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크라이슬러의 ‘PT 크루저’, 닷지의 ‘다코타 쿼드 캡’, 포드의 ‘익스플로러 스포트 트랙’, 그리고 폰티악의 ‘아즈텍’은 모두 전통적인 자동차의 외관과는 거리가 먼 차량들이다. 이들 차량은 다용도로 쓸 수 있도록 디자인도 편리하게 고안되었다. 다른 트럭과는 달리 다섯 명까지 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피가 큰 물건도 거뜬히 실어 나를 수 있을 정도로 적재공간도 널찍하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독창적이고 다양한 기능으로 끝없이 인기를 누릴 것만 같던 SUV 차량들과 비교해봐도 아주 신선한 느낌이 든다.
백 도어를 활짝 열어 젖힐 수 있는 것이나 짐칸 밑에 예비 타이어를 놓았다가 빼어 쓸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점짜리 차라 할 수 있다. 본지는 이러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들 중에서 4종류의 차를 선정, 도로와 트랙주행 성능시험을 각각 실시했다.
물론 짐칸에는 실감있는 테스트를 하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쓰는 물건들로 가득 채웠다.
크라이슬러의 깜찍하고도 귀여운 ‘PT 크루저’는 보는 사람들마다 반응이 제각기 달랐다. 차를 주차하자마자 시선이 모아졌는데, 어떤 이는 “예전에 타고 다니던 차와 닮았다”라는가 하면 “고속주행을 위해 불법개조한 차”라는 사람도 있었다. 한 어린 친구는 “갱들이 타고 다니는 차같다”고 놀려대기도 했다.
PT 크루저의 디자인은 모조로 만든 개조차량 컨셉카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사실 PT 크루저가 금년 봄, 거리에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공식적으로는 트럭이었고 내부장식과 좌석배치 또한 감탄할 만한 수준이었다.
이전에 PT 크루저의 시범모델을 봤던 사람들은 한결같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작다고 말한다. 소형차 ‘네온’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탓도 있다.
PT 크루저는 휠 베이스가 103 인치에 뒷좌석 짐칸이 0.54㎥, 차체무게도 1,460kg으로 테스트 한 차 중 가장 작고 가벼운 차다. 차체가 가벼워 가속에 유리하지만 150마력 2400cc의 4기통 엔진은 그리 힘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차모양은 앞쪽으로 갈수록 좁아지고 내부공간은 뒤로 갈수록 넓어지는 모양이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편하게 설계되어 아늑한 느낌이며 뒷좌석은 여유공간이 있을 정도로 폭도 넓고 천장도 높다.
뒷좌석의 공간이 넓어 짐칸 대신 짐을 실을 수도 있다. 또한 공간배분비율이 6 대 4로 설계된 벤치형으로 앞으로 접어 넘길 수도 있고 한번 더 접어서 세울 수도 있다. 착탈식 좌석이나 평평한 바닥, 뒷부분이 높은 해치 스타일은 마치 SUV와 미니밴의 중간 형태 같다.
1930년대 후반에 나온 차들의 영향을 많이 받아 그런지 당시 유행하던 이중 박스구조로 된 세단과도 비슷한 점이 많다. 뒷좌석 여유공간도 충분하고 좌석 뒤에는 작은 짐들을 세워 놓을 수 있는 공간도 있다.
PT 크루저가 가지고 있는 것은 놀랄만한 점은 바로 승차감이다. 잘 조율된 서스펜션이 도로의 울퉁불퉁한 충격을 흡수하고, 코너링도 부드럽다. 스포츠 세단은 아니지만 그만큼 방향조정에 민감하게 반응해 운전도 즐겁다.
또한 테스트 한 다른 차종보다 지그재그 주행이나 차선 변경, 제동에서 월등한 성능을 발휘했다. 외관이나 구조에 비해, PT 크루저의 운전감응력은 다임러 크라이슬러가 개발한 소형차 중 최고라 할 수 있다.
