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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서 건강을 돌보는 홈 닥터

인간은 질병을 고치기 위해 언제까지 ‘병원’에 다녀야 할까. 인터넷의 발달로 아마도 미래에는 집에서 원격진찰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가정에서 간단히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장치의 개발과 개인의 유전자 정보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맞춤형 진찰과 치료, 마이크로 로봇을 체내에 주입해 혈관의 노폐물을 제거하는 기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래 의학은 환자에게 더욱 편안하면서도 효과적인 의료 서비스로 비용이 상당히 절감될 것이라고 한다.

매일 아침, 칫솔에 부착되어 있는 센서가 침 속의 단백질 수준을 측정하여 감기나 인후염을 진단하고, 병원체에 감염되었으면‘인간 게놈프로젝트’에서 얻은 정보를 활용해 가장 적합한 항생제를 찾아낸다. 24시간 인터넷을 통해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수 있으므로 세계 어느 곳이라도 안심하고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의사들은 병원, 클리닉과 같은 의료 기관을 그물처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통해 환자의 상태와 치료법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은 사람의 혈관 속을 끊임없이 순찰하며 암이나 심장병의 조짐을 찾아내는 ‘마이크로 로봇’이 개인별 맞춤식 의학이 지향하는 최종 단계가 될 것이다. 너무 먼 미래의 얘기일까? 하지만 그러한 기술을 앞당기기 위한 기초 작업은 이미 시작된지 오래다.

가정에서 개인 스스로 건강진단을 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By Gunjan Sinha


앨리스 펜트랜드와 오빠 알렉스는 공동으로 연구논문을 발표하는 경우가 많았다. 학계에서는 논문에 첫 번째 기재된 연구자를 주목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남매의 이름은 모두 A. P. 펜트랜드로 같게 표기되는 바람에 사람들이 주요 저자를 혼동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두 남매의 공동 논문 몇 편이 의학계에 예상치 못했던 파장을 몰고 왔다. 오랜 세월에 걸쳐 개인적이나 학문적으로 밀접하게 연구해 온 그들 남매가 의학계를 근본적으로 뒤집어 놓을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이다.
현재 앓고 있을지도 모를 질병의 징후를 조기에 발견해내는 의료장치를 사람들의 가정에 직접 설치함으로써, 기본적 의료관리를 사람들 손에 맡기는 것이 두 연구자의 바람이다.

이 프로젝트는 수 년 전 두 남매가 일본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비행기 안에서 구상한 것이다. 로체스터 의과대학의 피부과 과장이던 앨리스는, 메사추세츠 공과대학 미디어랩의 연구실장인 알렉스에게 조직검사 없이 암을 판독하는 기술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피부과 전문의에게는 어떤 모반(mole)이 암인지 밝혀내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당시 연구실에서 얼굴을 인식할 수 있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연구하던 알렉스는 모반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려면, 인체의 사진을 주기적으로 촬영하는 장치를 설치해 보라고 제안하였다.

영상처리 소프트웨어로 모반을 집중 조준하여 색깔, 크기, 그리고 비대칭 정도 등을 검사하면, 실제로 조직을 떼어내 검사하는 것보다 훨씬 정확하게 악성인지 양성인지 판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앨리스는 “생각하면 할수록 정말 좋은 아이디어였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한다. 그녀는 곧 로체스터 대학 컴퓨터공학과 과장인 필립페 포쳇에게 연락을 취했다.
포쳇은 공학연구센터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앨리스는 그에게 알렉스가 구상한 장치를 만드는 걸 도와줄 수 있는지 물어 보았다. 처음에, 앨리스가 생각하던 것은 피부과의사들이 진료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니터 장치였다.

그러나 예방의료 관리의 열악한 상태, 치료비의 상승, 기기의 소형화와 가격하락 등을 고려하여 세 사람은 훨씬 거창한 의료기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가정에서 스스로 건강을 진단하는 기기 연구에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었다.
자그마한 체구에 강한 프랑스 억양을 지닌 포쳇은 “현재의 시스템은 아플 때까지 기다린 다음, 병이 나서야 무슨 문제가 있는지 진단합니다.

그때서야 치료를 위해 MRI 장비와 같은 수백만 달러짜리 기계를 사용하고 수술을 하지요. 비효율적인 자원낭비라고 할 수 있어요. 환자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낄 때까지 기다리기 때문이죠. 이미 병이 깊어져 너무 늦어버리는 경우도 많아요”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심장병을 한번 살펴보자. 혈압, 콜레스테롤 수준, 그리고 다른 생물학적 요소들이 예고편이라면 심장마비는 최후의 일격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를 닦을 때마다 작은 센서들이 심장마비의 생리적 징후를 알려주는 타액을 점검한다면? 매일 아침 센서들이 측정치와 기준치를 비교분석하여 평소와 다른 점이 발견되면 의사를 만나 보라고 알려줄 것이다.

이것은 포쳇과 펜트랜드 남매가 머지 않은 미래에 각 가정의 화장실에 건강 진단용 의료 기능을 부여하기 위한 구상의 일부에 불과하다.

이제 세 사람은 사람들이 가정에서 사용할 칫솔센서나 흑색종 모니터와 같은 의료장치를 만들기 위해 로체스터 미래건강센터에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이들의 연구는 새 천년 의학계의 화두를 풀기 위한 기술적 접근과 예방의학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수많은 자료를 통해 식이요법과 운동이 질병 퇴치에 지대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예를 들면 미국 암학회가 모든 암의 3분의 1이 잘못된 식사습관 때문에 발병한다고 발표한 결과 건강관리산업의 초점은 비용절감을 위해 서서히 예방 쪽으로 옮겨지기 시작한 것 등이다.

건강관련 보험회사들은 신체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일부 보험사에서는 체육관에서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는 보험계약자들에게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이유는 심장 박동수나 혈압과 같은 간단한 검진조차 여전히 의사의 진료실에서만 행해지기 때문이라고 알렉스 펜트랜드는 지적한다.

“사람들 개개인이 자기 자신의 건강에 좀더 적극적인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게 우리 목표예요. 그러면 발병 초기에 병원을 찾을 수 있을 뿐더러 의사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단지, “의사선생님, 아파요”가 아니라 “여기 내 단백질 기록이 있습니다, 이상이 생길 걸까요”하는 식으로 말이지요. 그러면, 의사는 데이터베이스에서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다른 환자들 수십 명의 경우를 검토하여, 즉시 병명을 알려주게 될 겁니다.”

