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함께 내년부터는 하나의 게임을 게임 소스를 PCㆍ온라인ㆍ모바일ㆍ비디오 등 다양한 영역으로 쉽게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 통합’ 현상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여 시장은 예측불허의 혼돈 양상을 보일 조짐이다.
게임기 시장 전운 감돈다
대 혼란의 중심에는 비디오 게임기가 있다. 지난해 국내 게임 시장에서 비디오 게임이 차지한 비율은 불과 1.6% 정도. 하지만 PS2 하나만이 시장에 나온 올해 이 시장은 2,220억원대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내년에는 2,530억원의 시장을 형성,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먼저 진출한 소니가 초기 시장 선점에 성공한 가운데 MS와 닌텐도 등 세계적인 업체들이 잇달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또 대표적인 국내 게임업체인 넥슨이 올해 미니 게임기, 내년에는 고급형 비디오 게임기를 출시할 계획이며 기존 게임기 제조업체인 게임파크까지 경쟁에 가세, 불꽃튀는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PS2를 공급하는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는 최근 코엑스에 ‘플레이스테이션 존’이라는 체험관을 열었다. 시장 선점의 여세를 몰아 일반 소비자의 머리속에 ‘게임기 하면 PS2’라는 인식을 심겠다는 포석이다.
실제로 PS2는 지난 1년 동안 22만대 정도가 팔려나갔으며 유통중인 물량까지 포함할 때 100만대 정도가 국내에 보급된 것으로 추산된다. X-박스 등 후발업체들보다 한참 앞서 있다는 얘기다.특히 소니는 협력사와 수익을 나눠갖는 모델의 PS2는 대상업체를 합병하거나 타이틀의 판권을 아예 사버리는 MS보다 훨씬 많은 컨텐츠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뒤늦게 국내 게임기 시장에 진출한 MS는 X-박스의 우수한 기능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X-박스 마케팅의 화두는 ‘PS2가 게임기라면 X-박스는 PC’라는 것.
하드디스크를 갖춘 데다 독립적인 운영체제로 구동되는 X-박스는 무한한 발전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MS 측은 설명했다. 특히 PS2보다 뛰어난 온라인 접속기능은 향후 온라인 게임기 전쟁이 벌어졌을 경우 MS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MS도 다음달부터 서울ㆍ부산 등에 체험관을 개설, X-박스 마케팅에 시동을 건다. 넥슨은 인기 온라인게임 ‘비엔비’를 소재로 한 휴대용 게임기 ‘크레이지 미니’ 를 12월중 내놓고 시장공략에 나선다. 이 게임기는 비엔비 캐릭터 모양을 본떴으며 빨강ㆍ파랑ㆍ녹색 등 색깔도 다양하다.
시장의 관심은 크레이지 미니 못지 않게 내년에 넥슨이 내놓을 차기작에 모아지고 있다. 넥슨은 이동통신망과 연동되는 컬러 게임기인 크레이지 미니 2탄을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다.
‘하드웨어 하나는 끝내준다’는 평가를 받는 게임파크도 GP32에 탑재 가능한 타이틀을 잇달아 내놓으며 선발주자들에 대항하고 있다. 또 휴대용 게임기의 왕자 닌텐도는 ‘게임큐브’를 조만간 국내에 선보여 아동용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온라인게임 선ㆍ후발 가리지 않는 혼돈의 시대
온라인게임 시장은 선ㆍ후발 업체를 가리지 않고 무한경쟁에 돌입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모든 업체들이 이번 겨울에 3D 대작으로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는 전략이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의 혈통을 잇는 ‘리니지Ⅱ’를 이르면 다음달께 선보인다.
장르는 리니지와 같은 롤플레잉게임(RPG)이지만 그래픽과 스토리면에서 전작을 압도할 만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내놓는 자체 개발 게임이라는 점에서도 그 무게를 가히 짐작할 만하다.
