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살고 있는 탱고는 27가구가 모여 사는 녹색 첨단 주거단지인데, 이곳에서는 단지내 토양을 자체 정화하고 물을 재활용해 새로 만든 녹지에 공급하며, 재활용 자원으로부터 전력을 생산하고 지붕 공간을 활용해 산소를 생산해낸다. 뿐만 아니라 여러 센서들과 광대역 웹 접속으로 집 주인들은 원격지에서 에너지 사용부터 전자식 열쇠 조작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모니터하고 조절할 수 있다.
슈더홀름은 발코니에 앉아 선장처럼 오레선드 시가지를 손바닥처럼 보면서 자신이 유럽과 미국에서 차례로 개발되고 있는 홈 테크놀러지들이 결집된 전시장에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탱고는 작년 스웨덴에서 올해의 주요 건축물상을 수상했고, 올해 1월에는 기술과 환경친화성,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한 진보적 설계로 미국 건축가 협회상을 받았다.
“살 공간에 돈을 최우선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게 우리 철칙이죠”라고 슈더홀름이 말한다. “환경친화적 측면이 가장 중요했어요. 그동안 우리가 자연자원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쾌적한 주거 기준을 유지하면서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잘 살면서도 불편한 기분을 느낄 필요가 없죠.”
탱고는 우연히 기술 전시장이 된 게 아니다. 이곳은 스웨덴 건축 박람회 중 하나로 2001년 말뮤에서 개최되었던 BoO1 박람회를 위해 세워졌다. 주거 시설과 더불어 BoO1에서는 사무실과 카페, 탁아소, 학교와 도서관도 선보였다. 슈더홀름은 이 박람회장을 돌면서 자신을 비롯해 여러 사람들이 이미 박람회장 안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점을 빼고는 마치 만국박람회장에 있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 “박람회 동안 발코니에 자주 나와서 사람들에게 바나나를 던져주고 싶었어요”라고 슈더홀름은 말한다.
박람회장 내 대부분의 건축물들은 유럽 회사들이 개발했지만 탱고만은 예외로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의 무어 러블 유델 건축 기획사에서 설계했다. 주거 공간 설계시 기술보다는 쾌활하고 현대적 분위기 연출로 잘 알려진 MRY사가 설계한 탱고는 바닥에서 천장까지 통유리로 된 유리문과 무지개 색의 격자창으로 안뜰이 내어다 보이도록 매력있고 밝게 설계되었다. 하지만 MRY 중역이자 탱고 프로젝트 건축가인 제임스 오코너는 “처음부터 우리는 박람회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뛰어난 프로젝트를 구현하려고 했습니다”라고 말한다.
탱고 프로젝트는 황폐된 채 버려진 이전의 공업지대 부지에서 시작되었다. 이런 오염토양 재개발의 경우 토양 및 수질 오염원, 지반 불안정, 지하 가스층 형성을 다루기 위해 장벽과 환기, 산림 제거 기술이 필요하다. 이 경우 대부분의 토양을 걷어낸 뒤 대개 중금속으로 된 오염물질을 토양에서 뽑아내거나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고정시키는 수목을 다시 심는다. 강가 자작나무와 같은 일부 수목들은 금속 축적기여서 양초 심지처럼 금속물을 나무줄기로 빨아들인다.
반면 풀은 화합물들을 뿌리에 가둔다. 이 부지의 형태는 재활용 빗물로 수목에 물을 공급하는 개발부지 동쪽의 녹지를 본따 조성되었다. 지붕에 심은 잔디는 단열재 역할을 하고 강우시 범람 속도를 늦추며 대기에 산소를 공급한다. 시공 방법과 자재는 말뮤에서 이 지역을 대상으로 규정한 생태학적 건설 기준에 따랐다.
탱고의 디자인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안뜰을 내어다 볼 수 있는 통유리 창. 낮에도 어두운 편인 스웨덴에서는 방의 채광에 더할 나위없이 좋지만 겨울밤에는 에너지가 많이 소요될 수 있다. 이 창은 두 유리판 사이에 아르곤 가스 층을 삽입해 3중처리돼 보온 효과가 높다.
이 유리는 열전도 수치를 나타내는 R값이 6.5로 미국의 일반 2중창의 R값 1.5~2에 비해 높다. 밀집형으로 지어진 이 아파트 벽의 환풍기를 통해 신선한 공기가 유입되기 때문에 방에서 악취가 나거나 답답하지가 않다. 지붕 위에 달린 진공관식 태양열 집열기를 통해 햇빛이 난방용 열로 전환된다. 또 근처에 잇는 풍력 터빈을 통해 전기가 공급된다.
