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아호의 비극적인 사고 7주 전 유럽연합우주국(ESA)은 발사한 아리안 5ECA 로켓이 대서양 상공에서 폭발해 6억 달러 상당의 위성들이 불길에 휩싸이는 광경을 지켜보아야 했다. 불발탄 보조추진 로켓이 첫 발사 후 456초만에 위험스럽게 정해진 코스로부터 이탈하기 시작하자 담당자들이 원격조정장치로 파괴한 것이었다. 이번 로켓의 임무 수행 실패로 그렇지 않아도 지금까지 시원찮은 기록에 또 하나의 오점을 남기게 되었다.
지금까지 14회의 발사 중 4번은 실패했다. 이에 따라 이 로켓의 사촌격인 아리안 5 로켓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가 야기되었다. 이 로켓은 10억 유로 상당의 탐사우주선 로제타 호를 싣고 날아가 역사상 최초로 혜성에 착륙하는 쾌거를 이루어낼 예정이었다. 이제 로제타호의 배터리들은 제거되었으며, 착륙용 발도 떼어냈고 연료 탱크도 비웠다. 로제타호는 창고에서 최소한 1년은 잠을 자며 기다려야 할 것이다. 또한 ESA는 로제타호의 2011년 위르타넨 혜성과의 조우 계획을 백지화하고 다른 혜성을 목표로 계획을 변경해야 한다. ESA는 대안가운데 와일드(Wild) 2 혜성과 핀리(Finley) 혜성을 고려하고 있으나 최종 결정은 5월이나 되어야 내려질 것이다.
아리안 5ECA로켓 사고 조사위원회의 볼프강 코셸 위원장은 이 사고가 로켓 주 엔진의 배기 노즐에 생긴 틈에서 야기되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새 추진장치가 로켓이 사고를 일으킨 것은 설계 결함도 있지만 부족한 예산의 탓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로제타 호의 아리안 5 로켓은 사고를 낸 로켓과 동일한 수정 냉각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지는 않으나 확인 시험이 1월에 발사한 탐사위성의 창안에서 이루어지지 않아 현재로서는 뭐라 단언하기 어렵다.
혜성 탐사 임무에 10년 이상의 연구를 통하여 심혈을 기울여온 ESA 소속 과학자들은 이번 사고로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지만 한 과학자는 그래도 탐사우주선 로제타호까지 함께 사고를 당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았다. 이제 혜성 탐사 팀이 프로젝트를 계속하고 로제타호의 보관에 소요되는 비용을 감당하려면 최고 1억 달러의 별도 예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책임자들은 로제타호의 과학 임무-생명의 존재 여부와 태양계의 더 자세한 사실을 파악하기 위한 혜성의 핵심 샘플분석- 에 대해 낙관론을 편다. 유럽연합우주국의 과학 책임자 데이빗 사우드우드는 이렇게 말한다. “로제타 호에게 맡길 임무는 인류 역사상 가장 난이도가 높은 혹성간의 탐사 임무입니다. 유일한 혜성 착륙선이며 궤도비행 로켓이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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