포스트 리니지로 불리우는 뮤의 개발사 웹젠은 겨울방학 특수를 겨냥, 일명 ‘뮤 대륙의 새로운 지각변동’으로 불리우는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준비중이다. PC게임 분야의 선두주자인 소프트맥스는 ‘테일즈위버’를 내놓고 온라인게임 영역에 본격 도전한다. 이밖에 액토즈소프트의 A3와 한빛소프트의 탄트라, NHN의 릴온라인, 사이어스의 크로노스 등도 기대를 모으고 있는 대작들이다.
캐주얼 게임은 대작화를 통해 전통 롤플레잉게임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CCR은 ‘포트리스2블루’의 후속작인 ‘포트리스3 패왕전’을 12월 18일부터 시범서비스한다.
이 게임은 RPG 대작에서나 볼 수 있는 공성전 시스템의 도입은 그 동안 독자영역을 구축해온 RPG와 캐주얼게임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NHN의 ‘골드윙’이나 쿠키소프트의 ‘스노우해저드’ 등도 RPG에 대항하는 캐주얼게임 대작으로 꼽힌다. 넷마블이나 한게임 등 게임포털의 변화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변수다. 넷마블과 한게임은 최근 엔터테인먼트 포털을 표방하고 있어 대작들이 전면전을 벌이는 게임 영토에서 독자군을 형성할 전망이다.
PC게임, 특이한 기획으로 재기 노려
올 겨울 PC 시장의 판도는 외산 대작 타이틀에 국내 업체들이 특색 있는 기획으로 도전하는 양상이 될 전망이다. 외산 게임중 대작으로 꼽히는 게임은 웨이코스가 유통하는 ‘반지의 제왕2’, ‘해리포터, 비밀의 방’, ‘피파2003’, ‘워크래프트3’ 등이 꼽힌다.
국산 업체중 위자드소프트는 쥬라기원시전2의 확장팩인 ‘더 랭커’를 최근 출시, 토종 게임의 대반격을 주도하고 있다. 이번 확장팩에는 PC 게임 사상 최초로 아바타 시스템과 릴레이 시스템이 도입됐다. 온라인게임 비엔비를 PC게임으로 만든 ‘비엔비어드밴처’의 인기도 꾸준하다. 이밖에도 나비야인터테인먼트가 개발, 위자드소프트가 내년 1월부터 유통하는 써니하우스와 써니YNK의 ‘에이스사가’ 등 다양한 국산 게임이 외산 제품과 한판승부를 벌일 전망이다.
플랫폼 통합이 변수, 해외 진출이 탈출구 될 듯
닷넷 등 웹서비스가 대세로 등장하면서 게임업계에도 플랫폼 통합 작업이 한창이다. 플랫폼이 통합되면 PC용으로 만들어진 게임 타이틀을 온라인ㆍ비디오ㆍ모바일용으로 손쉽게 변환할 수 있다. PCㆍ온라인ㆍ비디오 게임 등으로 갈라져 있는 게임시장의 경계가 여지없이 허물어지게 된다. 이 경우 전문분야 자체가 무의미해져 자본과 기술에서 딸리는 업체는 시장에서 조기에 퇴출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의 한 관계자는 “현재 개발원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플랫폼 통합을 위한 기술개발 작업이 내년 말이면 끝날 예정”이라며 “이르면 내후년부터는 플랫폼 통합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이며 이후에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게임 관계자들이 예측 불가능한 시장 판도에서 그나마 안식처로 삼고 있는 곳은 해외시장이다. 특히 온라인게임의 경우 최근 해외에서 월 30억원 이상의 로열티 수입을 거두고 있는 등 이미 가능성이 확인됐다는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급변하는 시장 트렌드를 잘 주시하며 국내에서는 장기적인 전략을 추진하는 한편 한국 업체가 시장선점에 성공한 중국ㆍ타이완 등에서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마련하는 전략이 필수”라고 말했다.
서울경제 정보과학부 김한진기자 siccu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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