예방에 초점을 맞추는 의료 기술은 환자를 위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연구자들에게도 큰 도움을 준다. 예를들어 칫솔의 센서들이 수년간 만 명의 식이요법과 운동처방을 기록할 수 있다면 질병을 초래하는 환경인자를 수집하는 정확하고 강력한 정보원이 될 것이다.

흑색종 모니터 장치는 여러 가지 초기 연구과제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 외에, 사람의 맥박이나 호흡, 체온 등을 항상 체크하는 지능형 침대에 사용될 머리카락처럼 가는 광섬유 케이블망, 신속하게 박테리아를 확인하여 어떤 항생제가 치료에 효과가 있을지 결정하는 마이크로칩 센서가 내장된 지능형 반창고 등이 있다. 연구자들은 이런 의료 장치들을 마치 주방기구처럼 집안에 편리하게 설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흑색종 감시장치를 예로 들어보자. 최근 신체검사만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흑색종을 찾아낼 수 있는 피부경이 의료기 시장을 강타했다. 이 장치의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많은 훈련이 필요한데, 단지 피부과 의사의 15퍼센트 정도만이 이 과정을 수행할 수 있었다.

그래서 모반의 특성을 자동적으로 측정하고 분석하기 위해 피부경과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결합시키려는 연구 노력이 성공리에 진행 중이다. 몇몇 연구진들은 연구소의 컴퓨터 흑색종 모니터 장치를 이용해 거의 100퍼센트의 정확도로 흑색종을 확인했다고 보고하였다. 이 모니터 장치는 가정용 컴퓨터에서 모반의 변화 여부를 가려낼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의 가격이 내려감에 따라, 5년에서 10년 후면 앨리스가 구상한 것처럼 디지털 카메라를 샤워실의 타일 뒤나 화장실에 여러 개 설치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저렴해질 것이다.

이 카메라는 매달 발병 위험이 높은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서 3-D 영상으로 바꾸는 음성인식 컴퓨터로 영상을 보낸다. 그러면 컴퓨터는 모반의 크기, 모양, 광학적 특성들(빛이 암성 모반을 통과할 때는 정상적인 모반을 통과할 때와는 다르게 움직인다)을 측정하여 변화가 발견되면, 환자에게 피부과 의사를 찾아가라고 경고할 것이다.

키리아코스 쿠툴라코스를 팀장으로 한 로체스터 연구진들은 금년 후반에 전문 병원에서 시험하게 될 흑색종 모니터 장치를 이미 개발했다. 이 장치는 컴퓨터와 대형 디지털 카메라가 복잡한 케이블과 전선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 알렉스는 “기술이 개발됐으니 이제 집안에서 사용하기 쉽게 만드는 일만 남았습니다”라고 즐거워한다.

기계들을 서로 연결하는 시스템을 연구하고 구축하는 전문가 입장에서 알렉스는 디지털 카메라와 컴퓨터에 대해서는 대단히 냉소적이다. “디지털 카메라는 영상 처리 기술이 핵심입니다. 그런데 의료기기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성능이 뛰어나지 않으면 무용지물 아닙니까? 그리고 컴퓨터는 너무 자주 고장이 나고 문제가 생기면 전문가를 불러야하니 더 골치 아프지요.”

그래서 알렉스는 이 의료장치에 적합한 설계 모델로 텔레비전을 꼽고 있다. “세계 인구의 절반은 한 번도 전화를 건 적이 없지만, 80% 정도는 TV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기술들을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TV처럼 성공시킬 수 있을까요? TV는 대중문화와 관련이 있고, 오락과 정보를 제공해준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겁니다.”

현재 로체스터 스트롱 메모리얼 메디컬 센터 내에 건립중인 의료장치들의 시험대 역할을 할 ‘지능형 메디컬 홈’에서는 사람과 기술간의 상호작용에 대해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메디컬 홈 주변엔 공학에서 사회학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과학자들이 의료장치를 연구하는 실험실이 들어설 것이다. 과학자들은 집안에 의료장비를 설치하고 특수한 거울 장치를 통해 의료 사람들과 장치의 상호관계를 관찰한 다음, 그 결과를 통해 더 나은 의료 장비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가정용 혈당 모니터 장치나 심장박동 모니터 장치처럼 이미 개발된 장치들은 지능형 가정의 컴퓨터에 연결되어 사용자가 직접 조작할 수 있을 것이다. 포쳇은 “여러 업체에서 독특한 제품들을 팔고 있지만 대부분 1회성입니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갖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통합 시스템을 설계해야 하는데 이 모든 장치들은 서로 연계될 수 있을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지능형 가정의 설립을 위해 대학과 개인이 자금을 지원하고 나섰고, 코닥 같은 기업체도 재정적 지원을 약속했다. 제조와 판매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기업의 참여는 이러한 장비들을 시장에 내놓는 데 필수적이라고 앨리스와 포쳇은 환영하고 있다. 다만, 기업체의 호의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의학계의 적극적 참여등이 또 다른 숙제로 남아 있다.

하지만 알렉스는 지금 낙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훌륭한 예언자로서 역사를 믿으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죠. 20년 전 현금인출기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사람들은 아무도 그것이 성공하리라 생각지 않았습니다. 은행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믿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온라인 주식거래마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작년 한 해 동안 사람들이 영양제나 마사지 치료 등 보험처리가 안 되는 치료에 250억 달러 이상을 지불한 것만 봐도 얼마나 자신의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아주 커다란 변화예요. 앞으로 5년에서10년 안에 채 1달러도 안 되는 비용으로 메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임상병리실험실 만큼 우수한 센서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유전자 지식의 힘
유전자 지식의 힘 인간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 ‘유전자’. 유전자 해독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과학기술의 발달을 십분 활용해 인간의 형질을 결정하는 DNA 기본 배열의 정보를 해독하는 공공 단체와 사설 기관의 노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 각처 5개 연구소의 과학자들이 구성한 공공협회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20퍼센트에 가까운 DNA 구조가 밝혀졌고, 나머지 80퍼센트 역시 대강 윤곽이 잡혔다고 한다.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5년이나 앞당겨진 성과다.

메릴랜드 소재 『셀레라 제노믹스』 연구소인 로크빌에서도 유전자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들 전체적인 윤곽을 완성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계획의 역사적인 의의를 떠나서 과연 인간의 DNA 구조를 밝히는 것이 의학에 어떤 도움이 될까? 여기에 함정은 없을까? 본지의 부 편집자 크리스토퍼 밀러가 세인트 루이스 소재 워싱턴 의과대학 유전자 정보센터의 공동 책임자인 릭 윌슨씨와 유전자에 대한 주제를 놓고 대담을 나눴다. 이 연구소는 관련 분야에서 최초로 세워진 연구소 중 하나로 공공협회를 구성한 5개 연구소에 속한다.

