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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DSL 시대 활짝 열린다

한국이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최강의 인터넷 강국이 된 것은 바로 초고속인터넷이 빠르게 보급됐기 때문이다. 지난 99년 6월 ADSL(Asymmetric Digital Subscriber Line:비대칭가입자회선) 기술로부터 시작된 국내 초고속 인터넷은 불과 3년이 채 안돼 가입자 수가 1천만명을 돌파했다. 이 같은 초고속 인터넷 이용자의 급속한 확대는 전자상거래, 콘텐츠산업 등 인터넷 기반의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는 굳건한 토대가 됐으며 정보문화 확산의 기반이 됐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정보화 역사에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제 ADSL보다 월등한 속도를 자랑하는 VDSL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 접목되고 있다. 바야흐로 초고속인터넷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ADSL은 굳이 광케이블을 깔지 않고 기존의 전화선만으로도 음성은 물론 데이터 트래픽까지 가능케 만든 획기적인 기술이었다. 덕분에 값비싼 광케이블을 설치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대용량의 콘텐츠를 빠른 속도로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때 꿈의 통신망이라 불리던 ISDN에 비해서도 ADSL은 10배이상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선진국 대부분이 아직도 ISDN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ADSL은 글자 그대로 데이터 전달 속도면에서 상향과 하향이 비대칭이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이 많은 양의 데이터를 인터넷에 올리기(상향) 보다는 주로 내려 받기(하향)를 하기 때문에 상향의 속도를 줄이는 대신 하향의 속도를 높여 놓은 것이다. 경부 고속도로를 통행량이 부산방향으로의 도로폭을 크게 넓히고 반대쪽을 좁혀 놓은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이 같은 비대칭 구조는 쌍방향을 특징으로 하는 인터넷의 특징을 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 인터넷 이용이 보편화 되면서 이제는 대용량의 데이터를 주고 받는, 양방향 모두의 속도가 높아질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이 같은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기술이 VDSL이다. 또 절대 속도면에서도 VDSL이 ADSL에 비해 훨씬 빠르다. ADSL의 데이터 전송속도는 상향 800kbps, 하향 8Mbps다. 이에 비해 VDSL은 상향, 하향 모두 13Mbps까지 가능하고 비대칭으로 운용할 경우 상향 3~26Mbps, 하향 6~52Mbps속도가 나온다.

이에 따라 VDSL은 전화선을 이용해 비디오, 영상, 고화질 그래픽, 대용량의 데이터를 양방향 동일한 속도로 제공이 가능하게 됐다. 따라서 ADSL에 나타났던 문제들을 보완하고 보다 품질 높은 서비스를 보장하기 위한 대체기술로 VDSL이 부상한 것이다.

ADSL이 음성과 데이터 서비스만 가능했다면 VDSL에서는 음성과 데이터는 물론 고선명 영상까지 주고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VDSL은 유료TV, 원격진료, 원격교육, VOD(Video On Demand), HDTV, 홈쇼핑, 인터넷방송 등 대용량의 멀티미디어 서비스 등 다양한 응용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콘텐츠 사업자들의 수익모델에도 적합하며 후방산업효과가 크다는 얘기다. 또 단말기도 ADSL은 PC나 전화기 정도였다면 VDSL에서는 TV까지 인터넷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게 됐다.다만 데이터 전송거리에서는 ADSL이 5.4km인데 비해 VDSL은 0.3~1.5km로 짧다.

FTTH로가는 중간다리 역할
VDSL은 또한 가입자망 고도화와 국내 장비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고심하고 있는 정부의 구상에도 부합한다. 왜냐하면 VDSL은 아파트 등 주거밀집지역까지 광케이블을 끌어들여 가입자집선장비(DSLAM)와 단말장치(모뎀)을 기존의 전화선에 연결하는 기술로서 가입자 망 고도화의 최종 목표인 FTTH (Fiber To The Home)로 진화하는 중간다리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80년대 이전에 지어진 오래된 아파트가 많은 우리나라의 현실과도 VDSL은 잘 맞는다. 낡은 아파트는 전화 케이블이 2선 또는 4선이 뿐이거나 구내통신 배관이 협소해 추가 배선이 어렵기 때문에 기존 아파트에 ADSL이나 LAN을 설치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VDSL은 기존 2선 전화선을 이용하면서도 추가 배선이 불필요하며 구내 전화선의 품질이 좋지 않은 환경에서도 양방향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와 다양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

VDSL의 기본적인 시스템은 첫째 통신사업자의 광케이블을 각 가입자 댁내로 분기시켜 주는 장치인 DSLM과 둘째 데이터와 음성신호를 분리시켜 주는 스플리터(Splitter)를 내장한 가입자 댁내용 VDSL 모뎀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고품질의 VOD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VOD 서버와 셋톱박스 등이 필요하다.

VDSL은 아직 표준화에 있어 몇 가지 조정작업이 필요하긴 하지만 기존 전화선을 이용한 광대역 솔루션으로 전세계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다만 VDSL이 필요한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통신사업자, ISP(인터넷서비스 제공업체), 장비제조업체, 반도체 칩셋 업체, 표준화 기구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VDSL은 집 근처까지 광케이블이 들어와야만 하는 기술적 문제 때문에 아직까지는 주로 아파트 단지 위주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아마도 전국 모든 지역에 VDSL 서비스가 이뤄지려면 향후 1~2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VDSL 서비스 이용 요금은 KT의 경우 전송속도에 따라 메가패스 라이트(2Mbps)는 월 3만원(부가세 별도), 메가패스 프리미엄(8Mbps)는 4만원이다. ADSL에는 없는 메가패스 스페셜(13Mbps)는 월 5만원이다. 여기에 뎀 임대료 등을 포함하면 월 6만원 정도로 대게 3~4만원 선인 ADSL에 비해 비싸다. 다만 1년 계약 5%, 2년 계약 10%, 3년 계약 15%의 할인 혜택을 준다.

현재까지의 VDSL가입자 현황을 보면 KT의 경우 지난해 7월부터 대도시 아파트를 중심으로 지난 2월말까지 37만 여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이 회사의 전체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가 52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 많지 않은 편이다. KT보다 한 달 늦은 지난해 8월 ‘e밸리V’라는 브랜드로 VDSL 서비스에 나선 하나로통신은 293만여명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중 VDSL 가입자 수는 현재 3만7천여명 선에 이르고 있다.

이밖에 데이콤이 5천여명, 온세통신과 두루넷이 각각 3천여명의 VDSL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다만 선발사업자인 KT가 자금력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데 비해 후발사업자들은 이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고 있어 시장 독점이 강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VDSL 보급 확산은 관련 장비업체들에게는 또 하나의 황금시장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미 텔슨정보통신, 다산네트웍스, 기산텔레콤, 기가링크, 미리넷, 현대네트웍스, 코어세스 등 중소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고 여기에 대기업인 삼성전자가 참여를 선언했으며 외국업체인 루슨트테크놀러지도 시장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 시장에서의 장비공급과정에서 쌓은 기술력과 경험을 통해 앞으로 세계시장 진출에도 기대를 걸만하다.
백재현 inews 24 텔레컴 팀장(brian@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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