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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탐지기

대니 브라운의 1981년 크리스마스는 조금도 즐겁지 않았다. 당시 25세였던 그는 만난 지 얼마 안된 바비 러셀이라는 28세의 여자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성탄절 휴일이 끝나기도 전에 브라운은 감옥에 가게 되었다. 러셀을 강간한 후, 크리스마스 트리에서 떼어낸 전깃줄로 교살한 혐의로 기소되었기 때문이다.
수감 후 그는 곧 사형을 선고받았다.

브라운은 자신의 결백을 강하게 주장했다. 결국 2001년 1월 브라운을 지지하던 사람들은 DNA검사를 통해 오하이오주 톨레도의 한 범죄 연구실에 냉동 보관되어 있던 러셀 체내에 남아있는 정액이 브라운의 것이 아님을 입증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브라운이 석방되기에는 불충분했다. 러셀 살해현장의 유일한 목격자였던 러셀의 여섯 살 난 아들이 처음에는 두 사람이 엄마를 공격했다고 증언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아이의 말이 사실이라면 브라운은 공범자였을 가능성이 있다.

그 후 브라운은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를 통과했다. 그리고 2001년 4월, DNA와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 결과에 따라 오하이오주 법원 판사는 브라운을 석방했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그가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 때문에 반평생을 감옥에서 보낸 후였다. “19년 동안의 악몽으로부터 브라운을 해방시켜 주는 데 거짓말 탐지기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뉴저지 프린스턴의 센튜리온 미니스트리 설립자인 짐 맥클로스키는 말한다. 센튜리온 미니스트리는 무고하게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이 석방되도록 돕는 기관으로 브라운이 풀려나는 데에도 일조했다. 진실과 거짓, 혹은 무죄와 유죄를 구분하는 일은 사람들간의 상호작용에서 가장 기본적인 문제에 속한다.

누구나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하는 상대를 찾아내려 한다. 하지만 거짓말도 잘하고 동시에 다른 사람의 거짓말도 잘 가려내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진실과 거짓을 명확하게 구분해 낼 수 있는 과학 장비가 주는 매력은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장비를 더욱 완벽하게 만들려는 시도가 진행되면서 현재 과학자들은 인간 본성의 복잡한 생물학적 특성을 연구중이다.

현재까지는 66년 전에 발명된 현대식 거짓말 탐지기만이 유일하게 거짓말을 밝혀내는 기술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미 전역에서 2,000개 이상의 사설 조사업체들이 거짓말 탐지기를 이용해 배우자의 외도에서부터 직원의 절도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사실들을 밝혀내고 있다. 널리 공개된 수많은 사건들에서 거짓말 탐지기는 깊숙이 감춰져 있던 거짓말들을 밝혀냈다.

수잔 스미스는 1995년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한 연못에 차와 함께 어린 두 아들을 빠뜨려 익사시켰는데, 세 차례에 걸친 거짓말 테스트 후에 모든 것을 사실대로 자백했다. 하지만 수사기관에서는 그녀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다른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 거짓말 탐지기가 위력을 발휘한 경우다.

미국 정부는 정보기관 근무자나 기밀 서류 취급자를 뽑을 때 이미 오래 전부터 거짓말 탐지기를 활용해왔다. 그러다 작년 9·11 테러가 있은 후 연방 기관들의 거짓말 탐지기 사용 빈도는 대폭 증가했다. FBI에 따르면 앞으로는 거짓말 탐지기를 이용한 요원들에 대한 검사를 강화해 거의 20년 동안이나 러시아에 기밀을 팔아 넘겼던 로버트 한센과 같은 이중첩자들을 가려낼 것이라고 한다. 법무성에서도 탄저균 저장시설 근무자 수백 명을 대상으로 거짓말 테스트를 시작하면서 작년 가을 우편물을 통해 이 치명적인 균을 발송한 범인이 밝혀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거짓말 탐지기를 열렬히 옹호하는 사람들도 이 장비의 정확도가 90퍼센트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게다가 실질적 증거가 충분한 사건들을 제외하면 거짓말 탐지기의 오진율은 더 높아진다. 거짓말 탐지기를 완벽하게 신뢰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 장비가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없다는 데 있다. 거짓말 탐지기는 사람들이 ‘거짓말을 할 때 동요한다’는 가정 하에 호흡과 땀 분비, 혈압과 맥박의 변화를 측정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론 잘못된 수사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무고한 사람이라도 거짓말 탐지기에 결박되어 감옥에 가거나 해고될 수 있는 질문 공세를 받게 되면 쉽사리 통제 불능의 긴장 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거짓말 탐지기의 오진율이 너무 높다는 이유로 1988년 제정된 한 연방법은 대부분의 사기업들이 거짓말 탐지기를 이용해 입사 예정자들을 걸러내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또한 거짓말 탐지기의 결과를 검사와 변호인 양측의 사전 동의 없이 법정 증거로 채택할 수 있는 곳은 뉴멕시코주 한 곳 뿐이다.

