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주요한 성과도 있었다. 운좋은 몇몇 HIV 감염자들의 AIDS 발병을 억제한 메커니즘에 관해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졌는가 하면 1평방 인치의 수조분의 1에 불과한 초소형 논리 회로가 제작됐고, ‘이상 물질’이라는 입자들로 형성된 초고밀도 물질도 발견됐다. 지난해 과학뉴스를 정리해 본다.
지구온난화가 주범일까?
숲이 불타고 도시들에 홍수가 나며 작물이 시들고 빙하가 녹아내릴 때면 그 이유에 대해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기후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9월 20일 30세의 한 러시아 영화 스타가 최신작품 촬영을 하던 중에 2천만 톤의 진흙과 바위, 얼음이 갑자기 그를 덮쳤다. 빙하 붕괴로 촉발된 이 산사태로 세르게이 보드로프 주니어와 139명에 달하는 다른 사람들이 니즈니 카마돈 마을에서 90m가 넘는 잔해 밑에 묻혀버렸다. 전세계 산악지대의 빙하들이 녹아내리고 있다. 2002년에도 유럽에서는 엄청난 홍수가, 미국 서부지역에서는 대규모의 들불이, 멕시코 만에서는 집중호우를 동반한 열대 폭풍이 발생했다. 지구의 기후 변화 탓일까? 과학자들은 지구의 기후 변화로 빙하가 녹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 외 다른 사건들은 지구 기후 변화가 직접적 원인이라 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지구의 기후 체계는 나름대로 변화 패턴이 있어서 일부 극단적인 기상 사태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상 사태들은 국지적으로 발생했다가 단기간에 사라지기 때문에 거시적인 지구 기후 모델로는 정확한 원인 파악이 불가능하다. “특정한 기상 사태를 놓고 ‘아! 이건 장기적인 추세의 일부분일거야,’라고 단정짓는 건 잘못된 일입니다”라고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의 지구 광물 대학장이자 국립과학원 기후 변화 연구위원회 위원인 에릭 배른은 말한다. “아직 과학 수준이 그 정도는 못됩니다.” 하지만 지난 세기 동안 진행돼 온 전세계적 빙하 감소 현상이 지구 기온 상승과 일치해 과학자들은 향후 지구 기온 상승으로 인해 홍수와 가뭄, 숲의 화재가 반드시 더 많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특정한 기상 사태의 인과관계가 명확치 않다.
진전된 연구들
AIDS 연구로부터 태양계 밖 탐사와 블랙홀 조사에 이르기까지 과학자들은 중요한 과학적 의문들을 풀어내고 있다.
수년간 AIDS 연구자들은 HIV 양성반응을 보이면서도 병에 걸리지 않은 극소수 사람들을 보고는 흥분하기도 하고 당혹스러워 하기도 했다. 이들의 신체는 자연적으로 이 바이러스에 면역력이 있었다. 과학자들은 이 이유를 밝혀내고 이 효과를 실험실에서 재현할 수만 있다면 AIDS 치료제를 얻을 수도 있음을 알고 있었다.
이 환자들의 특정 면역 세포들에서 HIV 복제를 억제하는 CAF라는 인자가 분비된다는 사실이 1986년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지면서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CAF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록펠러 대학과 뉴욕시 소재 아론 다이아몬드 AIDS 연구센터의 과학자들이 CAF가 알파 데펜신이라는 면역 단백질 세 개가 모인 클러스터임을 밝혀냈는데, 이 물질은 실험관에서 HIV를 억제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아직도 이 단백질들이 어떻게 AIDS를 억제하는지 밝혀내지 못했다.
중간 크기 모델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동안 알고 있던 블랙홀은 단 두 가지였다. 은하계 중심에 있는 거대한 블랙홀과 고정되어 있지 않은 소형 블랙홀들이었다. 하지만 지난 9월 허블 우주 망원경은 두 개의 중간 크기짜리 블랙홀을 찾아냈는데, 각각 중간 크기 별무리들 가운데 숨어 있었다. 이 발견으로 새로운 경향이 정립되었다. 즉, 블랙홀은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물질의 규모에 비례하는 것 같다는 점이다.
