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개념의 음향 기기‘주크박스 레코더’는 이 단점을 보완한 제품. 주크박스 레코더 제품으로는 리퀘스트 멀티미디어사의 오디오리퀘스트 ARQI 디지털 뮤직 시스템, 시마 프러덕트의 I-믹스 디지털 오디오 리코더 2종, 랜소닉의 디지털 오디오 서버 DAS-750과 리드스톰의 송뱅크 SI 등이 있다. 모두 CD 플레이어와 비슷하게 생겼으며 그 중 ‘주크박스 레코더’로서 그 중에는 CD 플레이어를 탑재한 제품들도 있다. 이 제품들은 컴퓨터에서 사용되는 대용량 하드디스크가 내장되어 있어 수백 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사실 최초의 주크박스 레코더는 컴퓨터라고 할 수 있다. CD에서 음악을 읽어 MP3 파일로 전환하는 프로그램과 CD-ROM 드라이브만 있으면 충분하다. MP3는 MPEG의 오디오 레이어 3을 나타내는 확장명으로서 오디오 신호를 추출하여 디지털로 전환 압축하는 규약을 의미한다. MP3는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음역을 넘어서는 음을 제거하여 음질을 떨어뜨리지 않고 1,411Kps의 CD 음악 데이터를 128Kbps로 압축한다(송뱅크는 ePac이라는 유사한 압축 기법을 사용한다). 지금도 MP3는 음악 애호가와 컴퓨터 전문가들의 큰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이런 MP3 기술이 컴퓨터에서 독립하여 마침내 안방으로까지 진출하게 되었다. 필자 역시 낡은 CD 플레이어를 오디오리퀘스트로 바꾸고 나서 여러 편리한 점을 실감할 수 있었다. 다른 주크박스처럼 CD를 트레이 위에 올려놓고 원하는 음악을 선곡한 다음 녹음 버튼을 눌러 음악을 저장한다. 그 다음은 모두 오디오리퀘스트가 알아서 해준다. 한 시간 짜리 CD 한 장을 복사하는 데 2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I-믹스와 송뱅크 역시 같은 방식으로 작동되지만 디지털 오디오 서버는 CD 트레이가 없다).
카세트테이프, LP, 라디오 등의 아날로그 매체로부터 음악을 받으려면 오디오리퀘스트에 아날로그 스테레오 입력 잭을 연결하면 된다(디지털 오디오 서버와 I-믹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송뱅크는 아날로그 잭이 없다). 그 다음엔 아날로그 매체의 재생 버튼과 오디오리퀘스트의 녹음 버튼을 동시에 눌러주기만 하면 된다. 컴퓨터나 원본도 필요 없다. 소파에 편히 앉아 리모콘의 선곡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어떤 노래든지 바로 들을 수 있다.
좀더 색다르게 즐기고 싶다면 압축률을 이리저리 바꿔보는 것도 좋은 방법.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음질과 주크박스 레코더의 저장용량이 달라지는데, 최고 압축율인 64Kbps로는 17.3GB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에 장장 640시간, 12,800개의 노래를 저장할 수 있다. 그러나 ‘찌직’거리는 잡음이 약간 들어가므로 음악보다는 뉴스를 녹음하는 데 적당하다.
가장 낮은 압축율인 320Kbps로 사용할 경우에는 120시간에 2,400곡 정도 저장할 수 있지만 음질이 원본 CD와 거의 구별되지 않을 정도. 완벽한 CD 음질로 듣고 싶으면 CD를 트레이 위에 올려놓고 그냥 재생시키면 된다(I-믹스나 송뱅크는 압축하지 않고 저장이 가능한데 저장용량은 10.8GB의 하드디스크에 18시간 정도로 줄어든다). 각각의 압축율로 음질을 비교해 본후 128Kbps로 압축해보니 320시간에 6,400곡 정도를 저장할 수 있었다. 오리지널만큼 풍부하고 맑지는 않았지만 음질은 꽤 괜찮은 편이어서 부담없이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스테레오 컴포넌트를 통해서만 음악감상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PC를 통해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MP3 파일을 듣고 싶은 때도 있다. 오디오리퀘스트는 PC와의 연결을 위해 병렬 포트를 제공하고, I-믹스는 직렬 포트와 USB 포트를 제공한다.
송뱅크는 직렬 포트와 이더넷 잭이 내장되어 있어 홈랜에 연결할 수 있고, 리드스트롬사 웹사이트(www.hifiheaven.dom)에서 직접 음악을 다운받을 수도 있다. 랜소닉의 디지털 오디오 서버는 이더넷으로 PC를 경유하여 인터넷에 연결한 다음 인터넷 라디오 방송을 듣거나 노래를 복사할 수 있다.
크리에이티브 랩스사의 노매드 주크박스와 리모트 솔루션사의 퍼스널 주크박스 같은 휴대용 주크박스 레코더에는 PC가 필수적이다. 다른 스테레오 컴포넌트보다 용량이 적지만 휴대용 플래시메모리보다 좋은 점이 더 많다.
플래시메모리 장치는 대개 64MB의 용량에 한 시간 정도의 음악을 저장할 수 있지만, 값이 비싸고 듣던 음악이 싫증나면 새로운 곡을 저장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렇지만 용량이 훨씬 크고 값도 싸기 때문에 음질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용량을 사용할 수있는 장점이 있다.
하드디스크에 많은 음악이 저장되어 있어도 리스트가 제대로 작성되어 있지 않다면 그림의 떡. 같은 음악이라도 듣는 상황이나 취향에 따라 리스트를 달리 만들어 놓을 수도 있으며, 작가나 앨범, 장르나 제목별로 분류할 수도 있다. 다행히 새로 나오는 CD에는 이런 자료가 들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CD를 압축할 때 하드디스크에 자동으로 기록된다. CD에 이 정보가 없을 경우는 대부분 캘리포니아의 버클리에 있는 웹사이트(www./cddb./com)에 자동으로 연결되어 필요한 자료를 다운 받는다.
이 웹사이트는 550,000개의 앨범 카탈로그를 보유하고 있으며 텍스트 정보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세계 최대의 온라인 데이터 베이스를 갖추고 있다.
라디오 콘서트나 카세트테이프 같은 아날로그 음악의 경우 리모콘의 텍스트 정보 등록기능을 사용할 수 있으며 키보드 포트가 제공되는 경우에는 컴퓨터에 연결해서 키보드를 이용할 수 있다. I-믹스 IM-422는 무선 키보드를 제공한다. 비디오 출력장치가 있는 경우에는 TV에 노래 제목이 나타나고 음악에 맞춰 춤추는 애니메이션 그래픽도 즐길 수 있다.
이러한 비디오 컴포넌트들은 TiVo나 리플레이TV와 같은 하드 드라이브 기술을 사용하는데, 라디오 방송 녹음은 TV 프로그램 녹화만큼 쉽지 않다. 라디오 방송국을 바꾸는 IR 블래스터나 타이머, 프로그램 안내 기능이 없어 수동으로 라디오 방송을 조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을 재생할 때마나 앞에 나오는 5~6분 짜리 광고를 없애는 일도 만만치 않다.
그 동안 모아놓은 CD나 테이프, 레코드들 위에 이제 먼지가 뽀얗게 쌓이고 있다. 앞으로 그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만 해도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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