PS : ‘표준 유전자’란 용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표준 유전자란 무엇이며 누구의 유전자로 연구되고 있는가?
윌슨 : ‘표준 유전자’란 과학자들이 다양한 종류의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여러 지원자들의 염색체에서 만들어낸 지표가 되는 염색체 구조이다. 마치 방향을 알려주는 지도책처럼 이용될 것이다. 연구하고 싶은 곳에 관해 아주 세세한 정보를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개개인의 유전자를 이 지표가 되는 구조와 비교하여 어디서 변형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다.

PS : 언제쯤 유전자의 구조가 모두 밝혀지게 되나? 처음으로 적용되는 의학 분야는 어디라고 보는가?
윌슨 : 사실 이것은 유전자 구조가 완전히 밝혀지고 난 다음 고민해야 할 작업이지만, 일단 특정한 질병에 관한 유전인자가 밝혀지면 가장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진단학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어떤 질병에 잘 감염되는 유전자를 가졌는지 진단해 볼 수 있게 된다. 많은 경우 생활 방식을 바꾸면 병에 걸리는 정도가 변할 수 있다.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또 다른 분야는 특정한 약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DNA를 가졌는지 알게 된다는 것이다. 미래에는 유전자에 대한 지식을 활용하여 특정 질병을 정복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아주 먼 훗날에나 가능할 것이다.

PS : 이런 정보들은 누가 통제하게 되나?
윌슨 : 우리가 연구하는 모든 정보는 공공 재산이다.

PS : 개개인의 유전자를 알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윌슨 : 다른 사람의 유전자 구성을 알게 되면 그 사람이 언젠가 알코올 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 유전자를 소유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또는 곧 암에 걸릴 거라고 추정할 수도 있다. 유전자로 사람을 차별하게 될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계속해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부작용을 막기 위해 법률을 제정하고, 제도적인 장치들을 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PS : 일반인들이 반발할 가능성은?
윌슨 :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서 게놈 프로젝트는 유전자 조작 식품 연구 계획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일반 대중은 최근 유전자와 관련된 연구에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리는 인간의 유전자가 인간의 유전자 정보를 좋은 일에도 혹은 나쁜 일에도 사용할수 있는 강력한 정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프로젝트 예산의 5퍼센트를 과학 전반에 걸친 윤리나 규범, 사회적 문제에 관해 법률적인 규제를 연구하고 만드는 데 배정하고 있다.

PS : 유전자 구조를 알게 되면, 배우자를 찾는 게 쉬워질 것인가?
윌슨 : 아마 더 힘들지 않겠는가. 단지 외모가 뛰어나고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을 고르면 되는 게 아니라, 들창코나 곱슬머리와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지도 살피게 될 것이다. 결혼할 남녀 모두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면, 자녀들 역시 곱지 않은 모습으로 태어날까 걱정할 것이다.

PS : 파퓰러 사이언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윌슨 : 이 프로젝트는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마치 인류가 달에 착륙했던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위대한 성과였지만, 과거 인간은 달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한 상태였다. 수많은 실험을 몇 번씩 반복해야 했던 사실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진행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정말로 흥미로운 연구이기 때문이다.

유전자 정보에 따른 개인 처방
요즘은 아플 때 잘 듣는 약을 찾기 위해 세 가지 종류의 약을 복용해 본다고 한다. 어떤 때는 세 가지 모두 약효가 없기도 하다. 머지않아 간단한 테스트로, 약을 복용하기 전에 환자에게 가장 효과가 좋은 약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이는 돈과 시간을 절약하고,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들 중 40퍼센트 정도가 부작용을 경험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2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매년 약물 부작용으로 병원치료를 받고 이중 십만 명이 사망한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이런 부작용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현재 20%가 완성되고, 80% 정도 윤곽이 잡혀 있다.

환자의 약에 대한 반응을 예견하는 첫 유전자 테스트 중의 하나가 스웨덴 웁살라에 있는 ‘제미니 제노믹스 AB’에 의해 개발되었다. 고혈압을 앓고 있는 스웨덴 사람들의 약 30%만이 ACE 억제제에 반응했다. 혈압을 낮춘다는 약품 20여 가지가 이 부류에 속한다고 제미니 연구소 임상실험 수석연구원인 레나 존슨이 말한다.
이것은 나머지 70퍼센트의 환자가 고혈압을 계속 겪게 되며, 또한 호흡곤란, 신장기능장애, 현기증 등의 다른 부작용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ACE 억제제 반응실험을 하고 있는 제미니 연구소의 실험에서는 사람 입 안쪽의 조직 세포를 채취하고 거기에서 DNA를 추출해 그 사람의 유전자 내 특정한 위치에 적절한 요법으로 DNA 순서를 비교한다.

현재 이 테스트를 미국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 없다고 존슨은 설명한다.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인구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확장하는 데 드는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미국인에게 이용될 수 있는 또 다른 테스트가 사우전드 옥스에 의해 개발되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이 유전자 연구소는 전이성 유방암을 가진 여성이 ‘허셉틴’이라고 부르는 약품에 반응하는지 여부를 연구하고 있다.

약품에 반응하는 25-30퍼센트의 대상자를 구별하기 위해 의사들은 ‘HER-2’라 불리는 세포 수용체의 과도한 양에서 종양의 조직을 떼내 검사한다. 이런 여성들에게 너무 큰 수용체를 만드는 원인이 되는 유전자는 일반적으로 변형되어 있다.

방사선 치료에 대해 암 환자들이 반응하는지를 예측하는 유전학적 테스트는 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어떤 종양은 다른 종양에 비해 빠르게 치유되기 때문에 몬트리올 맥길 대학의 연구원들은 환자의 종양에 있는 유전자와 방사선 치료에 반응하는 상관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피부를 통한 약물 주입
새롭고 더 좋은 약이 계속 개발되어 왔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알약이나 주사 형태로 약을 복용한다. 미래에는 경구약이나 주사바늘은 구식으로 여겨질 것이다. 과학기술을 통해 신체의 방어막을 뚫고 약물을 투입시키는 새로운 방법, 즉 피부의 미세한 구멍을 통해 약물을 주입하거나, 몸 속에 장착된 마이크로칩을 이용해 체내 깊숙이 자리한 세포에 약물을 투여하는 방법 등이 개발될 것이기 때문이다.