잘 가라, 명왕성? 지난 6월 천문학자들은 ‘쿼오어’를 발견했는데, 명왕성과 비슷한 얼음으로 뒤덮인 물체이지만 크기는 절반에 불과하고 태양계쪽으로 수십억 km 더 안쪽에 위치해 있다. 이 발견으로 어떤 물체를 행성으로 세어 넣어야 하는지에 관한 논쟁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인 명왕성의 지위가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새로운 지구들 혁신적인 탐색 기술 덕분에 천문학자들은 10광년 떨어진 태양계에서 비교적 작은 크기의 지구만한 행성인 엡실론 에리다니 C를 발견할 수 있었다. 수성 크기만한 행성 약 100개에 해당하는 중심 별에 작용하는 한 행성의 중력 효과를 찾는 기존 방식 대신 로체스터 대학의 앨리스 퀼렌은 인근 별들을 둘러싸고 있는 외곽의 먼지층에 남겨진 행성의 궤적을 탐색했다.
수분이 있는 붉은 화성 미 항공우주국의 화성탐사선인 마스 오딧세이는 화성 상공 400km를 선회하며 지표밑 1m까지의 토양과 암석 부스러기에 수소가 집중되어 있음을 알아냈다. 이러한 수소의 가장 그럴듯한 근원은 얼음인데, 만약 얼음이 있다면 화성에서 생명체가 번식했을 거라는 가장 좋은 증거가 될 것이다.
해양 변화 물고기가 살 수 없을 것 같은 약 1,100㎢의 대규모 흑조가 지난 1월에서 4월까지 플로리다 남서단에서 목격되었다. 조사해 본 결과 조류가 퍼진 것 같았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 때문에 그 지역의 산호초가 죽은 게 아닐까 의심했다. 이와 비슷한 광경이 이후에도 열 차례 이상 동일 지역에서 보고되었다.
저명한 연구소를 뒤흔들어 놓은 스캔들
최정예 과학 인재들이 모인 연구소에서도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은 막을 수 없었다.
지난 9월 노벨상 수상이 유력시되는 한 연구원이 연구 자료의 상당부분을 허위로 조작했다는 놀라운 발표가 있었다. 잰 헨드릭 숀은 뉴저지 머레이 힐의 세계적인 벨 연구소에서 연구중 나노전자공학상의 괄목할 만한 연구 결과를 얻어냈다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사이언스와 네이처, 어플라이드 피직스 레터스 같은 권위있는 학술지에 실린 숀의 논문을 본 한 동료가 논문상의 여러 그래프들이 이상하리만큼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하면서 그의 연구에 관한 조사가 시작되었다.
한편 다른 동료들은 숀이 개발한 단일 분자 트랜지스터와 초전도 장치를 믿지 않았다. 누구도 이 장치들이 작동되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32세인 숀은 자신이 연구 데이터를 조작한 건 사실이지만 그가 실제로 목격한 것과 일치시키기 위해서 그렇게 했을 뿐이라고 시인했다. 벨 연구소는 그를 해고하고 그의 연구를 토대로 한 6종의 특허 신청을 철회했다. 이 스캔들 발생 후 많은 사람들은 숀의 사기극이 밝혀지는 데 왜 2년이 넘게 걸렸는지, 그와의 공동 연구로 인해 명성을 얻게 된 사람들이 데이터 조작이 밝혀지지 못하도록 한 게 아닌지 궁금해했다. 숀은 2001년에 8일에 한 건 꼴로 엄청난 양의 논문들을 발표했는데 모두 다른 연구원들과 공동 작업한 것이었다. 일부 과학자들은 공동 저작일 경우 책임 여부를 분명히 하는 규정을 요구하고 있다.
