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일주일에 36시간을 일하기로 하고 뉴욕 중심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콘월 자원봉사 앰뷸런스 조합(Covac)의 자원봉사 운전자직을 맡았다. 지금은 응급구조사 유니폼에 비퍼를 착용하고 당직을 돌고 있는 중이다. 앰뷸런스에는 ‘사이렌(siren)·경보(wail)·긴급경보(hyperwail)’로 구분된 제어 스위치와 ‘빵빵’ 소리나게 경적을 울리는 에어 혼(air horn) 버튼이 달려있다. 앞으로 경찰차를 보기만 하면 거기다 대고 스트로브 세 개를 올릴 작정이다. 물론 소방차 앞에서는 접을 생각이지만 말이다.
필자가 운전하는 전용 앰뷸런스는 마치 번쩍거리는 스트로브 두 개로 머리 장식을 한 대두(大頭) 땅딸보처럼 생겼다. 놀랍게도 60년대 말로 시간을 되돌린 것 같은 이 앰뷸런스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당시까지 일부 병원에는 원내 앰뷸런스 팀을 운영했는데, 업자들은 대체로 ‘캐딜락 스테이션 웨건’이라고 부르던 고급차를 주로 사용했다. 반면 다른 사람들은 장의차로 두 가지 일을 하던 장의사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당시는 일부 회사들이 모듈 앰뷸런스 제작을 막 시작하던 때였다. 모듈 앰뷸런스란 표준 경량 트럭의 프레임 레일 위에 의료장비와 들 것, 수행원의 자리 등을 배치시킨 차량이다. 놀랍게도 지금까지 당시에 제작한 디자인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앰뷸런스는 응급구조사들이 일자리로 다시 돌아오도록 차량의 품질과 충돌 안전성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기초적인 응급 의료장비들로 가득 채워져 있고, 이동식 들 것과 사고 환자에게 응급처치를 해줄 수 있도록 충분한 공간이 있는, 굴러다니는 침실이자 모험을 즐길 수 있는 칸막이 방이라는 점은 여전하다.
충돌 안전성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앰뷸런스에 대한 안전 기록은 정말 형편없다. 앰뷸런스 운전자 훈련 프로그램을 위한 국가 표준도 없는 데다 다수의 종사자들은 그저 선의의 자원 봉사자들이거나 박봉의 전문 응급구조사 내지는 의료보조원들이다.
이들의 운전 경력이라는 것은 일천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이들이 운전해야 하는 것은 아드레날린 수치를 올리는 스로틀 풋에 시속 20km를 더한 다루기 힘든 트럭과 사이렌이다.
필자는 인디애나주 고센 지방을 여행하면서 이러한 것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 지역에서는 Covac의 최신 장비 부품들이 메드텍 앰뷸런스(Medtec Ambulance)사의 조립라인에서 생산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것이 앞으로 몇 달 동안 필자가 운전하게 될 10만 달러짜리 장비였다. 그런데 그 모양이라는 것이 빵 배달 트럭을 닮은 매우 멋없어 보이는 것이었다. 이 앰뷸런스 모듈 차량의 외장은 도료가 전혀 칠해지지 않은 번쩍거리는 알루미늄 재질로 되어있다. 뒤의 박스는 크레용으로 대충 표시만 돼 있고 앞 운전차량은 밋밋한 흰색 냉장고였다.
고급 앰뷸런스는 수작업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Covac의 앰뷸런스를 제작하는 것과 같은 일은 그 작업량이 대단하다. 메드텍의 경우 이 작업의 일부는 그 지역 아미시(Amish; 메노나이트 교회에 속하는 보수적인 프로테스탄트교회의 교파 및 그 교파의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수염을 기른 남자들이 정교하게 뒤의 박스를 만드는 동안 보닛을 쓰고 전혀 멋도 부리지 않은 여성들이 회로판을 조립하고 장비들에 배선을 한다. 메드텍의 팀 맥도널드 부장은 “아미시들은 매우 훌륭한 기계적 소질”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근래 들어 새로이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이 보안이다. 미 메이베리 지역을 벗어나 활동하는 Covac은 근방 소도시 병원에까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런 곳에서는 약에 취한 사람들이 굴러다니는 처방전을 훔쳐 가지 못하도록 심지어 응급실 밖에서 장비들을 지켜야 할 때도 있다. 또한 요즘은 테러리스트들이 폭탄트럭으로 사용할 앰뷸런스를 물색 중이란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앰뷸런스는 포드의 섀시를 기본으로 한다. 매우 적은(연간 6,000대 생산) 앰뷸런스 출고에 관심을 가진 회사가 포드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번 출동 시마다 이윤을 남겨야 하는 상용 앰뷸런스 서비스는 지붕이 높은 일반 포드 밴을 사용한다. 이것은 5만 달러 정도면 구입할 수가 있다. 그러나 무료로 봉사하는 지역 자원봉사 단체들은 해당지역의 부유한 이사회나 시의회에서 매우 많은 기부금을 받아낼 수가 있다. 따라서 대부분 훌륭한 앰뷸런스를 구입할 만한 충분한 자금지원을 받는다. 이들은 모든 장비들이 잘 갖춰진 통상 8∼11만 달러 정도의 차량을 사용한다.
그러나 정말 멋진 것은 AD, 즉 ‘추가 임무(additional duty)’ 앰뷸런스들이다. 대다수 지역 소방서들의 업무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는데 아무래도 규제가 심해진 건축 규정 및 배선 기준 덕에 주택 화재 횟수가 줄었기 때문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지역사회 앰뷸런스는 모든 소방차를 가동시킬 필요가 있다는데 동감할 것이다. 그 결과 일을 찾고 있던 소방관들은 응급구조 활동에 점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그들은 앰뷸런스보다는 크고 소방차보다는 좀 작은 ‘응급구조 트럭’을 몰면서 모여 선 사람들에게 ‘길을 비켜라!’라는 듯 멋지게 출동한다.
이 추가임무 앰뷸런스는 일반적으로 15∼17만 5천 달러정도가 든다. 하지만 제대로 갖춰지면 20만 달러 정도가 든다는 게 맥도널드의 설명이다. 제대로 갖춰진 앰뷸런스에는 응급구조사를 위한 맞춤형 칸막이식 파워시트, 맞춤형 구출 고정 도구, 자동차 화재용 물탱크 및 펌프, 플러드라이트에 동력을 공급하는 1만 5천 달러짜리 발전기, 차내 산소 충전 시스템, 차량 모니터링 및 후진을 위한 TV 카메라 등이 달려 있다. 필자는 정말 꿈을 이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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