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먹어보기로 한 마카는 페루 안데스산맥의 4천미터 고지에서 자라는 순무 비슷한 채소이다. 잉카의 전사들이 힘과 정력을 증진시키려고 먹었다는 걸 보니 이런 용도로 쓰인 역사가 꽤 깊다. 그렇지만 건강 보조제 상점이나 웹사이트에서 팔기 시작한지는 고작 이년 정도 밖에 안 된다. 이 식물을 섭취한 생쥐들이 짝짓는 횟수가 늘었다는 논문이 비뇨기학 저널인 <유롤로지>에 실린 이후부터 판매되기 시작했는데 아쉽게도 생쥐와 인간간의 차이는 엄청 크다. 게다가 마카는 아직 미 식품의약품국(FDA)의 관할 밖에 있어서 구체적인 증거를 얻기가 쉽지 않다.
구성 성분(복합 탄수화물, 아미노산, 티아민이나 리보플래빈 같은 비타민 종류, 철분과 칼슘 같은 미네랄) 역시 발기 조직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욜라 대학 산하 메디컬센터에 근무하는 존 멀홀의 말에 따르면, 마카의 명성은 대개 플라시보효과(위약효과) 때문에 얻어진다고 한다.
‘로열 마카’(wholeworldbotanicals.com)를 한 달 동안 복용한 뒤 의사의 전문소견을 들었다. 연갈색 캡슐을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정력이나 육체적 욕구가 치밀어 오르진 않았다. 그런데 생식기의 혈액 순환을 증진시키는 비아그라는 달랐다. 50mg짜리 알약이면 주중의 야간 유희가 꿈이 아닌 현실이 된다. 이 조그만 청색 알약이 거의 자동적으로 사람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비아그라는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으므로, 결국 우리 부부는 우리끼리 남게 되었다. 하지만 근심해서 무엇하랴, 우리에겐 항상 주말이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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