실패한 거품 융합 물리학자들은 음파로 액체에 구멍을 뚫으면 기포가 발생했다 터지면서 수소 동위원소 융합이 일어날 정도의 열이 발생할 거라고 추측해왔다. 멋진 개념이긴 하지만 10년이 지나도록 초음파로 액체내에 기포를 발생시켜 붕괴열을 이용하는 소노루미네슨스를 연구해 온 과학자들 중 이의 실현 방법을 알아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지난 3월 오크 리지 국립연구소의 루시 탈레야칸과 5명의 동료들은 중성자가 많은 아세톤에 음파와 추가 중성자를 투사해 핵융합 장면을 목격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엄청난 주장에 사람들은 의구심을 표했고 또 다른 팀이 똑같은 결과를 재현해내지 못하자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으로 무시되었다.
가장 무거운 원소의 증발 1999년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과학자들은 크립톤 원자와 납 원자들을 충돌시켜 파편들을 조사한 결과 굉장히 무거운 118번 원소의 원자들이 급속하게 붕괴되는 것을 최초로 목격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내부 조사 결과 공동 발견자 중의 한 사람인 핵물리학자 빅토르 니노프가 결과를 원하는 대로 끌어내기 위해 중요한 데이터를 조작했음이 밝혀졌다.
사이비 과학으로 과학에 맞서기 2002년 오하이오와 조지아 주의 과학 커리큘럼에는 새로운 반진화론자의 이론이 성경 대신 의사(擬似)과학 분야에 포함되었는데, 이 이론은 이미 알라바마와 워싱턴에서도 채택되었고 다른 여러 주에서도 커리큘럼에 삽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인텔리전트 디자인이라는 이 이론의 주창자들은 인간의 눈이나 혈액 응고 시스템 같은 복잡한 생물학적 메카니즘이 너무나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 도저히 우연이나 물리학 법칙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분명 뭔가 지적인 존재가 이런 것들이 생겨나는 데 개입했을 거라는 것이다. 비평가들은 이 이론이 겉모습만 다를 뿐 창조론과 동일하다고 말한다.
또다시 날아가버린 우주선 미 항공우주국이 새로 발사한 우주선이 우주에서 사라져버리면서 3년새 세 번째 사고로 기록됐다. 화성 기후 관측 궤도선과 화성 극지방 탐사선에 뒤이어 발사된 이번의 혜성 핵 탐사선은 지난 7월 발사되었는데 지구 궤도를 벗어나다가 산산조각이 난 것으로 보인다.
냉동 보존된 야구 선수 야구계 명예의 전당에 수록된 테드 윌리엄스는 지난 7월 사망후 분명히 냉동되었는데 그 이후 가족들이 그가 땅에 묻히기를 바랬다고 주장하면서 냉동보존학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냉동보존 시설에서는 미래에 의료기술이 발달해 사망 원인이 치유되어 되살릴 수 있도록 인체를 액체 질소 탱크에 보관한다. 윌리엄의 사체는 애리조나 스콧스데일의 알코 생명 연장 재단에 보관되어 있는데, 이곳에서는 인체 한 구를 보관하는 데 12만 달러를 받는다. 냉동보존학자들은 미세 나노로봇이 언젠가는 사체의 손상 부위를 치유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주장하지만 생명체가 냉동시 어떻게 반응하는 지 연구하는 냉동생물학자들은 이들과 생각이 다르다. 인체 부위들이 냉동되면 세포들 사이의 체액이 결정화되면서 주변 조직들이 떨어져 나가기 때문이다.
반중력 기계 러시아 과학자 에브게니 포드클레노프의 반중력기계는 물리학의 기본 법칙에 위배되지만 미 항공우주국에서는 결국 ‘중력장 효과’ 재현 실험을 위해 60만 달러의 예산을 확보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 효과를 이용해 중력을 감소시켜 먼 행성들로의 탐사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반중력기계로 물체를 끌어올린 후 무게를 줄이면 물체를 끌어올릴 때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발생되어 열역학 제 1법칙에 위배된다고 메릴랜드 대학 물리학자인 밥 파크는 말한다.
