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텔리의 시선은 펠리칸 무리에 고정되었다. 펠리칸은 물고기를 발견하면 번갈아 물속으로 곤두박질 쳐 낚아채었다. 나머지 펠리칸들은 동료의 빈자리를 순식간에 메웠다. 물고기를 잡은 펠리칸은 대열 맨 뒤로 돌아와 간단히 합류했다. 카스텔리는 “펠리칸 무리가 우리 비행기의 완벽한 모델”이라며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펠리칸에게서 적의 통신 방해로 비행기 한 대와 교신하지 못하면 다른 비행기들이 그 비행기의 임무를 대신하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카스텔리의 팀이 생각한 대로 미니 무인 비행단은 펠리칸처럼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돌발사태에 지능적으로 대처하며 비행 중에도 서로 임무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펠리칸에게서 얻은 영감으로 2년이 지난 지금 카스텔리는 SWARM
(변형가능전투대형모듈: Smart Warfighting Array of Reconfigurable Modules)을 만들었고 이것은 해군의 야심찬 프로젝트로 채택되었다. 이 무인항공기(UAV) 프로젝트는 2004년 생산을 목표로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비행기는 길이 1.21m, 날개 길이 1.21m, 무게 9kg이며 카메라, 도청용 마이크로폰, 미니 화생방 탐지기 또는 소형 무기 같은 1.8kg 정도의 탑재체를 탑재할 수 있다. SWARM 비행기의 대당 가격은 2,000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아프가니스탄 분쟁 동안 널리 알려진 프레데터 무인비행기는 길이 8.22m에 가격 300만 달러로 탑재체도 317kg을 훨씬 넘고 헬파이어 미사일로 무장한다. 프레데터와 비교해 카스텔리의 SWARM은 규모면에서 전혀 다른 무인비행기이다. 차이는 크기만이 아니다. 프레데터의 운용에는 원격 조종사 1인과 센서 조작자 2인 그리고 지원요원이 있어야 하며 C-130 수송기로 운반되는 지상통제소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SWARM 비행단은 PDA 같은 흔한 장비로 단 한 사람에 의해 통제가 가능하다.
SWARM 시제품은 적은 수지만 이미 시험 중에 있다. 해군은 다음달 배에서 직접 SWARM 비행기들을 발진시켜 고등 정찰과 정보수집을 시험할 예정이다. 궁극적으로 SWARM은 여러 정부기관이나 민간기업에서도 기후조사, 교통통제,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한 국경 순찰, 산불 감시, 실종 선원이나 길잃은 등산객 수색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해군설계를 기반으로 SWARM 비행기 생산을 맡게 된 첨단세라믹 연구소의 토니 뮬리건은 “SWARM 무인 비행기는 대당 2,000달러로 군사용보다는 민간용으로 활용도가 훨씬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기계 스스로 생각하는 인공지능이 더 발전해야 SWARM의 실용화가 가능하다. 카스텔리의 계획에 따르면 SWARM비행기들은 목적지와 임무를 받게되면 스스로 최적의 항로와 대형을 선택하고 관측 목표물은 물론 활동 내용과 기지로 전송할 정보까지 결정하게 된다. 두 대의 비행기가 서로 교신하고 반응하며 계속 정보를 주고받는 일도 쉽지 않은데 여러 대의 비행기들이 이런 일을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SWARM 프로젝트에서 인공지능 실험의 핵심은 해군연구국(ONR)에서 개발 중인 자율지능네트워크 시스템(AINS)이다. AINS는 무선 네트워크 상으로 여러 컴퓨터를 하나의 컴퓨터처럼 연결하여 자율적으로 행동하게 만든다.
이 시스템의 목표는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서도 단 한 사람이 수천 개의 무인 인공지능 잠수함, 인공위성, 지상차량, 선박, 헬리콥터, 비행기를 통제하는데 있다. “당면 과제는 다양한 능력과 센서를 갖춘 여러 무인 장비를 배치한 뒤 어떻게 한 팀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 하는가에 있다.”고 AINS 프로그램 책임자인 앨렌 모쉬페그는 말한다.
올 초, 해군은 AINS로 모의 전투를 실시하여 무인 장비들을 연결한 네트워크의 인공지능 수준을 측정했다. 캘리포니아의 변두리 지역에서 지상 장비와 헬리콥터로 구성된 두 팀이 서로 상대를 찾아내는 시험이었는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올 가을에는 SWARM 시제품 비행기들의 첫 번째 인공지능 행동인 자동비행시범이 계획되어 있다. 무인 비행기들은 A지점에서 B지점까지 이동 명령을 받으면 목적지까지 도달하는데 필요한 최적의 대형을 스스로 결정하게 된다.
카스텔리는 이를 위해 두 가지 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첫째는 한 비행기를 리더로 지정한 뒤 나머지 비행기들에게 가야 할 방향을 지시하는 것과 둘째는 지휘권을 여러 대의 비행기에 분산하고 각 비행기들은 주위의 다른 비행기의 비행 패턴에 따라 자기 위치를 조정하는 것이다.
자동비행 능력은 SWARM 비행기가 수행할 복잡한 임무에 필요한 일부 능력일 뿐이다. 가령, SWARM 비행기들이 이라크의 비행금지구역을 정찰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한 대가 건물에 은폐된 발사대에서 날아온 미사일에 맞아 추락된다면 두 번째 비행기가 격추를 감지하고 그 지역을 수색하여 의심 가는 빌딩을 찾아낸다. 세 번째 비행기는 적외선 카메라로 고온의 미사일 발사 잔광을 확인하고 현장을 확인한다.