처음부터 정보 기술을 이용해 효율성을 최적화하는 게 목표였다. 탱고 아파트에는 개발업체의 광대역망에 접속할 수 있는 랩탑 컴퓨터들이 갖춰져 있다. 프론트야드라는 포털을 통해 주민들은 수많은 감시 및 통제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다. 슈더홀름은 그의 표현대로 ‘조종실’을 자주 사용하다보니 학습이 이루어졌다고 인정한다.
프론트야드를 통해 집주인은 보안 카메라에 접속해 현관에 온 사람을 확인하거나 개발중에 있는 아파트의 응접실을 예약할 수도 있고, 현재와 향후의 기온 및 풍향을 보여주는 전자식 일기예보를 검색할 수도 있다. 전자키를 조작해 가정부나 밤손님, 수리공들이 예약된 시간에 집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 전자 게시판이 있어서 도둑이 들거나 화재 경보 발생시 주민들에게 이메일, 텍스트 메시지, 팩스나 음성 메일 중 어떤 방식으로 알릴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기본. 슈더홀름은 프론트야드를 이용해 집에 없는 동안 전등을 켜거나 꺼놓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점등 시간을 미리 예약해 놓고 각 방의 온도를 설정했다가 예정보다 늦을 경우 원격지에서 변경해 전기사용을 줄인다거나 밤늦게 귀가할 경우 방을 미리 덥혀둘 수도 있다. 온도가 한도를 벗어나면 경보가 작동해 알려준다. 창문도 전자식으로 개폐가 가능하다. 하지만 항상 에너지 사용량을 염두에 둬야 한다. 탱고에 적용된 기술들은 개별적으로 보면 독보적이라 할 수 없지만 합쳐졌을 경우에는 탁월한 효과를 보여준다. “기술들을 최대한 활용한 겁니다”라고 MRY의 수석 디자이너인 존 러블은 말한다. “우리가 짓는 건물에는 잔디 지붕이라든가 에너지 효율이 높은 유리처럼 환경친화적이고 에너지 소비가 아주 적은 방법들이 사용됩니다. 더구나 전자 정보 기술도 활용됩니다. 이런 분야에서 상당한 발전을 했지만 아직까지는 실험 단계입니다. 좀 더 연구가 필요한 것들이 많습니다.”
미국에서는 여러 가지 실험들이 진행중이다. 산타모니카 시내에 건설중인 원룸 44개짜리 주거단지의 경우 외벽에 설치된 대형 태양전지판과 천연 가스를 전기로 전환시키는 폐열발전기를 통해 전력을 생산한다. 인디애나 북서부에 개발중인 640에이커짜리 주상복합단지 커피 크릭(Coffee Creek)은 환경친화적 자재로 시공되고 태양전지판과 풍력발전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미국에서의 에너지 가격이 스웨덴에서만큼 비싸지면 이런 기술 발전의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더뎌질 것이다. “이런 종류의 주택을 짓는 건축가는 많지 않습니다”라고 MRY의 오코너는 말한다.“여러 가지 측면에서 새롭고 혁신적인 시도입니다.”
건축가 교육을 받은 라울 베르니체는 Architectural Record and Travel & Leisure사의 해외편집자문위원이다. 그의 저서 Tropical Modern은 올해 가을 Rizzoli /Universe에서 출판될 예정이다.
A.태양 및 풍력 발전
추운 날씨에도 작동하도록 단열처리된 지붕 위의 진공관식 태양열 집열기는 태양 에너지를 열로 전환해 탱고 주거단지와 이 지역의 난방 시스템에 공급한다. 근처에 있는 풍력 터빈이 탱고에 전기를 공급한다.
B.유리 지붕
전통적인 스칸디나비아식 잔디 지붕을 모방해 만든 탱고의 경사진 녹지 지붕은 단열 성능을 높이고, 산소를 생산하며 폭우시에 빗물의 흐름을 늦춰 준다. 비스듬히 설치된 태양열 집열기 둘레와 다른 지붕들에도 잔디가 심어져 있다.
C.안전한 토양
탱고 건설이 시작되기 전 말뮤시에서는 이전에 공장 부지였던 이곳의 토양을 화학적으로 처리한 후 1.5m 두께의 흙을 덮었다. 한편 이 부지 둘레로는 금속물질이나 오염물들을 붙잡아두는 수목과 잔디 같은 생물학적 개선제가 유해 물질을 흡수해 토양의 질을 높여준다.
D.커다란 창
통유리 창은 멋있기는 하지만 열 손실율이 높아서 디자이너들은 가운데 아르곤 가스층이 주입된 프랑스제 3중 유리를 사용한다. 그 결과 단열 효과가 높고 태양열로 덥혀진 공기로 밀집형 내부 공간의 난방을 해결하고 원격 조종이 가능한 환풍기가 온도를 조절해 주는 이점이 있다.
