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형질전환 복제동물 왜 잘 죽나

해파리의 발광 유전자를 끼워넣은 형질전환 복제 돼지·송아지가 최근 국내 연구진에 의해 잇달아 태어나고 있다.
그러나 태어난지 얼마 안돼 죽고, 태어난 새끼도 체중이 정상의 절반밖에 안되는 등 아직 갈 길이 먼 형편이다. 그런데도 적잖은 연구자들이 형질전환 복제동물 생산에 매달리고 있다. 또 지난 7월엔 코스닥 등록 벤처기업 마크로젠이 ㈜선진과 공동으로 형질전환 복제돼지를 이용해 인체이식용 장기·조직과 값 비싼 의약단백질 생산을 목표로 한 ㈜엠젠바이오를 설립했다. 한미약품과 조아제약도 산·학 공동연구를 통해 1g에 수억원 하는 백혈구 증식인자(G-CSF)·조혈촉진인자(EPO) 등을 생산할 형질전환 염소·돼지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엠젠바이오의 박광욱 대표는 미국 미주리대 포스닥 연구과정 시절인 지난해와 올해 세계 최초로 해파리의 녹색 형광유전자(GFP)를 삽입, 자외선을 쪼이면 녹색 형광을 내도록 유전형질을 전환한 복제돼지, 초급성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GGTA1 유전자를 제거(Knock-out)한 장기이식용 복제돼지 생산에 성공해 주목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형질전환 복제는 어떤 것이고, 복제동물이 잘 죽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 형질전환 동물 어떻게 만드나 형질전환 동물을 만드는 방법에는 크게 다섯 가지가 있다. 수정란의 핵에 유전자를 주입하는 방법(수정란 미세주입법), 유전자가 변형된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하는 방법, 바이러스 벡터(전달체)를 이용하는 방법, 직접 정자를 사용하는 정자매개법, 생식세포가 아닌 체세포를 이용하는 체세포 핵이식 복제 방법 등이다. 이중 가장 널리 이용되는 기술은 수정란 미세주입과 체세포 복제다.

미세주입법은 형질전환기술로 가장 먼저 이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전기적 자극을 가해 핵을 제거한 난자와 체세포의 핵을 융합시키기 어려운 마우스를 복제하는 데 널리 쓰이고 있다. 이 방법은 원하는 형질이 나타나도록 유전자를 재조합(200~300 카피의 유전자를 프로모터에 붙여)한 뒤, 초기 수정란의 웅성 전핵이라는 곳에 주입·발육시켜 대리모의 자궁으로 옮긴다. 대리모에서 자란 수정란은 나중에 형질전환 동물로 태어난다.

국내에선 락토페린을 생산하는 젖소 ‘보람이’, G-CSF를 생산할 수 있는 흑염소 ‘메디’, EPO를 생산하는 돼지 ‘새롬이’ 등이 미세주입법으로 태어났다. 형질전환 동물의 젖이나 오줌에서 1g에 수억원씩 하는 G-CSF, EPO 등을 생산하는 날이 멀지 않은 것이다.

미세주입법은 비교적 효율이 높다(생산효율 1~5%)는 장점이 있지만, 신체의 일부분에서만 유전자가 발현되는 모자이크 동물이 발생하기 쉽다. 유전자가 비특이적으로 염색체에 삽입되기 때문에 단백질 발현과 발현량을 예측하기도 힘들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체세포 핵(核)이식을 이용한 형질전환동물 생산. 체세포 핵이식은 생식세포를 이용하지 않고, 체세포 일부를 떼어내 복제하는 기술을 말한다. 난자와 정자가 결합하는 수정과정이 없이 생명체를 만드는 과정으로, 1997년 영국에서 태어난 복제양 ‘돌리’에 처음 적용됐다.

체세포 핵이식 방법은 형질변경 조절이 쉽고, 100%에 가까운 형질전환율을 보일 정도로 높은 효율을 자랑한다. 미세주입법의 문제점인 모자이키즘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핵이식 자체가 어려워 복제 성공률이 1~2%에 불과하다. 복제 수정란의 발달과정 중 생기는 돌연변이 현상으로 인해 유산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반면, 형질전환된 상태로 태어나더라도 생명을 유지할 가능성이 낮다.
형질전환된 체세포 복제법으로 태어난 최초의 동물은 ‘폴리’라는 양인데, 이 양은 우유에서 인간에게 유익한 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

● 국내 연구진의 잇단 실패 서울대 수의학과 생물공학연구실 황우석 교수팀은 지난 8월5일 밤 해파리의 GFP 유전자를 삽입, 돼지 몸에서 녹색 형광이 발현되도록 한 형질전환 복제돼지 한 마리를 생산했지만, 15시간여만에 죽었다.