이어서 이 두 비행기가 수집한 데이터를 송수신기를 장착한 네 번째 비행기에 보내면 이 비행기는 모든 영상을 중앙 통제소로 보내 분석하게 한다. 중앙 통제소의 통제관이 비행기들이 적군의 지대공 미사일 발사대를 찾아냈다고 확인하면 다섯 번째 비행기는 레이저 빛을 쏘아 목표물을 ‘표시’하고 스마트 폭탄을 발사해 목표물을 타격 하게 된다.
SWARM 비행기들이 복잡한 교신을 하려면 많은 데이터를 안전하게 전달해야만 한다. 카스텔리 팀은 이리듐 위성 네트워크를 통해 고속으로 데이터를 보낼 송수신기를 SWARM 비행기에 갖출 계획이다. 또한 무선 송수신기로 ONR에서 개발 중인 가시선통신 링크를 통해 16~32km 범위 내에서 암호화한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법도 있다. SWARM 비행기는 함선의 비행기 사출기나 헬리콥터에서 발사되어 60노트로 비행하도록 설계되어있다.
비행 중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안정성이다. 간단한 비행 전자장치만을 갖춘 미니 비행기는 악천후에 희생되기 쉽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앞에서 보면 수평보다 위로 치켜올라간 상반각(上反角) 날개를 채택했고 날개의 끝부분을 위로 올려 롤링을 막았다. SWARM 비행기의 엔진은 세라믹과 플라스틱 같은 가벼운 소재가 사용된다. 이런 소재들은 금속보다 저렴하고 레이더에 잡히지 않으며 고온에서도 내구성이 높아 엔진의 연료 효율을 높일 수 있다.
SWARM 비행기는 5.67리터의 디젤 연료로 최대 2,400km 떨어진 목표물까지 날아가야 함으로 특히 연료 효율이 중요하다. SWARM의 디젤엔진은 소음이 심해 은폐가 힘들다. 카스텔리는 소음기로 이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2행정 엔진은 공기가 희박한 높은 고도에서 멈추어 버릴 수 있기 때문에 SWARM 비행기는 150~2,400미터 고도 안에서만 비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SWARM 비행기를 크고 작은 군사 임무에 널리 사용하려면 1회용으로 몇 대를 잃어도 걱정되지 않을 정도가 되야 한다는 것이 카스텔리의 생각이다. 그가 대당 가격을 2,000달러로 설정한 이유는 해군이 사용 후 쉽게 폐기하는 수중음파탐지 부표의 가격에 맞추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시제품 단계인 지금까지 대당 16,000달러 이하로 생산비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카스텔리는 2004년부터 연간 1만 대의 SWARM 비행기를 생산할 예정. 편대 비행이 완성되면 그러한 항공전자장비를 재설계하여 축소한 전체 시스템을 하나의 칩으로 만들어 비행기 가격을 2,000달러 정도로 낮추게 될 것이다. 카스텔리는 이 목적을 달성하면 SWARM 비행기를 위한 센서 네트워크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 네트워크는 전체 SWARM 비행대에서 보낸 디지털 음향 파일과 비디오 파일을 결합하여 기지로 전송하게 된다. 시스템이 갖추어 지면 군은 지금보다 더 많은 상세한 원격정보를 얻을 것이다.
시나리오1
목표물 발견과 공격
SWARM은 군사작전에 첨단 정보를 제공한다. 블랙호크 헬리콥터의 동체 아래 부분에서 발사된 뒤(1), SWARM 비행단은 적지에서 적군의 위치를 파악한다. 소형 비디오 카메라를 갖춘 첫 번째 비행기가 의심 가는 물체를 확인하고(2) 동료에게 정밀 관측을 지시한다(3). 고해상도 적외선 카메라를 갖춘 두 번째 비행기가 적 탱크를 선명하게 촬영하면(4), 세 번째 비행기가 해안의 해군 구축함에 두 가지 이미지를 전송한다. 세 대의 비행기가 모두 계속 탱크를 추적하면서 그 위치를 구축함에 알려준다. 구축함에서 탱크를 확인하고 GPS유도 장거리 미사일로 탱크를 가격한다(5).
시나리오2
정박함정 방어
SWARM 비행단은 본국에서 멀리 떨어진 항구에 정박 중인 해군함정의 주변 방어에 활용 할 수 있다. SWARM 비행기 한대가 항구로 들어가는 입구를 정찰하던 중(1), 미확인 소형 모터보트가 항구 입구로 빠르게 접근하는 것을 포착한다. SWARM은 자동으로 코스를 조정하면서 보트 상공을 선회하기 시작한다. 이어 비디오 데이터를 정박중인 해군함정으로 전송한다(2). 소형 보트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하자 선상의 해군이 두 번째 비행기를 급파(3), 작은 최루탄가스를 보트에 투하한다. 보트 탑승자가 무력화되면(4) 해군 경비정이 보트와 그 탑재 화물을 조사하기 위해 출발한다.
시나리오3
해변 패트롤
SWARM 시스템은 민간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동식 사출기에서 발사된 뒤(1) SWARM 비행기 한대가 인파로 붐 비는 해안을 따라 비행하면서 상어를 찾는다. 비행기가 고해상도 디지털 비디오를 촬영하면서 이미지에 나타난 상어의 특징적 모양이나 움직임을 찾아낸다(2). 해안에서 상어를 발견하고 즉시(3) 비디오 화면을 인근의 핸드폰 중계탑에 전송하면(4) 신호가 해안 아래위로 전파된다(4). 중계탑은 안전요원의 PDA에 비디오 신호를 전달한다. 안전요원은 수영 중인 사람들을 신속하게 물에서 대피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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