거짓말 탐지기의 효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미 에너지부에서는 최근 미국 과학자협회에서 추진중인 거짓말 탐지기 사용 범위 규정에 관한 연구를 후원한 바 있다. 이르면 이달 중으로 결과가 발표될 이 연구는 거짓말 탐지기의 효능 분석 외에 기존의 거짓말 탐지기능을 보완하는 일부 새로운 거짓말 탐지 기법을 평가하게 된다. 거짓말 탐지 방식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원하는 것은 거짓말을 하면 피노키오의 코가 길어지는 것처럼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신체적 현상이다. 이를 위해 과학자들은 첨단 두뇌 조영 장비들과 전자식 X-레이 촬영기는 물론 적외선 카메라까지 동원해 거짓말을 할 때 나타나는 명확한 신체적 증거를 찾아내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과학의 한계를 넘어선 문제에 봉착해 있다. 과학자들이 씨름해야 할 대상은 복잡하고 다양한 거짓말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진짜 거짓말을 실험실에서 가려내 구체적인 결과를 유도해 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복잡하게 구성된 모의 상황을 연출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거짓말 탐지 기술의 효능을 측정하기가 대단히 어렵고, 때로는 비현실적이라고 인정한다. 실제로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의 심리학 교수 제니퍼 벤데미아는 “거짓말은 아마도 사람이 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어려운 일이다.”고 말했다.

거짓말 탐지기는 거짓말을 할 때 나타나는 땀이나 발열과 같은 2차적 징후만을 측정하는 반면, 새로운 거짓말 측정법의 흥미로운 점은 두뇌를 직접 들여다보면서 거짓말을 하는 즉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스테판 코슬린은 “현재의 거짓말 탐지 방법들은 거짓말이 이루어지는 신체기관을 참고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측정법은 기대를 모을 만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신기술들을 통해 과학자들은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거짓의 본질에 관한 기본적 사실들을 하나씩 밝혀내고 있다. 일례로 단순한 부정(否定)과 정교한 거짓말이 다르듯 거짓말을 할 때 뇌의 서로 다른 부위가 관련될 가능성이 있다. 과학자들은 이미 진실보다 거짓말을 하는 데 더 많은 정신적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점에 대한 물리적 증거를 확보했다.

거짓말 탐지에 사용되고 있는 최첨단 장비는 기능성 핵자기공명영상(fMRI)기 이다. 이 장비는 강한 자기장을 이용해 뇌세포 내의 분자들이 또렷한 방사능 신호를 발생시키도록 한다. 또한 신호가 발생하는 뇌의 이미지를 연속적으로 빠르게 기록함으로써 혈류를 검사하고, 사람이 이로부터 특정 과업 수행시 뇌의 어느 부위가 활성화되는지 밝혀낸다.

펜실베니아 의대의 대니얼 랭레벤은 아직 초보 단계지만 fMRI에 의한 거짓말 탐지 연구에서 실험 자원자들에게 포커 한 장과 Yes와 No를 선택할 수 있는 리모콘을 하나씩 나눠주었다. 피실험자들은 각자 손에 쥐고 있는 포커 내용이 남에게 드러날 수 있는 질문을 보면 거짓말을 하고 그렇지 않은 질문에는 사실대로 대답하도록 지시를 받았다(오른쪽 페이지의 그림). fMRI 촬영 결과, 피실험자들이 사실대로 대답할 때는 시각 및 손가락 움직임과 관련된 뇌 부위의 활동이 증가되었다. 거짓말을 할 때에도 이 부위가 활성화되기는 했지만 뇌의 앞쪽 부분에 있는 부위들이 동시에 활성화되는 현상을 보였다.