밤하늘의 이상한 물질들
암흑물질 발견과 대폭발설의 확인, 변화하는 광속
천문학자들이 중성자별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자세히 관측해 본 찬드라 X-레이 관측위성은 이 별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밀도가 높아보인다는 걸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중성자별은 밀도가 엄청나게 높아 한 숟가락 정도 분량이 100조 t이 넘는다. 천문학자들은 이 별이 이론가들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해 오던 전혀 새로운 물질인 ‘이상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이상 물질은 우주의 상당 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물질인 암흑 물질의 성분일 가능성도 있다.
한편 지난 8월 호주 뉴 사우스 웨일즈 대학의 천문학자들은 먼 퀘이사를 관찰한 결과 광속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본 상수가 시간 경과에 따라 변화하고 있을 수도 있음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만약 입증이 된다면 이 발견으로 인해 물리학자들이 확실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하던 사실, 즉 빛의 속도는 일정하다는 점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이 외에 우주학자들은 우주학의 기본 이론인 빅뱅 이론이 옳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빅뱅 이론에 의하면 천문학자들이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네 배나 많은 정상 물질들이 우주에 존재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지난 7월 이런 사실이 바뀌게 되었다. 궤도 선회 X-레이 관측위성이 정상 물질의 필라멘트들이 암흑 물질과 엉킨 채 은하들 사이로 떠다니는 것을 포착했다. 여기에 “눈에는 보이지 않는 우주의 정상 물질 대부분이 포함되어 있다”고 컬럼비아 대학 천문학부 학장과인 데이비드 헬펀드는 말한다.
남극에 있는 특수망원경이 보다 결정적인 증거를 포착했다. 우주학자들은 대폭발로 비롯된 광파들이 진동하는 물질들을 퍼뜨리며 편광띠들로 정렬된다는 이론을 정립했다. 지난 9월 편광 현상이 결국 포착되었다. “이 빛이 대폭발의 메아리가 아니라는 생각은 이제 지워버려야 할 것”이라고 시카고 대학 천문학자인 마이클 터너는 말한다.
화학 무기의 새모습
전문가들은 ‘비살상’ 무기 사용 경향을 경고한다. 러시아에서의 비극적 사건이 보여주었듯이 이 무기로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월 26일 구출 작전에서 러시아 보안군은 체첸 테러범들이 700명이 넘는 인질들을 잡고 있는 모스크바 극장에 가스를 살포했다. 진통제 펜타닐의 분무제 형태인 이 화학가스로 인질 128명이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모르핀보다 100배 이상 강력한 펜타닐이 국제 화학무기 협정에서도 금지되지 않은 비살상 무기라는 점을 주목했다. 그러면서 여러 국가들이 합법적 화학물을 완벽하게 무기로 전환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됐다. 화학전이 정당화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일까?
영국 브래드포드 대학의 말콤 댄도와 캘리포니아 대학의 마크 윌리스도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뷸레틴 오프 애토믹 사이언티스트지 1,2월호 논문에서 두 사람은 미국도 펜타닐 변형품과 같은 비살상 무기를 개발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댄도와 윌리스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 과학자들은 국제법상 어느 초강대국의 영향도 미치지 않은 회색 지대를 이용해 박테리아 균이나 백신에 저항력이 있는 탄저균 살포용 클러스터 폭탄 같은 제품들을 개발한다. 한편 미국 정부는 테러에 강경하게 대응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지지를 표명했다.
오염 제로 지구 온난화가 악화일로여서 되돌리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게 될 것이다. 대기와 수질 오염은 계속 낮은 수준이다. 동물들의 종 수가 줄어들고 있는데 특히 파리는 급감하고 있다. 이 내용은 덴마크 통계학자인 롬보그의 2001년도 저서 <회의적 환경론자>의 내용인데 2002년도 들어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일부 과학자들은 롬보그의 발표 내용을 인정한 반면 많은 과학자들이 자신들이 만든 자료를 그가 잘못 이용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기후 변화 이론은 불확실하지만 기후 변화에 따른 비용은 알 수 있다며 그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듀크 대학의 생태학자인 스튜어트 핌은 롬보그의 멸종률 추정치가 수많은 관련 연구들 중 단 한 가지만 참조로 했다고 말한다.