니코틴이나 호르몬제 같은 몇 가지 약은 이미 피부를 통해 투여되고 있다. 그러나 인슐린 같은 경우는 입자가 너무 커서 피부에 붙여놓아도 별로 효과가 없다. 조지아 기술 연구소의 화학 엔지니어인 마크 프러스니츠는 “따라서 하루 종일 인슐린으로 피부를 문질러 봐도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피부 조직의 방어막을 뚫기 위해 프러스니츠는 전자공학자인 마크 앨런과 함께 미세한 주사 바늘 400개로 이루어진 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무당벌레만 크기로 피부를 통해 약물을 주입한다.

초기단계의 동물실험에서 이 장치를 붙인 쥐의 혈당량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슐린이 제대로 들어가고 있음을 뜻한다.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통증에 관한 실험을 한 결과, 거의 통증을 느끼기 못했다고 피러스니츠는 말한다.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의 알자(Alza)사의 연구원들은 비슷한 장치에 전기 회로를 추가했다. 이들은 전극에서 대전된 약물의 입자를 반대 극성을 가진 입자로 빠르게 조작하여, 그 약물입자를 피부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를 위해, 티타늄막으로 이루어진 미세한 날이 피부속에 아주 작은 구멍을 낸다. 이 장치에는 버튼이 있어 사용자 스스로 약물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 피드백 메카니즘이 혈당량을 계속 감지해서 인슐린의 양을 자동으로 조절하게 된다. 알자사의 연구원들은 이 장치가 백신 투여에도 쓰이기를 기대하고 있다. 피부에 스며들지 못하는 아주 큰 입자들을 위해, MIT의 로버트 랜저와 동료들은 체내에 삽입되는 일종의 중합체 칩을 개발해 냈다. 이 장치는 목표한 조직 세포에 더 가깝게 몸 속 깊이 약을 투여한다.

연구의 최종적인 목표는 약물을 직접 세포 속으로 투여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전기 충격이 세포막을 열어준다는 것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에 사용되는 정확한 전압 세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전압을 너무 세게 걸면 세포가 파괴되고, 너무 적게 걸면 세포는 굳게 닫힌 채로 있는 것이다.
최근 버클리 대학의 러빈스키는 회로 중앙에 살아있는 세포를 넣어 세포의 막을 열게 되는 정확한 전압을 측정 하는 ‘바이오닉 칩’을 개발한 바 있다.

인간의 도전, 그 첫번째 열매 게놈연구 초안 발표, 유전병 완치 위한 첫걸음 유전 정보 유출 위험 등 문제점은 남아

신의 영역에 도전했던 인류의 첫번째 결과물이 세상에 나왔다. 지난 27일,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의 국립인간게놈연구소는 인간 유전자 지도 작성과 DNA 염기서열을 정한 ‘인간 게놈 프로젝트(HGP)’ 초안을 완성해 발표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 5개국의 연구컨소시엄 형태로 운영되는 HGP와 미국의 민간업체인 셀레라는 유전자 염기서열의 규명작업을 대략적이나마 완수했다.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의 합성어인 ‘게놈(Genome)’은 인간의 생명 현상을 결정짓는 유전자들의 총 집합체. 게놈은 인간의 유전형질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DNA의 배열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인간의 질병에 대한 보다 효과적인 치료법을 안내해 줄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유전자의 염기서열 규명으로 특정 염기서열이 어떻게 질병을 일으키고 예방하기도 하는지 알아 낼 수 있는 점에서 인간게놈 분석이 궁극적으로는 신약개발과 질병치료에 일대 혁신을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이런 게놈프로젝트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방대한 양의 유전정보 보호 문제가 있다. 아직 허술한 우리의 유전정보 보호정책 하에서는 유전정보가 유출되고 악용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유전정보가 속속 밝혀짐에 따라 개인의 모든 성향을 예측하고 분석할 수 있기에 유전정보 보호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포스트게놈’시대가 성큼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포스트게놈’이란 HGP의 초안 완성에 따라서 이를 가지고 유전자의 기능과 난치병 치료제 개발 등에 돌입하는, 이른바 2차 게놈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인간 유전자를 발굴하고 그 기능을 연구해 유전자 질병의 원인을 규명해 내는 과정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단백질의 생성, 그리고 그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는 것이다.

이와 아울러, 개인이나 인종간의 유전체 정보를 비교해 차이점을 찾아내고, 생체기능상의 다름을 추적하는 작업이 동시에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것은 새로운 개념의 개인별 체질의학(맞춤의학)과 과학적 자료에 기반을 둔 예방의학의 발전에 기여 할 것으로 기대된다. 게놈지도 초안이 완성됨에 따라 관련산업인 생명공학 산업에도 엄청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바이오 벤처붐이 일면서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한 게놈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바이오 벤처인 마크로젠은 한국인 유전자 분석작업을 20% 이상 마무리지은 상태. 여기에다 한화, SK 등의 대기업까지 바이오산업에 관심을 보이고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어 당분간 바이오산업에 대한 열기는 식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유전자 연구분야에서 미국과 영국 등의 선진국만큼 발빠른 대응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을 낳고 있다. 그러나 생명공학연구소 산하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이 출범함에 따라 앞으로 전망은 밝다고 할 수 있다. 한국형 게놈프로젝트는 유전체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신약관련물질의 개발과 우리나라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는 위암과 간암에 대한 치료법을 연구하게 된다.

현재 다른 나라들에 비해 연구인력이나 장비, 연구에 필요한 기본적인 유전자조차도 부족한 실정이지만 한국형 유전자 연구를 통해 암과 같은 현실적인 질병을 치료하는 연구를 하게 된다면 어느 정도 다른 나라와 차별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게놈정보가 공개됨으로써 우리처럼 관련기술이 부족한 국가들은 신약개발과 관련한 물질에 대한 연구를 더욱 손쉽게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전세계의 모든 기업과 연구기관이 동일한 출발선상에서 있는 셈이다. 비록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전력을 투구한다면 우리에게도 기회는 있다는 것이 관계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원격진료
원격진료 서비스가 실현되는 하이테크 세상에서는, 인터넷의 힘으로 멀리 떨어진 의사들의 도움을 받아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치료하게 된다. By Gunjan Sinha

카넷은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서 느긋하게 식당으로 내려오다가 감기에 걸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입을 열어 말을 하려고 했으나 쉰 소리만 나올 뿐이었다. 목이 따끔거리고 쉬었으며 근육에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몇 주 동안 카넷은 보르네오 중심부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노천 탄광의 사업 운영 상태를 점검하고, 합리적인 생산 방안을 찾기 위해 애썼다. 오늘은 가족과 함께 일주일간 휴식을 즐기려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참이었다.

카넷은 짐을 싸서 발리로 향하는 전세기에 올랐다. 이틀 반 동안 여섯 번이나 비행기를 갈아탄 끝에 마침내 뉴욕에 도착했다.