이 부위는 대립되는 두 개의 정보가 있을 때 선택을 조절하는 부위로 알려져 있다. 렝레벤은 “무의식적인 선택을 할 때 이 부위가 활성화되는데 이는 진실보다 거짓을 말할 때 더 많은 정신적 노력이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렝레벤은 “재미있는 점은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거짓말이란 진실을 의도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규정한 것이 전적으로 옳다는 것이다.

진실을 모르면 거짓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랭레벤의 연구는 거짓말과 진실을 말할 때 뇌 내부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차이점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랭레벤의 연구로 거짓말을 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일부 부위들이 정확하게 밝혀지긴 했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이에 의문을 제기한다. 거짓말이 워낙 복잡한 행위이기 때문에 뇌 내부의 다른 부위들이 연관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 대학의 코슬린은 거짓말을 할 때 변화하는 다양한 유형의 뇌 이미지를 도식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코슬린은 사람이 단순히 부정을 하는 것과 의도적인 거짓말을 하는 것에는 뇌 내부의 관련 기관과 에너지의 양이 서로 다르다고 보고 있다. 이를 시험하기 위해 코슬린의 연구팀은 피실험자들에게 실제 기억을 변형해 거짓말로 바꾸어 보도록 했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시절 야구선수였던 한 사람은 실제로는 벤치신세를 면해보지 못했지만 마치 홈런을 50개나 친 야구왕처럼 거짓말을 하는 식이었다.

fMRI 검사를 할 때 피실험자들은 주어진 질문에 미리 외워둔 거짓말이나 사실, 또는 즉석에서 꾸며낸 다른 거짓말 중 한 가지를 말했다. 개략적이긴 하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결과에 따르면 fMRI 검사가 이같은 서로 다른 거짓말을 제대로 구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코슬린은 밝혔다. 자연스런 거짓말을 할 경우에는 단기간의 밀접한 정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전두엽의 부위가 활성화되는 반면 암기된 거짓말을 할 경우에는 이 부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코슬린은 “여러 유형의 거짓말에 대해 뇌 내부에서 각 유형에 상응하는 고유한 패턴이 형성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fMRI 연구 결과는 좋았지만 이에 대한 정보가 널리 사용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우선 fMRI 장비가 너무 크고 구입·유지비가 비싼데다 조그만 움직임에도 상당히 민감하기 때문이다. 코슬린은 “피검사자가 머리를 약간만 돌려도 검사를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일부 과학자들은 fMRI 보다 실용적인 두뇌 검사 장치인 전자식 뇌 뢴트겐 촬영기(EEG)를 이용한 실험을 하고 있다. 이 방식은 혈류로부터 뇌의 활동을 추론하는 fMRI 방식과는 달리 뇌의 전기적 출력을 직접 측정한다. EEG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휴대가 용이하며 부피도 작아 실용적이다.



EEG를 이용한 한 연구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연구원인 제니퍼 벤데미아는 실험에 자원한 학생들에게 전극이 128개가 있는 뇌파 기록 모자를 써 보도록 했다. 모자를 쓴 학생들은 컴퓨터 모니터에 나타나는 ‘잔디는 초록색이다.’, ‘미키 마우스가 에이브러험 링컨을 암살했다.’는 식의 참과 거짓이 분명한 짧은 단문들을 보고 난 뒤 참과 거짓이 불분명한 단문들을 각각 보았다. 실험에 참여한 학생들은 진실과 거짓을 적절히 섞어 가며 대답을 하도록 지시를 받았다.

또 다른 실험에서 벤데미아는 학생들이 가상의 범죄를 저지르도록 했다. 이들은 가상의 인물인 교수의 연구실에 쳐들어가 시험지를 훔쳐 내고, 나중에 EEG 장치를 착용한 상태에서 이 사건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본인들은 그 사건과 연관이 없다고 주장하도록 지시를 받았다.

지금까지 260명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한 벤데미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이 거짓말을 할 때에는 뇌의 활동에 예측 가능한 패턴이 나타난다고 한다. 전기 에너지가 독특하게 연속적인 기복을 보여주는 이 현상은 ‘사건관련전이(event-related potential)’라고도 하는데, 벤데미아는 이에 대해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난 후 0.5초 이내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과학자들은 거짓말과 뇌파간의 관계를 1990년대 초부터 인식하고 있었다.

