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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킹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 차량 충돌 시연

가이코(Geico) 사 약 200여명의 종업원들은 캘리포니아 포웨이의 본사 건물 밖에 모여 러스티 헤이트(Rusty Haight)가 미쓰비시 미라지 차를 닛산 센트라에게 T자 모양으로 들이받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시속 60km의 속도로 충돌하기 직전 헤이트는 운전대를 놓고 그냥 몸을 뒤로 젖힌다. 두 대의 차가 아스팔트 길 6m를 가로질러 끼익 소리를 내며 에어백이 터졌지만 충돌로 금속판이 우그러지는 소리에 에어백 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다. 굉장한 충돌 광경이다. 김이 새어 나오는 미라지에서 헤이트가 빠져 나오자 누군가가 소리친다. “한 번 더!” 헤이트는 별일 아니라는 듯 지시 받은 대로 움직인다.

가장 최근에 실시된 이 시범으로 그는 사람이 탄 차량충돌 시험 716회를 맞았고 이제 거의 누구도 깨기 어려운 기네스북 신기록 보유자의 입지를 더욱 굳히게 되었다. 그러나 그가 자신을 시험물로 제공하는 이 충돌 시험은 그저 연기나 나고 에어백이나 터지는 정도의 간단한 것이 아니다. 인근 샌디에고에서 충돌안전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헤이트는 사고 분석의 기술과 과학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자 스스로 이와 같은 충돌을 직접 시연해 보이고 있다.

오늘 같은 경우, 대형 보험회사 가이코에서 헤이트에게 보수를 지급하며 충돌시험을 의뢰한 것이다. 이들은 가이코의 산하 보험대리점, 손해사정인, 손해배상 정산인, 특별조사반에게 충돌 사고의 실제 상황을 더 잘 이해하고 이를 통해 손해배상 청구를 더 효율적으로 처리하도록 한다는 것이 목적이다. 사고 분석(accident reconstruction)이 하나의 정식 분야로 채택된 것은 1936년의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의 교통사고 연구소 (현재는 공공안전센터로 개명) 출범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것은 자동차 사고의 분석에 있어서 조사자들로 하여금 스키드 자국, 손상, 부상과 같은 물적 증거에 기초 물리학을 적용하도록 요하는 공학과 법 집행 분야에서 파생되어 나온 분야라고 헤이트는 말한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사고의 순간 차량 안에 있던 사람들의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관하여 진정으로 이해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인체를 본뜬 마네킹의 출현과 함께였다.

이와 같은 연구는 한 가지 본질적인 결함을 안고 있었다. 즉 결국 헤이트와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의 등장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었다. 마네킹을 가지고는 차량 안에 탑승한 사람의 움직임과 똑같은 동작을 재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헤이트는 1980년 샌디에고 경찰청에서 근무를 하기 시작한 직후 사고현장 조사관이 되었다. 경찰에 몸 담은 지 4년 후 그는 민간 기업으로 옮겨 법원에서 전문가 증인으로서 그리고 텍사스 A&M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시작하였다.

1991년 이 대학교에서 그는 포드 LTD의 대시보드에 테이프로 발포 고무를 붙이고, 목 보호대를 걸고는 시속 40km의 속도로 달려 현대 엑셀을 받으면서 사고분석 고등과정 과정 학생들을 위해 모험적인 행동을 해보였다. “그 충돌 시험으로 우리의 교육 과정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정말 흥분되는 충돌 시험이었어요.” 그는 씩 웃으며 말한다. 헤이트의 정신적 스승은 공군의 전설적 인물 존 폴 스탭(John Paul Stapp).

그는 1947년부터 1954년까지 29 차례의 로켓 썰매 시험에서 인간 모델로서의 역할을 한 사람이다. 그의 마지막 시험에서는 정지 상태에서 5초 안에 시속 1,010km로 달려 중력 가속도 45G로 지구 상에서 가장 빨리 달린 사람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갈비뼈에 금이 가고, 손목이 부러지며, 망막에 출혈이 생긴 것은 그와 같은 정도의 시험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일이었다. 스탭이 참여한 연구는 안전벨트 설계로부터 항공기 조종사 탈출용 시트, 그리고 에어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영향을 미쳤다.

“척주지압 요법사 친구들이 저더러 그런 식으로 몸을 함부로 굴리다가는 이제 5년 안에 휠체어 타는 신세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7년 전에 그런 말들을 했지요.” 지금까지 그의 몸에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은 것은 에어백이 터지면서 손목을 베인 작은 흉터와 유아용 카 시트의 파편이 팔에 박힌 상처 두 가지.