폰티악의 하이브리드 신차‘아즈텍’은 초감각파 신세대들을 겨냥한 차다. 공격적으로 보이는 전면 디자인이나 예리한 유선 등은 공상과학 영화에서 나오는 스타일로 미니밴을 본떠 디자인했다는 걸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미니밴이 갖추어야 할 세 가지 특징, 즉 전륜구동, 평평한 바닥, 좌석배치를 자유롭게 조종할 수 있는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테스트 한 차들 가운데 내부공간이 가장 넓다. 또한 운동선수들이 타고 다니는 미니버스와 차별화하기 위해 슬라이드식 문이 아닌 보통 승용차방식의 문으로 설계했다.
또한 트렁크쪽의 뒷문은 위로 들어 올려 여는 스타일로 트럭 운전석 뒤의 유리창처럼 뒷 문 유리창이 분리되어 윗쪽 유리가 윗쪽으로 갈수록 경사지는 구조다.
후륜구동이 추가된 전륜구동형은 보급모델을 본격 출시한 후 옵션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아즈텍은 150마력의 3400cc V6 엔진을 장착해 주행성능도 좋은 편이다. 차체가 상대적으로 넓어 핸들링은 부드럽고 안정돼 있다. 코너링 할 때 차체가 많이 기울어지는 것이 흠이지만 방향전환이 다른 차종보다 좁은 직선도로 주행에 적합하다.
아즈텍은 신세대를 너무 의식해 다른 차들과는 달라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제작한 느낌이 든다.
따라서 기능적인 면은 다소 부진하다. 또한 운전석에서 차 앞부분을 보면 보네트부분이 너무 올라온 나머지 차전방 아래부분이 잘 보이지 않는 단점이 있다.
또한 계기판도 운전석쪽으로 너무 돌출되어 운전석 아래를 보기가 힘들며, 뒤편의 윈도우는 위아래로 분리되어 있어 후방의 시야가 나뉜다. 특히 심각한 것은 비가 올 경우 윈도우의 윗편만 닦이기 때문에 후방 시야가 일부분 안 보인다는 점이다.
차 내부는 다양도 상자와 칸막이, 그물, 고정 밧줄등이 설치되어 있어 깔끔하게 정리해놓고 다니는 사람들에겐 안성맞춤이다. 앞좌석 사이에는 착탈식 아이스박스가 있고 벽 수납공간도 충분하다.
옵션이긴 하지만 바퀴 달린 트레이를 뒤에 달수도 있어 짐을 싣고 내리기에 편하다. 하지만 트레이에 식료품 등을 담아보니 곧바로 문제가 생겼다. 짐을 중앙에 바르게 놓지 않으면 모두 문 쪽으로 쏠려 트레이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아즈텍은 잠자기 편하도록 차뒤 공간을 늘렸기 때문에 옵션 텐트까지 뒤에 설치한다면, 캠핑카로서의 조건은 모두 갖추었다. 수평 조정용 충격 흡수기에 달린 공기 압축기는 매트리스에 바람을 넣는 데 적격이다.
뒷좌석은 가볍게 옮길 수가 있으며 두 방향으로 기울여 접을 수 있으나 PT 크루저보다는 그리 편하지가 않다. 운전석이 높아 마치 밴같지만 전방 아래부분의 시야가 보네트에 가려 특별한 장점은 없다.
조금 튀는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아즈텍의 가장 큰 매력은 장비를 옮기기에 아주 적합한 차라는 것이며, 특히 내부 칸막이에 딱 들어맞는 크기의 장비를 싣고 내리기는 제격이다.
밴스타일의 PT 크루저나 아즈텍과 달리 포드의 ‘익스플로러 스포트 트랙’은 야외로 나가는 것을 즐기는 중장년층을 겨냥해 만든 미니트럭이다. 5인승의 좌석은 기본형 익스플로러 사양이지만, 운전석과 뒷좌석은 분리형이다.
