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A의 ‘주둥이’가 어디에 달려있는지 미쳐 확인도 할 겨를이 없다”고 애디슨 소령은 말한다. 애디슨 소령이 말하는 ‘주둥이’란 B-2A 폭격기의 묘하게 생긴 비행기 코 부분이다. 기자도 폭격기의 주둥이 부분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필자는 애디슨 소령처럼 탤런 연습기 비행기록이 2,100 시간이나 되는 민완 조종사도 아니지 않은가? 대신 필자는 펜타곤에 단 하루만이라도 미 B-2A 폭격기 비행단에서 근무하는 사람들과 만나 취재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부터 사흘 간 인터뷰를 할 수 있다는 허락이 떨어졌다. 이제 스텔스 코팅, 첨단 비행제어 소프트웨어, 레이더 및 새로운 무기들을 두루 갖추고 완전히 임전태세를 마친 B-2A 폭격기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민간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미주리 주의 와이트먼 공군기지의 B-2A 폭격기의 비밀스러운 보금자리에 가까이 가 볼 수 있는 영광을 얻게 된 것이다.
와이트먼은 알고 보니 기지 안의 또다른 기지였다. 폭격기의 모양을 본 딴 지원 및 행정용 건물들이 기지 가장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활주로의 가장 끝부분 자리에는 재래식 무기들(어쩌면 핵무기들도 포함되어 있을지 모르지만)이 가득 찬 안전 벙커가 자리 잡고 있었다. 기지의 중앙 쪽으로는 정비 시설들이 있었고 바로 이곳에 B-2A 스텔스 폭격기가 위용을 뽐내며 있었다. 무기 적재 훈련장도 이곳에 있다. 이곳은 레이저 장치가 된 이중 울타리가 둘러싸고 있으며 군인들이 삼엄한 경비를 펴고 있는 곳이다.
정비 시설 내에는 미국이 보유한 총 21대의 B-2A 폭격기들이 연료, 전원, 환경 통제 하에 각각 위치하고 있다. 과거에는 1급비밀이던 배기 홈통의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이 장치는 바깥의 차가운 대기를 엔진 배기 가스와 혼합하여 적이 발사한 열 추적 미사일을 따돌리는 역할을 한다. 엔진 흡입구도 살펴보았는데 레이더가 포착할 수 있는 엔진 전면을 감추도록 설계된 공기 주입 통로가 가장 큰 특징이었다. 1978년 딥블랙 첨단기술 폭격기 프로그램이 시작되었을 때, 그와 같은 폭격기를 132대를 제작할 계획이었으나 구 소련이 붕괴되면서 계획 규모가 축소되었다.
이후 폭격기들이 맨 먼저 활용된 곳은 코소보 전쟁.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여러 작전 임무를 맡았다. 각 임무 때마다 와이트먼 기지에서 출발했고 다시 이곳으로 귀환했다. 앞으로는 이동식 격납고를 사용하여 괌이나 영국 같은 안전한 곳으로 전진 배치 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 기지에서 출발, 코소보나 아프가니스탄까지 44시간이나 걸리는 출격 임무는 이제 옛날이야기가 될 것이다. 또한, 장착무기들도 지금까지 사용하였던 비유도 무기에서 개당 무게가 900kg이나 나가는 스텔스 장거리 미사일이나 각기 다른 목표물 타격이 가능한 소형 유도탄 80개로 교체할 계획이다.
둘째 날 아침 일찍 기자는 의료진을 만나 ‘플로리다 스피리트’의 추적 비행에 대비, 사출좌석 및 낙하산 장치 훈련을 받았다. 얼마 후 애디슨 소령과 함께 탤런 연습기에 탑승했고 애프터버너를 점화하자 활주로 끝을 향해 출발한 연습기는 어느 새 적란운을 지나고 있었다. 10km 저쪽으로 박쥐 날개를 한 폭격기가 보였다. 하늘에 뜬 B-2A 폭격기는 둔해 보이기는 했지만 훌륭한 모습이었다. 수직 조종면이 없으므로 불안정해 보이고 수동 비행이 거의 불가능하며 전자동 시스템으로 비행한다. 이러한 폭격기 비행모습은 정말 새로운 체험이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