논란이 일고 있는 유전자 치료 유전자 치료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것 같다. 잔뜩 기대만 부풀려 놓고는 환자의 결함있는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대체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3년 전 18세의 건강한 자원자가 펜실베니아 대학에서의 유전자 치료 임상실험 도중 사망했다. 의사들은 이 기법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들 중 한 명이 부작용으로 암에 걸렸다고 발표했다.
핵 낙진 연방정부는 지난 2월 방사능 폐기물이 주변 토양과 수원에 스며든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네바다주 유카산을 미국내 핵 폐기물 저장소로 승인했다. 정부 과학자들은 이런 폐기물이 주위로 스며들 거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려면 앞으로 수만년이 걸리는데 그 사이 방사능 수치가 안전한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 지역의 화산암에는 틈이 많기 때문에 비가 내려 이 틈으로 스며들어 니켈-크로뮴-몰리브데늄제 폐기물 저장기를 침식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측 엔지니어들은 자신들이 설계한 우산 모양의 티타늄 보호막이 용기를 보호해 줄 거라고 믿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이 보호막이 임시방편일 뿐 이 지역의 지리적 특성상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우주에서의 방황 국제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해 200억 달러 이상을 쏟아부은 미 항공우주국의 한 자문단이 지난 7월 이 정거장이 과학적으로 쓸모가 없다고 선언했다. 우주정거장 옹호론자들은 이 정거장을 이용해 AIDS 치료제 발견부터 우주 암흑물질 문제 해결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사실 이 시설은 무중력 상태에서 우주비행사의 신장 결석 치료법 개발 등 사소한 연구용도로 사용되어 왔다.
과학자들은 아직도 이 우주정거장을 이용해 장기간의 방사능 노출 영향이라든가 무중력 상태에서의 조직과 물질간 반응 방법을 연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재정적인 문제로 체류 대원이 7명에서 3명으로 줄어 연구 시설로서의 위상이 희박해졌다. 대신 이 우주정거장은 스릴을 찾는 유명 인사들의 홍보용 기구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배아세포 연구 둔화 부시행정부의 배아세포 연구에 대한 타협이 점차 늦어지고 있다고 과학자들이 지난 9월 상원에 탄원했다. 다른 종류의 세포로 변형해 질병이나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배아줄기세포는 몇 일 밖에 안된 태아로부터 추출해내기 때문에 윤리적 논란을 불러 일으킨다. 2001년 과학자와 임신중절 반대론자들을 모두 달래기 위해 부시 대통령은 현존하는 수십개의 줄기 세포 사용에 동의한 과학자들에게 연방 자금 지원을 제한하도록 했다. 과학자들은 이 배아세포들 대부분이 통제권을 장악하려는 사기업들 수중에 있거나 사용할 수 없는 원시적인 형태로 존재한다고 불만을 피력했다.
700만년 된 인간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설’에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 인류의 초기 조상들이 이전에 알려졌던 것보다 훨씬 오래전에 빠른 속도로 확산됐음을 시사하는 두 가지 놀라운 발견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잘 보존된 두 구의 원시인 두개골이 발견되었다는 발표가 나오자 뼈조각만으로도 만족해야 했던 고고학자들은 잔뜩 들떠 있었다. 그런데 더 흥분되는 사실은 이번 발견으로 동아프리카에서 600만년 전에 최초로 인류가 출현해 50~100만년 전 사이에 유럽으로 퍼져 나갔다는 기존의 인류 기원 이론과 상치된다는 점이었다.
두 개의 두개골 중 더 오래된 것은 프랑스 고고학자인 미셸 브루넷이 이끄는 팀에 의해 차드에서 발견되었다. 미셸 팀이 지방 방언으로 ‘삶의 희망’을 뜻하는 투마이라는 별명을 붙여 준 이 두개골은 거의 700만년 된 것으로 인류와 침팬지의 분화가 시작된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브루넷의 팀은 투마이가 인간이었을 거라고 믿는다. 즉, 인간을 닮은 최초의 유인원 화석인 셈이다.