짐칸의 경우, 기존의 통념에서 벗어나 1.4m로 짧게 설계했다. 익스플로러를 보는 사람들을 상대로 이 차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삽과 낫 등의 위험한 짐들을 승차공간과 따로 분리해 실을 수 있어 상당히 좋다고 했다.
익스플로러의 장점은 앞좌석의 시트 편안하며 전방시야가 탁 트여 잘 보이는데다가 뒷좌석을 앞으로 접으면 다른 짐들도 실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화물칸은 부식이 되지 않는 건축용 섬유유리판으로 되어 있지만 바를 고정시키는 플라스틱 고리가 위쪽 모서리에 달린 것은 이상했다.
짐을 고정시키는 데 별로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미닫이식으로 되어 있는 알루미늄레일은 아주 실용적으로 설치되어 있다. 짐칸에 달린 문을 내리더라도 짐이 떨어지지 않게 할 수 있고 짐을 고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짐이나 가구 등을 옮기기에는 적격이다.
테스트에 사용된 차는 205마력의 4,000cc V6 엔진으로 성능면에서는 전혀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서스펜션 튜닝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충격 흡수가 제대로 안되어서 울퉁불퉁한 길에서는 바퀴가 튀었고 스프링이 약해 지그재그 주행시 앞바퀴가 들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고속운전이 아닌 경우엔 핸들 조정감이 좋았고 제동력 또한 우수했다.
닷지의 ‘다코타 쿼드 캡’은 테스트한 차 중 가장 평범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는 못할 것 같다. 이 차는 트럭이지만 짐칸은 1.7m로 짧은 편이다.
승차인원은 5명이 탈 수 있으며 V8엔진이나 4륜구동의 옵션을 채택하고 있다. 짐을 고정할 기구나 수납공간이 따로 없어 삽으로 퍼 담아 운반해야 하는 경우에는 편리하도록 되어 있다.
아기자기한 장식으로 꾸민 다코타의 실내는 화려하다. 6대 4의 공간배문 비율로 설계한 뒷좌석은 세 명이 타도 편안할 만큼 공간이 넓다.
뒷좌석은 한 손으로도 쉽게 접어 세울 수도 있는데 짐칸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235마력의 4,700cc V8엔진으로 96km까지 가속시간이 8초밖에 안 걸리며, 테스트 한 차 중 가장 속도가 빠르다. 핸들링이 유연하며 포드의 익스플포러 스포트 트랙보다 제동력은 떨어지지만 부드럽다.
상대적으로 짐을 운반하는 기능이 떨어지는 다코타지만 내부와 외부를 잘 조화시킨 점이나 칸막이를 많이 설치한 다른 차들보다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테스트한 전차종에 걸쳐 각종 장비와 짐을 싣자 성능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장 우수한 차량은 역시 PT크루저. PT크루저는 팔걸이가 높아 설치된 좌석을 접었을 때만 공간이 넓은 것은 장점이었다. 하지만 멋진 스타일과는 달리 성능이 딸렸고 상대적으로 작은 점이 단점이었다. 반면 아즈텍은 크고 많은 짐을 실을 수는 있어 주말캠핑에는 좋지만 고속주행 성능이 떨어지고 디자인으로 인한 기능과 시야확보에 장애가 있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화물 적재 공간이 별도로 있는 두 차종 중에서 다코타가 더욱 쓸모 있었다. 엔진옵션이나 가격도 가장 만족스럽다. 익스플로러 스포트 트랙은 평범한 트럭에서 벗어난 멋진 디자인과 편안한 승차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전체적으로 보아 가장 눈에 띄는 차는 PT 크루저지만 너무 작아 짐을 운반하는 용도로는 실용적이지 못하다. 주말여행을 편안하게 보내고 싶다면 실내 공간이 넓고 편할 뿐만 아니라 트레일러도 달고 다닐 수 있는 아즈텍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평범하게 생긴 다코다 쿼드 캡도 나름대로의 특색이 있지만 과연 다용도 자동차를 모든 용도에 맞게 적절하게 다 쓰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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