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문제가 워낙 해결하기 어렵고, 최근 공신력있는 국제기구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정부’라는 오명을 받은 방글라데시의 악명 높은 관료체제 때문에 행정업무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못하다. 대략 1천만 개의 개인 소유 우물을 검사해야 하지만, 현재의 비소 검사장치는 비싼데다가 효율적이지도 않다. 그나마 어떤 것들은 독성 비소 가스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최근 캘리포니아 공대 연구소의 전기 엔지니어 피에트로 페로나라는 해결 방법을 찾았다고 발표했다. 이 장치는 아제노미터(arsenometor·비소계)라는 이름의 워크맨 크기만한 장치로, 적외선 LED(발광 다이오드) 두 개, 유리관 두 개, 포토다이오드 탐색기 두 개, LCD 화면, 9볼트 건전지를 각각 조립해 만든 것이다.
전통적인 비소 검출법을 사용하는 이 장치는 먼저 몰리브데이트(molybdate·몰리브덴의 요소에서 추출된 소금)를 두 개의 지하수 샘플로 검사해 산화비소가 있을 경우, 몰리브데이트가 물을 푸른색으로 변화시킨다. 문제는 몰리브데이트가 물 속에 많이 들어있는 인산염에도 반응해 물 색깔을 푸르게 만든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몰리브데이트를 넣기 전, 물 샘플 하나에는 환원제를 넣고 다른 하나에는 산화제를 넣는다. 몰리브데이트는 중화된 비소에는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이 샘플의 푸른색은 산화제 샘플의 푸른색보다 옅어 지게 된다.
비소의 농도는 이 두 샘플이 나타내는 푸른색의 농도를 비교함으로써 판별될 수 있다. LED가 유리관을 통해 빛을 보내면 포토다이오드 탐지기는 각 샘플 안의 빛의 양을 측정해 비소 함유 정도를 나타낸다. 현재 이 장치는 숙련된 기술자만이 사용할 수 있지만, 결과를 10억분의 1단위로 나타내도록 재설계하는 것이 어렵지 않기 때문에 곧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페로나의 동료인 콜럼비아 대학의 알렉산더 반 긴은 현재 방글라데시에 머물면서 이 기구를 시험하고 있다. 가격은 50달러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방글라데시 라샤히 대학의 화학자 파크룰 이슬람은 식수에서 비소를 걸러내는 값싼 필터를 개발했다. 비소는 값싼 청록색 결정구조 분말인 제일철황산염과 결합한다. 이슬람은 방글라데시에서 흔히 쓰이는 보통 진흙벽돌 가루를 모아 제일철황산염 용액에 담갔다가 그 혼합물을 고온에서 구웠다.
이 혼합물 20kg의 가격은 약 3달러이며 필터에 사용되어 3천 리터의 물을 정수 할 수 있다. 필터의 수명이 다되면 비소를 잔뜩 머금은 벽돌가루는 그냥 버려도 된다. 비소는 밖으로 방출되지 않는다. 이슬람의 연구를 후원한 비영리 국제개발기구의 코트니 빅커트는 “이 지역에서 개발 생산된 것이고 현장실험 결과 해로운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아 이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슬람은 자신이 고안한 필터를 방글라데시의 국화 이름을 본떠 ‘샤플라’라고 지었다. 국제아동기구인 유니세프의 물 전문가 콜린 데이비스는 “방글라데시의 민간부문은 매우 활기가 넘치며 샤플라 필터와 아제노미터가 널리 알려지기만 하면, 민간기업에서 해결책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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