바로 그 때, 그는 힘이 빠지고 열이 날 뿐 아니라 어질어질해지는 걸 느꼈다. 분명히 감기보다 심각한 상태였다. 동맥 바깥으로 동맥류가 골프공 크기로 부풀어오르기 시작하여 성대를 조여왔기 때문에 거의 말을 할 수 없었다. 뉴저지 케이프 메이에 있는 집까지는 차로 3시간이나 더 가야 했다. 그는 회사의 렌트카 중개점에 전화를 했다.

그러나 담당자는 그의 목소리가 너무 쉬어서 장난 전화라 생각하고 전화를 끊어버리고 말았다. 결국 공항 렌트카 데스크에서 겨우 자동차를 얻을 수 있었다. 간신히 차에 기어올라 타 운전대를 잡았다. 그러나 어떻게 운전했는지 거의 기억이 없다.
진단 결과 카넷은 치명적일 수도 있는 열대 박테리아에 감염된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는 그 후 한 달 동안 수술을 세 번이나 받아야 했다. 여러 명의 의사가(그 중 몇몇은 지구 반대편에 위치해 있었다) 인터넷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고 협력하여 그의 생명을 구해냈다.

카넷과 같은 경우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미국관광산업협회에 따르면 작년에 성인 다섯 명중 한 명이 한 번 이상 해외 출장을 떠났다고 한다. 1994년 이래로 14퍼센트나 증가한 수치이다.

이런 무분별한 해외여행 탓에 여러 가지 부작용이 뒤따르고 있다. 펜실베니아 주립병원 전염병 담당 책임자 마이클 브래프먼은 “점점 더 많은 종류의 특이한 질병들을 접하고 있다”며, “매년 여러 종류의 말라리아 환자를 치료하는데, 뎅기열, 장티푸스와 그 밖에 다른 여러 가지 전염병이 있다”고 덧붙인다.

문제는 많은 서구인들이 질병에 걸린다는 것뿐만 아니라, 이런 질병을 치료해본 경험이 있는 의사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브래프먼은 “사람들은 여행에서 돌아와 몸에 이상을 느끼면 주치의를 찾는다. 하지만 전염병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의사들은 열대 질병에 대하여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다. 게다가 전염병 교육을 받은 의사들도 대개 책을 통해 지식을 얻을 뿐이다”라며 걱정한다.

다행스럽게 통신 기술과 인터넷을 바탕으로한 의료정보가 확산되어 의학 지식을 전파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되고 있다. 원격 통신같은 기술을 사용하여 서로 떨어져 있고, 문화가 다른 사람들을 인터넷을 통해 연결함으로써 의사가 검사하고 진단하고, 심지어 언젠가는 의사와 환자가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있지 않아도 수술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이다.

뉴욕시에 있는 투자회사인 워터포드 텔리메디슨 파트너사가 조사한 바로는 원격 의료산업의 경제 규모는 전세계적으로 1997년 68억 달러에서 1998년에는 138억 달러로 두 배가 늘어났다고 한다. 이 회사는 이 산업이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40퍼센트씩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2010년에는 전세계적으로 병원진료의 약 15퍼센트가 바로 이 원격 진료를 통해 제공될 것이다. 이는 출장으로 여행중인 사람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몇몇 기업들은 X레이나 MRI 검사 자료, 초음파 영상, 혈액 조사 등을 통해 얻은 의학 정보를 웹사이트로 의사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캘리포니아 모펫 필드에 있는 NASA의 생물학정보 아메스센터는 하와이와 알라스카, 뉴멕시코의 나바호 인디언 보호구역, 로스 앤젤레스에 있는 캘리포니아 대학 산하의 의료기관들과 함께 연구하고 있다. 이곳에는 의사들이 3차원의 영상으로 환자의 내장 기관을 동시에 볼 수 있도록 하는 통신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다.
네트워크를 통한 연결은 서로 다른 장소에 있는 의사들이 질병에 대해 다른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수단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 수단으로 사용될 것이다. NASA측은 미래에 손으로 움직임을 정밀 제어하는 원격 장치를 써서 지구밖에 있는 우주인을 수술할 수도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워터포드의 최고 경영자인 피터 라이트너는 이렇게 설명한다. “원격진료는 사실 1959년 이래로 계속되어 왔다. 폐쇄회로 텔레비젼을 통한 정신과 진료가 최초의 원격진료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이 산업이 번창하게 된 것은 원격통신 기반시설의 보급과 정보기술, 컴퓨터 하드웨어의 가격 하락, 그리고 엄청나게 높아진 의료 비용 때문이다.”

다니엘 칼린은 원격진료 분야의 한 축을 이끌어 가고 있는 사람으로 보스톤에 있는 ‘월드 클리닉 센터’ 창립자이다. 이 진료소는 1998년 여행자를 대상으로 진료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하루 24시간 운영되고 있다.

“환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을 뿐이지, 응급실과 똑같이 운영된다”고 칼린은 말한다. 이 진료소는 자격증을 취득한 응급 외과의들이 교대로 근무하는 독립적인 의료처방 안내센터이다. 환자들은 전화나 팩스, 이메일, 인터넷, 화상회의, 그리고 인공위성을 통해 진료소와 연락을 취할 수 있다.

칼린은 이미 수많은 의료 서비스를 원격으로 시행했다. 칼린의 첫 번째 ‘원격 환자’는 선박에 머무르는 동안 귀가 병균에 감염된 선원이었다. “선원의 귓속은 관이 부풀어서 막혀 있었다. 그래서 선장에게 막힌 관을 뚫어주도록 전 했는데 선장이 수술용 칼을 너무 깊이 찔러 고막이 파열될까 염려되었다”라고 칼린은 그 당시를 회상한다.
칼린은 전자메일을 보내 세부적인 설명과 함께 귀를 해부학적으로 절제하는 것을 보여주고 수술 방법을 알려 주었다. 그 결과 선장은 선원을 성공적으로 치료할 수 있었다. 사고로 귀의 일부가 잘려나간 선원도 있었다. 선원의 아내가 칼린에게 상처 부위를 찍은 디지털 사진을 전자메일로 보내 주었다. 칼린이 그녀에게 귀를 붙이는 방법을 설명해주자 그녀는 성공적으로 해냈다.

