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러는 총기소지율이 가장 높은 5개 주에서 조사된 5~14세 연령대의 어린이 자살 건수가 총기소지율이 가장 낮은 5개 주에서보다 훨씬 많다고 보고했다. 총기 이외 다른 것으로 인한 자살 건수는 대강 비슷하다는 사실로 미루어, 총기소지율의 차이 때문에 전체 자살 건수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 밀러의 주장이다.
그러나 전미소총협회 연구책임자 폴 블랙먼은 밀러의 이 흥미로운 발견을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폴은 밀러의 연구에 있어 권총소지율을 산출한 방식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그는 총기소지를 신고하도록 법으로 강제하지 않은 주들이 많기 때문에 실제로 권총을 소지하고 있는 미국인의 수를 정확히 측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어떤 주에서는 전화 설문을 통해 집계된 통계를 제공하는데, 밀러와 동료 연구자들은 이런 부정확한 자료를 사용했으며 통계학자들이 ‘프록시’(proxy; 대리)라고 부르는 간접적인 총기소지율 수치를 분석했다는 것이다. 밀러는 쿡 색인(듀크 대학의 경제학자 필립 쿡의 이름을 딴 것)을 이용, 총기로 인한 자살률과 살인률의 평균을 내서 한 주에 있는 총기의 수를 추정하는데 기초로 삼았다고 폴은 주장한다. 또한 총기로 인한 자살률만을 근거로 해서 총기소지율을 추정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블랙먼은 “이런 프록시들은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쿡 색인은 너무나 부정확해서 쿡 자신도 더 이상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전화 설문은 18세 이상인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므로 아이들이 얼마나 쉽게 총기에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거자료로 삼기에는 부적합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실제 정확한 측정이 필요한 것이 총기를 소지한 가정의 비율이라는 것이다.
밀러는 폴의 지적을 인정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프록시를 신뢰한다. 쿡 색인의 단점은 인정하지만 많은 연구들을 통해 검증된 다른 프록시와의 비교에만 사용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비교된 그 두 개의 프록시와 연구조사는 본질적으로 같은 결과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밀러는 바로 이것이 자신의 연구 강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블랙먼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설령 자료가 근거있는 것이라 해도, 어떤 면에서는 그 연구 자체가 하찮은 것이다. 미국에서 발생하는 총기관련 사망 건수의 고작 1.5%에 불과하지 않은가.”
밀러는 이 말에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10년 동안의 연구기간 중 7천명의 아이들이 총으로 자살했습니다. 이것이 어떻게 하찮다고 할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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