만약 그렇다면 이 유골은 인류가 출현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케냐와 에디오피아로부터 2,400㎞나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었으므로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의 한 구석에서 진화한 게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 퍼져있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도 이미 그같이 추측을 했었지만 현재까지 증거가 없었다. D2700으로만 알려진 두 번째 두개골은 그루지아 공화국 드매니쉬에서 발견되었다. 이 두개골은 약 180만년 된 것으로 유럽에서 인류가 퍼지기 시작한 게 기존에 알려져 있던 것보다 100만년 가량 빠르다는 걸 보여 준다. D2700의 뇌는 놀라울 정도로 작아서 현재까지 아프리카에서 발견되었던 원시인 유골들과 비교해 볼 수 있다. 아주 원시적인 도구들만이 드매니쉬에서 발견됐는데, 이는 우리의 조상들이 아프리카를 떠난 후에야 비교적 정교한 기술을 소유하게 됐음을 암시해 준다.
탄저균과 소형 핵무기
지난 한해동안 과학 뉴스는 테러에 대한 두려움과 여파로 가득했다.
이란과 북한, 이라크 같은 비우호적 국가 지하에 대량 살상 무기가 숨겨져 있다는 말이 나돌면서 미국은 충격파가 깊숙이 침투하는 5,000t 이하의 소형 핵무기에 새로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찬성론자들은 낙진이 지하에만 머무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대자들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한편 미국 시민 조세 패딜라가 지난 5월 오헤어 공항에서 알 카에다 행동대원들과 테러 모의를 위해 만났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후 재래식 폭발물을 이용해 방사능 물질을 퍼뜨리는 더러운 폭탄에 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방사능 물질은 의료장비와 과학 연구용으로도 사용되는데, 핵통제 위원회에서는 관리들이 지난 5년 동안 이런 물질을 1,500번이나 잃어버렸다고 인정한다.
돌아온 탄저균 록펠러 대학 생물학자들은 박테리아를 잡아먹는 생명체인 탄저균 박멸용 박테리아파지를 발견했다. 이 파지는 탄저균 속에서 번식하며 탄저균을 파괴하는 효소를 합성한다. 안텍스 제약사에서는 탄저균 포자의 성장을 막는 AP-158을 개발했다.
소방관 질병 세계 무역센터 붕괴현장에서 활동했던 소방관들 중 40%가 호흡기 질환에 걸린 것으로 밝혀졌다. 180만t의 잔해 속에는 석면과 납, 수은과 기타 유독성 물질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국립 직업 건강안전 협회에서는 유해 물질에의 노출이 허용치를 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비행운(雲) 9·11 사태 이후 항공기 운항 금지 조치 덕분에 위스콘신 대학 기후학자인 데이비드 트래비스는 자신의 직감, 즉 제트기의 비행운이 지구의 기온을 완화시킨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게 되었다. 2001년 9월 11일부터 13일까지 가장 더울 때와 추울 때의 일교차가 이전 30년간 같은 기간의 일교차보다 3도가 높았다. 트래비스는 이것이 비행운으로부터 발생하는 권운형 구름이 절연체 역할을 해 낮동안 냉각되었다가 밤에 열손실을 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천연두 백신 보존 공식적인 천연두 백신을 계획대로 소각하는 대신 세계 보건 기구는 생화학 테러 발생시 필요한 신형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이들을 비축해 두기로 했다. 미국은 현재 백신 생산량을 늘렸다.
DIY 세균 과학자들은 DNA로부터 살아있는 소아마비 병원체를 합성해냈다. 이것은 테러범들에 의한 치명적인 바이러스 제조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스탠포드 대학 생물학자인 스티븐 블록은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말한다. 소아마비 병원체는 감염성이 약하고 별로 치명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보다 악성인 바이러스들은 제조가 더 어렵다. 천연두 바이러스는 복잡한 단백질 껍질이 필요한데다 이 유전자는 소아마비 병원체 유전자보다 24배나 크기 때문에 초보적인 실험실에서 만들기에는 너무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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