카넷도 원격진료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그는 펜실베니아 주립 병원의 혈액검사에서 ‘멜리오도시스’라는 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았다. 이 병은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 35명이 이 병으로 사망했기 때문에 베트남 시한폭탄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이 병은 ‘수도모나스 벌크홀데리아’라고 불리는 폭탄 안전핀 모양의 박테리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다. 이 박테리아는 흙과 물에서 서식하며 인도네시아와 호주 일부 지역에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래프먼은 의학 서적에서 이 병균에 관해 읽은 적은 있지만 적절한 치료법을 알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관련 문헌을 조사한 결과, 이 병에 대한 감염 기록은 단지 세 건밖에 없었다. 그나마 너무 오래된 자료라 사용가치도 별로 없으며 그의 동료들 또한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브래프먼은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시단위의 대형 학회에서 카넷의 사례를 발표했는데, 경험이 풍부한 의사들조차 현명한 조언을 해주지 못했다. 바로 이때 원격진료가 그 진가를 발휘했다. 그는 펜실베니아 대학에 있는 동료가 활동하는 뉴스그룹을 통해 게리 럼이라는 미생물학자를 알고 있었다.

럼은 오스트레일리아의 북부 지방에 살고 있었는데, 수도모나스 벌크홀데리아 박테리아는 이 지역의 풍토병이었다. 우기 동안 땅 속의 박테리아는 넘쳐나는 물을 타고 땅 위로 올라온다. 럼은 지난해에만 40번 이상의 수도모나스 감염을 치료한 적이 있었다.

럼은 정말 귀중한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브래프먼은 럼에게 전자우편을 보냈는데, 그후 몇 달 동안 마치 브래프먼의 손을 꼭 잡고 “나라면 이런 방법을 쓰겠소, 이 약이 잘 들을 거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상세하고도 귀중한 조언을 해주었다고 한다. 브래프먼은 또 태국에 있는 수도모나스 전문가 두 명을 찾아내 서로 협력하여 항생제 정맥 주사와 약물 요법 등 수개월에 걸쳐 카넷의 치료에 매달렸다.

브래프먼이 병균과 전쟁을 시작한 지 일년 반이 지난 지금도 카넷은 완전히 치료되지는 못했다. 카넷의 성대 하나는 동맥류 때문에 아예 못쓰게 되었고, 두 번의 심장 수술로 인한 수많은 반흔 조직들 때문에 계속해서 심장에 압박을 느끼고 있다.
목소리는 신경질적인 쇳소리처럼 바뀌었고, 거동도 불편해 퇴직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신속하게 대처한 의료진과 첨단 원격 진료 기술 덕분에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원격 진료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칼린은 말한다. “간호사와 진료 인력만 있고 의사가 없는 곳은 수없이 많다. 원격 진료야말로 그런 환경에 놓인 사람에게 의료에 관한 여러 전문 지식을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컴퓨터와 약품
온라인을 통한 약품 구매가 얼마나 되는지 확실한 통계는 없지만, 온라인 약국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미식품의약품국(FDA)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FDA에 따르면 몇몇 사이트는 치료 효과가 없는 약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더 염려되는 것은 살빼는 약이나 비아그라, 그리고 프로페시아(발모용 알약) 같은 약품들을 처방전 없이 판매하고 있다는 것.

FDA의 제프리 슈렌은 이런 사이트들이 불법적일 뿐 아니라, 소비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약품들은 이미 다른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여러 가지 사례에 의하면, 비아그라는 심장혈관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FDA는 불법적인 사이트를 폐쇄하기 위해 연방 통상 위원회, 주정부 단속반과 함께 팀을 구성했다. 지금까지 단속반은 가짜 처방전으로 약품을 팔아온 800여 개 웹사이트와 유즈넷그룹을 적발했다. 식품, 의약과 화장품에 관한 연방 법률에 의해, FDA는 불법 사이트들이 문을 닫도록 법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을 통해 편리하게 약품을 사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몇몇 약국 체인점들이 연합,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런 사이트를 통해 약을 사면 동네 약국에서 약을 사는 것만큼이 안전하다.

국립제약위원회도 웹사이트(www.nabp.net/ vipps/intro.asp)를 개설했는데, 이 사이트에는 특정한 온라인 약국에 대한 정보가 게시되어 있다. 인터넷에서 수상한 사이트를 발견하면 webcomplaints@ora.fda. gov로 전자우편을 보내면 된다.

체내를 돌며 치료하는 마이크로 닥터
극소형의 로봇들이 인간의 몸 속을 돌아다니며 병든 부위를 고치고, 종양 암을 치료하는 등 상상만 하던 일들의 실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By Dan Cray


출입문의 손잡이 자물쇠가 철커덕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끼익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열쇠를 뽑아든 애리 리키차가 짖궂게 소리쳤다. “당구 한 게임 할 시간이다!”
컴퓨터학과 교수가 이런 곳에서 벌이려는 게임은 우리가 흔히 보는 그런 당구 게임은 아닌 게 분명하다.

게임이 벌어지는 장소는 스캐닝 전자 현미경에 올려진 동전 크기만한 운모 조각이 설치 되어 있는 사우스 캘리포니아 대학의 연구실. 옆에 있는 컴퓨터 화면에서는 그 운모 조각 표면 중 1평방 마이크론 정도 크기의 부위를 비추는 영상이 떠 있다. 그러나 지름이 5나노미터(적혈구의 500분의 1 크기)쯤 되는 폴리오이듐의 금빛 공들이 화면 위에 밝은 점으로 두드러져 보였다. 리키차는 마우스를 움직여 그 금빛 공 하나를 골라 중심부분을 가로지르며 붉은 화살표를 그리고, 이어 엔터를 클릭했다.

1초도 채 될까말까한 시간이었는데, 아주 작은 캔틸레버들이 그 공과 연결되어 있던 금속물체의 끄트머리를 내리는가 싶더니, 별안간 화면 테두리로 튀어나가게 만들었다. 당구공을 코너 포켓으로 멋들어지게 집어넣은 셈이었다.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도 않는 초소형 물체들을 능란하게 다루는 실험이 지금 미국 전역에서 시행되고 있다. 인체 내부를 항해하며 살아있는 세포를 ‘수선’하는 분자 크기의 로봇 개발로 이어질 기술이 이제 걸음마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더 이상 자연이 만들어놓은 한계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셈인데, 인체의 건강과 관련해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라고 리키차는 말한다. 나노로보틱스의 선구자들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머리카락의 지름보다도 훨씬 작은 소위 ‘나노로봇’을 대량생산할 날도 그다지 멀지 않았다고 한다. 나노로봇은 인체 면역 체계의 거부 없이 모세관을 통해 항해하며, 병든 세포를 찾아 제거하고 건강한 세포를 필요한 곳에 정확히 옮겨놓는 일들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아주 낯선 이야기는 아니다. 시네마의 ‘환상 여행’에서 아이작 아시모프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공상과학 소설에서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극소형 기계에 대한 아이디어를 끌어다 쓴지 벌써 오래다. 1992년, 작가이자 나노테크놀로지의 선구자인 에릭 드렉슬러가 ‘나노시스템’이라는 작품을 발표하자 과학계에서는 발빠르게 그 아이디어를 받아들였다.

