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발전으로 인한 에너지 소비의 사이클이 매우 짧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10년 동안 썼던 양의 원료가 오늘날에는 불과 1년도 안돼 소비되고 있다. 지구에 살고있던 동물과 식물이 수억 년 동안 땅에 묻혀 생긴 것이 석유로 일컬어지는 화석연료. 현재의 에너지 소비추세를 고려하면 가장 큰 의지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이 한정된 화석연료는 30년 정도면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이에 따라 적극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것이 바람과 태양열을 이용한 대체에너지다.
수억 만년 동안 존재해온 ‘바람과 태양’. ‘자연(自然)’으로 대표되어온 바람과 태양열이 대체에너지로 이용되는 비율은 전세계적으로 상당히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미 유럽은 석유의 소비량을 감소하고 대체에너지의 소비비율을 늘리고 있다. 대체에너지 특히 바람이 많은 지역에서의 풍력발전을 개발하고 태양열의 이용도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에너지를 찾아 이용한 원시시대처럼 인류는 에너지 사용에 있어 과거로 회귀하는 것일까. 본지는 대체에너지로 각광받는 바람과 태양열의 이용원리와 전세계 이용실태를 2회에 걸쳐 살펴본다.
바람이 전기제공…풍력발전
바람은 대체에너지 중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전기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에너지원 중 하나다. 평방미터당 에너지 생산도 높아 가장 작은 면적을 필요로 한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발전단가도 가장 적어 다른 발전방식과 경쟁이 충분히 가능하다. 옛날의 풍차는 많은 날개를 가지고 있었지만 오늘날의 풍력발전기는 보통 두 세 개의 날개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날개의 효율을 높인 것이다. 풍력발전기는 풍속이 세고, 날개가 클수록 더 많은 풍력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풍력발전기의 발전량은 바람의 세기와 풍차의 크기에 의존한다. 일반적으로 연간 평균 풍속이 초당 6m이상이면 풍력발전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초당 풍속이 2m면 바람을 느끼는 정도이고 4m면 나뭇가지가 흔들리며 12m면 사람의 몸이 떨리기 시작하고 25m면 나무가 뽑힌다. 초당 풍속이 30m가 넘게되면 유리창이 깨지게 된다고 한다.
높이가 높아질수록 바람이 세게 불기 때문에 높은 곳의 발전기가 낮은 곳의 발전기보다 크고 발전량도 많다. 풍력발전은 대체에너지 분야중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분야기도 한다. 유럽은 한 해 성장률이 50%를 넘어 서고 있기도 하다.
풍력발전은 무공해와 무한정의 자원이기 때문에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풍력발전기가 차지하는 면적비율은 전체면적의 1%정도로 대부분의 면적인 99%를 농업이나 목축 등 다른 용도로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앞다투어 투자
환경오염을 최대의 적으로 생각하는 유럽과 미국. 특히 바람이 많이 부는 유럽은 대체에너지로 환경오염을 전혀 유발하지 않는 풍력에너지를 선택하고 있는 추세다. 유럽이 바닷바람을 이용한 연구를 시작한 것은 80대 초반.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부는 북해와 발틱해를 중심으로 영국과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등은 바닷바람의 힘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많은 국가들이 이처럼 육상보다 해상을 더 선호하는 이유는 장비설치장소의 제약과 기술적인 문제, 미관 등의 문제가 따르기 때문이다. 풍력발전의 교과서로 자리잡은 유럽과 미국은 어떠한 풍력모델을 가지고 운영하는지 살펴보자.
●네덜란드
풍차의 나라답게 네덜란드에는 어느 곳에나 풍차가 있다. 농가에도 한 두 대씩 설치되어있는가 하면 수십기가 설치된 단지도 형성되어 있는 등 조건과 형태가 다양하다. 바다보다 낮은 땅 네덜란드의 계획은 2020년까지 전체 화석연료소비의 10%를 재생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교체한다는 것인데 이중 풍력이 20%인 3000 메가와트를 차지하고 있다. 육상부지가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이중 1500메가와트는 해상풍력으로 조달되어야 한다. 완전한 해상은 아니지만 해안가인 르제르미어 지역의 바닷가에 현재 600킬로와트급 19개의 터빈을 운영해 전력을 조달하고 있다.
