신 동호회에서 알게된 5명의 사람들과 뜻을 같이하여 ‘하우리’를 만들어 그 당시 국내를 장악하고 있던 V3의 안철수 연구소와 외국의 거대 보안업체들과의 경쟁을 시작하게 된다.
기술력이 최고의 무기
“21세기 무한경쟁시대에 마이크로소프트 등 외국 거대기업들과 싸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술력의 비교우위와 마케팅 전략이 필수적입니다.” 이렇듯 권사장은 기술력이 최고의 무기라고 말한다.
초창기에는 거대한 보안기업들 앞에서 20대에 청바지를 입고 다니면서 제품 설명회를 하고 다녔던 권사장을 인정해주는 곳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하우리의 기술력은 살벌한 바이러스들이 등장하면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지난 99년 4월 전세계 수많은 PC들을 순식간에 정지시켰던 체르노빌(CHI) 바이러스는 무명의 하우리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다. 하우리는 이 바이러스의 위협을 국내에 처음으로 알렸을 뿐 아니라 이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윈도용 백신 프로그램 ‘바이로봇(ViRobot)’을 프리웨어로 공급, 세상에 주목을 받았다.
또한 작년에 전세계를 강타했던 ‘님다(Nimda)’ 바이러스 백신도 경쟁사보다 하루 일찍 개발 백신의 본고장인 미국에까지도 진출시켜 세계적으로도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세계 최고 바이러스 백신 기업으로
‘님다(Nimda)’바이러스가 세계를 휩쓴 이후 미국 등 해외에서 ‘바이로봇’을 써볼 수 없느냐는 문의 메일이 쏟아지고 있으며 그 메일에는 시만텍이나 트렌드마이크로 제품보다 하우리 제품이 더 완벽하다는 내용이 포함되고 있다고 권사장은 설명한다.
“시만텍의 기술력이 90이라면 하우리는 100에 해당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권사장의 말처럼 하우리의 올해 목표는 성공적인 해외시장 진출이다. 이미 지난해 말 국내 백신업체로는 처음으로 미국 2위의 반도체 장비업체인 ‘KLA-Tencor’에 백신제품을 수출했으며, 미국의 네트워크 어플라이선스와도 스토리지 및 파일서버와 연동 가능한 백신제품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일본 후지쓰와도 백신공급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는 등 벌써부터 가시적 성과를 올리고 있다.
권사장은 이미 지난 2000년에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한 현지법인을 설치했고, 올해 미국과 일본에도 현지법인을 설립, 올해 120억의 매출 목표액 중 20억원을 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한수진기자<popsci@sedailly.com>
약력
70년 서울생
91년 인하공업전문대학
전자계산학과 졸업
92년 한국마이크로텍 기술지원팀
95년 한국전산원
바이러스방지기술 연구원
96년 한국정보보호센터
바이러스방지기술 연구원
98년 (주)하우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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