혈관을 타고 떠다니는 잠수함에 대한 이미지는 미국인에게 큰 인상을 남겼고, ‘나노’라는 말은 연구비에 굶주린 연구원들이라면 누구나 입에 떠올리는 말이 되었다. 그 결과, 소위 나노 프로젝트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진정한 나노(나노란 1마이크론의 1,000분의 1) 연구가 될 수 있나에 대한 정의를 확장시키면서 숱한 교육 연구 기관으로 퍼져나갔던 것이다.

오늘날 이 분야의 연구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원자 수준에서 엄청난 능력을 갖게 되었다. 발전할 수 없다고 믿을만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라고 NASA 에임스의 컴퓨터 나노테크놀로지팀의 일원이자 캘리포니아의 컴퓨터 사이언스사 소속 연구원인 알 지오버스는 장담한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연구가들이 수많은 보건 기관들을 다시 찾고 있는 것이다.

“나노테크를 의학에 응용한다는 것은 현재로선 거의 이론에만 머물고 있죠. 그렇지만 실제 적용하는 데는 근본적인 장애물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랠프 머클은 주장한다. 그는 텍사스의 리처드슨에 있는 분자 나노테크놀로지 개발회사인 자이벡스의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사실 최근 나노테크놀로지 분야의 발전이 두드러지자 백악관의 과학 담당부서는 나노테크에 대한 연방 지원을 2001년에 5억 달러로 현재보다 두 배로 늘릴 것을 검토하고 있다.

교육 기관에서도 이 분야의 연구원이 더 필요하다는 요청에 부응하려 애쓰고 있다. 6월 중에는 최초의 나노테크놀로지 박사 12명이 코넬 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게 된다. 이와는 별도로, 조종성과 이동성이라는 나노 연구의 두 가지 주요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수많은 연구소에서 연구가 되고 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물질을 조종하고, 스스로 에너지를 발생시키며, 컴퓨터 장치를 내장한 나노로봇 원형이 등장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혈관을 따라 항해하는 잠수함을 말하는 것은 아직도 공상과학 소설에나 나오는 먼 훗날의 이야기처럼 들릴 겁니다. 그러나 현재의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단일 분자 수준을 향해 나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라고 프린스턴 대학교 밥 오스틴 물리학 교수는 말한다.

현재 오스틴은 나노 크기의 도구를 사용하여 염색체에서 간단한 DNA 분자를 분리하는 등의 작업을 하고 있다. 암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있는 백혈구들을 밝히기 위해 좁은 공간을 비집고 다닐 수 있는 이 도구의 능력을 활용하고 있다. 오스틴의 장기적인 목표는 대상 질병에만 특정하게 나타나는 생물학적 징표를 찾아낼 수 있는 나노탐측기를 설계하는 것이다. 그는 “그리고 나면 그저 세포를 척 열어제껴 악성 DNA를 제거한 뒤에 해당 세포를 수리해버리면 되는 거죠. 아직 먼 훗날의 이야기지만, 그런 날이 오긴 올 겁니다”라고 확신했다.

이보다 평범할지 모르지만, 코넬의 생물공학 부교수인 카를로 몬테매그노가 일하는 연구소에서 이와 관련한 돌파구가 마련되었다. 그는 생명에 화학 에너지를 공급하는 ATP를 이용할 수 있는 단백질을 나노 크기의 장비 가동에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유전자를 조작하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소우주를 순환할 수 있는 반경 6나노미터 크기의 생물학적 모터와 함께 60나노미터 너비의 프로펠러를 만들게 되었다.

그는 “박테리아보다도 작은 1마이크론 이하의 빛만 가지고도 동력을 얻을 수 있는 자율적 도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지금은 스위치를 넣는 방식, 다시 말해 화학적 신호를 사용해 모터를 작동시키거나 정지시키는 장치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 모터를 세포 내에 집어넣어 세포의 감각 메커니즘을 이용해 스위치를 작동시키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3년 이내에 이 모터를 살아있는 세포 내에서 조립하고, 세포의 생리 기능을 이용해 모터를 작동할 에너지를 공급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또 “10년 후의 목표는 살아있는 세포 내에서 단일 분자들을 집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약물을 생산해서 세포 내에 저장했다가 다시 신호를 받으면 이를 방출시키는 일종의 세포 약국 같은 것이 될 것이다. 상상력만이 문제이다. 일단 생체 과정에 직접 연결되는 장치를 만드는 법을 알고 나면, 무한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질 것이다”라며 앞선 결론을 내린다.

뉴욕 대학교 화학 교수인 나드리안 시먼에 설계한 나노테크 장비를 보노라면 그 말이 일리 있음을 알게 된다. 시먼은 DNA 사슬을 사용해서 나선을 배열하여 독특한 패턴을 이루도록 가지를 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직육면체 모양에서 면을 14개 가진 형태의 절두형 모양의 8면체에 이르기까지 기하학적 형태를 형성할 수 있었다. 이 개념을 확장시키다보니, 나선을 포함하고 있는 솔루션의 속성을 바꿈으로써 DNA를 자극하여 마치 경첩처럼 움직이게 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 양방향으로 여닫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주 간단한 나노 기관이지만, 분자 장치라는 면에서 보면 굉장한 성과다.

전형적인 분자 장치로 만들어낼 수 있는 운동량보다 무려 네 배나 많은 동작을 시킬 수 있었다”라고 말하는 시먼은 이 장치를 현재 혈관 성형술에서 쓰이고 있는 스텐트와 연결지어 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로서는 풍선으로 스텐트를 부풀리고 있는데, 풍선이 터진 경우가 적어도 한 번 있었다는 사실에 유의하고 있다.”
흥미 만점인 프로젝트일지는 모르지만, 나노로봇 의학이 코앞에까지 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아마 가장 큰 기술적 장애는 컴퓨터의 크기일 것이다.

명실공히 효과적인 나노로봇을 만들려면 그 속에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컴퓨터를 내장시켜야 하는데, 현재로는 가장 작은 컴퓨터라도 무려 10분의 1마이크론이나 된다. 이런 크기는 실지 요구되는 것보다 1,000배나 큰 크기이다. 분자를 조종하는 문제와 관련해서 과학자들이 바라는 바는 현재까지 생각해둔 어떤 분자 배열이라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원자를 계획하고 있는 패턴의 일부분 정도만 배열하고 있다.