헤이트는 극적인 효과를 위해 사고를 연출해 보이는 스턴트맨들과는 다르다. 그는 차량 사고에서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시연하고 사람들에게 사고 현장에서 무엇을 찾아보아야 하는지를 가르치기 위해 이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원격 조작에 의한 차량 충돌 시험을 위하여 차와 인형을 준비하는 것보다 직접 헤이트와 같은 사람을 써서 시험을 해보는 것이 휠씬 손쉽고 비용도 절감된다. 원정시범을 위하여 필요한 그 장비를 갖출 필요 없이 헤이트는 사고현장 교육이라는 이름 하에 자신의 쇼를 저 멀리 호주나 영국에서도 해왔다.

가이코 보험회사가 주관하는 시연의 아침, 헤이트는 서버번을 탄 채 (그는 ‘덩치 큰 차’ 신봉자다) 여러 개의 기장을 단 말쑥한 청색 비행복을 입고 나타났다. 첫 번째 임무는 이제 곧 뭉개질 차의 운전석 문을 뜯어내라는 것이었다.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그의 모습을 더 잘 보이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 다음엔 헤이트의 열 다섯 살 난 아들 션이 차에 충돌 순간의 힘을 측정할 센서와 충돌 순간을 포착할 고속 촬영용 카메라를 설치한다.

시연에 앞서 헤이트는 사고 분석의 기초에 대해 설명을 한다.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는 차량의 속도, 중량, 충돌각도, 탑승자의 위치 등. 핵심은 ΔV라고 하는 속도의 변화라고 그는 설명한다. 차량이 장애물에 받혀 쭈그러들면서 그 속도가 시속 100 km에서 정지 상태로 줄어들면 이 경우 ΔV는 160km라는 것이다. 여기에 딴 차가 사고에 포함되어 있으면 상황은 약간 복잡해진다.

차량들은 최초 충돌 후 속도는 줄지만 계속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ΔV는 기초 삼각함수로 계산한다. 그리고 나서 ΔT (사고에 걸리는 시간)를 계산한다. ΔT가 낮으면 낮을수록 사고는 더 격렬하다. 헤이트는 정면충돌 시 시속 40km내지 50km에서의 ΔV가 부상 없이 인체가 견딜 수 있는 최대치라고 설명한다. 그의 강의는 또한 차량사고 분석 요인에 있어 최근 새로 추가된 요소에 초점을 맞춘다. 그것은 1997년 이래 대부분의 승용차 및 소형 트럭에 부착된 것으로, 비행기 블랙박스의 기초 버전에 해당하는 장치이다.

이를 상황자료기록장치(EDR)이라고 한다. 이 장치는 에어백이 작동하기 직전과 직후에 차량에 발생한 일(제동이 걸렸을 때의 차량의 속도 그리고 운전자의 안전벨트 착용 여부 등)을 기록한다. “EDR은 대단한 장치입니다. 하지만 운전자가 안전벨트를 당겨놓았어도 실제로 가슴을 가로질러 맸는지 아니면 그냥 깔고 앉아 있었는지는 모릅니다. 실제적 증거가 있어야 하지요.”

헤이트는 강의를 마친 뒤 가이코 보험회사의 주차장으로 향한다. 보통 때 그는 센서를 머리, 가슴, 그리고 허리 부분에 부착하여 각 부위에 생긴 중력 가속도를 측정한다. 오늘 시험에서는 그것을 간단히 하고는 방탄복을 입고 폭동 진압 병력용 정강이 보호대를 착용하고 권투선수가 쓰는 마우드 피스를 문다 -이제 고무 폼과 목 보호대는 한물 간 장비들이다- 그리고는 미라지에 오른다. 아들 션이 센트라에 타고 아빠가 모는 차의 뒤 범퍼를 살짝 들이받는다.

이 동작과 두 번째 일어나는 충돌은 최대 시속 15km 정도의 가벼운 것이다. 그러나 이제 절정을 이룰 시속 60km의 충돌을 위하여 숀은 차를 옆으로 틀어 아빠가 자기 차의 옆구리를 T자 모양으로 들이받도록 한다. 나중에 계산해보니 이 충돌의 ΔV는 시속 32.5 km 그리고 ΔT는 97 밀리세컨드(1/1000초)였다. 아주 빠른 따라서 격렬한 충돌이었다. 대개의 사고들은 80내지 140 밀리세컨드 사이에서 발생한다.

관련 수치들을 보면 헤이트가 일으킨 충돌이 상당히 큰 충격이었음을 보여준다. 충돌 시 뒤로 튕기면서 좌석의 등받이가 부서졌을 정도이다.“지금까지는 충돌이 심해도 내가 앉은 좌석의 등받이가 부서지는 일이 생기리라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지요. 충돌시험을 할 때 마다 새로 배우는 것이 있군요.” 헤이트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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