2030년까지 네덜란드는 바닷바람을 이용해 1만 메가와트의 전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네덜란드 국민이 풍차를 이용해 일부 전력을 얻고 있음에도 현재의 풍차가 옛날의 고풍스러운 풍차와는 달리 단순하게 생겼고 날개 돌아가는 소리도 작지 않을뿐더러 새들의 이동에도 방해가 된다는 점을 들어 아무 데나 설치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이에 따라 육상에서의 풍력발전소를 바다위로 옮기는 일을 추진중이다. ‘바람의 대륙’ 유럽의 풍력발전 모델과 운영실태를 알아보자.
●영국
영국이 처음으로 바닷바람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한 것은 1992년. 섬나라답게 해상풍력 잠재량도 유럽국가중 최대다. 바다깊이 최대 40m이내의 초당 평균 풍속 10m 등 향후 바람을 이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크다. 영국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이용해 전력을 일으키면 영국이 현재 사용하는 전력의 3배를 공급할 수 있다. 즉, 영국 근해의 바람의 35% 정도만을 개발해도 영국은 대기오염과 방사능을 유출하는 화석과 핵에너지원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영국은 현재 북동해안지역의 노스엄벌랜드(Northumberland)지방의 공업항구인 블라이스(Blice)에 300킬로와트급의 터빈 9대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0년에는 2메가와트급의 규모로 세계에서 가장 큰 해상풍력발전기 2기를 설치, 북해에서 불어오는 바람만으로 전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 해상풍력기는 높이 60m, 날개길이 35m로 세계 최대다. 영국정부는 10년 이내에 전체에너지의 10%의 전기생산을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교체하고 재생에너지 목표 10%의 반가량인 4.4%를 풍력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미국
미국은 가장 많은 풍력발전기를 운영하는 국가다. 개발초인 70년부터 80년 전반은 터빈의 대형화를 너무 서둘러 실패했지만 그 경험을 살려 발전기계통 등 기술개발을 착실히 추진해 공기역학적 기술혁신과 가변속 터빈 개발 등에 따라 풍력에너지 포착량을 대폭으로 증대시킴으로써 비약적인 에너지 효율 향상을 달성했다. 현재는 캘리포니아의 5개의 대규모 풍력단지를 중심으로 현재 총 1619킬로와트 용량의 풍력발전기 2만대에서 연간 38억 킬로와트의 전력을 생산해내고 있다. 광활한 대지에서 부는 육상풍의 전력량은 미국 전체 발전량의 0.1%에 불과하지만 캘리포니아주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10배가 넘는다.
●덴마크
덴마크는 90년대 초반 세계 최초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장기적인 에너지 공급안인 ‘에너지2000’을 추진한 나라다. 이 계획의 주된 내용은 전력수요의 10%를 풍력발전에 의해 생산하는 것으로 덴마크는 이미 이 계획의 목표를 꾸준하게 추진하고 있다. 덴마크의 전력회사들은 70년도 중반부터 풍력발전에 대한 연구개발에 착수하여 주로 대형 풍력발전기(메가와트급)의 개발에 주력해 2기의 630kW 풍력발전기가 1978년도 이후부터 가동중이다. 단일기로는 메가와트급 용량의 풍력발전기를 가동시키고 있을 정도로 풍력발전기의 개발에 앞서있다. 지난 92년 이후부터는 새로운 100메가와트급의 풍력발전기의 추가설치를 추진중에 있다. 현재는 전세계 설비용량의 52%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기술적으로는 안정단계에 진입했다.
●한국
2004년까지 대관령에 대규모 풍력발전단지 조성, 환경단체는 반발. 우리 나라에는 아직까지 풍력발전단지가 없었으나 조만간 대규모의 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산업자원부가 지난 7월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오는 2010년까지 대관령과 제주도, 신안, 새만금 등의 지역에 총 30만㎾ 규모의 환경친화적인 풍력발전단지를 대규모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풍력을 이용해 생산된 전력이 현재 판매되고 있는 가격보다 높으면 그 차액을 정부가 보조해 준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보상가격은 킬로와트당 107.66원. 하지만 이러한 차액보조는 발전사(社)가 초기투자가 많은 풍력발전을 운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에너지기술원의 김건훈 박사는 “이러한 차액보조금 지원계획은 사업자가 발전사업을 사실상 운영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풍력발전은 초기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최초 사업자에 대해 시설비의 20∼30%를 무상지원 한다든가 원가상환시기를 5년 이상으로 늘리는 등 현실성 있는 다양한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규모와 비교할 때 손색없어
지방자치단체인 강원도가 추진중인 대관령 풍력발전계획은 오는 2004년까지 옛 대관령휴게소에 750킬로와트급 발전기 1기와 계측 장비, 연구동을 갖춘다는 것이다.