나노 기술의 경제성도 무시할 수 없다. 경제성을 가지려면 나노로봇을 대량 생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문제는 또 있다. 예를 들어, 나노로봇들끼리 상호 연락할 수 있는 통신 시스템이 필요하고, 동력을 제공하는 방법이나 열 조정 문제, 프로그래밍 문제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을 거론하다 보면, 나노테크놀로지의 진보에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는 문제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바로 연구의 구심점이 없다는 것이다.
글로버스가 말하듯 “온갖 학문 분야에 걸쳐있는 분야이다 보니 뭐가 뭔지 모를 지경”인 것이다. 나노테크놀로지를 촉진시킨다는 목표로 드렉슬러가 설립한 ‘미래 연구소’ 조차도 끝을 모르던 열의가 식어 보다 냉정한 자세로 접근하고 있다. “잠재력은 크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학자들은 넘쳐나지만 함께 일할 엔지니어들은 많지 않고, 따라서 뭔가 하려면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드렉슬러의 아내이자 포어싸이트의 이사장인 크리스타인 피터슨은 말한다.

간헐적이긴 하지만 그나마 좋은 소식은 나노테크놀로지 전분야를 통틀어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버스는 “현실을 직시하면 원자 수준의 조종은 가능하다. 그러나 이 기능을 나 조직처럼 작동시킬 수 있는 시스템 속에 어떻게 탑재할 것인지는 아직 모르고 있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그렇지만 인간의 두뇌가 60억 개나 되고 기타 자원도 있다. 문제는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냐가 아니라, 과연 우리가 어떤 일을 원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한다.

원격조종 심장 수술
오늘 입원하여 관상동맥 교체 수술을 받고 내일 퇴원한다. 심장병 환자의 바이패스 수술이 그만큼 쉬워질 날이 다가오고 있다. 로봇의 도움을 받아 연필 크기로 절개하여 수술하는 기술 덕분이다.

지난 10년 동안 복강경 검사에서 쓸개 제거에 이르기까지 몇몇 수술에서는 신체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는 수술이 보편화되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만 해도 심장 수술은 상상조차 할 수도 없었다. “30cm 길이의 젓가락으로 쌀알 하나를 집어올리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될 겁니다.”라고 온타리오주의 런던에 있는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교에서 외과의로 근무하는 더글러스 보이드는 말한다. 그러나 이제는 로봇 시스템이 의사의 둔한 손을 대신하게 된다. 그 예로 캘리포니아의 골리타사가 제작한 ‘제우스’와 역시 캘리포니아의 마운틴 뷰사가 만든 ‘다빈치’를 들 수 있다.

지난 10월 보이드는 제우스를 이용하여 환자의 가슴을 절개하거나 심정지(心停止)를 하지 않고 바이패스 수술을 실시했다. 한 환자는 수술한지 2일만에 퇴원하여 9일만에 출근을 할 수 있었다. 미래에는 단세포에 유전인자를 집어넣거나 태아가 태어나기 전에 문제 부위를 치료하는 등, 상상으로나 가능한 일들이 현실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명실공히 효과적인 나노로봇을 만들려면 그 속에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컴퓨터를 내장시켜야 하는데, 현재로는 가장 작은 컴퓨터라도 무려 10분의 1마이크론이나 된다. 이런 크기는 실지 요구되는 것보다 1,000배나 큰 크기이다. 분자를 조종하는 문제와 관련해서 과학자들이 바라는 바는 현재까지 생각해둔 어떤 분자 배열이라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원자를 계획하고 있는 패턴의 일부분 정도만 배열하고 있다.

나노 기술의 경제성도 무시할 수 없다. 경제성을 가지려면 나노로봇을 대량 생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문제는 또 있다. 예를 들어, 나노로봇들끼리 상호 연락할 수 있는 통신 시스템이 필요하고, 동력을 제공하는 방법이나 열 조정 문제, 프로그래밍 문제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을 거론하다 보면, 나노테크놀로지의 진보에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는 문제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바로 연구의 구심점이 없다는 것이다.
글로버스가 말하듯 “온갖 학문 분야에 걸쳐있는 분야이다 보니 뭐가 뭔지 모를 지경”인 것이다. 나노테크놀로지를 촉진시킨다는 목표로 드렉슬러가 설립한 ‘미래 연구소’ 조차도 끝을 모르던 열의가 식어 보다 냉정한 자세로 접근하고 있다. “잠재력은 크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학자들은 넘쳐나지만 함께 일할 엔지니어들은 많지 않고, 따라서 뭔가 하려면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드렉슬러의 아내이자 포어싸이트의 이사장인 크리스타인 피터슨은 말한다.

간헐적이긴 하지만 그나마 좋은 소식은 나노테크놀로지 전분야를 통틀어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버스는 “현실을 직시하면 원자 수준의 조종은 가능하다. 그러나 이 기능을 나 조직처럼 작동시킬 수 있는 시스템 속에 어떻게 탑재할 것인지는 아직 모르고 있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그렇지만 인간의 두뇌가 60억 개나 되고 기타 자원도 있다. 문제는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냐가 아니라, 과연 우리가 어떤 일을 원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한다.

원격조종 심장 수술
오늘 입원하여 관상동맥 교체 수술을 받고 내일 퇴원한다. 심장병 환자의 바이패스 수술이 그만큼 쉬워질 날이 다가오고 있다. 로봇의 도움을 받아 연필 크기로 절개하여 수술하는 기술 덕분이다.

지난 10년 동안 복강경 검사에서 쓸개 제거에 이르기까지 몇몇 수술에서는 신체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는 수술이 보편화되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만 해도 심장 수술은 상상조차 할 수도 없었다. “30cm 길이의 젓가락으로 쌀알 하나를 집어올리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될 겁니다.”라고 온타리오주의 런던에 있는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교에서 외과의로 근무하는 더글러스 보이드는 말한다. 그러나 이제는 로봇 시스템이 의사의 둔한 손을 대신하게 된다. 그 예로 캘리포니아의 골리타사가 제작한 ‘제우스’와 역시 캘리포니아의 마운틴 뷰사가 만든 ‘다빈치’를 들 수 있다.

지난 10월 보이드는 제우스를 이용하여 환자의 가슴을 절개하거나 심정지(心停止)를 하지 않고 바이패스 수술을 실시했다. 한 환자는 수술한지 2일만에 퇴원하여 9일만에 출근을 할 수 있었다. 미래에는 단세포에 유전인자를 집어넣거나 태아가 태어나기 전에 문제 부위를 치료하는 등, 상상으로나 가능한 일들이 현실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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