그 이전에는 러시아어 문장가운데 영어 단어를 발견하는 경우처럼 아주 특별한 상황에 직면할 때 또렷한 뇌파가 발생된다고만 알려져 있었다. 이 뇌파는 자극이 주어진지 30억분의 1초 정도 후에 발생한다고 해서 ‘P300’라는 명칭이 붙었다. 1991년 들어 심리학자인 엠마뉴엘 던친과 일리노이대 대학원 제자였던 로렌스 파웰은 이 실험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 가상 범죄 시나리오를 이용해 연구팀은 ‘죄를 지은’ 실험자가 상호 무관한 단어나 이미지들 가운데 범죄 행위가 발각될 만한 단서를 의식하면 실험자에게서 P300이 방출됨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이런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파웰은 작년에 ‘뇌지문(Brain Fingerprinting)’이라는 상용 거짓말 탐지법을 선보였다. 덕분에 그는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0대 차세대 주요인물에 선정되기도 했다. 파웰은 자신의 장비를 이용해 용의자가 범죄 현장에 있었는지를 입증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범죄 현장의 세부적인 모습들을 보여줄 때 용의자로부터 P300이 방출되는지 여부를 이용하는 것이다. 파웰에 따르면, 살인사건의 희생자가 초록색 스웨터를 입고 있었을 경우, 살인범이 희생자가 입었던 옷을 포함한 여러 장의 옷 사진들 중에서 초록색 스웨터가 찍힌 사진을 보게 되면 P300을 방출하게 된다는 것이다.그러나 거짓말 탐지기처럼 뇌지문 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파웰과 공동연구를 했던 던친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던친은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희생자가 입었던 초록색 스웨터를 본 순간 P300을 방출했다 하더라도 이는 초록색 스웨터를 입은 사람을 살해했기 때문이 아니라 최근 길거리에서 초록색 스웨터를 봤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결국 용의자에게 이미지들을 보여 주었을 때의 반응만 가지고는 거짓말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 회계감사원(GAO)은 작년 10월 뇌지문 방식이 구체적인 증거가 있을 경우에만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방부와 CIA, FBI 등 첩보관련 부처가 이를 보다 제한적인 용도로 국한해 사용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현재 수사기관들은 거짓말 탐지기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탐지기의 결함을 인식한 정부에서는 새로운 방식의 거짓말 탐지 즉, 가시적인 성과가 기대되는 분야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다. 그렇지만 모든 연구마다 고도의 뇌 실험이 필요한 건 아니다. 일례로 마요 클리닉의 연구원들은 적외선 카메라로만 탐지가 가능한 눈 둘레의 홍조 현상이 거짓말을 하는 증거임을 밝혀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20명의 자원자들을 모집, 8명에게는 마네킹을 칼로 찌르게 한 다음 한 명당 20달러씩을 쥐어 주었다. 12명의 다른 사람들은 아무 행위도 하지 않았다. 그런 다음 20명의 피실험자들에게 자신들이 마네킹을 찌르는 가상 범죄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것을 주입시켰다.

그러나 실험자 눈 주위의 미세한 온도 변화를 모니터한 연구팀은 이 범죄에 가담한 8명 중 6명과 가담하지 않은 12명 중 11명을 정확히 가려냈다. 이와 유사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어떤 질문에 대답할 때 순간적으로 멈칫거리는 반응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증거임이 밝혀졌다. 이런 종류의 거짓말 탐지 기법은 장비를 통하지 않고도 거짓말 여부를 알아낼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기관들에서 선호하고 있다. 이런 방법을 이용할 경우 공항 게이트에서 검사관이 승객에게 가방 안의 내용물에 대해 물으면서 숨겨둔 센서로 응답자의 눈 주위 온도가 올라가는지 검사해 대답의 진위 여부를 알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새로운 거짓말 탐지 기술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수사기관들에서는 이 기술을 이용해 거짓말 탐지기의 성능을 개선하려 할 가능성이 더 높다. 거짓말 탐지기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거짓 여부를 간편하게 파악할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방성의 거짓말 탐지기 연구소의 책임자인 앤디 리얀은 “눈 주위의 홍조나 멈칫거림, 근육 경련 뿐 아니라 뇌의 활동까지도 측정할 수 있는 기능들을 거짓말 탐지기에 모두 장착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리얀은 “fMRI와 같은 장비가 밝혀낸 사실은 마치 환자에 대한 의사의 2차 소견서와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해 기존장비의 평가를 무시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의사가 단 한 번의 테스트 결과만 가지고 최종 진단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첫 번째 테스트 결과로 개략적인 윤곽을 파악해 추가로 정밀진단이 필요한지 결정하듯이 거짓말 탐지기도 동일한 과정을 겪게 된다.”고 덧붙였다.