E.지능형 벽체
이 개발 프로젝트의 핵심은 지능형 벽체이다. 데이터 시스템의 척수 역할을 하는 지능형 벽체 덕분에 주민들은 집안의 노트북 컴퓨터나 원격지의 컴퓨터, 혹은 핸드폰으로 프론트야드라는 포탈사이트에 접속해 탱고의 난방, 전력, 인트라넷 및 보안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다.
환경친화적으로 변화중인 미국
소비자들은 환경 친화적이고 에너지 절약형 주택을 점차 선호한다.
2년 전 애틀란타 소재 비저 홈스사는 휴스턴 근처에 에너지 효율성이 높아 벽난로가 필요없는 모델 주택을 완공했다. 비교적 덜 추운 텍사스의 겨울 동안 온수용 히터기로 단열이 잘 된 이 주택의 난방도 해결할 수 있었다. 이 히터기와 절감된 공조 비용으로 더 두꺼운 단열재와 고성능 창문 추가에 따른 비용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았다.
하지만 미 에너지부의 미국 재건 시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추진되던 이 프로젝트에도 불구하고 휴스턴의 트랙터 제조업자들은 별로 바뀐 게 없었는데, 어느 정도 이 지역의 거래가 주로 인력 시장과 복잡한 새 시스템을 거부하는 하청업자들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었다. “큰 회사들이 이들의 사업방식을 바꾸기는 어렵죠”라고 코네티컷 컨설팅 회사로 휴스턴 주택을 설계한 스티븐 윈터 어소시에이츠의 프로젝트 매니저인 빌 조엘러는 말한다.
미국의 주택 산업은 점차 환경친화적으로 변하고 있다. 확고한 신념의 소수 시공업자들이 다양한 환경친화적 전자 기술을 미국 교외의 주택단지에 적용하고 있다. 맞춤형 주택의 경우 얼마든지 환경친화적 기술을 갖출 수 있지만 이런 주택은 미국의 전체 주택들 중 소수에 불과하다. 일례로 미국내 최대 시공업체 중 하나인 셔 홈스사는 최근 샌디에고 주택 몇 군데에 태양전지 판넬 지붕을 설치했다.
반면에 콜로라도 보울더의 시공업체 맥스테인 네이버후즈사는 구매자 대다수에게 태양전지 판넬을 제공하고 시공을 맡은 모든 주택에 재활용 재료를 사용한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주택들을 짓고 있는 해비태트 포 휴매니티사는 환경보전협회와 함께 과거 산업용 부지들을 정화해 적정 가격대의 주택을 지어 공급한다. 향상된 방수 및 시공 기술도 도움이 되는데 조엘러는 이 모든 것이 이득이 된다고 말한다. “미국내 일부 지역에서는 일반 주택들조차도 몇 년 전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30% 정도 높아졌습니다.” 에너지 절약 기술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높다.
환경친화적 추세는 느리게 확산중이지만 시공업자들은 서둘러 가정용 전자제품을 수용하고 있다. 미국내 시공업자의 절반 이상이 현재 오디오와 비디오, 네트워크를 주택에 기본으로 장착하는데 꼭 부유한 집에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라고 달라스의 시장조사 회사 파크 어소시에이츠의 시장조사 부사장인 커트 셔프는 말한다. 미시간의 전국적 시공회사인 플루트 홈스사는 시공하는 모든 집에 배선을 한다. 현재 디지털 리빙 센터를 오픈중인 콤프유에스에이와 베스트바이 같은 전자제품 소매업체들도 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데 이유는 분명하다.
좋은 주변상품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네트워크가 일단 갖춰지면 주택 소유자들이 더 많은 네트워크 제품들을 살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가정내 기기들을 조종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하는 회사들이 20여 개가 넘는다. 이중 가장 인기있는 제품은 뉴올리언즈 소재 홈 오토메이션사의 웹링크 II이다. 홈 오토메이션사의 시스템을 설치하면 몇몇 지정된 회사에서 만든 전등이나 다른 기구들을 음성으로 조작할 수 있다. SYS라는 경쟁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플러그 앤 플레이 포맷을 이용해 플러그 앤 플레이 기능이 있는 어떤 장치라도 인식이 가능하고 이론상으로는 조종도 할 수 있다.
이 회사의 목표는 PC의 윈도우 같은 운영체제를 가정에 갖춰주는 것이다. “PC에 프린터를 연결하려면 프린터마다 드라이버가 달라서 까다로웠었죠”라고 캘리포니아 어빈의 SYS 모기업인 랜트로닉스의 전무 댄 퀴글리는 말한다. 윈도우즈는 프린터 드라이버를 자동으로 찾아서 설치하도록 되어 있는데 “SYS를 통해 가정내 모든 장치를 그런 식으로 제어하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라고 퀴글리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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