이에 앞서 조아제약은 경상대 농대 축산과학부 김진회 교수팀과 공동으로 지난 7월14일 체세포 복제돼지 2마리를 생산했지만, 28일과 29일 잇달아 폐사했다. 어미 돼지가 산고로 죽어 초유를 공급받지 못해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진 상태서 바이러스에 감염, 설사 등에 의한 탈수증으로 숨졌다고 한다.

김 교수팀은 지난 8월19일 두번째 체세포 복제돼지 출산에 성공했다. 그러나 당초 목적대로 EPO가 오줌에 섞여 나오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농촌진흥청 축산기술연구소도 지난 8월21일 해파리의 GFP 유전자를 이식한 형질전환 체세포 복제 한우를 생산했지만, 30분만에 호흡곤란으로 폐사했다. 이 송아지는 체중이 정상 송아지의 절반에 불과했다.



● 복제동물 왜 죽었나 과학자들은 형질전환 복제 동물이 태어난지 얼마 안돼 죽는 사례가 많은 이유로 형질전환, 체세포 복제 및 산후관리 과정에 뭔가 문제가 있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선 형질전환을 위해 주입하는 유전자(벡터)가 잘못 설계되거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하고 체세포 핵을 이식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 뭔가를 잘못 건드려 형질전환 복제 동물이 태어나더라도 주입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핵이식은 미세조작기(micromanipulator)를 비롯한 많은 특수장비가 동원되는 매우 힘든 기술이다.

황 교수는 돼지 난자는 체외배양이 어렵고 핵이식 과정에서 난자의 활성화 및 전기적 융합에 매우 민감해 소보다 복제가 어렵다”며 “동시에 일정수 이상의 태아가 착상돼야 임신이 유지되는 다태(多胎)동물이라는 점도 난점 중 하나다”고 말했다.
실제로 황 교수팀이 그동안 총 800여 마리의 대리모 돼지에 복제배아를 이식했지만, 초기 임신을 확인한 것은 40여 마리에 불과했다. 이 중 분만 직전까지 임신이 유지된 경우는 3건에 그쳤고, 그나마 2건은 사산이었다.

황 교수팀은 지난 1999년부터 복제돼지 생산기술 연구를 시작, 매주 3~4회씩 6~8두의 대리모에 복제수정란을 이식해 왔다. 지금까지 대리모의 나팔관에 넣어 자궁착상을 시도한 복제배아만도 약 12만개(대리모 1마리당 150개 이상)나 된다.

성숙한 체세포에서 핵을 떼내 복제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수정란과 유전자 발현패턴이 다른 것도 복제 실패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한스 숄러 박사가 의학전문지 ‘유전자와 발전’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쥐 배아실험 결과 포유동물의 복제 초기과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Oct-4 유전자의 프로그램 재편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복제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동물을 복제하려면 다 자란 동물의 성체세포에서 DNA를 채취, 핵이 제거된 난자에 주입한다. 이 때 DNA는 자신이 성체세포에서 가지고 있었던 역할에 따라 모든 프로그램을 다시 짜도록 난자에 지시한다. 따라서 정상적인 수정란과 유전자 발현패턴(특정 단백질을 만들도록 지시하는 활동을 하거나 중지하는)이 다르거나,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복제된 쥐의 배아 중 Oct-4 유전자가 제대로 활동한 경우는 10%에 불과했다.

산후관리 과정에서의 문제점도 개선해야할 사항으로 지적됐다. 복제돼지는 정상적인 수정란에서 태어난 새끼보다 생물학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젖을 어떻게 먹이고, 온도 등을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가 무척 중요하다.

황 교수도 충북 음성 농장에서 태어난 복제돼지를 무리하게 서울의 실험실로 옮겨 지나친 스트레스를 줬고, 복제돼지는 출산예정일보다 하루 정도 일찍 제왕절개수술을 하는 것이 관례인데 미숙아 돼지를 출산할까봐 이틀 늦게 수술한 점 등을 폐사의 한 원인으로 꼽았다. 조아제약이 지난 7월 첫 복제돼지가 폐사한 뒤 수의사 등 관리인력을 보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형질전환 여부 확인방법 우선 태어난 형질전환 동물의 유전자를 증폭(PCR)시켜 염색체상에 원하는 유전자가 제대로 삽입되었는지 유전자검사를 해야 한다.
원하는 유전자가 삽입돼 있다면, 제대로 발현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형질전환 연구를 할 때 해파리에서 녹색 형광을 내는 GFP 유전자를 삽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형질전환 동물의 귀 등에서 떼낸 세포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면서 자외선을 쏘였을 때 녹색 형광이 나타나면 성공이다.
서울경제 사회문화부 임웅재기자 jalim@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