거짓말과 관련한 뇌의 역할이 밝혀지고 거짓말 여부를 보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들이 개발되면서 한 가지 분명해진 게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이 어떻게 거짓말을 하게 되는지를 완벽하게 밝혀내는 것은 아직 요원하다는 점이다.

테러리스트들 거짓말 테스트 받아 테러와의 전쟁에서 체포된 범인들의 심문에 거짓말 탐지기가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미 국무성은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FBI 대변인 폴 브레서도 “일부 사건의 경우엔 거짓말 탐지기가 사용된다고 할 수 있다.” 고만 밝히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거짓말 탐지기가 취조 요원에게는 중요한 도구일 것이라 보고 있다. 미국 거짓말 탐지협회 이사회 위원인 대니얼 소스노프스키도 “베트남전과 한국 전쟁, 2차 대전에서도 거짓말 탐지기를
사용했었다.”며 “정보기관에서는 분명 탈레반과 알 카에다 포로들에게 거짓말 탐지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거짓말 탐지기는 보통 상황에서도 정확도가 일정치 않고 조사를 받는 사람이 영어를 하지 못할 경우엔 신뢰도가 더 떨어진다. 매트 폴리그래프 서비스사 사장인 제임스 알랜 매트는 “외국사람의 경우 질문의 뉘앙스를 잘 파악해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거짓말 탐지 테스트는 쓸모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통역자가 양 언어에능숙하지 못하거나 다른 속셈이 있는 경우에는 뜻하지 않게, 혹은 의도적으로 통역을 왜곡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대의명분을 위해 사람의 목숨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테러리스트에게는 거짓말 탐지기도 별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시간 주립대 형법학부의 프랭크 호바스는“숭고한 목적을 위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고 믿는 경우에도 사람들은 거짓말에 대해 심리적 저항감을 갖고 있지만 테러리스트는 자신을 체포한 사람들을 경멸하기 때문에 거짓말 탐지기가
소용이 없다.”고 덧붙였다. 피험자는 나중에 구두로 듣게 될 질문들을 먼저 읽고 이해해야 하는데 비협조적인 피험자는 애초부터 이것 자체를 읽으려 하지 않는다. 더구나 반항적인 피험자의 경우 의도적으로 대답을 거부해 테스트를 무력화시켜 버린다. 호바스는 “누군가를 억지로 거짓말 탐지기에 묶어 놓고 여러 시간 동안 심문할 수 있다는 것은 지어낸 얘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거짓말 탐지기의 효능
거짓말 탐지기는 만능일 수 있을까?
포커판에서 고민되는 마지막 베팅 순간이 다가왔다. 칩이 아직 남아있긴 한데... 상대편이 방금 베팅액수를 더 올렸다. 콜을 할까 접을까?
게임에 자주 나오는 상대는 방을 한 번 휘 둘러본다. 그리고는 머리를 쓸어 올린다. 그리고는 “그런데 조니, 너 어젯밤 레이커스 팀 게임 봤어?”라고 묻는다. 바로 저거다. 상대는 지금 허세를 떨고 있는 것이다. 상대방 친구는 패가 좋을 경우 초조한 척 하는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도박판에서는 방금 전과 같은 상황을 ‘버릇’이라고 한다.

최근에 나온 필자의 저서 <포커 네이션>에서 묘사한 바와 같이 대부분의 포커꾼들은 자기 패를 무심코 알려주는 무의식적인 습관이나 상투적인 몸짓이 있다. 이런 방법으로 돈을 따는 경우도 있다. 풀하우스 패가 들어오면 손을 떠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허세를 부리면서 손을 떠는 사람들도 있다. 같은 상대와 자주 포커를 치다 보면 그 사람의 버릇을 역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버릇’은 비단 포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는 몸짓을 통해 효과적으로 거짓말 여부를 알아낼 수도 있다. 상대의 시선을 주의 깊게 보라. 배우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외도를 숨길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자세도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누군가가 사실을 말할 때는 가급적 좋게 보이려고 다소 딱딱한 자세로 선 채 얘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람의 ‘목소리’만큼 정확한 잣대는 없다. 죄가 있는 사람은 거짓말을 하는 데 필요한 특정 어휘에 지나치게 힘을 주어 말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버릇’에 대해 잘 익혀두면 포커든 인생이든 더 많은 이익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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