해안지형과는 달리 내륙산간형 풍력발전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우선 목표다. 이를 위해 강원도는 올해 말까지 대관령에 750킬로와트급 4기를 갖춘 시범단지를 만들 예정이다.
당초 1500킬로와트급 발전기 103기를 건설할 예정이었으나 환경단체 등의 반발로 66기로 축소된 상태다. 이곳에서 생산될 전력은 연간 4만 5,000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98만 킬로와트로 유럽이나 미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대규모에 속한다. 한편 월령에 시범 풍력발전단지를 보유하고 있는 제주도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시범사업을 착수하기 전 풍속과 풍향자료의 측정과 분석을 미리 수행한 결과, 연 평균 풍속 초당 5.3m를 유지하고 있어 시장성이 있다는 결론이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은 제주도 북제주군 한경면 용수리 일대 공유수면에 150억원을 들여 6000㎾급의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백두대간 보전회 등 7개 환경단체들은 성명서를 내고 대안에너지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대관령 풍력발전단지의 건설은 극구 반대하고 있다. 발전기 가운데 일부가 산림청이 지난 2000년 백두대간 보호를 위해 형질변경제한구역으로 묶은 주능선 마루금 양쪽 300m지역에 포함돼 있어 한반도 생태계의 보고인 백두대간 산림 및 동물이동로의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더욱이 풍력발전단지가 건설될 경우 자연스럽게 관광단지화가 이뤄져 또 다른 환경파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백두대간의 보전회 관계자는 “풍력발전단지건설은 사향노루나 담비 등의 천연기념물의 희생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이 지역의 목장조성을 우선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녹색연합측은 “핵발전에 비하면 풍력발전소 건설은 환경피해가 적다”며 “최소한의 환경피해는 불가피한 만큼, 목장지역에 대한 복원계획의 수립과 전체 송전선로 지하화, 일상적인 환경 모니터 실시 등이 보장된다면 풍력발전단지 조성을 반대할 수만은 없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대체에너지중 성장속도 가장 빨라
바람은 지구온난화 물질인 이산화탄소 등 줄이는 데 가장 앞장설 수 있는 자연 에너지며 태양과 바이오 등 여러 가지 대체에너지 중에서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얻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바람에 대한 인류의 기대는 이제 풍력발전이 전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박세훈기자 <isurf@sedaily.com>
풍력발전기
바람개비처럼 생긴 풍력발전기는 바람의 흐름, 즉 공기의 유동(流動)이 가진 운동에너지의 공기역학적(Aerodynamic)인 특성을 이용해 전기를 얻으며 크게 날개와 변속장치, 발전기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발전용량이 10와트밖에 안되는 마이크로급에서부터 2메가와트에 이르는 대형 발전기까지 아주 다양한 종류가 개발되어 있는데 마이크로급의 발전기는 손으로 들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작고, 2메가와트급은 날개의 지름만 70∼80미터로 지지대의 높이가 100미터 가까이 되는 엄청난 규모의 것이다.
풍력발전기의 발전용량은 급속하게 증가해 왔는데, 얼마 있으면 현재 개발단계의 3메가와트가 넘는 풍력발전기도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로급의 발전기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외딴 집에서 사용하기에 적당하고, 대형 풍력발전기는 많은 양의 전기를 생산해서 주위의 주택들에 전기를 공급할 목적으로 세워진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대형 풍력발전기들이 한곳에 수십 개 이상 들어서 있는 풍력발전 단지를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 단지 중에는 전체 발전용량이 100메가와트에 달하는 것도 있다.
풍력발전기는 보통 200kw급의 풍력발전기 1대가 연간 운전되어 40만 킬로와트의 전기를 생산하면 100∼120t의 석탄을 대체하는 효과를 얻게 되며 각종 공해분진 16∼18t, 부유물질 160∼180kg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진다. 발전단가는 설치 지역의 바람자원에 따라 달라지지만 10년 정도후면 kw당 단가도 4000원정도의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계산하고 있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Greenpeace)에 따르면 2020년까지 풍력발전은 전세계 전력량의 10%를 공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풍력발전은 초기투자가 많이 든다는 점과 발전기의 규모가 커서 자칫 시각장애를 줄 수 있고 소음공해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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